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73
70.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1) >
70.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이 모든 사태는 아무래도 마이노르 그 새끼 때문에 벌어진 것 같은데. 그놈은 어떻게 되었지?”
『스텔스 함선이 격추되거나 잡혔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이건 이것대로 문제로군. 스텔스 기술이 유니온의 것이 맞다면 어떻게든 회수조치하려고 들 것 아냐? 아니지. 아니지 이런 상황에 엠파이어에서 내전이 발발했으니. 으아아아.”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던 이한은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
『사령관님의 예측대로 스텔스 기술을 회수하더라도 그 기술이 밝혀졌으니 무용지물이 되기 전에 활용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마침 내전이 발발했으니 전면전을 펼치지는 않더라도 특수부대원을 투입해 엠파이어의 기밀이나 주요 시설을 파괴할 확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
클레디는 굳은 표정으로 이한을 바라봤다.
이한은 표정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로 워에게 다시 말했다.
“누가 먼저 공격한 거야? 5함대야? 6함대야?”
『공격을 시작한 쪽은 5함대입니다.』
“5함대? 5함대장은 누구의 명령을 받지?”
이건 워가 아니라 클레디가 대답했다.
“칼란두를 황제 폐하의 명령을 받습니다. 5함대장은 레나 하이비른입니다.”
“칼란두를 황제? 그리고 레나 하이비른이라고?”
‘엠파이어의 황제쯤 되는 이를 파봐야 뭐 나올 것 같지도 않고 나와도 별 쓸모도 없는 정보가 전부일 거다. 무엇보다 5함대가 먼저 6함대를 공격했다면 분명 함대장의 승인 아래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으니.’
생각에 잠겨 홀로 중얼거리듯 반문하던 이한은 다시 말했다.
“레나 하이비른. 5함대장 레나 하이비른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지?”
이에 클레이가 즉시 대답했다.
“그녀는 과거 대전쟁의 영웅입니다. 칼란두를 황제의 신임을 받는 함대장이기도 합니다.”
“대전쟁의 영웅? 대전쟁이 대체 언제 일어난 일인데 여태까지 살아있어? 무슨 불사신이라도 됩니까?”
이에 워가 이한의 의문을 해소시켜줬다.
『정확히는 ‘레나 하이비른’의 기억을 이어받은 클론입니다.』
클론? 클론이라고? 하긴 엠파이어는 클론이 합법이었······.
고개를 주억이며 납득하던 이한은 돌연 욕설을 내뱉었다.
“씨벌! 클론! 젠장맞을!”
“무엇 때문에 그러십니까?”
이한은 그러거나 말거나 워에게 질문했다.
“워프하려면 얼마나 걸려?”
『이제 곧 워프할 수 있습니다.』
“워프라니? 이대로 유니온으로 향할 것이라면!”
“아! 제발 좀 닥치고 있어보슈!”
이한은 클레디에게 버럭 성질을 낸 뒤 다시 워에게 말했다.
“함선이 수리되는 즉시 엠파이어로 향하도록!”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유니온이 아니고 엠파이어라고 한 사령관 입장에선 사지로 걸어들어가는 것이 다름없을 텐데 대체 왜?
이한은 영문을 알 수 없어 멀뚱히 서 있는 클레디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어디 소속입니까?”
“소속이라면?”
“5함대쪽입니까? 6함대쪽입니까?”
“우리는 칼란두를 황제 폐하의 명령을 받고 있습니다.”
“하이모스 5함대 쪽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네.”
“지금 무엇을 계획하는 지.”
이한은 손을 들어 클레디의 말을 막았다.
“지금 당신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있을 정신이 없으니까 그건 좀 이따가 합시다. 워!”
『예. 사령관님.』
“전에 마이노르가 만들었던 생체병기의 백신! 바로 생산해!”
『사령관님께서는 마이노르가 이 모든 전쟁을 일으켰다고 보는 것입니까?』
“마이노르는 당시 사람들을 이용해 생체실험을 자행하고 있었다. 크락투와 초자원을 이용해서!”
마이노르는 생체괴물을 만들었음에도 새로운 무언가를 연구하고 있었다. 그래서 시에라가 당시 괴물들처럼 바로 변이하지 않은 것이었고.
『사령관님의 예상대로일 확률이 높습니다. 지금껏 파악된 크락투는 상위 개체에 복종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사령관님의 추측대로 마이노르 그자가 상위개체에 해당하는 무언가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면 지금 엠파이어에서 벌어지는 함대전조차 미끼일 확률이 있습니다.』
“함대전이 미끼라니 그게 무슨?”
클레디가 도저히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반문했지만, 이한은 그 의문을 풀어줄 생각도 여유도 없었다.
당시 키아텍 스테이션에서 마이노르는 가스를 살포해 사람들을 괴물로 만들었다. 그 가스에는 크락투의 인자가 섞인 기괴한 물질이 섞여 있었을 것이고.
