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3
3. 일해라 핫산!
컨트롤 센터는 여러 단계에 걸쳐 강화되는데 그 단계는 특정시설을 건설해야 강화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마스터키를 가진 자가 상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가능했다. 한 이드라실의 경우엔 연합, 곧 ‘유니온’이었다.
컨트롤 센터는 초인공지능이 탑재된 인류 첨단기술의 총아였기에 아무에게나 컨트롤 센터를 승인하지도 않을뿐더러 한 번 승인된 명령권자는 그가 사망하기 전까지는 바꿀 수도 없었다.
초인공지능이 그 일을 허락하지도 않았고 정당한 절차로 명령권자가 교체되어도 그간 상부로부터 승인된 모든 권한이 초기화되었다.
컨트롤 센터의 초인공지능을 해킹하려면 컨트롤 센터급은 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기술력은 민간이 보유할 수 없게끔 철저히 제한되었고 프로젤과 세라메틱 없이는 어차피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해킹을 시도하는 순간 자폭하게끔 설계되었기에 기술력을 보유했더라도 상대 컨트롤 센터를 강제적으로 빼앗을 수 있는 수단은 명령권자의 인계승인과 그의 죽음 외에는 없었다.
죽을 것을 뻔히 알고도 적에게 컨트롤 센터를 넘기는 사령관은 없으니 무의미한 가정이었다.
다시 말해 컨트롤 센터는 사령관의 요람이자 최후의 보루였고 모든 것이었다. ‘스페이스 워’에서도 주인공이 컨트롤 센터 밖으로 나선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이한은 일련의 사실을 상기하다가 한 이드라실이 컨트롤 센터의 명령권자가 될 수 있었던 설정을 떠올렸다.
적함의 주포 공격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한의 전임사령관은 살아남은 최고위 지휘관에게 인계하게끔 승인하고 결국 사망했다. 적합한 인물이 없었다면 그 승인 자체가 무효화되었겠지만, 연합에서도 승인이 떨어졌다.
승인하지 않는다면 초인공지능을 폐기할 수밖에 없는데 새로운 초인공지능 생성을 위해선 실로 막대한 양의 프로젤과 세라메틱이 필요하다. 이건 곧 엄청난 손실을 뜻했고 한 이드라실은 연합에 충성하는 유능한 장교였기에 승인될 수 있었다.
컨트롤 센터에 대한 사항이 이토록 복잡한 연유는 컨트롤 센터가 최고위 등급까지 도달한다면 함선까지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니 이는 너무나 당연했다.
무엇보다 센터의 마스터키를 가진 자는 그 규모와 무관하게 독자적인 명령권을 가진다.
이 권한은 때에 따라 함대를 지휘하는 함장보다 높을 수 있기에 특수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한은 결단코 기지 사령관이 될 수 없었다. 초고속 승진을 넘은 그야말로 FTL(초광속)급 승진이었다.
‘별생각 없이 넘어갔는데 지금 보니 이게 정말 상당한 직책이었네.’
전략게임에서 지휘권은 기본으로 깔고 가는 거니 특별하게 볼 까닭이 없었다.
‘어쨌든 모든 권한이 초기화되었을 테니 본부가 완성되면 승인받을 수 있는 군사시설은 병영밖에는 없다. 게임에서는 간소화되어서 자원 투자하고 병력 찍으면 툭툭 튀어나왔지만······.’
실제로는 이 병영이라는 것이 기초군사시설이다 보니 병력을 양성하려면 사람이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을 병사로서 훈련을 시키고 스틸아머를 착용시켜 내보내면 비로써 스페이스 마린이라 부를 수 있다.
‘문제는 사람이 없다.’
우주에서도 외곽 지역이다 보니 병력은 항상 모자라기 마련인데 그 적은 병력마저 모두 사라지고 우주 해병 세 소대, 즉 100명도 채 되지 않는 숫자만 남았다.
게다가 이들은 이미 훈련을 받고 전선에서 활약하는 자들인데 저들에게 기초군사훈련을 시키는 병영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아.. 젠장.’
튜토리얼의 결과부터 언급하자면 결국 다 죽고 초인공지능을 분리한 한 이드라실만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주인공이 컨트롤 센터 외부에서 활동하는 몇 안 되는 장면 중 하나였다.
‘뭘 어떻게 해야 하지?’
보유하고 있던 자원은 컨트롤 센터를 건설하며 대부분 사용할 테니 병영을 짓고자 해도 지을 수도 없었다.
