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56
53. 목숨을 걸다 (2) >
53.
이한은 600명의 스페이스 마린, 자이언트 30기, 헤라클레스 2기와 함께 어디론가 급히 이동하고 있었다.
600명의 마린 역시 도보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장갑차를 이용해 신속하게 이동 중이었다.
나머지 100여 명의 마린은 기지의 의료시설에서 치료 중이거나 당장 전투에 나설 수 없는 병력이라 기지를 방어하도록 명령했다. 마찬가지로 450기에 달하는 올리펀트 역시 잭 스나이더에게 맡겼다.
워가 타카스 행성을 떠나자마자 모든 기갑병기와 연결이 끊어졌기에 이 시점에서 올리펀트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잭 스나이더의 초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연결이 끊어진 건 타카스 행성의 특성 때문으로 일반적인 일은 아니었다.
자율모듈로 인해 움직이거나 마린이 조작할 수 있는 자이언트와 인공지능 탑재로 모든 부분에서 업그레이드된 헤라클레스는 그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롭기에 이한과 함께 이동할 수 있었다.
이한은 잭 스나이더와의 짧은 재회를 떠올렸다.
*
사령관실로 들어서자 잭 스나이더가 심각한 표정으로 이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 사령관!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이오?”
이한의 유능함을 목전에서 목격했기 때문일까? 자신의 목숨이 이한의 손에 달려있다는 걸 알기 때문일까? 잭 스나이더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음에도 예전보다 훨씬 정중한 모습으로 질문을 던졌다.
“스나이더 사령관께서도 현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살려둘 가치가 없는 인물이지만 그래도 크락투나 클론 군단보다는 낫다. 가용한 모든 것을 활용해 적과 맞서 싸워야 하는 이 시점에 그와 적대할 이유는 없다.
따라서 이한은 감정을 내려놓고 역시 정중한 어조로 잭에게 말을 꺼냈다.
하지만 퉁명스럽고 딱딱한 어조가 섞이는 것은 이한도 별수 없었다. 이 개판을 일으킨 원흉 중 한 사람이 아닌가?
“알다시피 제 컨트롤 센터는 위성 궤도로 발사되었습니다.”
잭 스나이더의 인성이나 능력이 어떠한가를 떠나 그 역시 초인공지능을 소유한 사령관이다. 초인공지능이 모든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해서 잭 스나이더에게 전달할 테니 협박보다는 상황설명을 하고 자발적으로 움직이게끔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효율적이었다. 바로 그를 만나러 온 이유였다.
잭 스나이더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한을 바라봤다.
“음. 대체 왜 컨트롤 센터를 위성 궤도로 띄운 것이오? 그곳에 무엇이 있길래?”
이한이 함께 이동했다면 홀로 피신했다고 여겼겠지만, 그것도 아니고 센터만 덩그러니 보내서 뭘 어쩌겠다는 건지 잭 스나이더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정보가 워낙 적었기에 초인공지능의 분석도 정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으니 간단하게. 궤도폭격을 수행하기 위해서입니다.”
“궤도폭격?”
“크락투의 대공능력은 스나이더 사령관도 아실 테니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자신을 따라 한다고 컨트롤 센터를 우주 공간에 띄우는 짓을 하지 말라는 경고이기도 했다.
“으흠.”
“저는 이 시간부로 병력을 이끌고 크락투의 대공포격이 이뤄졌던 지점을 탐색할 겁니다.”
“크락투? 클론 군단이 아니고?”
“뉴트럴과 엠파이어 기지를 탐색하는 건 아군의 스펙터들이 할 겁니다. 클론 군단과 크락투가 팽팽하게 전투를 치르고 있는 지금 시점이 아니면 군단이든 크락투든 놈들의 기지를 탐색할 여유조차 없을 테니 위험하더라도 지금 해야 합니다.”
클론 군단만 적이 아니다. 크락투 역시 제거해야 할 주적이다. 이건 개떼같은 놈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겠다는 허황된 계획에서 비롯된 행동이 아니다. 그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해 놓으면 지원병력 등에게 매우 유용한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워가 위성 궤도에 오른 이 시점에도 외부와 통신할 수 없다.
하지만 위성 궤도에 관련 정보를 띄워놓는 건 가능한 일이다. 워가 위성 궤도에 오른 이상 많은 자원을 소모할 필요 없이 소형드론에게 관련 정보를 저장한 뒤 곳곳에 퍼트리면 될 일이다. 물론 그걸 지원병력이 확인할 즈음엔 아군은 이미 전멸하고 없겠지만.
잭 스나이더는 이한의 눈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내가 뭘 하길 원하는 것이오?”
“기지방어. 450기의 올리펀트를 활용해 기지방어를 하고 가능하다면 초자원을 위성 궤도에 떠 있는 컨트롤 센터에 전송하는 일도 했으면 합니다.”
잭 스나이더는 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한을 바라봤다.
“탐색이라면서 적에게 공격하러 간다고 광고라도 할 작정이오?”
