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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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미친놈의 계보.
고도의 스텔스 기능? 엠파이어 모행성의 수도가 공격당할 때까지 모를 정도로 고도의 스텔스라고? 그런 기술을 지닌 세력은 테라에 없을뿐더러 설혹 최근에 개발했더라도 고작 아무 이득도 되지 않는 타 세력의 모행성을 공격하는데 선보여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이유가 있을까?
그러니 주어진 정황만 놓고 보면 엠파이어의 모행성 하이모스를 공격한 세력은 테라가 아닌 거다.
칭칭칭! 풍악을 울려라! 오셨구만. 오셨어. 그님들이 오셨어!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다. 크락투에 클론 군단으로도 모자라 바로 외계종족까지 등장하신다고? 이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 좀 여기서 꺼내주라. 제바알.
“하아.”
이한이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뱉는 모습에 클레디는 이한이 말했던 소꿉장난 할 때가 아니라는 발언이 떠올랐다. 뭔가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뭐라도 알고 있다면 그 사실을 알려준다면 엠파이어는 한 사령관의 도움을 결코 잊지 않을 겁니다.”
이한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마 믿지 않을 텐데?”
“그건 제가 판단하겠습니다.”
“후우우. 제 예상이 맞다면 속된 말로 이제 테라는 X된 겁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정보가 부족해서 함부로 거론할 내용은 아니지만 엠파이어를 공격한 자들은 테라의 어떤 세력이라기보다는 외계종족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한은 그 외계종족이 누군지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스페이스 워에서 테라를 가장 먼저 공격한 종족은 ‘자투’족이라는 외계인이었다. 몸이 암석질로 뒤덮인 상당히 거대한 이 자투족은 전투를 즐기는 매우 호전적인 종족이라 일단 싸움부터 걸고 본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시점이었으나 크락투의 집단행동에 클론 군단까지 나타난 마당에 그건 대충 넘어가고 다짜고짜 엠파이어의 수도를 공격했다면 자투족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자투족은 다른 외계종족에 비해 떨어지는 기술력을 보유했지만, 그래도 현 테라보다는 월등한 기술을 보유했다. 하긴 테라 입장에서야 고도의 스텔스 기술이지 타 외계문명엔 그렇지도 않았다.
고도의 스텔스를 가졌다 일컬으려면 모든 부분에서 월등한 문명을 지닌 ‘엘더’ 수준은 되어야 고도의 스텔스 기술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들은 다짜고짜 처음 본 문명을 박살 내는 존재들이 아니다. 스페이스 워에서도 처음부터 모습을 드러내는 종족이 아니었고.
‘자투족 아니면 시구르스족이겠지. 외계문명이 맞다면······.’
자투족보다도 사나운 시구르스족도 빼놓을 수 없다. 다만 이들은 세력을 이루기보다는 용병에 가까운 놈들이라 자의로 미확인지역을 확인할 이유가 없으니 자투족일 확률이 훨씬 높았다.
참고로 스페이스 워에서 나온 대표 종족은 대략 12종족이었다.
대표 종족이라함은 워프와 초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문명화된 종족을 말하는 것으로 그 기준을 제하면 수백 종족 이상이 우주 곳곳에 퍼져 있었다. 알려지지 않은 문명이나 종족 역시 허다하니 12종족만 고도의 문명을 가진 종족이라 볼 수도 없었다.
일단 크락투와 클론 군단은 당연히 미포함이었고 테라는 주인공의 처절한 활약으로 13번째 문명으로 인정된다.
물론 현시점에서 테라는 대표 종족들에게 알려지지도 않았다. 테라에 무조건 우호적일 이유도 적대적일 이유도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적대적일 수 있는 종족이 바로 자투와 시구르스였다.
클레디는 다소 황당한 표정으로 이한을 바라봤다.
“외계종족?”
냉정하게 정황을 파악하면 테라의 세력이 아닐 확률이 높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다짜고짜 외계종족이라니?
어떤 증거조차 없는 상황 아닌가? 이건 테라가 아니니 외계종족일 것이다라고 망상을 늘어놓는 것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말을 꺼낸 자가 한 사령관이 아니었다면 헛소리하지 말라고 일축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믿기 힘든 소리지만 일단 더 들어봅시다.”
“유니온은 엠파이어를 공격할 이유가 없고 뉴트럴은 더더욱 없고 그 두 세력이 아니면 감히 엠파이어의 수도를 습격할 자들은 없다는 건 자명한 일입니다.”
