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210
207. 초공간 (3) >
207.
다급한 음성이 함교를 쩌렁쩌렁 울렸다.
“아군의 함선이 위험합니다.”
“지원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두르둔족 함선이 파괴되었습니다. 순양함급입니다.”
“라페이드! 라페이드의 구축함 세 척도 파괴되었습니다. 전황이 계속해서 아군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미처 함재기가 파괴되기도 전에 무작정 돌격해서 아군의 함선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저들의 함선이 아군의 숫자를 넘어서고 있기에 이러한 피해가 지속된다면 승산이 희박해집니다.”
“전략상 후퇴해야 합니다. 적함뿐만 아니라 적의 함재기도 상당히 위험합니다. 아군의 함재기가 사력을 다해 저들을 막고 있으나 100만기 이상 차이나는 함재기의 숫자를 고려하면···.”
모든 상황이 불리했음에도 시에라는 눈 하나 깜작하지 않고 명령을 내렸다.
“후퇴는 없다. 모든 함선이 파괴되는 한이 있더라도 이곳을 사수한다.”
“하면 테라의 함대라도 지원요청해야 합니다.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병력 차이를 고려하면 전황을 이끌고 있어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데 심지어 아군이 크게 밀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불가! 저들 역시 지금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테라의 함대가 이곳에 당도하는 순간 저들은 즉각 잉여병력을 주요 행성과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보낼 것이다.”
“하오나.”
자투, 시구르스, 볼테르안 함대의 규모는 본디 거대모함 10척 우주모함 200척 순양함 1000척, 구축함 4000척, 호위함 8000척에 달했고 함재기는 300만기 정도였다.
반면 아군, 곧 두르둔, 라페이드족 함대의 규모는 거대모함 4척, 우주모함 140척, 순양함 600척, 구축함 2500척, 호위함 6000척에 타고르스함이 전부였다. 함재기는 200만기 정도였으니 시작부터 매우 불리한 전투였다.
현재 합류하지 않은 테라의 함대라고 해봐야 우주모함은 100척, 순양함 500척, 구축함 1500척, 호위함 3000척에 불과했으니 테라의 함대가 합류한다고 해도 이들을 압도할 정도는 아니었고 무엇보다 자투, 시구르스, 볼테르안 역시 모든 함대를 이끌고 이곳에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테라의 함대가 지원을 오는 순간 테라의 모든 근거지가 초토화된다고 해도 절대 과한 추측이 아니었다.
상황이 매우 불리했지만, 시에라는 냉정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버티기만 하면 이길 수 있는 전쟁이다. 시에라는 이한이 안배한 계획을 믿었다.
“버텨라! 아군의 피해가 얼마나 되던지 버티기만 하면 이길 수 있는 전쟁이다. 총사령관 한 이드라실은 승리할 수 없는 전쟁을 시작하지 않는다. 그러니 무조건 버텨라!”
“알겠습니다.”
시에라는 강하게 명령한 뒤 워에게 말했다.
“경과는?”
『거의 완료되었습니다.』
시간이 금보다 귀했다. 지금도 수없이 많은 병사가 함선의 포격 등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함선이 파괴되기라도 하면 탑승한 승조원들은 함선과 운명을 같이할 수밖에 없었다.
타고르스함을 제외하면 두르둔족과 라페이드족의 함선이 전부지만 당연히 이들이 무너지면 테라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에라는 재촉하지 않았다. 상황판에서는 연신 아군의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보고되고 있었다. 아군의 전투력이 저들에 비해 떨어지는 건 아니었다. 적이 함선 한 척을 부수면 아군은 못해도 한 척, 많으면 두 척 이상을 파괴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중과부적이었다. 버틸 수 있는 아군의 함선이 줄면 줄수록 아군의 함대는 더욱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이다. 그로 인한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콰아앙! 콰앙!
지금도 두르둔 함선이 파괴되었다. 이번엔 타격이 컸다. 우주모함급이었으니 말이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암울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함대전을 수행하는 두르둔과 라페이드족에게 시에라는 마음속으로 경의를 표했다.
아군의 함선이 파괴될 때마다 시에라는 피가 바짝바짝 마르는 것을 느꼈다. 단순히 그뿐이면 다행이련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공허한 우주 공간에 무수히 많은 존재의 피가 흩뿌려졌다.
그 중압감은 숨도 내뱉지 못하게 할 정도였다. 이러한 중압감은 어떻게 피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침묵을 지키며 상황을 주시하던 시에라는 다급한 보고에 승조원을 바라봤다.
