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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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기원.
철컥 철컥!
두두두두! 두두!
93명의 마린이 이동하는 뒤편으로 크락투 몇 마리가 미친 듯이 쇄도했다.
“후방에 크락투!”
두두두!
“클리어!”
93명의 마린을 이끌고 있던 더글라스 소위는 한숨을 내쉬며 단말기를 바라봤다.
과연 생존한 사람이 있을까? 생체신호가 발견되었으니 확인하라고? 그것도 100km 반경 주변으로? 말도 안 되는 명령이다.
상황을 미루어 짐작할 때 반경 100km까지는 탐색도 하지 않았을 텐데 대체 무슨 생체신호를 발견했단 말인가? 심지어 잭은 자율모듈화 된 자이언트 한 기도 내어주지 않았다.
다만 크락투가 전처럼 일치된 움직임을 보였다면 엄두도 내지 못할 임무이니 부적절한 명령이었겠지만 위험하긴 해도 가능한 임무였다. 게다가 명령을 거부한다면 명령불복종을 근거로 자신들을 쓸어버릴 것처럼 흉흉한 기세를 느꼈기에 말없이 받아들였다.
하나 마린들이 잭 스나이더의 명령을 받아들인 이유는 다른 이유가 더 컸다.
한 사령관의 놀라운 공적으로 상황이 잠시 좋아진 것처럼 보일 뿐 기지라고 해서 안전하지 않았을뿐더러 무엇보다 정말로 자신들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을 전우들이 살아있을 수 있기에 회복된 몸을 이끌고 주저없이 크락투가 득실거리는 전장에 발을 디딘 것이다.
절망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기보다 작은 희망이라도 쟁취하고자, 그 희망의 온기라도 느끼며 죽음을 맞이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
“동편! 동편에서 크락투 200마리가 출현했습니다.”
“제길! 현재 위치를 사수하되 먼저 사격을 가하지 말고 달려드는 놈들만 처리해!”
“알겠습니다.”
이윽고 200마리의 크락투가 짓쳐 들었다. 더글라스의 명령대로 짓쳐 드는 놈들만 처리했지만 총성은 다른 크락투까지 자극해서 악순환을 낳았다.
“제길! 갈겨!”
두두두! 두두!
최전방에서 라이플을 난사하던 더글라스는 자신을 덮쳐오는 검은 그림자에 눈을 질끈 감았다. 몸을 돌릴 여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서걱! 촤아아악!
하지만 그때 여러 자루의 초진동검이 날아들어 더글라스는 물론 위험에 처한 마린들의 목숨을 구해냈다.
아울러 허공이 깨어진 것처럼 균열을 일으키더니 이윽고 두 명의 스펙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 사령관님!”
더글라스 소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한을 불렀다.
“방아쇠나 당겨! 이대로 뒈질 거냐?”
“뭔 말씀이 그렇습니까? 이미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왔는데 거길 또 가고 싶겠습니까?”
두두두!
한 마린이 미소를 지으며 라이플로 짓쳐 드는 크락투의 머리통을 부숴버렸다.
이한 역시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초진동검을 허공에 날리며 양손으로는 라이플을 연신 사격했다. 그가 쏜 탄환은 백발백중으로 크락투의 뇌를 헤집어놓았다.
두두둥! 두둥!
얼마 뒤 전투는 종결되었다. 뜯어먹을 시체가 많아지자 흉포한 기색을 드러내던 놈들도 먹잇감, 곧 동족의 시체를 들고 물러난 것이다.
“사령관님.”
“한 사령관님.”
그제야 마린들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기색으로 이한에게 다가왔다.
“워워. 사내놈들은 질색이다. 게다가······. 나만 겨우 살아남았을 뿐이다.”
그 말에 빌리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이한에게 대답했다.
“그거야 우리 모두 마찬가지 아닙니까?”
“큭큭. 뭐 그런 셈이군.”
이한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현상황에 대해 브리핑하겠다.”
이한은 클론 군단과 크락투의 상황, 잭 스나이더의 배신 행위와 앞으로의 계획까지 신속하고 짧게 설명했다.
안 그래도 미심쩍어했던 마린들은 잭 스나이더에 대해 극심한 분노를 표출했지만 그렇다고 이한의 브리핑을 끊을 정도로 이성을 잃지는 않았다. 이쯤되면 신병도 베테랑이 될 정도인데 이들은 타카스 행성에 오기 전부터 베테랑이었다. 실력에 자신이 있으니 위험한 지역에 자원한 것이기도 했다. 그런 이들이다 보니 분노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정도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보다시피 이 지역의 크락투는 사실상 무력화되었다. 그리고 나에 대한 놈들의 분노는 저 우주에 닿을 정도로 극심한 상황이고. 클론 군단은 반드시 공격해온다.”
이에 더글라스 소위가 질문을 던졌다.
“그럼 저희가 무엇을 하면 됩니까?”
