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71
68. 미친놈의 계보 (2) >
68.
마이노르는 함선 안에서 홀로 광기 어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 아이들아. 어리석은 자처럼 스스로를 맹신하지 말거라. 저토록 권세가 높고 현명하다고 일컬어지는 자들 또한 쉬이 걸려 넘어지는 함정이니. 클클클.”
“자 보거라! 테라에서 가장 권세있다 일컬어지는 사람 중 하나인 칼란두를 황제는 제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제 목줄을 내어줬고 엠파이어의 가장 뛰어난 검이자 방패라는 장군은 그 황제에게만 눈이 팔려 정작 중요한 것은 보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 그저 저들이 아는 것이 전부라고 여길 뿐이다. 왜 그런줄 아느냐?”
홀로그램에 비친 십수 명은 더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마이노르에게 대답했다. 아이들 뒤편으로 폭발의 잔해가 이리저리 널려 있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아버지.”
마이노르는 모른다는 말에 실망하기는커녕 오히려 크게 즐거워하며 저들을 칭찬했다.
“그래! 바로 그것이 정답이다. 항상 모른다 말하고 모르는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알겠느냐? 그것이 지혜로 이르는 지름길이니 클클클. 아니면 저들처럼 커다란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도 늪에 빠진 줄도 모른 채 멸망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아버지.”
“명심하겠습니다. 아버지.”
“크크크. 그래 이제 시행하거라. 저들은 저들끼리 싸우게끔 내버려 두고 이 하이모스를 너희가 살아갈 너희의 보금자리로 변화시켜보려무나. 그리하여 이 아비를 즐겁게 하고 나의 이름을 영원히 너희의 아비로 남기거라!”
“알겠습니다. 아버지.”
“반드시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 그래야 내 아이들이지! 으하하하하! 하하하!”
마이노르는 흡사 고함이라도 지르듯 광소를 터트렸다. 잠시 뒤 웃음을 그친 마이노르는 엠파이어에게 통신을 전송했다.
“나는 마이노르다. 너희의 자랑스러운 수도 엔두카는 결국 내 손에 떨어질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 클클클클.”
현재 그에게는 함선 한 척이 전부였다. 대체 무슨 이유로 이같은 도발을 행한단 말인가? 마이노르에게 엠파이어의 함대를 상대하고도 남을 함대라도 있단 말인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보였다.
*
시에라는 차가운 표정으로 유니온의 함장으로 보이는 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에라 소령! 이 일은 상부에서 직접 하달된 명령이네. 한 사령관을 비롯한 생존자 구출도 중요하지만 유니온의 극비 기술을 회수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일세.”
“정찰함은 원래 임무는 타카스 행성의 상황을 파악하고 생존자를 구출에 있었습니다. 지금이라도 함선을 돌리십시오.”
시에라는 전신에서 강력한 기세를 발하며 함장 프레벤을 압박하고 있었다. 프레벤은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다시 그녀에게 말했다.
“그건 불가능하네. 명령이 바뀌었어. 현재 떨어진 명령이 우선이네. 소령도 그건 잘 알고 있지 않나?”
새로 떨어진 상부의 명령은 이러했다.
시리우스 항성계에 위치한 유니온 직속 연구소에서 연구 중이던 스텔스 기술이 적용된 프로토타입 함선을 마이노르라는 자가 빼돌렸으니 엠파이어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격추시키라는 명령이었다.
“마이노르라는 자가 대체 어떻게 함선을 탈취했는지 또 왜 엔두카를 습격했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상부의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 건 현재 우리밖에 없네! 군인으로서 그 사실을 주지하길 바라네.”
굳이 시에라가 탑승한 함선에 이런 명령이 떨어진 이유는 이 함선 역시 새로운 스텔스 기술이 적용된 몇 안 되는 함선 중 하나였고 그 가운데서도 즉시 운용할 수 있는 유일한 함선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다른 함선으로는 하이모스 행성 주변에 가기도 전에 교전에 돌입해 파괴되고 말 것이다.
스텔스 기술이 탁월하다고 해도 이미 존재를 눈치챈 이상 홀로 엠파이어의 함대를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다.
엠파이어는 결국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함선을 수거할 테니 그 소식을 들은 유니온으로서는 마이노르가 탈취한 함선을 즉시 파괴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모든 임무에 우선해서 말이다.
그 사실을 시에라도 모르진 않았지만 그녀에겐 그 모든 것보다 한 이드라실의 구출이 더 중요했다.
“그럼 수송선을 내어주십시오. 저 혼자라도 가겠습니다.”
“시에라 소령! 그건 자살행위에 불과해. 타카스 행성까지 가더라도 돌아올 연료가 없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허락할 수 없네!”
