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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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악전고투.
척척척척!
무수히 많은 마린들이 일제히 걸음을 맞춰 움직이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을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놀라운 것은 대와 오를 맞춰서 걸음을 옮기는 것도 아니고 사방에서 중구난방식으로 진격하는데도 그 움직임이 자로 잰 것처럼 완벽하게 일치했다는 점이었다.
이한은 화면을 통해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표정을 굳히지 않을 수 없었다.
전력이 우위에 있다면 이들은 대승을 거둘 것이고 비슷한 전력이라고 해도 시종일관 우위를 점할 것이다. 설혹 불리할지라도 허망하게 패배하지는 않을 테니 현재 진격해오는 대다수 병과가 마린이라는 것이 그나마 다행일 지경이다.
하지만 그 마린조차 일반마린에 비할 수 없는 능력을 보여줄 것이니 이한은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는 것을 느꼈다.
『적의 공격이 시작됩니다. 전후좌우 사방에서 한꺼번에 짓쳐 들고 있습니다.』
사방 어디도 방심할 수 없다. 녀석들이 사방을 두들기려는 것은 방어가 가장 약한 구역을 찾아내기 위함일 것이다.
약점을 찾아내고 그곳을 물어뜯으면 아군의 다른 지점의 병력이 그곳으로 향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다른 지점의 방어력 역시 약해진다.
클론 군단은 그것을 즉시 전 군단에 전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놈들이다.
아마 그 어떤 사령관도 아마 이 클론 군단의 병력 활용 능력보다 뛰어나지 못할 것이다. 지상전뿐만 아니라 공중전에서 우주전까지 클론 군단은 거의 모든 전투를 씹어먹을 것이다.
‘이런 치트키나 다름없는 새끼들하고 무슨 수로. 하아······.’
상황을 탓하거나 절망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포격 범위에 들어오는 대로 올리펀트 포격 개시!”
『적과 교전을 실시합시다.』
*
휘이이잉!
콰과과광! 콰과광!
올리펀트 300대에서 일제히 뿜어져 나온 포탄은 기지 주변을 초토화시키기에 충분했다.
땅거죽이 갈라지고 하늘이 찢어지는 것 같은 소음이 전장 곳곳에 울려 퍼졌다.
포탄이 떨어진 자리엔 누군가의 살점이었을 것이 분명한 시체 조각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콰아아앙! 콰아아앙!
“마치 병력 전체가 거대한 하나의 생물체 같군.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방벽 위에서 설치된 중화기를 붙잡고 있던 마린이 중얼거리자 부사수 위치에 있던 마린이 말을 받았다.
“올리펀트의 융단폭격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너무나 신속하게 포격을 피해내고 있습니다. 미친!”
포격이 클론 군단에게 피해를 입히지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이 클론 군단은 날아오는 포탄의 궤적을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마린들을 배치하고 있었다.
그건 마치 병사의 말대로 꿈틀거리는 거대한 생명체에게 포탄을 투하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크락투는 냅다 얻어맞으면서 진격이라도 했는데 이놈들은 크락투보다 더했다.
물론 크락투의 이동 속도가 클론 마린보다 빨랐기에 포격으로 입히는 피해량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만 어쨌든 통상적이라면 10의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상황인데 클론 군단은 2나 3의 피해에 그친 채 미친 듯이 방벽을 향해 진격해오고 있었다.
더 가까워진다면 올리펀트의 포격이 무용지물이 된다. 놈들을 공격하고자 아군의 방벽에 포격을 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결국 클론 군단은 포격을 행할 수 없는 지점까지 뚫고 들어왔다.
“제길!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로군. 죽어라! 이 새끼들아!”
그 모습에 방벽 위의 마린들은 고함을 지르며 사격하기 시작했다.
퉁퉁퉁퉁!
육중한 소리와 함께 방벽 위의 중화기가 일제히 불을 내뿜었다. 빗살처럼 쏟아지는 중화기 탄환에 의해 몸이 이리저리 찢겨나갔지만 저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짓쳐 들며 방벽을 향해 달려왔다.
인간이라면 탄환에 몸이 찟겨지는 순간 전투력을 상실했을 것이다. 아니 중화기에 한 대라도 얻어맞는 순간 스틸아머를 걸쳤든 아니 걸쳤던 상체나 하체 대부분을 상실했을 것이다.
그러나 클론 마린은 탄환이 관통한 부위만 둥그렇게 뜯겨나갔을 뿐 나머지 부위는 멀쩡했다. 클론 마린의 육체가 크락투까지는 아니어도 인간에 비할 수 없이 단단하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그런 놈들이 손에 라이플까지 들고 있었다.
놈들 역시 방벽과 방벽 위의 마린들을 향해 사격하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두두두!
빗발치는 총성과 함께 라이플의 탄환이 방벽을 거세게 두들겼다.
퉁투둥 투투퉁!