“바로 보셨습니다. 미끼 역할입니다. 크락투는 클론 군단처럼 지능적인 놈들은 아니니 기지로 향하던 크락투가 있더라도 저희의 뒤를 따라 이동하겠지요. 그럼 기지는 방어는 더욱 수월해질 겁니다. 어차피 한곳에 머물러 있으면 모두 죽습니다. 방어가 가능하다고 여겼다면 초자원을 추출하고 병력을 생산하고 기지방어를 견고히 하는 방향으로 움직였겠지요. 아시다시피 그렇게 해서 생존할 확률은 0%에 수렴합니다. 그걸 알기에 스나이더 사령관도 우주 공간으로 발출한 센터를 보고 그리 역정을 내신 것 아닙니까?”
“으흠.”
“적의 위치를 파악하고 미사일을 생산할 시간만 벌 수 있다면 우리 모두가 죽더라도 임무는 성공할 겁니다. 어차피 죽을 바에는 영웅이라도 되는 게 좋겠지요.”
잭 스나이더가 표정을 굳히고 생각에 잠기자 이한은 그를 바라보며 말을 맺었다.
“남은 건 사령관의 선택입니다. 기지방어를 굳히고 초자원을 모아 위성 궤도에 발사하십시오. 아마 그 기회 또한 많아야 두 번일 겁니다. 기지방어 역시 쉽지는 않을 테니.”
이한이 몸을 돌려 나가려고 하자 잭 스나이더가 입을 열었다.
“승산이. 승산이 있는 것이오?”
잠시 걸음을 멈춘 이한이 입을 열었다.
“승산? 앞서 제가 누차 언급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처음부터 희미했습니다. 이길 수 없는 전장에선 싸우지 않는 것이 상책이나 싸워야 한다면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붙들어봐야겠지요.”
이한은 그 말을 끝으로 사령관실을 나섰고 잭 스나이더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런 이한의 등을 바라봤다.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붙들려면 한 사령관의 말대로 수행해야만 했다. 그 끝이 자신의 죽음으로 장식될 것이 분명해 보이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도망칠 수도 없었다.
“제길!”
잭 스나이더는 욕설을 뱉으며 초인공지능에게 신속하게 이것저것을 지시했다.
*
부르르릉!
장갑차의 요란한 소음에 상념에서 벗어난 이한은 먼지를 휘날리며 내달리는 장갑차들의 행진을 바라봤다.
모두가 자신의 맡은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야만 실낱같은 기회라도 살릴 수 있다. 워는 워대로, 스펙터는 스펙터대로, 잭은 잭대로, 마린은 마린대로, 자신은 자신대로 모두가 맡은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야만 가능하다.
실패를 바라보지는 않는다. 실패를 바라보는 순간 두려움에 젖어 들고 그 두려움은 모든 것을 뜯어먹을 테니까. 실낱같은 희망이라 할지라도 그것만 바라보고 전력 질주한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을 때 마린의 보고가 이어졌다.
우측을 방어하고 있던 자이언트였다.
“견제만 하고 계속해서 이동한다.”
둥둥둥! 두둥!
중화기의 육중한 총성이 허공을 찢으며 짓쳐 드는 크락투들을 찢어발겼다.
펑! 퍼펑!
뒤이어 헤라클레스 뒤편에 달린 포신에서 포성이 울려 퍼지고 우측 편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콰과과과광!
“크락투의 대공포 지점까지 얼마나 남았지?”
위성 궤도로 진입하며 기갑병기와 연결은 끊어졌지만, 이한과 통신은 끊어지지 않았다. 그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첫 예상 지점은 1,000km입니다.』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는 뜻이다. 10,000km가 아닌 게 천만다행일 지경. 그 정도 거리였다면 꼬박 나흘은 쉬지 않고 이동해야 닿을 수 있었을 테니 아예 탐색할 시도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다.
타카스 행성에 많은 일이 발생했지만 크락투와 첫 교전 후 아직 24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러니 나흘을 무슨 수로 버티겠는가?
초자원이 없었다면 전투는커녕 병력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고 몰살당했을 것이다. 초자원이 없었다면 이 거지 같은 행성에 발을 디딜 이유도 없었겠지만.
『드론 등에게 현 상황에 대한 정보를 남겼지만, 지원병력이 그것을 수색할 여유가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정보를 확인한다고 해도 외부와의 통신을 위해선 타카스 행성을 벗어나야 합니다. 클론 군단이든 크락투든 그렇게 내버려 둘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건 그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런 일들을 방지하기 위해서 모두가 목숨을 내놓고 움직이고 있는 것이고.”
전후좌우 어디를 보나 암울한 상황에 자연히 인상을 굳힐 때 그나마 한 가지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사령관님. 코어 주포의 주요부속품을 찾아냈습니다. 개조하면 센터의 코어를 주포로 활용할 수 있을 듯합니다.』
“코어 주포를?”
『예. 기존 자원을 활용하는 차원이라 핵미사일 생산에 큰 차질은 없습니다.』
“그럼 실시해.”