‘컨트롤 센터를 완공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크락투가 쳐들어올 텐데······’
병영은 지을 수도 없고 짓는다고 해도 별 쓸모도 없었다.
‘죽는 걸 가만히 지켜봐야 하나?’
그건 그것대로 문제지만 그 가운데 자신이 죽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나? 병영만 해도 게임과는 완전히 다르지 않은가?
저벅저벅.
여러모로 심란한 감정에 휩싸인 이한은 정처 없이 걸음을 옮겼다. 그때 기지를 순찰하던 병사가 그를 발견하고 말을 걸었다.
“대위님! 아니 사령관님. 괜찮으십니까? 중상을 입었다고 들었는데.”
“음?”
“설마······. 저를 못 알아보시는 겁니까? 이런! 상처가 매우 중했나 봅니다.”
치명상을 입더라도 제시간에 적절한 의료기구의 도움을 받는다면 소생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영구적인 기억상실과 같은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에 에리오는 한의 상태를 지레짐작했다.
“에리오입니다. 사령관님 휘하에서 임무를 수행한 적도 많습니다.”
시에라야 튜토리얼에서 비중이 높은 인물이라 기억하지만 표기되지도 않은 일반 유닛의 이름까지 그가 무슨 수로 기억하겠는가?
“아 그랬나?”
이한의 대답에 에리오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혹시 기억하십니까? 전투를 치르면 치를수록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잃어가는 것 같다고 하신 말씀 말입니다. 우리가 기억하던 과거도 적함의 주포 한 방으로 산산이 깨어져 버리는군요. 후우.”
“······.”
“심기를 어지럽혔다면 용서하십시오. 사령관님께 이제 저는 모르는 사람일 텐데······.”
“용서랄 것까지야.”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 이한은 잘되었다는 표정으로 다시 질문했다.
“그보다 현장 상황이 어떻지?”
한 이드라실의 과거 인연이야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보다는 상황파악이 우선이다.
이에 에리오는 안색을 굳히며 이한에게 대답했다.
“좋지 않습니다. 유니온의 함대가 저희 기지를 외면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입니까?”
이 내용은 얼추 알고 있었다. 버렸다면 버린 셈이지만 주인공은 다시 돌아온 함대에게 구해졌으니······. 이한은 스페이스 워의 설정과 스토리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아군의 함대는 엠파이어 함대를 쳐부수는 일에 전념했다고 봐야겠지. 물론 나도 이 상황이 좋다는 소리는 아니야.”
“엠파이어? 역시 기지를 파괴한 적함은 제국 놈들이었군요!”
“엠파이어 놈들과의 전투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게임에서도 줄곧 부딪치는 사이였으니까.’
“하지만 이 구역의 프로젤과 세라메틱의 농도는 낮은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그러고 보니 제국 함선이 아니라는 늬앙스가 풍겼었는데······. 제길 하다못해 스토리라도 모두 꿰고 있는 사람을 보내던가. 젠장!’
황당한 감정이 또다시 쓰나미처럼 밀려왔지만 감정을 추스르고 말을 이었다.
전쟁을 일으켜 별다른 이득도 없을 수 없다면 굳이 일으킬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제국이 무슨 피에 미친 집단도 아니고 저들 역시 이익을 좇아 움직이는 집단이다.
“적함이 엠파이어의 것이라 해도 섣불리 엠파이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 외곽 지역이기도 하고 분쟁이 꼭 프로젤과 세라메틱 때문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니까.”
프로젤과 세라메틱은 어떤 행성에 광물 자원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아직 그 신비가 모두 밝혀지지 않았지만 두 자원 모두 미세한 입자 형태로 존재한다.
이러한 형태 그대로 채집할 수도 있지만, 이는 극도로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대개는 프로젤과 세라메틱 농도가 높은 구역의 행성이나 소행성의 광물 등을 채취하여 정제작업을 거쳐 소량씩 얻어낸다.
다만 간혹 매우 희귀하지만 프로젤이나 세라메틱으로만 이뤄진 신비한 광물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는데 어떤 대비도 없이 그 기운에 노출되면 즉사를 면치 못했다.
어쨌든 무한하다고 칭해도 전혀 과하지 않은 드넓은 우주에서 특정 지역을 놓고 인류가 다투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다. 우주는 광활하고 어디로든 갈 수 있지만, 이 농도가 높은 구역은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것이 아니니까.