“하긴 뭘해? 93명의 마린과 2명의 스펙터가 처절하게 싸워봤자 일말의 변수조차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 목표는 모조건 생존이다. 벽에 똥칠 할 때까지 살아야지! 똥칠까지 하고 싶다는 소리는 당연히 아니고.”
“큭큭큭.”
마린들의 웃음을 뒤로 하고 이한이 다시 말을 이었다.
“클론 군단은 못 막는다. 잭 스나이더 그 새끼는 빡친 클론 군단에게 처참하게 찢겨죽겠지.”
그렇게 말한 이한은 빌리를 바라봤다.
“빌리!”
“알겠습니다. 너희는 나를 따라온다.”
“사령관님께서는?”
더글라스 소위가 반문했으나 빌리는 재차 강하게 명령했다.
“따라와!”
이 또한 이한의 명령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마린들은 더 반문하지 않고 빌리를 따라 이동했다.
그들을 바라보던 이한은 생각에 잠겼다. 이대로 모두 죽거나 아니면 살거나. 둘 중 하나겠지.
하지만 죽는 그 순간까지도 엿은 먹여줘야겠다.
*
유니온의 주요 활동 구역은 당연히 테라를 중심으로 알파 센타우리 항성계, 시리우스 항성계, 프로키온 항성계 정도를 위주로 이뤄졌다. 가장 먼 항성계가 11.3광년 거리의 프로키온 항성계로 대략 10광년 안팎에 위치한 항성계들이었다.
다만 테라를 제외하고는 골디락스 존에 해당하는 행성이 존재하지 않아 세 항성계 모두 테라포밍이 이뤄지진 않았다. 지구형 행성이 존재하긴 하지만 중심항성과의 거리가 너무 가깝거나 멀어서 생명체가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런고로 유니온은 이곳에 테라포밍이 아니라 스테이션을 건설해 필요한 자원을 이들 항성계에서 채집하는 형태의 산업을 일으켰다.
아니 초자원의 발견 전에는 테라포밍이나 대규모 스테이션 건설은 엄두도 내지 못했고 FTL(초광속) 항법으로 이곳을 오가며 희귀자원을 다량으로 채취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때만 해도 세 항성계를 항해하는 일은 그야말로 목숨을 건 골드러쉬에 불과했다. 오직 유니온, 당시 명칭 ‘테라’만 존재하던 시기였다. 물론 이 당시 역시 국가와 같은 여러 이익집단이 이권 다툼을 벌였지만 말이다.
근근이 우주 시대의 원시인으로 살아가던 인류는 초자원을 접하고 나서야 우주 시대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달라진 것이다.
워프 항법이 개발되며 십 년에 걸쳐 오갈 수 있던 거리를 단 며칠 만에 오갈 수 있게 되었고 전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났다.
워프의 거리는 한 번에 1광년에서 5광년, 10광년에서 20광년까지 점차적으로 늘어났고 이에 인류의 활동 범위는 더욱더 넓어졌다. 이건 단순히 넓어졌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빛의 속도로 1년, 5년, 10년을 이동해야 갈 수 있던 곳을 단숨에 오갈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당연히 과거의 제도나 세력권은 폭발적으로 넓어진 영역을 모두 커버할 수 없었고 자연스럽게 테라의 초거대기업들이 서로 모여 거대한 이익집단을 형성했다. 바로 ‘엠파이어’와 ‘뉴트럴’의 전신이었다.
어쨌든 ‘테라’의 기술은 초자원을 연구·활용하며 점점 발전했고 초거대 스테이션은 물론 테라포밍까지 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해갔다.
다만 테라포밍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자되는 초거대사업이고 적절하지 않은 행성에 테라포밍을 행한다면 유지비용 역시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그러니 기술적으로는 얼추 가능할지 몰라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더욱이 당시에는 테라포밍 초기 단계였고 초자원이라는 기적의 자원을 발견한 이상 천문학적인 비용까지 들여서 거주 가능 행성을 생성할 이유가 없었다. 스테이션으로 충분했다.
기존 ‘테라’에 반하면서도 이런 식으로 판단한 이들이 테라로부터 16.7광년 떨어진 알타이르 항성계를 기점으로 우후죽순 그 세력을 불려갔다. 역시 테라포밍에 적절한 행성은 없었다. 곧 뉴트럴의 기원이자 테라에서 가장 거대한 자유 무역지대의 탄생이었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기존 ‘테라’에 반하면서도 테라포밍의 필요를 느낀 이익집단은 거의 모든 것을 걸고 테라포밍을 실행한다.
테라로부터 39.13광년 떨어진 트라피스트-1 항성계에는 7개의 지구형 행성이 있었는데 가장 외곽의 행성을 제외하고 나머지 여섯 행성은 지구와 크기도 비슷하고 물이 액체상태로 존재할 수 있도록 온도도 적당했고 대기도 존재했다.
