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51
48. 클론의 역습 (3) >
48.
쿵쿵쿵쿵!
위이잉 철컥!
사족보행의 올리펀트가 기다란 포신과 함께 날카롭게 빛나는 강철 몸체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런 올리펀트가 한 대도 아니고 수백여 대가 기지 주변을 철통처럼 경계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그 앞으로는 초진동칼날이 장착된 탄탄한 방벽이 세워져 있고 그 위로 스틸아머를 걸친 마린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는데 대다수 마린들은 벙커에서 무기를 점검하거나 곧 있을 전투를 대비하고 있었다.
방벽 위에는 터렛과 같은 중화기가 설치되어 살벌하게 돌아가고 있었고 방벽 위를 경계하는 마린들 역시 라이플이 아니라 방벽에 고정된 중화기를 잡고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아울러 초진동검과 중화기가 장착된 인간형 로봇 병기인 자이언트 수십 기가 우람한 몸집을 자랑하며 서 있었는데 그 안에는 2명의 마린들이 탑승을 한 채 서로 뭐라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심각한 표정이 아니었기에 아마도 다가올 전투에 대한 긴장감을 풀기 위해 농담이라도 나누는 모양이었다.
무엇보다 든든한 전자가속포 7문이 언제든 가동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이한은 상황판에 떠오른 병력 현황을 살피며 앞으로의 일을 계산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올리펀트 300대에 자이언트 70기라.”
이런저런 일을 겪는 동안에도 기갑병기 생산은 계속했기에 올리펀트 100대와 자이언트 20기 정도가 추가된 상황이었다. 아울러 레일건 2문이 새로이 건설되었다.
그러나 병력과 시설이 증강되었음에도 이한은 인상을 찌푸렸다.
“잭 스나이더는 어떻게 하고 있지?”
『그 역시 사령관님처럼 올리펀트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현재 생산된 올리펀트의 숫자는 20기입니다.』
“20기?”
『잭 스나이더 사령관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20기를 뽑아낸 것도 상당한 속도입니다. 아군에 기준을 두면 곤란합니다. 아군은 사령관님의 특수능력으로 인해 이 정도 숫자를 생산한 것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지금 병력의 3분지 2도 간신히 달성했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이한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지만 그의 표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현 병력으로는 적의 지상병력도 막아내기도 버거운데 이런 상황에서 만에 하나 공중병력이 나타난다면. 그야말로 끝장이로군.”
그간 최선을 다해 만전에 만전을 다했지만 그런 그조차 간과할 수밖에 없던 것이 바로 공중전이다.
유니온의 함대가 언제나 뒤를 받쳐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 함대가 순식간에 먼지로 화할 줄은 이한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다.
그게 아닐지라도 지상병력을 상대하기에도 부족한 상황에 공중전 대비를 무슨 수로 하겠는가?
공중병력은 지상병력에 비해 단가가 비쌀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약하다.
게다가 초인공지능의 기갑병에 대한 연결이 모조리 끊어질 수 있는 곳이 이곳이 타카스 행성이다.
이건 어떤 예상이 아니다. 이한의 전임사령관이 이미 모든 기갑병을 잃어버린 전적이 있지 않았나? 바로 그렇기에 이 위험천만한 지역을 기갑병이 아니라 마린이나 스펙터를 통해 정찰하는 것이고.
공중에서 갑자기 연결이 끊어진다면 비싸게 생산한 공중병력을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고 잃어버린다는 소리다. 공중에서 추락하고도 멀쩡한 공중병력? 그런 걸 만드느니 차라리 지상군의 대공력을 강화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공중병력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일단 함선을 건조하고 요격편대 등을 적절히 보호할 수 있는 체계부터 구성한 뒤에 운용해야 한다.
함대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럴 이유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만약 이한이 함선을 건조하는 형태로 기지를 발전시켰더라면 먼저는 유니온에서 제재가 들어왔을 것이고 후에는 함선을 뽑기도 전에 크락투에게 기지가 개박살 났을 것이다.
올리펀트는 대보병전과 대기갑전에 특화된 병기다. 대공능력이 없는 건 아니나 올리펀트로 공중병력을 막아내는 건 어불성설이다. 마린? 공중병력이 약하다고는 해도 그래도 기갑병기인데 중화기도 아니고 마린의 딱총 따위에 쉽사리 격추될 리가 없다.
