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35
34. 미션 시작?
인공지능의 메인시스템이 있던 건물을 주사령부로 삼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워의 보고에 이한 등은 건물을 옮겨 키아텍 스테이션의 메인시스템이 구축된 건물로 이동했다.
이한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갑자기 든 의문에 워에게 질문을 던졌다.
“키아텍 스테이션의 인공지능은 말소된 건가?”
『그렇지 않습니다. 사령관께 예속된 것이라 보시면 됩니다. 후에 컨트롤 타워의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은 최고급 전력 자원입니다. 하지만 사령관께서 원하신다면 즉시 파기하겠습니다.』
“아니 내 뜻은 그게 아니야. 정리 좀 하려고. 그러니까 컨트롤 센터의 초인공지능이 컨트롤 타워의 인공지능에게 지시를 내리는 식으로 운용된다 이건가?”
『그렇습니다. 키아텍 스테이션의 인공지능은 어떤 초인공지능에게도 예속된 인공지능이 아니었기에 수월히 예속시킬 수 있었습니다. 다른 초인공지능에게 예속된 인공지능을 해킹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고자 한다면 해킹은 할 수 있지만 초인공지능이 그것을 두고 보고 있을 리가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해킹 시에도 물리적 접촉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해당 인공지능이 속한 초인공지능이 해킹을 원천차단하게 됩니다. 최소한 서브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는 권한과 직접 연결이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컨트롤 센터의 초인공지능은 말할 것도 없고 컨트롤 타워의 인공지능 역시 해킹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소리군.”
중심부에 적이 침입하게 둘 때까지, 침입한 후에도 마냥 내버려 두는 머저리들도 있던가? 해킹보다 적을 격파하는 것이 빠른 일이 될 것이다.
『초인공지능에 예속된 인공지능에 한해서는.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말씀드렸다시피 인공지능은 최고급 전략 자원에 속합니다. 적의 컨트롤 타워를 발견하신다면 예속절차가 지난(至難)할지라도 파괴하기보다는 승전 후 예속시키는 절차를 밟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이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워에게 말했다.
“현재 키아텍 스테이션에서 사용가능한 전략 무기에 대해 설명해봐. 그러니까 현 상황에서 유용한 무기 위주로 말이야.”
『전자가속포 30문, 고폭탄 대함미사일 30발, 핵탄두 3기, 코어 주포 1문 정도가 있습니다.』
“전자가속포는 레일건을 말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스테이션에 장착된 레일건은 일반적인 함선에 장착되는 레일건에 비해 거대하고 위력도 더 강합니다.』
“코어 주포는 뭐야?”
『코어는 프로젤과 세라메틱을 재료로 하여 완성됩니다. 그 함유량이 얼마나에 따라 코어 등급이 달라지지만 어쨌든 코어 주포는 이름 그대로 코어의 에너지원을 매개로 하여 사용되는 에너지 포입니다.』
“자기가속포나 핵탄두도 내버려 두고 이게 주포라는 건 그만큼 강력하다는 소리겠지?”
『그렇습니다. 단점은 상당량의 프로젤과 세라메틱을 소모한다는 점이 있습니다. 소모량을 채워주지 못하면 코어가 붕괴합니다.』
“코어가 붕괴한다는 건 설마?”
『예. 스테이션이 폭발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되도록… 사용하지 말아야겠군. 그나저나 생각보다 무기가 상당한데?”
『스테이션의 규모에 비해 방어 무기의 숫자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렇다고 과한 수준은 아닙니다.』
키아텍 스테이션은 작은 규모의 스테이션이지만 그래도 스테이션은 스테이션이다. 전장 1.5km에 달하는 순양함에 비해서도 그 규모가 거의 두 배 이상 큰 곳이었으니까. 실제로 함선에 장착된 무기 체계에 비하면 드문드문 위치한 정도에 불과했다.
참고로 모함급은 전장이 4~5km는 된다. 당연히 그런 함선은 테라 전체를 통틀어도 손에 꼽을 정도다.
“대략 이 정도라면 얼마나 상대할 수 있지?”
