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47
44. 나대지 마라 (2) >
44.
그러나 행동과 상반되게 이한의 눈빛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다.
“워! 확인해봐! 아울러 다른 놈들이 없는지도 확인해보고.”
『생명체 반응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모두 사살되었습니다.』
“끝? 그러니까 이걸로 끝?”
『즉각적인 후속공격을 거론하시는 것이라면 예. 그렇습니다. 지속적인 후속공격이라면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후우. 그나마 일단락된 셈이군.”
이한은 그제야 조금 안도하는 표정을 지으며 워에게 다시 명령했다.
“1차 공격은 어떻게 마무리된 셈이군. 슬슬 정리하고 놈들의 전초기지로 여겨지는 지역은 무차별 포격을 가해서 초토화시켜버려!”
『알겠습니다.』
『병력 증강에 대한 몇 가지 대안이 있습니다.』
대안이라니. 이한은 반색하며 워에게 되물었다.
“뭔데?”
『의료시설을 강화. 클론을 활용한 스페이스 마린 생산입니다. 클론 생성시 유전자 조작 등을 통해 스펙터에 해당하는 고급병력을 단번에 양성할 수도 있습니다. 생산단가가 기갑병기에 비해 훨씬 낮을뿐더러 현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인 병력 증강 방법입니다.』
이에 이한은 반색하던 표정을 지우고 인상을 쓰며 워에게 말했다.
“씨발. 그걸 지금 조언이라고 지껄이는 거냐? 그거 불법이다. 모르지 않을 텐데? 게다가 클론은 로봇이 아니야. 동일한 세포와 동일한 공정을 통해 균일한 신체를 가진 클론이라고 해도 모두 다른 인격이 자리한 엄연한 사람이라고!”
클론은 눈을 뜨자마자 성년기의 완성된 육체를 보유한다. 바로 쓸만한 생체병기로 활용하기 위해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를 비롯한 가짜 기억을 주입하고 이어서 수많은 전쟁 경험을 주입한다.
당연히 부작용이 엄청나다. 그렇게 탄생한 클론은 다시 전장에 끌려나가 죽임을 당한다. 탄생부터 죽음까지 비극의 향연이다.
클론을 전쟁터에 보내고 그 결과를 보고받는 사람들이야 와! 대단한 기술이야! 우리가 죽지 않아도 되잖아? 이 지랄하면서 박수 칠지는 모르겠지만 태어나자마자 가짜 기억 주입받고 전장에 끌려가는 클론은 대체 무슨 죄냐?
『병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클론 활용은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또한 클론 생산이 불법인 것은 유니온에 한합니다. 엠파이어나 뉴트럴에서 클론 생산은 부분 합법화된 지 오래입니다. 심지어 유니온조차 전장에서 활용한 클론을 문제 삼은 적이 없습니다.』
스페이스 워에서 마린이 병영에서 재깍재깍 튀어나온 게 그래서였나? 이한은 일그러진 표정을 지으며 욕설을 내뱉었다.
“X까라 그래!”
다 떠나서 클론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것 같아서 그건 내가 죽더라도 안 되겠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목숨을 부지하고 싶지도 않고 그래 봐야 마린이고 스펙터다. 그러니 그딴 개소리는 영원히 집어치우고 대안 같은 대안을 내놔!”
『자원과 병력 모두 부족한 상황이지만 자원보다는 병력이 더 부족합니다. 하여 인공지능 10기 모두 기갑병기 헤라클레스로 활용하는 것을 제안 드립니다.』
헤라클레스라면 15m에 달하는 로봇으로 기갑병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기갑병이다.
단지 효율이 너무 극악하다. 먼저 전투병기로만 활용하기엔 너무 아까운 인공지능 자원이 소모된다. 둘째 헤라클레스 한 기를 생산하는 가격이면 50대가 넘는 올리펀트를 생산할 수 있다. 그렇다고 헤라클레스 한 기가 50대에 달하는 올리펀트를 상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헤라클레스 10기가 전방에서 크락투를 쓸어버리고 올리펀트가 그 뒤를 받쳐준다면 안정적으로 기지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하지만 헤라클레스를 생산할 정도로 잉여자원이 넘쳐났던가? 헤라클레스의 성능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효율이 극악하다. 헤라클레스만 바라보고 가기엔 현 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었으니 다른 병기나 방어시설도 건설해야 한다.
이한은 굳은 표정으로 워에게 반문했다.
“다 좋은데 대체 무슨 자원으로?”
『크락투의 체내에서 발견된 초자원 결정이 아군의 자원 상황을 상대적으로 넉넉하게 만들었습니다. 클론 병사와 헤라클레스를 조합한다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거라 판단했습니다만 사령관님의 명에 따라 클론 활용 건은 앞으로도 제하겠습니다.』
이한은 워가 왜 클론 생산을 언급했는지 어렴풋이 짐작했다.