“그러니까 외계종족이다? 차라리 크락투나 클론 군단이 엠파이어의 수도를 공격했다는 것이 훨씬 설득력 있는 발언이겠습니다.”
이한은 순순히 수긍하며 머리를 끄덕였다.
“머잖은 미래엔 그렇게 될지도. 그러나 크락투와 클론 군단이 타카스 행성을 떠날 수 있으면 우리가 이렇게 대화 나누고 있을 일도 없었을 겁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수백 광년에 달하는 거리에 자리한 하이모스 행성을 습격할 정도라면 타카스 행성에서 1광년 거리에도 한없이 미치지 못하는 자신들이야 우주의 먼지로 만들어버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외계종족은 너무 나갔다.
“그러니까 외계종족이 아군의 대처방법이나 힘을 가늠해보려고 먼저 슬쩍 두들겨본 것이다? 외계종족이 아예 없다고 단언할 수도 없는 상황이니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는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저 망상처럼 들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한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클레디를 바라봤다.
정황은 자투족의 침공처럼 보이지만 그건 말 그대로 정황일 뿐이다. 스페이스 워에서도 이토록 이른 시점에 문명을 가진 외계종족과 조우하지 않았었고.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 외계종족 운운해봐야 미친놈 소리밖에 들을 게 없다. 어떤 확실한 증거도 없이 그저 자신의 추측이 전부 아닌가? 이한 역시 그걸 모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굳이 외계종족에 대해 언급함은 밑밥을 깔아두기 위해서였다.
늦든 빠르든 그님들은 나타나실 테고 신명나듯이 전쟁의 풍악을 울려야 할 시점이 다가온다. 바로 그때를 위한 밑밥이었다.
이한은 다시 말을 이었다.
“애초에 믿지 않을 거라 말하지 않았습니까? 테라, 크락투, 클론 군단 모두 엠파이어의 수도를 공격할 이유나 능력 등을 갖추고 있지 못한 상황이니 그나마 확률이 높은 것을 떠올렸을 뿐입니다. 다만 이제 우리 모두 유니온이 엠파이어를 공격하지 않았다는 점에는 확실히 동의한 것 같군요.”
“음.”
“그러니 원래 계획대로 당신들은 우리를 유니온 경계 지역에 떨궈주고 엠파이어로 돌아가도 문제가 없겠군요. 먼저는 유니온이 당신들을 공격할 이유가 없고 둘째는 반쯤 부서진 정찰함 한 대가 가담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으니까. 아닌 말로 정찰함이 정찰을 위한 거지 전투를 위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이한은 그렇게 말한 뒤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니 외계종족이든 뭐든 간에 이쯤에서 타결하시죠.”
“당신 예상대로 외계종족이 맞다면···.”
“망상처럼 여겨지신다면서 왜 이러시나? 그리고 맞으면 뭐가 달라집니까? 유니온과 엠파이어의 협상을 체결할 권한이 우리에게 주어진 것도 아니고 가진 것이라곤 부서진 정찰함이 전부인데?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 관련 정보를 전달하고 부연하는 게 최선입니다. 그러니 각자도생하자 이 말입니다. 아니면 서로 피 터지게 싸워서 승자독식하던가 선택은 함장 몫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클레디는 이한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싸워서 득이 될 것이 없다면 굳이 싸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받아들이겠습니다.”
“이제 좀 대화가 통하는군. 후우. 협상이 무사히 타결되었으니 어떻게 술이나 한잔?”
클레디는 다소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 때 워의 보고가 이어졌다.
『사령관님! 하이모스의 엔두카를 습격한 함선은 유니온 계열의 함선으로 밝혀졌습니다.』
워의 짧은 보고에 완화되었던 긴장이 살을 벨 것처럼 날카로워졌다.
‘이 새끼야! 그런 건 나한테만 알려줘도 되는 거잖아!’
이한은 울그락푸르락하는 표정으로 애써 감정을 억누른 다음 워에게 말했다.
“유니온 계열의 함선? 더 정확하게. 그래서 유니온이 공격했다는 거야 뭐야?”
이한은 긴장한 표정으로 전투를 준비했다. 워의 보고에 따라 이곳에서도 전투가 벌어지느냐 마느냐가 결정되니까. 이 난장판을 가져온 워의 면상을 미친 듯이 후려치고 싶었다. 면상이 있다면 말이다.