『함선의 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함 두 척이면 키아텍 스테이션을 파괴하고도 남을 겁니다. 문제는 마이노르가 파괴한 전력 시스템을 아직 완전히 복구하지 못했습니다. 스테이션의 보조 발전 기구인 세 개의 핵융합로 역시 불안정한 상황입니다.』
함선과 달리 스테이션은 적의 공격을 피해낼 수 있는 기동력이 없다. 붙박이라는 소리가 아니라 일촉즉발의 순간 신속하게 회피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소리다.
“핵탄두나 대함미사일이 강력하긴 하겠지만 일단 일회성 무기고 궤도를 예측하기 쉬우니 결정타를 날릴 때나 사용할 수 있을 테지. 결국 관건은 전자가속포를 얼마나 지속적으로 운용할 수 있느냐에 달린 건데 전력이 불안정하다면······.”
스테이션이 함선에 비해 우위에 있는 것은 안정된 전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포격할 수 있는 레일건에 있었다. 기동력을 생각하느라 무게를 제한할 이유도 없으니 탄환의 양도 일반 함선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물론 전투가 일어난다면 정말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스테이션이 보유한 탄약을 다 쓰기 전에 전투가 종결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적함이 부서지거나 스테이션이 파괴되는 식으로.
그런데 전력이 불안정하다는 건 스테이션의 큰 이점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한은 ‘스테이스 워’에서 겪었던 함대전을 떠올리며 워에게 말했다.
함선이나 스테이션 전부 배리어를 기본 장착하고 있지만 사실 이건 개전 초기에나 유용할 뿐, 레일건 몇 대만 후두려 맞으면 금세 그 기능을 상실할 것이다.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배리어따위 구축하지 않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냐고 묻는다면 그게 그렇지도 않다.
배리어는 에너지 무기나 파동형 무기 등을 매우 효율적으로 방어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배리어가 부서진 상황에서 EMP탄을 직통으로 얻어맞기라도 한다면 얼마간 함선의 기능이 정지하게 된다.
따라서 유능한 함장은 레일건의 피해를 입을 것을 감수하고도 시의적절하게 배리어를 사용한다. 배리어 복구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그만큼 시간이 지체될 테고 그 시간은 생명과 직결된 시간이니까.
“전력 시스템을 최대한 빨리 복구하도록 하고. 개전하면 함선보다 적들의 배리어를 무력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도록. 전투를 길게 가져가면 여러모로 위험해진다. 속전속결로 끝내야 한다. 내가 뭘 말하는 건지 알겠지?”
『알겠습니다. EMP탄 역시 준비하겠습니다. 아울러 사령관님께 보고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삭제된 기록에서 초자원 결정체를 발견했습니다. 정확하게는 키아텍 스테이션의 자원 채집 드론이 주변 소행성단에서 주먹만한 결정체를 발견하는 기록입니다.』
“초자원 결정체?”
『프로젤과 세라메틱이 농축되고 압축되어 형성된 것이 초자원 결정체입니다.』
“마이노르 이자가 상당량의 초자원을 비밀리에 입수할 수 있었던 이유가 거기 있었나?”
이한은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이유야 어쨌든 마이노르가 쌓아둔 초자원으로 인해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으니까. 놈이 어디에서 초자원을 획득했는지는 관심사항이 아니었다.
따라서 이한은 화면을 통해 엘린이 살아남은 저항군들과 함께 사람들을 돕는 모습과 살아남은 사람들이 지시에 따라 스테이션 복구를 위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휙휙 넘겨가며 머릿속으로는 쉴 새 없이 대비책을 강구했다.
함선의 레일건이 스테이션의 것보다 약하다고는 하나 레일건은 레일건이다. 스테이션의 장갑을 그야말로 종이짝처럼 찢어발길 테고 전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 피해 역시 엄청날 테니 이한은 그 중압감에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것보다 중요한 보고가 두 가지 있습니다.』
자연히 이한은 미간을 좁히며 워에게 반문했다.
“그게 대체 뭔데?”