그 정도로 무너질 방벽은 아니었지만 본래 이 방벽은 마린을 상대하기 위한 구조물이 아니라 크락투를 상대하기 위한 구조물이었다. 물론 크락투의 육체능력을 지닌 클론 군단이니 저들에게도 효과적인 방어시설이었지만 라이플이나 포격 등을 오래 버틸 수 있는 구조물은 결코 아니었다.
방벽 곳곳에 부착된 초진동 칼날이 총탄 등에 의해 사용되지도 못하고 부숴지거나 망가졌다.
콰아앙! 쿠우우웅!
클론 군단의 올리펀트 포격이 방벽을 뒤흔들었다. 포격을 당한 지점이 검게 불타고 움푹 들어갔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내버려 둔다면 방벽이 금세 무너지고 만다.
당연히 그렇게 내버려 둘 워가 아니었다.
워는 적 포격의 궤적을 계산한 뒤 일제히 그 주변 지점을 향해 포격을 실시했다.
콰아아앙! 콰아앙!
포격이 날아온 궤적과 시간, 그리고 올리펀트의 이동 속도까지 계산해 이동한 지점까지 모두 고려한 포격이라 클론 군단의 올리펀트는 몇 번 포격을 날리지도 못하고 모조리 부서질 수밖에 없었다. 괜히 초인공지능을 활용해 기갑병기를 운용하는 게 아니었다.
물론 이는 이한의 기갑병기의 숫자가 클론 군단의 기갑병기를 압도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게 아니라면 예상지점까지 포격을 가할 여유조차 없을 테니 말이다.
문제는 클론 마린은 물론이거니와 기갑병기 역시 점점 그 수를 더해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클론 군단이 기갑병기를 다루는 실력이 초인공지능보다 뛰어난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물량으로 밀어붙이면 제아무리 대단한 초인공지능이라고 할지라도 답이 없다.
이미 전술이나 전략이 무용한 상황이다. 적의 대군이 아군의 기지를 둘러싸고 진격하는 상황에서 대체 무슨 전략을 써야 저들을 막을 수 있을까? 그저 열심히 막아내는 수밖에 없다.
*
『좌측 방면의 방벽이 곧 무너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대한 수리하고 있지만 클론 군단의 공격이 너무 거셉니다.』
어느 한쪽의 방벽이라도 무너지면 나머지 모든 방벽이 무용지물이 된다. 가용한 자원과 시설을 모두 이용하는 상황이니 방벽를 모두 잃으면 어떻게 놈들을 막을 수도 없다.
“흐름을 끊어야겠다. 좌측 방면의 뒤를 레일건으로 쓸어버려!”
『알겠습니다. 즉시 가동합니다.』
우우우우웅!
이윽고 기지에 존재하던 2문의 레일건이 공기의 파동을 자아내며 육중한 소음과 함께 가동되기 시작했다. 이윽고 포신의 고도가 최대한 낮아지더니 그대로 정지했다.
『발포합니다.』
쿠우우웅! 쿠우웅!
벼락처럼 날아간 레일건의 탄환은 그 궤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갈가리 찢어버렸다. 그건 마치 거대한 두 발톱이 전장을 햘퀴고 지나간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이한의 계획대로 좌측을 향해 짓쳐 들던 클론 군단의 공격이 상대적으로 뜸해졌다.
『좌측 방벽을 수리합니다.』
위이잉! 치이익!
그 틈을 타 건설 로봇 등이 방벽을 서둘러 수리하기 시작했다.
콰앙! 콰아아앙!
포격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려 퍼졌다.
클론 군단이 방벽 가까이 진격했다고 해서 올리펀트는 포격을 멈추지 않았다. 놈들은 계속해서 몰려오고 있었기에 올리펀트는 레일건이 발사되는 순간과 그 후에도 계속해서 포격을 가하며 놈들의 진격을 저지했다.
그게 아니라면 클론 군단의 진격에 방벽이 부서지는 것을 물론 기지 역시 일찌감치 전복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남은 전력량은?”
『레일건 두 번 정도 사용할 수 있을 수준입니다. 더 사용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엔 기지 운용과 기갑병 활용에도 차질이 생깁니다.』
“헤라클레스와 핵미사일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놈들의 숫자는 얼마나 되는 거지?”
『현재까지 파악된 숫자는 2만입니다.』
“올리펀트가 없었다면 기지가 진작 전복되고도 남았겠군.”
『안심할 수 없습니다. 적의 숫자는 물론 적 기갑병기 출현빈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많아지고 있습니다.』
“아군의 피해는?”
『아군의 피해 정도는. 사령관님! 100여대의 올리펀트가 나타났습니다. 위치는 우측입니다.』
“제길! 레일건 준비하고 놈들을!”
『이미 적의 포격이 준비되었습니다. 포격을 실시했습니다. 포격지점은 우측 방벽. 우측 방벽의 내구도를 고려할 때 무너질 것으로 판단. 우측 방벽의 병력을 산개하겠습니다.』
당했다. 이것을 노린 것이 분명했다. 이한의 안색이 검게 변할 때 워의 보고가 다시 이어졌다.
