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2
2. 나는 게이머야! 게이머일 뿐이라고.
시에라는 차분한 어조로 그에게 말했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일단 진정하십시오. 서둘러 건설 로봇부터 기동하셔야 합니다. 기지 지휘권이 사령관님께 인계되었기에 컨트롤 센터 건설은 사령관님의 승인이 떨어져야만 가능합니다.”
“한 이드라실이라고?”
“확인이 불필요할 정도로 명확한 사실입니다. 대위님! 극심한 충격으로 기억에 문제라도 생기신 모양인데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닙니다. 컨트롤 센터를 건설해야만 기지형 배리어를 생성시킬 수 있습니다. 병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적이 들이닥친다면 그땐 정말 모든 것이 끝입니다.”
그때 투명한 녹색의 홀로그램이 이한의 눈앞에 떴다.
띠딕!
『프로젤 : 3000 세라메틱 : 2000
명령권자 : 한 이드라실
명령내용 : – 』
“이게?”
“서브 시스템입니다. 컨트롤 센터는 완전히 파괴되었지만, 다행히 초인공지능은 파괴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컨트롤 센터를 재건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사령관님! 컨트롤 센터 건설을 승인해주십시오.”
“컨트롤 센터 건설?”
황망한 마음에 반문했을 뿐인데 곧바로 홀로그램의 내용이 변했다.
『컨트롤 센터 건설을 승인하시겠습니까?』
“스.. 승인?”
『승인되었습니다.
명령내용 : 컨트롤 센터 건설.
명령을 하달합니다.』
이한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당최 이해할 수 없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꿈인가? 아니면 내가 미쳐버린 건가?’
꿈이 이토록 생생할 리가 없다. 매캐한 냄새와 몸 전체에서 느껴지는 이 현실적인 감각을 어찌 꿈이라 매도할 수 있을까? 이건 누가 봐도 현실이다.
혹 ‘스페이스 워’가 현실과 매우 유사한 가상현실 게임이었다면 혼동되었을 수도 있지만 그런 가상현실게임은 애당초 있지도 않았다.
‘내가 한 이드라실인 게 현실이다?’
어떤 상황인지는 얼추 짐작했다.
하지만 납득할 수 없었다. 왜 하필 자신이란 말인가?
프로게이머도 아니고 백전백승의 전설의 게이머는 더더욱 아니다. 승률이 10%는 될까? 언제나 학살당하는 양민이 바로 자신이었다.
‘게임 속인지 어떤 다른 차원의 세계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스페이스 워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세계라면 그야말로 난장판이나 다름없는데······.’
포유류, 파충류, 조류, 양서류, 진균류, 연체류, 절지류, 기계류 등으로 분류되는 각양각색의 외계 종족은 말할 것도 없고 인간들끼리의 전쟁도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게이머로서는 환영이었다. 전쟁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세계니까. 어쨌든 전략게임 유저라면 그 전쟁에서 재미를 찾는 부류 아닌가?
‘튜토리얼 시점에서 인류는 외계문명과 만나기 전이라 할 수 있으니 콜로니 워가 벌어진 시점인가?’
혁신적인 자원이자 신물질인 프로젤과 세라메틱을 차지하기 위한 식민지 다툼이 연합, 제국, 중도 세력으로 나뉘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크게는 삼파전이었지만 세세하게 파고들면 수많은 이해관계로 얽히고설킨 이익집단만 남을 뿐이다.
‘잠깐만! 튜토리얼? 젠장!!’
외계문명과의 조우가 바로 주인공으로 설정된 게이머의 튜토리얼에서 발생한다. 정확하게는 외계문명이 아니라 외계 괴물이었다.
이러한 사실이 흥미진진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자신이 게이머로서 존재할 때뿐이다. 이 세계관에 실존하는 인물이 되었다면······. 이한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초능력자도 존재하는 세계지만 한 이드라실이 초능력자일 리는 만무했다.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 간단하다. 롤플레잉 게임도 아니고 전략게임 유저, 곧 주인공은 지휘만 잘하면 된다.
이한은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그는 시에라를 힐끗 바라봤다. 상당한 외모의 소유자였지만 그런 건 지금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일련의 사실을 조합하면 기지를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면 외계 괴물에게 갈가리 찢겨 죽는다는 결론이 도출되었기 때문이다.
“시에라!”
“예. 사령관님.”
시에라는 유능한 군인이다. 튜토리얼에서 주인공을 대신해 죽기는 하지만······.