워의 말대로 마이노르가 사람들을 조종할 수 있는 개체를 만들어냈다면 마이노르는 당연히 더 많은 사람에게 가스를 살포하려고 들 것이다.
하지만 비효율적이다. 키아텍 스테이션이 작은 스테이션이고 그마저도 마이노르가 책임자였으니 그런 일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이지 첨단시설을 갖춘 테라나 엠파이어에 공기정화 시설 하나 없겠는가? 거의 모든 종류의 테러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을 테니 가스든 뭐든 초기에 진압될 것이 분명했다.
‘나도 클론 군단을 보지 못했다면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클론 공장.
뿌릴 수 없다면 애초에 그런 존재를 만들어내면 간단하지 않겠는가? 테라에서 클론 공장이 가장 활성화된 곳이 바로 엠파이어이고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클론 공장이 존재하는 곳이 처음으로 테라포밍된 행성, 곧 하이모스다.
클론을 애써 생성할 이유도 없다. 조종할 수 있는 인자를 주입해놓고 때가 이를 때까지 내버려 두면 된다. 하이모스의 함대가 벨투 함대와 전면전을 치른다면 자연히 전시체제로 변환되고 엄청난 숫자의 클론 생산을 준비하게 될 터.
그 클론들이 나아가 다시 인자를 퍼트리고 그 인자를 얻은 자들이 다시 인자를 퍼트린다면?
이 이야기를 엠파이어든 유니온이든 누구한테 말한다고 믿을 리도 없겠거니와 그들이 믿는다고 해도 그때는 이미 너무 늦는다. 이미 마이노르의 손에 엄청난 군대가 들어간 후일 테니까.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한이 두려워하는 건 마이노르가 아니었다. 타카스 행성에 출현한 거대한 집단지성을 갖춘 클론 군단. 그들이 마이노르가 부리던 이들과 연결이라도 된다면?
이미 클론 군단은 크락투를 부리기 시작했다. 저들의 집단지성이 더 강화되고 초거대 크락투마저도 넘어선다면 크락투를 수하로 부리는 클론 군단이 탄생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만약 자신의 예상대로 이뤄진다면 자투족이나 시구르스족의 습격마저 소소한 이벤트로 변해버릴 것이다.
‘끔찍하다. 실로 끔찍한 상상이 아닐 수 없다. 마이노르 이 새끼는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을 거다. 이 미친 새끼를 그냥.’
그때 어떻게든 따라가서 죽였어야 했다. 물론 그랬다면 유니온이 적이 되는 끔찍한 상황에 직면했을 수도 있었겠지. 그럼 자신이 이미 뒈졌을 테고.
“후우.”
산 넘어 산이라더니 딱 그 꼴이 아닌가?
“내가 진짜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아.”
고개를 휘휘 젓던 이한은 클레디에게 말했다.
“유니온이고 나발이고 간에 클론 군단이 하이모스를 넘어서 엠파이어 전체를 삼키는 걸 보고 싶지 않다면 내가 지시하는 대로 따르는 게 좋을 겁니다.”
엠파이어에 내전이 발발한 상황이고 유니온 역시 준동할 것이 확실해지는 가운데 타카스 행성에서 나오지도 못하는 클론 군단은 왜 갑자기 거론한단 말인가?
“클론 군단? 클론 군단이 갑자기 왜?”
“자세한 건 이동하면서 워에게 듣도록 하시고.”
그때 워의 보고가 이어졌다.
『사령관님. 요격기가 출현했습니다. 유니온 소속입니다. 요격기에서 전해온 통신입니다.』
교차통신이 아니었기에 그것으로 통신이 끊어졌다. 목소리를 들은 이한은 당황한 표정으로 워에게 반문했다.
“시···. 시에라?”
『음성 대조결과 시에라 소령일 확률이 99.99%로 일치합니다.』
*
하이모스 5함대가 벨투 6함대를 공격하기 불과 몇 분 전.
“하나 일이 마무리된 후 그 후폭풍은 전하께서도 감수하셔야 할 겁니다.”
“그걸 왜 자네가 걱정하나? 자네는 자네 일이나 처리하게.”
“···. 알겠습니다. 공작 전하. 그럼 그때 뵙지요.”
레나 하이비른은 에메스토와 대화를 마친 후 생각에 잠겼다. 죽은 영웅이 살아돌아와 활개를 치는 건 내가 아니라 바로 에메스토 당신이라는 걸 왜 모르는 걸까? 레나는 싸늘한 미소를 짓다가 부하에게 명령했다.
자신은 이미 스텔스 함선을 탈취하는 데 성공했다. 자신이 서 있는 이곳이 바로 스텔스 함선이었으니까.
“데려와.”
“알겠습니다.”
그녀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깡마른 한 명의 사내가 병사들에게 질질 끌려왔다. 이리저리 얻어맞아서 피멍이 들은 모습이었지만 그는 분명 마이노르였다.
쿠당탕탕!