『습격 주동자는 마이노르로 밝혀졌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이름에 이한은 깜짝놀라며 되물었다.
“마이노르? 마이노르라고? 키아텍 스테이션의 그 미친놈?”
『동일인물로 보입니다.』
“그 미친놈이 거기서 뭐하는 건데? 유니온 계열의 함선은 또 무엇이고?”
클레디 역시 마이노르라는 이름을 들어봤다. 반드시 포획해야 할 요주의 인물중 한 명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뉴트럴에 속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유니온 계열의 함선을 타고 엔두카를 습격했다고? 이 사실을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유니온의 교란작전인가? 대체 뭘 노리고?
묘한 긴장감이 다시 함교에 감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긴장감은 워가 전송한 마이노르의 통신에 금세 박살 났다.
*
갑작스러운 폭발에 상황을 확인하려고 몸을 움직이던 가스퍼 자작은 굳은 표정으로 그의 말을 움켜쥐는 에메스토 공작에 의해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잠깐!”
“무슨 일이십니까?”
그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표정이 잔뜩 굳어있었다.
“저 방향은 분명?”
홀로 중얼거리던 에메스토는 서릿발 같은 기세로 가스퍼에게 말했다.
“가스퍼 자작!”
“예. 말씀하십시오.”
“놈들이 대체 어떻게 아군의 대공방어를 뚫고 습격을 가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그건 중요하지 않다. 마스터키를 사수해라.”
가스퍼 자작은 다소 당황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예? 마스터키 말입니까? 그건?”
지상에 있는 도시도 엔두카지만 정확하게는 하이모스의 수도 엔두카는 하늘에 떠 있는 이 도시를 언급하는 것으로 모든 도시를 관할할 수 있는 마스터키가 존재한다.
당연히 마스터키를 누군가 손에 넣는다면 엔두카를 좌지우지 할 수 있게 된다. 마스터키 자체는 비밀이라 할 수 없지만 그 위치는 당연히 극비다. 그 위치를 대체 어떻게 알았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설마?”
칼란두를 황제의 허락으로 마스터키는 오늘 자신에게 인계되도록 되어 있었다. 전권을 일임한다는 상징이 엔두카의 마스터키였으니까.
한데 대체 그 정보가 어디서 새어나갔단 말인가? 초인공지능이라고 해도 해킹할 수 없을 정도로 철저한 보안체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정황상 칼란두를 황제가 일부러 정보를 누출한 것이 분명했다. 다만 그 증거를 어떻게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자들이 아니라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작은 빈틈만 남겨두었을 테니까.
에메스토 공작은 미간을 좁히며 순간적으로 칼란두를 황제가 얻을 이익에 대해 계산했다. 역시 음흉한 작자가 아닌가?
그러나 이대로 당할 자신이 아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가스퍼의 질문에 에메스토는 예의 차가운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
“아니다. 가용한 모든 병력을 이끌고 오늘 하루 마스터키와 접속할 수 있도록 승인된 장소를 사수해라!”
“공작 전하! 이미 그곳은 모든 병력이 철저하게!”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가라!”
“알겠습니다. 즉시 이동하겠습니다.”
자신은 모든 권한을 내려놓고 재야에 칩거하고 있던 사람이다. 엠파이어의 함대가 타카스 행성에서 몰살당한 일로 자신을 부르면서 또 이런 일을 계획했을 줄은 자신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자신의 실책을 나의 과오로 덮어버리겠다는 계략이라니 참으로 치졸한 계략이 아닌가? 엠파이어의 적을 이용해 자신의 적이 될 자를 치는 수법이니 확실히 고단수였다.
이 상황이 벌어진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지만 마스터키를 탈취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탈취당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그 책임을 물어 황제파의 거두가 될 자의 목을 쳐버리겠다.
누군가를 죽일 생각을 한다면 자신 역시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지. 모든 권력을 내려놓고 칩거한 자신을 불러다가 오명까지 뒤집어 씌울 생각이라면 이제는 참지 않겠다.
에메스토는 차가운 표정으로 직속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벨투 함대와 엘란도 함대에게 하이모스 행성을 주변을 뒤덮으라 명하라. 개미 새끼 한 마리 도망칠 수 없도록!”
전권을 일임했다지만 황제가 승인한 함대는 6, 7함대가 전부였다. 상관없었다. 두 함대면 충분했다.
“알겠습니다.”
에메스토는 싸늘한 눈빛으로 엔두카를 바라봤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것이 단순히 엔두카가 아니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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