이들은 여섯 개 행성 중 지구와 가장 유사한 다섯 번째 행성 하이모스에 테라포밍을 계획하고 실행한다. 엠파이어의 기원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유니온의 전신인 기존 ‘테라’ 역시 화성에 테라포밍을 실시. 오히려 가장 먼저 테라포밍을 성공시킨다.
그리고 엠파이어 역시 테라포밍을 성공시킨다. 이 시점에서 ‘테라’는 유니온, 엠파이어, 뉴트럴로 분화되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인다. 더 정확하게는 유니온과 엠파이어가 말이다.
세월이 흘러 각 주요 세력은 우주 곳곳으로 세력을 불려갔지만 각 세력의 발원지가 여전히 가장 강력한 중심지라는 것에는 이견을 가질 수 없었다.
현재 유니온은 테라와 마르스를, 엠파이어는 네 번째 행성 세라크까지 테라포밍화에 성공시켜 세라크와 하이모스를 보유하고 있었다. 뉴트럴은 여전히 테라포밍된 행성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다만 가장 먼 곳까지 항해하고 지금도 가장 먼 곳까지 탐사하는 이들이 뉴트럴에 속한 이들이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 골드러쉬의 일환이었다.
*
끝도 없이 늘어선 첨예한 건축물들 위로 그 모든 것을 합친 것보다 거대한 건축물이 공중에 떠 있었다. 그 건축물 주변으로는 크고 작은 이동수단이 쉴 새 없이 오가고 있었는데 다시 지면을 바라보니 푸른 숲이 경계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공중에 부유한 거대한 건축물을 향해 첨단장비로 둘러싸인 날렵한 차 한 대가 빠르게 날아들었다.
위이이잉! 취이익!
얇은 레이저 막 같은 것을 통과하자 두꺼운 금속으로 이뤄진 문이 열리며 건축물 내부로 스카이카를 통과시켰다.
건축물 안에도 휘황찬란한 도시가 펼쳐져 있었다. 도시 위의 도시, 다시 도시 안의 도시라니 실로 엄청난 규모의 도시였다.
이곳은 엠파이어의 모성이라 할 수 있는 하이모스 행성에 위치한 수도 엔두카였다.
스카이카는 얼마간 더 이동하다가 선착장 비슷한 곳에 멈춰섰다.
철컥 투우웅!
이윽고 스카이카의 문이 열리고 검은 바탕에 붉은 선과 금색 문양이 들어간 제복을 걸친 사내가 내렸다. 엠파이어 장교 중에서도 장성급에나 해당하는 자들이 걸치는 제복으로 보였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역시 제복을 걸친 군인들이 절도있게 그에게 경례를 표했다.
척! 척!
사내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걸음을 옮겼다. 저들 중 지휘관으로 보이는 사내에게 말을 건넸다.
“칼란두를 황제께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뭐라고 하셨나?”
“공작님께 모두 일임하신다고 하셨습니다.”
“내게? 황제 폐하께서 정녕 그리 말씀하셨나?”
사내는 날카로운 눈매를 좁히며 그에게 반문했다.
“그렇습니다. 에메스토 공작 전하.”
엠파이어에서는 귀족 작위가 주어졌다. 과거 중세 봉건 사회와는 다르지만 세습된다는 점, 귀족 작위를 가진 이들이 엠파이어 사화의 초엘리트라는 것을 감안하면 크게 다를 것도 없었다. 정확하게는 엘란도 등을 테라포밍하고 엠파이어를 탄생시킨 초거대자본의 후예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귀족 작위가 군대 계급과 직결되는 건 아니었다. 영향이 없는 건 또 아니었지만.
잠시 걸음을 멈춰 세운 에메스토는 총명하게 생긴 사내를 유심히 바라보다 대뜸 입을 열었다. 그 역시 금색 문양이 섞인 제복을 걸치고 있었다.
“가스퍼 자작.”
“예. 공작 전하.”
“유능한 사령관이라고 들었다.”
“과찬이십니다.”
“아니. 나는 과찬 따위는 하지 않아. 그러니 괜한 겸양은 집어치우도록.”
가스퍼는 소문대로 매우 차가운 성정의 사내라고 생각했다.
그간 자신이 뛰어난 공적을 세운 건 맞지만 그 공적이 눈앞의 에메스토 공작보다 탁월할까.
유니온에 루퍼스 사령관이 있다면 엠파이어에는 에메스토 공작이 있다고 일컬어질 정도의 사내다. 심지어 혈통조차 공작 가문의 태생이 아니던가? 그러니 겸양이나 하려고 내뱉은 말이 아니라 자신의 말에는 진심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가스퍼는 그 점에 대해 따로 부연하지 않고 가볍게 예를 표했다.
“보고를 듣자 하니 타카스 행성에 파견한 함대의 신호가 끊어졌다고 들었다. 자작은 이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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