물론 대공병기를 올리펀트나 마린에게 제공한다면 말이 조금 달라지지만 현재 이한은 지상전에 올인한 상황이었다. 대공병기가 아예 없는 건 아니나 그가 염려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아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충분히 걱정할만한 부분이지만 현재로서는 이것이 최선입니다.』
“나도 알아. 그래서 헤라클레스 생산은 얼마나 남았지?”
『생산에 들어간 2기의 헤라클레스는 절반 이상 완성되었습니다.』
전장 15m에 달하는 헤라클레스는 기갑병기의 꽃이다. 그 어떤 병기보다 탁월하고 강력하다. 무려 인공지능을 자원으로 활용되는 병기이니 그야말로 전천후 병기였다.
다만 언급했다시피 헤라클레스 1기를 생산하느니 50대의 올리펀트를 생산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하지만 이한은 초자원이나 상황만 허락한다면 보유한 모든 인공지능을 헤라클레스를 생산하는 데 사용하고 싶었다.
비효율적인 것을 떠나 초인공지능이나 인공지능은 타카스 행성의 전파방해 등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헤라클레스는 타카스 행성에서 특수임무를 수행하기에 가장 최적화된 유닛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이한이 보유한 인공지능은 잭에게 타워를 양도하며 회수한 인공지능까지 모두 9개. 추가로 9기의 헤라클레스를 생산할 수 있었다. 초자원만 빵빵하게 받쳐준다면 말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2기의 헤라클레스를 생산하는 것도 힘들었다. 헤라클레스 2기면 올리펀트 100대다. 올리펀트 100대가 뿜어내는 화력은 헤라클레스의 위력을 훌쩍 넘어서고도 남았다.
“헤라클레스를 더 생산하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방어에 차질이 생기겠지.”
헤라클레스를 생산하고자 초자원을 계속 비축할 수는 없다. 적이 헤라클레스 생산을 위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줄 리 만무하니 말이다.
『잉여자원이 생기면 그때 다시 헤라클레스 생산을 추진하겠습니다.』
“아니 그건 상황을 봐가면서 결정하도록 하자. 그리고 잉여자원이 생기면 헤라클레스 생산보다 대공방어 능력을 강화하는 게 우선일 듯하다. 클론 군단에게도 공중병력은 없을 테니 그것 역시 놈들을 격퇴한 후에 결정할 일일 테고.”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이한은 일곱 기지 주변으로 해킹 모듈을 설치하러 이동한 스펙터들을 떠올렸다.
“빌리와 스펙터들의 동향은?”
『위치 발각 위험차단을 위해 아군과도 연락이 끊어진 상황이라 실상황은 파악할 수 없습니다만 아직까진 순조롭게 작전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하긴 적과 교전이 한 번이라도 일어났다면 통신을 해왔겠지.”
이번 임무에 이한은 빌리를 포함한 400명의 스펙터 모두를 파견했다. 저들 모두 스펙터이고 그 숫자 또한 적지 않으며 돌발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통신조차 못하고 전멸하는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통신이 불가능한 구역에서 교전이 발생했을 수도 있지만, 스펙터인 이상 어떻게든 본부에 연락했을 겁니다.』
훗날엔 어찌 될지 모르나 마린으로 이뤄진 클론 군단이 스펙터를 상회 한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크락투 역시 강력하긴 하지만 스펙터라면 감당이 가능하다.
따라서 워의 말대로 통신조차 못 하고 전멸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것까지 계산하고 파견했다는 뜻이다.
“핵미사일은?”
『원자폭탄이라면 지금도 생산이 가능합니다만 극심한 방사능을 방출시키기에 향후 아군에게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일곱 기지에서 방출되는 방사능을 고려하면 아군은 기지를 버려야만 합니다. 수소 폭탄은 아직 조정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원자폭탄은 원자 분열 폭탄으로 플루토늄과 농축 우라늄폭탄이 있다.
원자로에서 사용한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과정을 거쳐서 추출한 것이 플루토늄이고 우라늄 원소를 여러 번의 농축과정을 거쳐서 핵분열이 가능한 수준으로 농축한 것이 농축우라늄 폭탄이다.