“보고드립니다. 대규모 함대의 워프를 감지했습니다.”
“아군인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규모는?”
“거대모함 4척, 우주모함 100척, 순양함 500척, 구축함 2000척, 호위함 5000척에 달합니다!”
시에라는 눈을 질끈 감았다. 지금 출현한 함대가 적의 지원군이라면 아군은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게이트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그리된다면 이한이 준비한 안배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엔두카함이 아니라 타고르스함으로 이뤄진 함대라고 해도 게이트 없이 자력으로 이곳까지 워프하는 건 불가능했으니까.
‘이대로 게이트가 파괴된다면···.’
다시 게이트를 완성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게이트를 건설할 초자원은 둘째치고 적들이 그것을 두고볼 리가 없다. 그럼 주요 행성을 방어 중인 병력을 빼서 저들을 막는다?
‘그럴 수는 없다. 불리하긴 하나 그렇다고 아군이 적에게 월등하게 밀리는 것도 아니니.’
게이트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되지만 어쨌든 다시 건설할 가능성이라도 있다.
하지만 행성이 파괴된다면 그것은 절대로 돌이킬 수 없다. 행성을 재건하는 건 둘째치고 사람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되살릴 수 없으니 말이다.
‘한. 내가.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문제는 그렇게 할 경우, 지금보다 승산이 더욱 희박해진다는 점이었다. 저들의 게이트는 건재하니 저들은 막대한 양의 초자원을 공급받을 수 있다. 아군의 게이트가 부서지는 순간 그 격차는 아마 무슨 수를 쓰더라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답은 정해져 있었다. 이한이라면 게이트보다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다른 방법을 모색했을 테니까.
시에라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결단을 내렸다.
‘후퇴한다!’
그렇게 시에라가 입을 열어 명령을 내리려고 할 때 기쁨에 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데모스! 스타로쉬! 아군! 아군의 함대입니다! 아군입니다!”
시에라는 긴장이 탁 풀리는 것을 느꼈다. 다행이었다. 정말이지 다행이었다.
이한이 데모스, 스타로쉬와 손을 잡는다고 했을 때 테라 내부에서 얼마나 반대가 많았던가?
그러나 이한은 저들과의 동맹을 강행했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여기 있었다. 시에라는 말없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됐다. 이길 수 있다.’
데모스, 스타로쉬 함대의 지휘관은 짧게 시에라와 통신한 뒤 곧바로 전선에 합류해 자투, 시구르스, 볼테르안 함대를 쳐부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산 넘어 산이라고. 저들에게도 지원군이 나타났다.
“제길! 적 지원군입니다. 저들이 곧 전선에 합류합니다!”
“적 지원군의 규모는 거대모함 6척, 우주모함 200척, 순양함 2000척 구축함 5000척 호위함 6000척! 칼가로아족이 이끄는 함대로 추측됩니다. 이쯤 되면 거의 총공세에 가깝습니다!”
상황은 다시 악화되었다.
하지만 시에라는 나타난 함대가 칼가로아 함대라는 것에서 뭔가 일이 발생했음을 직감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게이트를 부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정확한 이유는 몰라도 적이 극히 초조한 상황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적의 공세 역시 아군 함대를 적절히 견제하며 전투하는 모습에서 무작정 게이트를 파괴하려는 움직임으로 전환되는 것이 눈에 확연하게 들어올 정도였다.
“거대모함급은 모두 게이트를 방어하고 나머지 모든 함대는 적 함선을 격추시키는 것에 집중해라!”
시에라가 그렇게 명령을 내릴 때 다급한 음성이 함교에 다시 울려 퍼졌다.
“적 함대 다시 출현! 규모는 거대모함 4척 우주모함 100척 순양함 500척 구축함 2000척 호위함 3000척입니다!”
시에라는 미간을 좁히며 즉시 판단을 내렸다.
‘상황이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면 적 역시 테라의 행성을 초토화할 수 있는 병력이 없다. 초토화되는 행성이 존재할 수도 있겠지만···. 전처럼 대다수 행성이 초토화되지는 않을 터.’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며 소리쳤다.
“테라 방위군에게 지원을 요청! 게이트를 사수하라! 적의 대다수 함대가 출몰한 이상 이곳을 방어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알겠습니다.”
“지원을 요청합니다.”