크락투는 기갑병기가 아니라 생체병기라 할 수 있다. 놈들의 시신을 분해하여 클론을 생산하는 영양분으로 활용한다면 별도의 비용 없이 클론을 생산할 수 있을 거라 판단한 것이 분명했다. 크락투의 시체를 활용할 수 있는지부터 의문이지만 불가능했다면 이런 제안 자체를 언급하지도 않았겠지.
크락투를 죽이고 그 시체를 활용해 클론을 생산하고 그 클론을 이용해 다시 크락투를 죽이고, 죽은 클론의 시체도 클론 생산의 영양분으로 다시 활용하고. 끝내줄 정도로 효율적인 체계가 아닌가?
일단 헤라클레스 한 기가 완성되면 클론 병사와 함께 크락투 토벌을 실시해 지속적으로 초자원 결정을 채집, 이를 통해 크락투 토벌과 함께 병력 증강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워의 계획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재차 생각해도 클론은 허용할 수 없다. 그걸 허용하면 이한이라는 존재 자체가 영원히 사라져버릴 것 같았으니까.
사령관으로서 다른 병사들을 살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이게 살리는 건가? 죽이는 건가? 복잡하게 갈 것 없이 싫다.
“보유한 초자원의 양으로 생산할 수 있는 헤라클레스의 숫자는?”
『2기입니다.』
“그럼 2기만 생산하고 나머지 인공지능 자원은 보류해. 기지를 확장해야 할 때 인공지능 자원이 없어서 확장기지를 건설하는 게 늦어지면 그것만큼 손해도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울러 크락투의 시체를 수거해서 계속해서 분석해. 약점이 없는 생명체는 없어. 포자형 기생충이라 그 모습이 모두 제각각이라고 해도 원류가 되는 크락투의 약점이라는 것이 존재할 거다.”
『그 부분은 계속해서 파악하고 있습니다. 특이사항이 발생하면 다시 보고드리겠습니다.』
“빌리 대위와 연결하도록.”
『연결합니다.』
“빌리!”
“주변 정찰이 필요하다. 특히 연락이 닿지 않는 유니온의 일곱 기지의 상황이 어떤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 당장 전부는 어렵겠고. 아군 기지와 가장 가까운 기지부터 정찰하고 보고하도록. 무리하지는 마라. 최대한 교전을 피하도록. 50기의 올리펀트가 정찰대의 뒤를 따르며 후방 지원을 할 거다. 이상.”
이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대로 방어에 치중해야 하는가? 아니면 과감하게 확장해야 하는가?
짧은 고민 끝에 이한은 바로 판단을 내렸다.
“확장기지 두 곳을 더 건설하여 자원 채집을 늘린다.”
2차 공격은 당연히 지금보다 거세질 것이고 3차, 4차 회차를 거듭할수록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여유가 있을 때 자원을 확보해둬야 한다. 그래야 버티고 반격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크락투 시체에서도 초자원을 얻을 수 있다지만 일단 그건 불확실하니까.
현재 이한은 총 세 곳의 확장기지, 곧 컨트롤 타워를 건설한 상황이었다. 두 곳을 더 건설하면 모두 다섯 곳의 확장기지 건설이 완료되는 셈이다.
다만 이 두 곳은 본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범위에 놓인 지역이라 상당히 위험할 수 있었다.
“자이언트 25기, 마린 500명, 올리펀트 50기 두 부대를 편성하여 두 곳의 확장기지를 방어하도록 하고. 2차 공격이 이어지기 전에 본부와 다섯 곳의 확장기지 모두가 긴밀히 협조할 수 있는 촘촘한 방어체계를 형성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그리 시행.』
띠딕. 띠딕.
『사령관님 아군의 영역 밖에서 신호가 잡혔습니다.』
“신호? 크락투인가?”
『크락투는 아닙니다. 수송용 장갑차로 보입니다.』
“뭐?”
이한이 눈매를 좁히며 반문할 때 다시 워의 보고가 이어졌다.
『크락투 역시 발견했습니다. 장갑차를 추격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크락투라면 일단 섬멸하고 볼 일이다. 놈들이랑 회담장에서 손잡고 협상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격 범위에 들어오는 즉시 지원 포격 가해! 혹시 모르니 레일건도 충전하고!”
『알겠습니다.』
*
『클론 생산을 완료했습니다.』
백금발에 올백 머리를 한 사내가 냉철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바로 전투에 배치시켜! 크락투 시체는 바로 수거하여 클론 생산에 박차를 가하도록.”
『알겠습니다. 잭 스나이더 사령관님.』
잭 스나이더는 화면을 통해 크락투의 습격으로 잃어버린 확장기지 등을 확인했다. 벌레 새끼들로 인해 피해가 극심했다. 미간을 좁히며 상한 심기를 드러내던 잭 스나이더는 차가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흥. 그래 봐야 벌레 새끼들에 불과하지.”