수소폭탄은 원자 폭발에 의한 고열을 이용하여 수소 원자의 융합 시에 발생하는 폭발력을 이용한 원자융합 폭탄으로 태양과 같은 원리다.
핵융합은 약 1억도 정도의 고열이 필요한데 이러한 고열은 원자폭탄의 핵 분열시 얻을 수 있는 온도라 과거엔 원자폭탄을 매개로 사용하곤 했다.
『현재 핵미사일 시설에서 초자원을 이용해 적절한 파괴력을 조절 중에 있습니다.』
참고로 핵분열 반응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원자력발전소는 핵분열을 일으키는 연료봉이 다 탈 때까지 계속해서 발전·제어해야 하지만 핵융합은 진공 상태의 용기에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외부에서 소량으로 분사하여 핵융합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에너지 발생이 쉬워 에너지의 양을 조절해야 하는 핵분열과는 달리, 핵융합은 에너지를 만들기 어려워 조절하지 않으면 꺼져버리는 정반대의 원리라 기폭제없이 자체적으로 폭발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초자원이라는 기적의 자원이 발견된 이상 원자폭탄을 수소폭탄의 매개로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여러모로 비효율적이긴 하나 플루토늄도 생성할 수 있는 게 초자원이다. 초자원을 이용해 반물질이라는 무시무시한 것을 연구하다가 나온 것이 반영구적인 발전시설인 코어다. 플루토늄이 문제겠는가?
다만 원자폭탄은 우라늄의 양에 상관없이 그 파괴력이 대동소이하나 수소폭탄은 양에 따라 그 파괴력을 조절할 수 있고 핵융합반응 자체는 방사능이 방출되지 않는다. 과거처럼 원자폭탄을 기폭제로 사용하는 게 아니기에 깔끔하게 기지만 쓸어버릴 수 있다는 소리다.
따라서 현재 초인공지능이 하는 작업은 각 기지 주변만 쓸어버리도록 폭발범위를 세밀히 조정 중에 있었다.
물론 수소폭탄보다 강력하고 무시무시한 코발트 폭탄이라는 것도 있지만 전 테라에서 사용이 금지된 폭탄일뿐더러 타카스 행성을 죽음의 행성을 만들 게 아니라면 당연히 금해야 했다. 문제는 이게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방사능이 크락투나 클론 군단에게도 치명적이라는 보장도 없고 괜히 더 지독한 혼종을 만들 수도 있으니 그건 그대로 진행해.”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빌리 대위입니다.』
이한은 안색이 변하며 급히 대답했다.
“연결해!”
“병력 구성은?”
이한은 담담한 어조로 빌리에게 말했다.
“전투가 일어나더라도 신경 쓰지 말고 임무에 집중하라. 적들의 습격이 시작된 이상 오히려 임무를 수행하기는 더 수월할 것이다.”
통신이 끊어진 후 이한은 워에게 다시 명령을 내렸다.
“상황을 보고 인공지능을 파괴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되 장악할 수 있다면 장악하도록.”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이한은 손을 펼쳐 홀로그램을 띄웠다.
그러자 이한의 주변으로 기지의 형상을 반영한 모습이 고스란히 펼쳐졌다.
이한은 그것을 살펴보다가 다시 워에게 말했다.
“전력은 충분하나?”
『핵미사일 실험을 위해 전력이 불안정한 상황입니다. 레일건 중 3문 사용할 수 있고 그마저도 오래 사용할 수 없습니다.』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해야겠군.”
그때 워의 보고가 다시 이어졌다.
『사령관님. 클론 군단의 통신입니다.』
이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바로 저들과 통신이 연결되었다.
“그건 마음대로 생각하도록 하고 너희는 이곳 타카스 행성을 벗어나지 못할 거야.”
“아니 잘 알아. 너희가 왜 내게 교섭을 하려 했는지도 잘 알고 있지.”
화면에 비친 헬멧을 쓴 마린은 서늘한 눈빛으로 이한을 노려봤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통신이 끊어졌다.
이한은 워에게 전군에게 통신을 연결하라 명한 뒤 즉시 외쳤다.
“전군! 전투 준비! 크락투든 클론 군단이든 그게 누구든 개박살을 내버려라!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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