“상관없습니다. 저는 한 사령관님의 명령만 따릅니다. 한 사령관님이 아니었다면 타카스 행성에 올 이유도 없었습니다. 한 사령관님의 명령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홀로 테라네스에 남았있을 이유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한 이드라실 그에게 가겠습니다.”
시에라가 몸을 돌리자 라이플을 든 스펙터들이 일제히 그녀를 겨누었다.
정찰함 디트론의 함장 프레벤이 엄한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그 한 사령관도 유니온의 사령관이네!”
“그리고 그 유니온은 한 사령관님을 버렸지요. 저를 막지 마십시오. 그땐 저도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으니까.”
시에라는 서늘한 눈빛으로 프레벤을 바라봤다.
다른 자들도 아니고 스펙터들이 라이플을 겨누고 있는 상황이다. 백발백중의 사수들이니 사격을 실시하는 순간 그녀의 몸은 벌집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긴장을 하고 있는 자들은 시에라가 아니라 총을 겨누고 있는 스펙터들이었다.
프레벤은 얼음처럼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시에라를 바라봤다. 최단기로 고등과정까지 이수해버린 괴물 같은 능력자였다.
S급을 넘어서 EX급에 도달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받고 있는 ESP 능력자에게 위해를 가한다는 건 뒷일을 생각해도 어리석은 일이었고 어차피 위해를 가할 수도 없었다. 사격을 가해도 탄환은 그녀에게 닿지도 못하고 허공에 멈춰버릴 테니까.
당연히 스펙터들도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시에라 그녀가 손을 쓰기로 작정한다면 모두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그 정도로 강력한 ESP 능력자였고 심지어 그녀는 ESP 능력자가 되기 전에도 탁월한 스펙터였다.
눈을 마주하고 있던 프레벤이 손짓하자 긴장한 표정으로 시에라를 겨누고 있던 스펙터들이 일제히 총을 거두고 물러섰다.
“감사합니다.”
시에라는 그 모습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걸음을 옮겼다.
그때 승무원의 보고가 이어졌다.
“함장님! 엠파이어 정찰함 트라키에서 발신된 신호입니다.”
“확인해봐!”
“알겠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걸음을 옮기던 시에라는 망부석처럼 우뚝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함교의 홀로그램에 이한의 모습과 그의 처절한 전투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한!”
파르르 떨리는 손을 와락 움켜쥔 시에라는 몸을 휙 돌렸다. 그리곤 승무원에게 다가가 서늘한 어조로 말했다.
“좌표!”
강력한 기세에 압도당한 승무원은 당황한 표정으로 시에라를 바라봤다.
“정찰함 트라키의 좌표!!”
“알려주게.”
프레벤의 허락이 떨어지자 승무원은 숨을 크게 내쉬며 그녀의 단말기에 통신이 송신된 지점에 대한 좌표를 전송했다.
다만 확인해보니 통신이 송신된 지 제법 많은 시간이 지난 뒤라 그 위치에 엠파이어의 정찰함이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에라는 단말기에 정보를 전달받기도 전에 격납고를 향해 달려갔다. 그렇게 그녀가 사라지고 난 후 스펙터를 이끄는 장교가 다가와 프레벤에게 말했다.
“막지 않으실 겁니까?”
“무슨 수로 막을 텐가? 죽음까지도 불사할 여인을 내가 무슨 수로 막을 수 있을까? 아니면 자네가 막아볼 텐가?”
실질적으로도 막을 수 없지 않느냐라는 말은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
“음.”
잠시 뒤 격납고에서 수송선이 아니라 요격기 한 대가 우주 공간 저편으로 날아갔다. 요격기로도 워프가 가능하긴 했지만 함선에 비해 거리가 훨씬 짧고 제약이 훨씬 많다는 건 더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시에라 소령이 전송된 좌표로 이동했습니다. 함장님. 어떻게 합니까?”
그런 와중에도 홀로그램에는 한 이드라실의 활약이 계속해서 펼쳐지고 있었다. 한 이드라실이 어떤 활약을 했는지 확인하면서 승무원들의 마음 역시 바뀐 것이리라.
프레벤 역시 한 사령관의 활약에 마음이 흔들렸다.
참고로 우주 공간이 워낙 광활하기에 정보를 얻은 자들이 워프해서 정보를 재전송하지 않는다면 빛처럼 빠른 속도로 정보가 전달된다고 해도 수백 광년이란 시간이 걸린다. 당연히 그런 정보는 의미가 없다.
따라서 타카스 행성으로 이동하던 함대가 정보로 재전송하는 송수신 장치를 적절한 지점에 설치했다. 사람과 함선을 워프시키는 마당에 신호인들 워프시키지 못하겠는가? 오히려 더 쉬운 일이다.