『레일건과 올리펀트를 활용해 적 기갑부대부터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른쪽 방벽이 무너지는 즉시 무너진 방벽 밖으로 자이언트 모두 투입하고 클론 마린이 기지내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아! 그런 뒤 모든 일에 우선해서 부서진 방벽부터 수리해!”
『알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이언트나 자이언트에 탄 마린들은 기지로 다시 들어올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퇴로가 막혀버리는 셈이니까.
하지만 그건 나중 일이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에서 지휘관이 냉철함을 잃어버리면 죽도 밥도 되지 않는다.
콰아아아앙!
이윽고 100대의 올리펀트가 퍼부은 포격이 우측 방벽 일대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그러자 초진동 칼날과 중화기로 무장한 인간형 로봇 병기 자이언트 70기가 무너진 잔해로 인해 먼지를 뚫고 일제히 기지밖으로 나섰다.
쿵쿵쿵!
두두두두!
위이잉!
자이언트는 민첩하게 움직이며 근접한 클론 마린은 초진동 칼날로 썰어버리고 멀리 있는 적은 중화기로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발로 걷어차고 손을 후려치는 모습이 마치 거인이 난쟁이족과 싸우는 모습을 연상케 만들었다.
자이언트에 탑승한 두 명의 마린 역시 라이플을 이용해 클론 마린을 사살했다.
원거리와 달리 근거리에 위치한 상태라 라이플로도 충분히 타격을 가할 수 있었다. 사람보다 강력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크락투 놈들 만큼 강력한 육체를 지니고 있진 않은 모양이었다.
70기의 자이언트와 거기에 탑승한 140명의 마린들이 기지밖에서 활약하고 무너지지 않은 방벽 위에서는 중화기로 다시 놈들의 진격을 저지했다.
전보다 더 많은 적들이 몰려왔다.
아군의 올리펀트는 적 기갑부대를 상대하기 위해 포격지점을 돌린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막아! 방벽을 다시 세워야 해!”
“제길! 시키는 대로 하고 있긴 하다만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군. 포격을 가하면 다시 무너질 벽 아니야?”
“시끄럽고 저 새끼들이나 죽여!”
두두두두! 두두두!
클론 마린만큼은 아니지만 이미 많은 마린들이 전투 중에 전사했다. 따라서 마린들은 악에 받친 표정으로 사격을 가했다.
콰아아앙!
“크아악!”
적 포격이 기지에 떨어지고 그것에 휩쓸린 마린들이 죽음을 맞이했다. 100대나 되는 올리펀트가 나타나니 유효포격이 이뤄지는 것을 워도 모두 막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기지의 레일건 2문이 다시 가동을 실시했다.
위이이이잉! 파아아악!
우측 방벽 주변으로 벼락처럼 날아간 레일건은 적 기갑부대에 다다라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앙! 콰아앙!
“와! 좋았어!”
“와아아아!”
그 모습을 확인한 마린들이 함성을 지르며 잠시 즐거워했지만 말 그대로 그건 아주 잠깐이었을 뿐이다.
적들은 여전히 눈앞에 득실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죽어! 이 새끼들아!”
퉁퉁퉁퉁!
중화기를 이용해 사격을 가하던 마린의 머리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자 급히 다른 마린이 마린을 밀어내고 중화기를 잡고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스틸아머에 장착된 개인용 쉴드는 에너지를 포착하면 그 에너지를 흡수하여 위력을 줄이는 형태로 발현되기에 총탄과 같은 직접공격에는 별 의미가 없다.
배리어라면 조금 다르지만 이 상황이라면 기지 배리어가 생성되어 있었어도 이미 소멸되어 버렸을 것이다.
퉁퉁퉁퉁!
다시 중화기를 잡고 사격을 가하던 마린의 몸에 라이플의 탄환이 틀어박혔다.
스틸아머가 어느 정도는 방어했지만 스페이스 마린의 라이플은 스틸아머를 걸친 마린을 상대하기 위해 개발된 무기다. 당연히 얼마버티지 못하고 그 마린 역시 피를 흩뿌리며 뒤로 나뒹굴었다.
그런 일들이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적 기갑부대를 처리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곧 기지가 무너집니다.』
7문의 레일건이 있지만 전력량이 부족해서 사용할 수 없고 헤라클레스나 핵미사일 생산이 완료되기도 전에 기지가 전복당할 상황이다.
이한도 상황판과 전 기지를 계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었기에 어떤 상황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모든 부분에서 열세다. 방벽을 잃는다면 마린들로서는 저 괴물 같은 클론 마린을 상대할 방법이 없다. 수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모두 열세니까.
심지어 적 기갑병기의 숫자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아마 이동 중인 병기의 숫자를 고려하면 이미 아군의 기갑병기 숫자를 능가했을지도 모른다.
초조한 마음이 이한의 모든 것을 갈가리 찢어버릴 듯이 날뛰었지만, 이한은 냉철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서늘한 눈빛으로 상황판을 주시했다.
‘빌리. 네가 활약할 때다. 서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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