똑같은 결과가 벌어지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으나 그런 미래를 알고도 멍하니 있을 생각은 없었다.
“스페이스 마린 소대가 셋이라고 했던가?”
“그렇습니다.”
스페이스 워에서 그러니까 테라로 분류된 인류는 한 소대가 20~30명 정도로 구성되었다. 그러니까 현재 가용한 병력이 100명이 채 되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스페이스 마린은 스틸아머를 착용하기에 같은 스페이스 마린이나 나노슈트(N슈트), 바이오나노슈트(BN슈트)를 걸친 특수병력 등이 아니고서야 일반인은 어떻게 대항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 스페이스 마린도 곧 모습을 드러낼 크락투에겐 상대가 되지 않는다.
‘지휘본부가 완성되면 기지보호막을 생성시킬 수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람에 한해서인 거고. 설정 그대로라면 이 크락투는 보호막을 육탄돌격으로 뚫어버릴 거다.’
물론 역장(力場)을 강화한다면 달라지겠지만 그럴만한 시간적인 여유나 자원도 없다. 본부를 건설하더라도 자원을 채취할 수 없다면 본부의 모든 기술이 무용지물이다.
“소대 하나를 이끌고 자원이 있을 만한 곳을 탐색해줘야겠어.”
게임은 설정된 이상의 것을 할 수 없다. 심지어 이번 튜토리얼은 유저가 승리할 수 없게끔 설계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이건 게임이 아니다. 왜 그리고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해진 결과를 따라 움직일 생각은 추호도 없다. 비록 승률이 10%도 되지 않는 양민이지만 그래도 쌓은 경험이라는 게 있다. 게다가 스페이스 워에서 유저, 곧 주인공은 본부 안에서 지휘를 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직접 싸우라면 엄두도 나지 않겠지만 본부에서 지휘하는 거라면 게임이랑 크게 다를 게 없다.’
“맡겨주십시오.”
시에라는 주먹으로 가슴을 가볍게 치며 대답했다. 약식경례 정도로 보였다.
시에라가 사라지자 이한은 그제야 주변을 유심히 살펴봤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의료기구들이 즐비했다.
‘그러고 보니······.’
한 이드라실에 대한 설정. 그러니까 주인공에 대한 설정이 다시금 떠올랐다.
연합에 소속된 유능한 젊은 장교. 찬란한 전공으로 고속승진을 거듭한 사내가 바로 ‘한 이드라실’이라는 사내였다.
‘유능해?’
자신과 영 동떨어진 단어가 아닌가? 다 제쳐두고 게임 실력만 따지더라도 승률 10% 미만을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나?
‘젠장. 이 사태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네.’
조금 더 생각하던 이한은 생각을 털어버렸다.
‘황당한 상황이지만 일단 생존하는 것에만 집중하자. 일단은.’
이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의료시설을 벗어나 밖으로 나서려고 했다. 그때 홀로그램이 다시 떠올랐다.
『현재 아군의 필드가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외부활동 안전을 위해 우주복을 착용하시길 권고드립니다.』
“우주복?”
『죄송합니다. 비중요 사물에 대한 위치 파악은 컨트롤 센터가 건설되고 메인 시스템이 활성화되면 그때 가능합니다.』
이곳이 우주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이한은 우주복 그림이 그려져 있는 원통형 기둥에 손을 댔다.
덜컥.
그러자 손을 댄 부분이 열리더니 헬멧과 두툼한 타이즈처럼 생긴 우주복이 곱게 접힌 채로 모습을 드러냈다.
입고 있던 환자복을 벗고 우주복을 착용한 그는 헬멧까지 마저 착용했다.
딸깍! 피슈웃!
헬멧과 우주복이 압착되며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우주복이라니? 방구석에서 갑자기 우주라니? 황당한 일이다.
밖으로 나서자 난장판이 된 기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곳저곳이 폭격으로 인해 파괴되어 있었다.
주변을 빠르게 살핀 그는 기지의 모든 것이 파괴되었고 기초적인 방어시설인 벙커 몇 개만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위이이잉! 치이이익! 위이잉!
요란한 소음이 들리는 쪽을 바라보자 자신의 키 두 배는 훌쩍 넘기는 거대한 로봇들이 무언가를 쉴 새 없이 만드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지휘본부, 컨트롤 센터라 불리는 곳이었다.
3. 일해라 핫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