『시에라 중위의 정밀검사 결과 시에라 중위의 몸 속에서 극소량의 초자원 결정체를 발견했습니다.』
“초자원 결정체를? 내가 알기로 그건 ESP 능력자라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야!”
이들 역시 초자원을 가공한 에너지를 운용할 뿐, 초자원 그 자체를 체내에 집어넣지 않는다. 과연 그런 시도가 없었을까?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다.
이한은 마이노르의 깡마른 얼굴이 스쳐가며 다시 분노가 치미는 것을 느꼈다.
“이 미친 새끼가. 으드득. 어서 분리시켜!”
『그게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아니 현존하는 방법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강제로 분리하면 시에라 중위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뭐? 어째서!”
『시에라 중위의 몸에 존재하는 극소량의 결정체는 일반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지 않습니다. 극소량의 초자원 결정체와 크락투의 포자가 아주 세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그게 다시 시에라 중위와 세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 지금 뭐라고 그랬지? 크락투의 포자라고?”
『미확인 행성에 다량의 초자원이 분포했고 그곳에 크락투가 득실거렸다는 것을 고려하면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크락투 역시 초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이 경우 크락투의 포자가 오히려 시에라 중위 목숨을 살린 것으로 판단됩니다. 물론 그마저도 사령관님의 특수한 능력이 아니었다면 시에라 중위는 반드시 사망했을 겁니다.』
이한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입을 열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나?”
『현재 그것을 제외하곤 별다른 특이점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그 때문에 아직까지 의식을 되찾지 못하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한은 피곤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이마를 매만지다가 다시 말했다.
“······. 두 가지라 하지 않았나?”
『초자원 결정체를 채취한 소행성의 궤적을 계산해봤습니다. 마이노르는 그 궤적의 끝이 가리키는 지점으로 향했을 확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더 많은 초자원 결정체를 얻기 위해서?”
『마이노르의 목적은 그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초자원의 결정체가 소행성에서 발견되었다면 그 궤적이 꼭 기존의 물리법칙을 따라 움직였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물리법칙에 따른 궤적을 계산해 움직였을 것이다?”
『그럴 확률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이한은 서늘한 표정으로 워에게 말했다.
“우선은 리퍼와 엠파이어 놈들부터. 그 다음은 마이노르다.”
『알겠습니다.』
띠딕! 띠딕!
짧은 경고음에 이한은 긴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벌써 도착한 건가? 놈들인가?”
『아닙니다. 테라, 곧 유니온에서 온 통신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연결해.”
『연결하겠습니다.』
이윽고 홀로그램이 떠오르며 전에 만났던 백발에 백발 수염의 사령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보를 열람할 시간이 있었기에 이한은 그가 누구인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루퍼스 사령관. 제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쉽게 그런 말을 하지 못할 텐데요?”
“리퍼와 엠파이어가 이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건 유니온도 아는 내용 아닙니까? 유니온에서는 응당 지원군을 보낼 일입니다. 그런데 나보고 키아텍 스테이션을 버리고 도망이나 쳐라?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키아텍 스테이션에서 마이노르가 무슨 실험을 자행했는지에 대한 자료는 이미 확인해 봤을 텐데 그래도 그런 소리를 하는 겁니까?”
“이곳에서 행한 실험 결과물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까?”
“그딴 건 모르겠고! 이 실험 결과는 누구에게도 넘기지 않을 겁니다. 알겠습니까? 아울러 마이노르 그 개새끼도 반드시 죽여버릴 것이고!”
백발의 루퍼스는 묘한 눈으로 이한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예상과 다른 루퍼스의 발언에 이한이 말문이 잇지 못하자 루퍼스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루퍼스 사령관의 말에 이한은 다소 안도하는 마음을 품었다. 당장 유니온까지 적으로 돌리진 않은 모양이다.
위이이잉! 위이잉!
그러나 숨 돌릴 틈도 없이 요란한 경고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사령관님! 리퍼와 엠파이어의 함선입니다.』
리퍼와 엠파이어의 출현 소식에 이한은 주먹을 불끈 쥐고 씹어먹듯 말을 뱉었다.
“이제부터 반격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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