지금 자신의 판단으로 수백억에 달하는 생명이 일시에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들이 게이트를 파괴하려는 모습은 어떤 미끼가 아니었다. 이들은 어떤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게이트를 파괴하려 하고 있었다.
아군이 미처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무조건 돌격에 가까운 행태를 보여주고 있었기에 이러한 저들의 태도가 어떤 미끼일 확률은 상당히 희박했다.
설혹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이 정도 규모의 함대를 몰살시킬 수 있다면 이것을 기반으로 전쟁을 유리하게 풀어낼 수 있다. 냉정한 판단일지는 모르나 어쩌면 오히려 그게 인명을 지키는 지름길이 되리라.
‘전부를···. 전부를 지킬 수는 없다.’
시에라는 이한을 떠올렸다. 잔인한 사실이었다.
이윽고 대접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한쪽은 어떻게든 게이트를 파괴하려고 들었고 한쪽은 어떻게든 게이트를 사수하고자 했다. 심지어 저들은 함선 그 자체를 무기로 삼아 게이트로 돌격하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기존의 함대전과는 상당히 다른 형태로 전투가 이뤄졌다.
콰아아앙! 콰아앙!
적의 포격으로 흔들리는 타고르스함의 함교에서 시에라는 무심하게 그 모든 광경을 바라봤다. 그야말로 파괴의 연속이었다. 적아를 가릴 것 없이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곧 끝날 것이다.
『사령관님. 모든 생산이 완료되었습니다. 총 생산된 엔두카함은 50척! 그중 10척은 초월구조체의 테라 구역을 사수하게끔 배치하고 40척은 게이트 외부로 보내는 것이 원래 계획입니다. 승인하시겠습니까?』
현재 적의 거대모함 숫자는 20척이다. 반면 아군의 거대모함은 8척 정도이고 말이다. 다른 함선 역시 칼가로아 연맹이 우세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거대모함보다 강력한 엔두카함 40척이 합류한다면 전쟁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시에라는 고개를 주억이며 대답했다.
“승인한다.”
『엔두카함 40척 게이트로 진입합니다. 아울러 사령관께서 승인해주셔야 할 것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말해봐.”
『엔두카함 건조 이후엔 타고르스함 건조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만 타고르스함을 건조하기 위해 필요한 동력원인 코스모스를 더 이상 생산할 방법이 없습니다. 다행히 한 사령관께서 코스모스를 많이 생성해 놓았기에 20척에 달하는 타고르스함을 건조할 수는 있습니다만 타고르스함은 총 세 개의 코스모스가 필요합니다. 다행히 코스모스 생성에 비할 정도는 아니나 세 개를 중첩하는 일 역시 극도로 위험한 일입니다.』
“한 사령관님이 아니라면 누구도 불가능한 건가?”
『코스모스 생산은 그렇다고 봐야 합니다만 세 개의 코스모스를 중첩하는 일은 사령관님이라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타고르스함 건조를 명하신다면 나머지 모든 부분은 완료할 수는 있으나 동력원을 완성하는 건 사령관님께서 직접 행하셔야 합니다. 문제는 언급했다시피 매우 위험하다는 점입니다. 원안대로라면 타고르스함을 계속해서 건조해야 하나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타고르스함 20척을 건조할 것인지 그도 아니면 엔두카함 60척을 건조할 것인지 결정해주셔야 합니다.』
엔두카함 60척보다 타고르스함 20척이 훨씬 강력했다. 그러니 시에라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목숨을 잃어버리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승리할 생각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타고르스함 20척.”
『그대로 시행하겠습니다.』
그때 다시 승조원의 다급한 음성이 함교에 울려 퍼졌다.
“게이트가 가동되었습니다! 이런! 엔두카함! 엔두카함인데···.”
보고를 하던 승무원은 당황한 표정으로 시에라를 바라봤다. 시에라는 보고를 마저 듣지도 않고 명령을 내렸다.
“단 한 척도 남기지 말고 섬멸하라! 모조리!”
“알. 알겠습니다!”
*
“크흑.”
과도한 이능 사용으로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이한은 몸을 일으켜 주변을 바라봤다.
“여긴?”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칼가로아 구역처럼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이한은 습관적으로 워를 찾았지만 워는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새삼 워와 연결이 끊어졌다는 것을 자각한 이한은 자신의 몸을 점검하며 주변을 확인하기 위해 천천히 기운을 퍼트렸다.
워가 없는 이상 모든 것을 직접 확인하고 판단하는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