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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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나메르단.
잠시 뒤 세뇌당한 병력을 앞세운 적들이 이한 앞에 나타났다. 이한은 무심한 표정으로 저들을 둘러보다가 즉시 이능을 펼쳐 나메시르의 강력한 세뇌를 파훼하기 시작했다.
우우웅!
강력한 파동이 이한이 퍼져나가기 무섭게 적들에게서도 강력한 파동이 흘러나와 부딪쳤다.
그때 모베르단으로 보이는 존재가 뒤편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이한에게 말을 건넸다.
【네놈이었군. 대체 어떻게 우리의 공간 능력을 파훼시킨 것이지?】
이한은 묘한 표정으로 그 존재를 바라봤다.
‘나메시르와 모베르단이 결합했다고?’
【아. 너흰 잘 모르겠군. 나메시르족과 모베르단족은 본디 형제와 같은 족속이었다. 서로 결합한다면 강력한 능력을 발휘하지. 물론 그 일을 위해서는 막대한 희생이 필요하지만 말이야. 굳이 내가 그것까지 네게 말해줄 필요는 없겠지. 자 이제 말해봐라. 대체 어떻게 공간 능력을 파훼한 것이지?】
이한은 더욱 이능을 집중하며 세뇌를 파훼하려고 힘썼다. 그의 머릿속으로는 세뇌당한 자들의 기억과 세뇌한 정보들이 수없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이 난장판 같은 것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리하는 데 성공해야만 성공적으로 세뇌를 파훼했다고 할 수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세뇌당한 병력은 모조리 미치광이가 되고 말 것이다. 당연히 엄청난 심력이 소모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이한은 놈의 말을 무시하고 정신을 집중했다.
【아아. 세뇌를 풀고자 하는 건가? 큭큭큭. 그럴 수 없을 거다.】
놈이 손을 들어 올리자 세뇌당한 이들은 일제히 총을 자신의 입이나 머리에 가져갔다.
이한은 그 사실에 크게 분노했지만, 지금은 분노보다 냉철한 이성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놈 역시 그것을 알기에 자신의 집중력을 흩트리려는 것이리라.
이한은 심혈을 기울여 퍼즐 조각을 더욱 빠르게 맞춰갔다. 그러자 총을 머리에 가져간 이들이 다시 총을 머리에서 내렸다.
【과연. 최우선적으로 제거할 만한 존재답군. 장난질은 이제 그만하도록 하지.】
외양은 모베르단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나메시르와 모베르단이 결합한 기묘한 존재는 사이오닉 소드를 들고 엄청난 속도로 이한을 향해 쇄도했다.
놈이 세뇌를 펼칠 때 그 자리에 있었다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겠지만 이미 펼쳐진 세뇌를 푸는 건 훨씬 더 어려운 일이었다. 당연히 퍼즐을 맞추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이한은 미간을 좁히며 자신을 향해 짓쳐 드는 존재를 향해 사이오닉 소드를 날렸다. 이에 붉은빛에 휩싸인 두 자루의 사이오닉 소드는 허공을 가르며 맹렬하게 쇄도했다.
나메시르와 모베르단이 결합한 존재, 곧 나메르단이라 불리는 존재는 인상을 찌푸리며 이한의 사이오닉 소드 두 자루를 단번에 걷어냈다. 튕겨져 나간 이한의 두 사이오닉 소드는 유유히 허공을 날아 이한의 주변 위에 떠올랐다. 이한은 그러는 와중에도 세뇌당한 이들의 머릿속을 헤집고 있었다.
나메르단은 사나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사이오닉 소드를 바닥에 박아넣었다.
콰직!
【우리를 무시한 결과가 어떤 것이 깨닫게 해주마.】
그리곤 손을 들어 이한을 가리켰다.
이한은 여전히 세뇌를 푸는 작업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다소 위험한 행동이긴 했으나 자신이 아니라면 소모품이 되어 덧없이 사라질 생명이었고 그도 아니라면 자신의 손으로 모조리 죽여야 했다. 이한은 상황을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기꺼이 위험을 감수했다.
‘이제 거의 다···. 크윽!’
그 순간 이한은 강력한 기운이 자신을 뒤덮는 것을 느꼈다. 이것에 저항하고자 지금껏 하던 작업을 놓아버린다면 세뇌는 실패하고 그 반동으로 세뇌당한 모든 이들이 즉사하고 말 것이다.
매우 짧은 순간 고민에 잠겼지만, 이한의 선택은 이대로 세뇌를 해제하는 것이었다. 이 선택에는 선의도 선의지만 놈들의 공격에 당한다고 자신이 패배하지는 않을 거라는 판단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털썩! 털썩!
그렇게 이한이 세뇌를 푸는 것에 성공한 순간 세뇌당한 이들 모두가 일제히 바닥에 널브러졌다.
나메르단은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차가운 눈빛으로 이한을 조소했다.
【어리석은 놈. 미끼를 제대로 물었구나.】
그 순간 이한은 지독한 어둠이 자신을 뒤덮는 것을 느꼈다.
*
네 개의 손과 네 개의 발을 가진 두르둔족이 대하고 흉악한 고릴라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시구르스족을 상대하고 있었다.
두르둔족은 물론 시구르스족 역시 에너지 웨폰을 들고 있었는데 두르둔족은 세 자루의 에너지 웨폰과 플라즈마 무기까지 동원해서 전투를 치르고 있었기에 팔이 두 개뿐인 시구르스족은 열세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기술의 도움을 얻는다면 육체의 한계 따위야 얼마든지 넘어설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두 종족의 기술 차이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시구르스족은 두르둔족보다 강력한 힘으로 상황의 열악함을 이겨내고 있었다.