코어 주포를 얻는다면 핵미사일보다 강력한 공격 수단을 얻는 것이나 다름없다.
코어 주포를 활용한다면 크락투의 대공포대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을 떠나 그곳을 궤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과거의 전투는 병력이 많을수록 유리했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무기의 위력이 강력해질수록 병력의 숫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단 한 명의 병사라도 적의 중심부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면 승전할 수 있으니 말이다.
기갑병기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스펙터나 매드솔져에 슈퍼솔져까지 이르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강력한 병사 한 명이 함선 하나를 파괴해버린다면 그보다 효율적인 전략이 어디 있겠는가?
기갑병기는 EMP와 같은 무기에 취약하다. 특히 적 초인공지능의 유효영역에 다다르면 힘도 못 쓰고 빼앗긴다. 기갑병기를 활용하려면 최소 인공지능급은 되어야 적절하게 버틸 수 있는데 그럴 바에는 인간을 강화하는 게 여러모로 효율적이었다.
다시 말해 통상적으로 기갑병은 아군의 기지를 방어하는 데는 탁월하지만, 특수임무에는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너무나 극악한 상황이다. 병력의 숫자는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할 지경이다.
하지만 전황을 뒤바꿀 힘이 아직 아군에게 남아있다. 핵미사일과 코어 주포라면 희망을 걸어볼 만하다.
지금부터 최소 10시간. 그 10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아군은 물론 인류의 생존까지 달려있다.
클론 군단이 승리하는 것보다는 크락투가 승리하는 것이 낫지만 크락투는 기생체라 숙주가 강력할수록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클론 군단을 집어삼킨 크락투가 클론 군단처럼 변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둘 다 쓸어버리는 게 좋다.
‘어디 한 번 해보자. 이 새끼들아.’
*
슈우우웅! 콰아앙!
슈우웅 콰아앙!
기묘한 에너지 구체가 이한의 진격 방향에 마구 떨어져 내렸다. 에너지 구체가 떨어진 순간 남아있던 자이언트 10기가 그 즉시 작동을 멈춰버렸다.
남아있던 장갑차 역시 모든 작동을 멈췄다.
쿠르르릉!
크락투가 EMP탄까지 사용한다고? 황당할 지경이다. 하긴 함대까지 부숴버린 놈들이니.
“내려서 도보로 이동한다.”
목표지점까지 100km 정도 남은 시점이었다. 저항이 격렬한 것을 보니 이곳에 크락투의 대공포대가 있는 게 분명했다.
어느 시점에 이르자 워와의 통신마저 끊어져 버렸다. 이를 대비해 강력한 신호를 발생시키는 장치를 들고 왔으니 포격 요청은 가능할 것이다. 단 이것 역시 놈들이 대비할 수 있으니 마지막 순간에 사용해야만 한다.
스펙터들의 상황이 어떠한지도 알 수 없다. 저들이 뉴트럴과 엠파이어 기지의 위치를 확인했는지 임무 중 사망했는지 알 길이 없다.
끼이익! 쿵! 쿵!
다행히 헤라클레스 2기는 여전히 작동했다.
“헤라클레스의 뒤를 따라 목표지점으로 이동한다. 그곳에 뭐가 있는지 확인하고 그 정보를 남겨야 한다.”
마린의 숫자를 확인하니 400명 남짓. 이곳까지 이동하며 100여 명의 병사를 또다시 잃었다.
기지에 남아있었더라도 비슷했을 것이다. 잭 스나이더가 기지를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다시 말해 아군의 상황을 확인할 수도 없었다.
워와 통신이라도 재개된다면 몰라도 목표지점 500km를 남겨둔 시점에 이미 연락이 끊어졌다. 크락투가 주변에 교란전파라도 발생시키는 모양인데 목표지점 100km 현시점에 다시 연결될 가능성은 희박했다.
지금은 아군이 각자의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을 거라고 믿는 수밖에 없다. 아울러 현재의 임무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
크락투의 대공포대로 여겨지는 지역은 최소 세 곳이다. 다른 지점은 몰라도 유니온의 함대를 파괴시킨 대공포대는 아마도 자신이 목표한 지점이 맞는 것 같았다.
확인이 필요하다. 코어 주포는 기껏해야 한 번 정도나 사용하는 게 전부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센터는 더 이상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최후의 최후라면 예상 지점을 향해 포격을 가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가장 확실한 지점을 확보하는 게 전략적이었다.
어차피 이 상태로는 후퇴하나 진격하나 다를 게 없다. 놈들이 바보가 아니라면 클론 군단과 전투를 위해 이동했던 크락투마저도 이곳을 향해 크락투를 집결시킬 테니 도망칠 구석도 없다.
이한이 씁쓸한 표정을 짓는 그때 암석지대로 이뤄진 땅이건만 마치 물결이 치는 것처럼 들썩거리며 일어났다.
두두두두!
그곳을 포착하자마자 헤라클레스 2기가 즉시 포격을 가했다.
콰아아앙! 콰아앙!
키에에엑! 키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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