바닥에 내팽겨 친 마이노르를 바라보던 레나 하이비른은 늘씬한 다리를 꼬고 앉으며 쓰러진 마이노르를 내려다봤다.
“키아텍 스테이션의 마이노르. 유니온의 군인도 아닌 자가 어떻게 극비로 다뤄지는 스텔스 함선을 탈취했는지 모르겠네.”
“클클클. 5함대장님께서는 그게 궁금한 것이오?”
“아니 별로 궁금하진 않아. 다만 유니온의 군인도 아닌 자가 우리의 함정에 빠져서 스텔스 함선을 바쳤으니 그게 좀 의아할 뿐이야. 뭐 덕분에 일이 조금 복잡해지긴 했지만 이로써 칼란두를 황제께서는 유니온이 애써 개발한 스텔스 기술을 손에 쥐게 되었지.”
제아무리 뛰어난 스텔스 함선이라고 해도 촘촘히 퍼진 방어망에서 행적이 드러나면 그때부터 행적을 추척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첩보로 인해 유니온이 스텔스 함선을 완성했고 이것을 이용할 것을 알아차린 칼란두를은 수도 엔두카를 미끼로 삼아 스텔스 기술을 빼앗기로 계획했다.
에메스토에게 한시적이나마 전권을 일임한 일? 타카스 행성에 대한 일도 일이지만 정확하게는 엔두카의 기밀이 누출될 경우나 엔두카에 유니온이 침입한 책임을 덮어씌우기 위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토록 빨리 움직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스텔스 함선을 이끌고 온 이가 민간인 신분이라 할 수 있는 마이노르라는 작자인 것도 마찬가지고 엔두카에 포격을 가할 줄은 미처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 잠시나마 유니온이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을 정도였다.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지만 목표를 달성한 이상 그 과정이야 아무래도 상관없다. 칼란두를 황제는 스텔스 기술을 손에 넣었고 별일도 아닌 일에 벨투 6함대와 엘란도 7함대를 이곳까지 이끌고 온 에메스토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엠파이어에 스텔스 함선을 제공하기만 했다면 헤아릴 수 없는 금액을 제공 받았을 텐데 뭐한다고 엔두카에 포격을 가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네. 대체 왜 그런거지? 함선 내에 슈퍼솔져는커녕 스펙터조차 눈에 보이지 않으니 유니온의 교란 작전도 아니었던 셈이고.”
“클클클. 레나 하이비른. 과거 대전쟁의 영웅. 클론들의 우상이자 여신. 당신을 만나보고 싶었소이다.”
레나는 묘한 눈빛으로 마이노르를 바라봤다.
“나를? 나를 보기 위해 스텔스 함선으로 엔두카에 포격을 하는 짓을 행했다고?”
“그게 아니라면 스텔스 함선을 이동시키지 않고 당신만 알아차릴 수 있도록 신호를 보낼 까닭이 없지. 클클클클.”
ESP 능력자도 슈퍼솔져도 아닌 그저 허약한 민간인에 불과했다.
그런데 어째서 이자에게서 극도의 불길함을 느낀단 말인가? 레나는 미간을 좁히며 되물었다.
“그저 미친놈에 불과했었군. 데려가라.”
“클클클클.”
하지만 마이노르의 웃음소리만 울려 퍼질 뿐 어떤 부하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게 대체?”
레나 하이비른은 분노한 표정으로 주변의 슈퍼솔져들에게 소리쳤다.
“데려가라고 말했다.”
“클클클. 이 함선의 누구도 당신 말을 듣지 않을 거다. 이 함선에 발을 디딘 순간 이미 당신은 패배한 거야. 클클클클클. 레나라면 그 레나라면 직접 올 줄 알았지. 유니온의 스텔스 기술을 가진 함선이니 슈퍼솔져가 방비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을 테니까. 레나 하이비른 대전쟁의 영웅, 가장 위대한 슈퍼솔져 중의 한 사람. 드디어 그 표본을 내가 얻는구나. 으하하하하하.”
“표본?”
레나는 분노한 표정으로 마이노르에게 손을 뻗었다.
“감히!”
그러나 그 손은 다른 슈퍼솔져들에게 막혔다.
“비켜!”
하지만 레나는 거친 기세를 발하며 자신의 팔을 막은 슈퍼솔져를 발로 걷어찼다.
콰아아앙!
명색이 슈퍼솔져이건만 레나에 발길질에 맥도 추리지 못하고 저편으로 날아가 함선 구석에 처박혔다. 그런 뒤 레나는 마이노르를 후려치기 위해서 손을 뻗었다.
후우웅!
“멈추거라.”
하지만 마이노르의 말 한마디에 온몸이 경직되기라도 한 것처럼 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 게?”
“나오거라. 아이야.”
그제야 함선 한구석에서 한 아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야. 먼저는 이 축제를 더 크게 벌여 보자꾸나.”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레나는 자신의 머리를 붙잡으며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아아아아악! 아아악!”
제르카 기업의 하이벨스가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