당연히 그건 유니온뿐만 아니라 각 세력 모두 마찬가지였다. 임무 지역과의 원할한 통신을 유지할 송수신 장치를 설치하는 건 과거 보급선을 유지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거리가 가까웠던 프레벤 등보다는 당연히 늦게 수신할 테지만 결국엔 모두 수신하게 될 것이다.
프레벤은 굳은 표정으로 명령을 내렸다.
“새로운 명령은 하달받지 못했다. 명령대로 실행한다.”
정보를 뒤늦게 전달받을 상부 역시 결정이 바뀔 수는 있겠지.
그러나 그건 가정일 뿐이다. 군인은 임무에 충실할 뿐이다.
“알겠습니다.”
*
이한은 워가 수신한 마이노르의 통신을 확인한 뒤 황당한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와 별개로 클레디를 비롯한 엠파이어의 군인들은 당연히 크게 분노하고 있었다.
이 미친놈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혀를 내두르던 이한은 즉시 워에게 질문을 던졌다.
“워! 놈에게 숨겨놓은 함대가 있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함선 한 척이 전부입니다.』
이한은 고개를 설레설레 젓다가 다시 말했다.
“유니온 소속의 함선 말이지? 거기에 대해서도 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아니면 내가 너한테 욕을 바가지로 쏟아부을 예정이거든.”
『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잡설은 됐고. 그래서 그 유니온 소속의 함선은 대체 뭔데? 대체 뭐길래 엠파이어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엔두카를 습격할 때까지도 엠파이어가 알아차리지 못한 건데?”
이한의 발언에 엠파이어 군인들은 자존심이 크게 상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한의 발언에 제동을 걸지는 않았다. 클레디를 비롯한 모든 엠파이어 군인들이 궁금한 내용이 바로 그것이었으니 말이다.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추측하기로 유니온이 비밀리에 연구하던 기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 엠파이어와 전투할 것을 대비해서?”
이한의 발언에 클레디 등이 이한을 노려보자 이한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뭐? 댁들도 그런 게 없다고는 못 할 텐데?”
괜히 입밖으로 내면 상황을 더 거지 같이 만들 것 같아서 그렇지 엔두카 자체가 도시가 아니라 거대한 무기나 다름없었다. 엠파이어의 비밀무기가 바로 엔두카라는 소리였다.
그러니까 엠파이어의 모든 함대를 속일 고도의 스텔스 기술조차 엔두카에 비하면 가소로운 것에 불과했다. 알고 있지만 언급하지 않는다. 이거 언급하면 얘들 진짜 나를 죽이려고 할 테니까.
“음.”
괜한 기밀을 누설하게 될까 봐 급히 입을 다무는 모양인데 가소로울 따름이다.
더욱이 유니온이라고 해서 엔두카가 비밀무기일 것이라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니거든. 확신하지 못할 뿐이지. 얘들도 바보가 아니다.
엠파이어처럼 자본을 한군데 몰아놓을 수 없는 구조다 보니 더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으로 대항할 기술을 연구했던 모양인데 그중 하나가 스텔스 기술로 보였다.
사실 이조차도 스페이스 워에서는 테라가 나중에 개발하는 기술이지만 누차 언급했다시피 스페이스 워는 그냥 설정집 같은 것에 불과하다는 게 증명된 지 오래니 이건 대충 넘어가자.
그런 클레디를 일별한 이한은 다시 워에게 말했다.
“스텔스 기술에 무슨 모든 에너지 저항 기술 이런 거라도 발명한 건가?”
이한의 발언에 클레디 등의 표정이 다시 굳었음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스텔스 기술은 몰라도 현재 테라의 기술로는 실현하기 어려운 기술입니다.』
이한은 더더욱 황당한 표정으로 워에게 되물었다.
“그렇지? 네가 보기에도 그렇지? 그럼 이 미친놈 대체 뭐 하는 거야? 날 죽여달라고 광고라도 하는 거야? 뭐야?”
미친놈이니까 유니온의 함선을 탈취해서, 그래 미친놈이니까 엠파이어의 수도를 공격했다고 치자고. 무슨 목적을 가졌는지는 몰라도 그다음엔 가만히 짱박혀 있거나 훌쩍 도망이라도 가는 게 수순 아닌가?
뭐 한다고 방송질까지 처하는 거지? 정말 스텔스 함선 한 척으로 전 엠파이어 함대와 맞짱이라도 뜰 생각인가?
이제 나도 미친놈의 계보에 한 발짝 정도는 담궜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고도 멀은 모양이다. 제대로 미친놈의 생각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살아가는 거지? 이 미친놈의 새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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