벌레가 아무리 많더라도 상관없다. 벌레를 활용해서 클론을 생체병기 공장에서 뽑아내면 될 일이니까. 불법이지만 전장에서만큼은 상부에서도 눈감아주는 일이다. 매우 효율적이라는 걸 모르지 않으니까.
불법이라 아예 막으려고 했다면 아예 클론 생산을 할 수 없게 막아뒀어야 했다. 물론 그렇게 하고자 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였겠지만 어쨌든 클론 생산을 불법으로 지정한 유니온조차 비공식적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허용되는 게 클론 생산이었다.
아군의 함대가 모조리 폭파된 상황에 다소 긴장하긴 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클론을 대놓고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사령관님! 2차 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유니온의 여덟 기지 가운데 가장 먼저 습격을 당한 사령관이었다. 따라서 이 시점에 이한의 기지는 크락투의 공격을 받고 있지도 않았다.
어쨌든 잭 스나이더는 이한이 거부했던 클론 생산을 이미 시행했음은 물론이거니와 클론 병사로 이뤄진 마린 부대를 활용해 크락투와 전투를 치렀다.
클론 병사의 이점이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단 고용비나 유지비가 일반 병사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전쟁이 마무리될 즈음 모조리 죽여서 그 증거를 없애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었고.
잭 스나이더는 클론 병사를 활용해 재미를 여러 번 봤던 사령관이라 클론 활용에 어떤 거리낌도 없었다.
제때 초자원을 비롯한 이득을 제공하기만 하면 어지간한 건 상부에서도 넘어가는 편이니까. 출생신고를 통한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는 클론 따위 죽어 나가는 게 다 무슨 상관이랴? 내 배만 부르면 되는 거다.
잭 스나이더는 무심한 표정으로 초인공지능에게 명령했다.
“맞서 싸우라고 해.”
그가 내린 명령은 그게 전부였다.
『알겠습니다.』
이윽고 화면에는 수없이 많은 스페이스 마린들이 팔다리가 찢겨가며 크락투를 상대하는 광경이 그려졌다. 잭 스나이더는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멍청한 새끼들. 생산단가에는 걸맞은 모습을 보여줘야지. 고작 벌레 새끼들도 막지 못하고 죽어 나가는 모습이라니. 쯔쯔. 더 뽑아.”
주변에 널린 게 자원이다. 클론을 생산할 수 있는 자원 말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최대의 이문을 남길 방법이 바로 생체병기를 활용하는 거다. 아무래도 기갑병은 광물이나 초자원의 소모가 많을 수밖에 없으니까.
세뇌작업까지 거친 마린들은 적어도 전장에서 죽는 그 순간까지는 자신의 명령을 신의 명령처럼 떠받들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말이 클론이지 로봇이나 다름없다. 효율 높고 부리기 좋은 아주 쓸 만한 로봇 말이다.
뒤틀린 사령관 몇몇은 클론을 생성해서 은밀한 취미를 즐기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뭐 비단 사령관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것이 사회문제까지 심화 되어서 유니온에서는 클론 생산을 전면 중단시키고 불법으로 지정한 것이고.
그러나 사람 사는 곳이 그렇듯이 어디 하지 말라고 안 하던가? 어쨌든 잭 스나이더는 끔찍한 광경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음에도 눈 하나 깜작하지 않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니온의 함대가 단번에 사라지긴 했지만 이런 구도라면 유니온의 지원이 올 때까지 버티는 건 큰 문제 없다고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콰아아아앙!
두두두두!
“아아악!”
“크아아아악!”
그때 라이플을 가진 클론 몇몇이 크락투가 아니라 다른 클론을 향해 난사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비하고 있지 못한 클론들이 라이플의 탄환에 팔이고 다리고 처참하게 찢겨나갔다.
“저것들 왜 저래? 일을 대체 어떻게 처리하는 거야?”
『현재 확인 중입니다. 사령관님.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문제라니? 무슨 문제?”
『크락투의 시체를 영양분으로 활용한 클론에게서 이상 현상이 발발했습니다.』
“뭐? 무슨 현상?”
『특정할 수 없지만 크락투화가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게 무슨?”
콰아아아앙!
콰아앙!
키에에엑!
“으아아악!”
“아악!”
기지 곳곳이 박살 나며 기괴한 비명과 함께 폭발음이 끊이지 않고 울려 퍼졌다.
콰아아앙!
『대피하셔야 합니다. 적의 숫자가 아군의 숫자를 압도합니다. 당장 대피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잭 스나이더는 그제야 다급한 표정이 되어 소리쳤다.
“그것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뭘 한 거야? 게다가 대체 어디로 피하란 말이냐?”
『주변에 가까운 유니온 기지로 대피하시길 바랍니다. 한 이드라실 사령관의 기지가 적당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제길! 준비해!”
잭 스나이더는 허겁지겁 일어나 밖으로 나섰다. 그런 그의 뒤편으로는 수도 없이 많은 마린이 크락투에게 도살당하는 화면이 허망하게 전송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