하지만 두르둔족은 전후좌우에 달린 눈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정확하게 포착해서 싸우고 있었기에 전체적으로 두르둔족이 시구르스족에 비해 우수한 전투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병력의 숫자 역시 두르둔족이 시구르스족을 넘어서고 있었기에 시구르스족은 기지를 지켜내지 못하고 머잖아 전멸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였다.
두르둔의 우툰타는 전투 상황을 지켜보다가 지휘관에게 질문을 던졌다.
“테라의 상황은?”
“타란트라족이 지하에서 출몰했습니다.”
우툰타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타란트라족이? 테라의 엔두카함의 포격은 아군이라고 해도 피할 수 없다. 대체 어떻게?”
“모베르단이 함께 침공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모베르단이 함께?”
우툰타는 심각한 표정으로 미간을 좁히다가 부하에게 명령했다.
“페튜나로에게 연결하도록.”
페튜나로는 라페이드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존재였다.
“알겠습니다.”
이윽고 우툰타는 페튜나로와 통신이 연결되었다.
“상황을 확인했습니까?”
우툰타는 고개를 끄덕이며 페튜나로에게 말했다.
“칼가로아 연맹에서는 자투, 볼테르안, 시구르스족이 침공했고 엘더 연맹에서는 타란트라, 모베르단의 존재가 확인된 상황이오. 나메시르까지 확인된다면 두 연맹의 동맹군이 모조리 테라 연맹을 상대하기 위해 나선 셈이오.”
우툰타는 고개를 끄억이며 페튜나로에게 말했다.
“물론 그렇게 해야겠지요. 하지만 지금 언급하고 싶은 건 그게 아닙니다.”
홀로그램상의 페튜나로는 눈매를 좁히며 우툰타를 바라봤다.
“칼가로아 연맹의 칼가로아족, 엘더 연맹의 엘더족.”
이에 페튜나로는 안색이 급변하며 침음을 흘렸다.
“두 종족은 지금 어디 있는 겁니까?”
우툰타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것을 상의해보기 위해서 지금 당신과 대화 중인 것이기도 하고. 하지만 엘더 연맹과 칼가로아 연맹이 연합해서 테라 연맹을 친다? 이건 아무래도 이상한 일 아닙니까?”
“그건 그렇습니다만···.”
우툰타는 무심한 눈으로 페튜나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다고 한다면 어쩔 생각입니까?”
우툰타가 말없이 페튜나로를 바라보자 페튜나로는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우툰타는 고개를 끄덕인 뒤 페튜나로에게 말했다.
“우리라고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초월구조체의 상황은 파악하기 어렵지만 엘더와 칼가로아 행성의 상황은 파악할 수 있겠지요. 칼가로아를 맡아주시오. 우리 두르둔은 엘더를 주시하겠습니다.”
*
잔잔한 바람과 향긋하면서도 푸릇한 수풀 냄새. 적당한 햇살과 감미로운 음악까지 심신을 이완시키기에 충분했다. 나릇한 잠에 빠져들기에 거의 모든 조건이 알맞다고 해야 할까?
“뭐하냐?”
갑자기 다가온 손길에 이한은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났다.
“어. 어?”
멍한 눈으로 주변을 돌아보던 이한은 자신의 어깨에 두들긴 사내를 바라봤다.
“이 새끼 또 밤새도록 한물간 ‘스페이스 워’ 하면서 쓸데없는 짓 하고 있었지?”
“쓸데없는 짓?”
사내, 곧 영철이는 두 손을 사타구니를 향해 두들기며 말했다.
“새끼. 그거 있잖아. 그거.”
황당한 표정으로 영철이를 바라보던 이한은 저리 꺼지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
“꺼져. 새끼야.”
“그럼 노숙자마냥 왜 벤치에서 처자고 있는 건데?”
이한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매만지며 영철이에게 말했다.
“그러게 말이다. 한데 노숙자만 벤치에서 자라는 법이 있냐?”
영철이는 고개를 흔들며 이한을 불퉁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됐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이한은 부스스한 자신의 머리를 대충 매만져 정리하며 영철이에게 말했다.
“배 안 고프다.”
“가자고. 새끼야. 사준다고 해도 지랄이냐. 어떻게 된 게.”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어야지.”
“지랄. 꺼져! 그냥 혼자 먹는다.”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영철이를 따라가려던 이한은 왠지 모르게 위화감을 느꼈다. 이대로 따라가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 오늘은 혼자 먹어라. 확인해볼 게 있다.”
“대체 뭘?”
“스페이스 워?”
영철이는 이한을 무심하게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노트북 있냐?”
“방에 있겠지. 갑자기 노트북은 왜?”
“모서리 킬 좀 해보려고. 노트북 모서리로 네 머리를 어떻게 뽀개야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지 매우 궁금해져서 말이야.”
이한은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손을 휘휘 저었다.
“됐고. 얼른 가라. 가.”
노답이라는 표정으로 이한을 바라보던 영철이는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저벅저벅.
잠시 멈칫한 영철이는 이한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서늘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이한은 그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목을 꺾을 수 없는 각도까지 돌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대체 뭔데?”
당황한 이한이 흠칫 놀라 뒤로 물러서자 영철이는 목이 돌아간 채로 고함을 지르며 이한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뒷걸음쳤다.
“그게 대체 뭔데!!!”
가까이 다가온 영철이의 입이 머리통만큼 쩍 벌어지더니 이한의 목덜미를 물었다.
다만 그로테스크한 광경에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은 이한은 얼떨결에 가까스로 그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공연히 허공만 와그작 베어 물은 영철이란 괴물은 목을 다시 기괴하게 꺾으며 이한을 바라봤다. 이한은 주저앉은 채로 뒤로 급히 물러서며 대뜸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씨발. 이건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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