한 이드라실의 기지는 그러한 구역 중 일부분을 관리하고 방어하는 유니온의 전초기지였다. 그것도 외곽 지역에 있다 보니 적의 공격을 언제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당히 위험한 지역 중 하나이긴 했다.
“하면 사령관님께서는 뉴트럴 놈들의 짓이라 보시는 겁니까?”
테라의 세 세력 중 가장 특정하기 어려운 세력이 바로 이 뉴트럴이었다.
행성에 거점을 둔 세력은 주로 엠파이어나 유니온에 가담하는 편이지만 이 중립 세력은 상인연합, 용병연합, 해적, 스테이션 등등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수많은 집단이 집결한 세력이었다.
유니온이나 엠파이어에서 떨어져 나온 집단도 이 뉴트럴에 속하니 세력의 크기 자체는 오히려 세 세력 중 으뜸이었다. 다음이 유니온, 마지막이 엠파이어였다.
역설적이게도 세력의 힘은 제국, 연합, 중립 순으로 세력의 크기와는 정반대였다.
스페이스 워의 설정이지만 에리오라는 자와 대화가 통하는 것을 봐선 동일한 것으로 보였다.
이한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그도 모르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믿을만한 증거가 나오기 전에는 모두를 범인으로 몰 수 있겠지. 그게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행동이라는 건 너무나 자명한 일이고. 무엇보다 저들의 정체를 밝히는 건 적 함대를 추격한 아군의 함대가 할 일이다.”
거기까지 말한 이한은 힐끗 에리오의 계급장을 확인했다.
‘소위로군.’
“소대장인가?”
“제가 누군지 기억나신 겁니까?”
“그건 아니고. 어쨌든 지금 상황을 상의할 정도는 되겠군.”
“음. 말씀하십시오. 사령관님.”
“에리오 소위. 현재 기지의 상황은 처참하다. 컨트롤 센터를 재건한다고 해도 적절한 자원 확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시에라 중위가 소대를 이끌고 자원 탐사를 나섰지만, 농도가 높은 광물 자원을 제때 찾는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고.”
아무 광물이나 캔다면 오히려 정제작업 중 소유 중이던 프로젤과 세라메틱만 소모하게 될 것이다. 바로 이 점이 굳이 농도가 높은 구역에서 높은 함유율을 가진 광석 등을 채집하는 이유였다.
“현시점에 자원 확보보다도 중요한 건 제대로 된 방어거점을 마련하는 거다.”
“······. 방어거점 말입니까? 지금 건설 중인 컨트롤 센터만 완성되어도 필드를 안정시킴은 물론 기지 주변으로 방어막을 형성할 겁니다.”
‘그 배리어를 찢어버릴 놈들이 머잖아 쳐들어온다는 사실을 알면 이리 속 편하게 대답하지는 못하겠지.’
이한은 표정을 굳히며 좌우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것보다 더 원시적인 방어거점을 말하는 거다.”
“예?”
원시적인 방어거점? 설마 무슨 성벽 같은 걸 말하는 건가? 에리오는 다소 당황한 표정으로 이한을 바라봤지만, 그는 저 멀리서 보이는 두 개의 벙커를 주시하고 있었다.
“일단 주변의 잔해로 벙커와 벙커 사이를 연결하는 방벽을 건설하는 게 좋겠군. 아울러 근접전을 대비한 무기를 준비하는 것도 잊지 말고.”
“예??”
더더욱 알 수 없는 소리를 한다. 근접무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창칼을 휘두르는 시대도 아닌데 근접무기가 왜 필요하고 방벽은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란 말인가?
방벽을 빈틈없이 둘러친다고 하자. 그게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격을 막을 수 있기라도 한가? 에리오는 미간을 좁히며 한의 정신상태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황당해하는 에리오의 기색을 느꼈지만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까라면 까는 게 군대 아닌가?
“설명할 시간이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지금 즉시 시행하도록!”
“음… 알겠습니다.”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겠지.
컨트롤 타워의 초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럴만한 시간적인 여유나 자원적인 여유도 없다.
하지만 주변에 널린 게 자원이고 노동력이다. 뭐든 시키다 보면 답이 나오겠지. 내 안전도 안전이지만 결국 이게 다 니들 살리려고 하는 짓이다. 그러니까 열심히 일해라 핫산!
4. 이해할 수 없는 명령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