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85
82. 복수전 (1) >
82. 복수전.
“보고!”
나노슈트를 걸친 이한이 서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한은 지긋지긋한 타카스 행성을 앞에 두고 있었다.
『우주모함 디카르마타를 위시로 순양함 헬시온 5척, 구축함 케르베르스 20척, 호위함 프로그레타 40척, 초계함 볼터 20척, 정찰함 디트론 10척, 넵튠 8함대 모두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워의 보고가 함교에 울려 퍼지자 이한은 예의 차가운 어조로 우주모함 디카르마타의 함장 아미드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작전을 시작하십시오.”
아미드는 미간을 좁히며 이한을 바라봤다. 머큐리 1함대가 아직 합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 대해 짐작이 되는 것이 있던 아미드는 슬쩍 표정을 일그러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미 명령이 떨어졌기에 그는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런 뒤 바로 승무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헬시온은 지정된 위치에 코어 포격을 준비하고 타카스 행성 주변으로 정찰 드론을 비롯한 미끼를 날려서 혹시 모를 포격을 무효화시킨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우주모함 디카르마타의 전장은 4~5km쯤 되며 우주모함 주제에 호위함 수준의 무기체계를 지녔다. 탑승인원 5만 명가량. 8함대의 모든 병력을 합치면 기계 병단 제외, 18만 명이 넘는 대인원이었다.
아미드는 병력을 확인하다가 이한을 바라봤다.
“사령관님. 작전을 시작합니까?”
“시작하십시오.”
이한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아미드가 다시 외쳤다.
“전투에 돌입한다. 정찰 드론부터 사출하도록!”
이에 각 함선에서 벌떼처럼 작은 비행체들이 타카스 행성으로 날아들었다. 그러더니 한데 똘똘 뭉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그 순간 그 모든 드론이 엄청난 섬광과 함께 한순간에 증발해버렸다.
아미드는 그 엄청난 위력에 깜짝 놀랐지만, 금세 냉정함을 되찾고 다시 명령을 내렸다.
“위치 확인!”
“확인했습니다.”
“헬시온 1함, 2함은 즉시 확인된 위치에 집중포격을 가하라!”
아미드의 명령이 신속하게 떨어지자 코어 주포를 준비 중이던 헬시온의 함교에서도 동일한 명령이 떨어졌다. 헬시온 1함을 이끌고 있는 즈덴코 함장이 소리쳤다.
“코어 주포 발사!”
“발사합니다!”
그건 헬시온 2함 역시 마찬가지였다. 브리안 함장 역시 차분한 어조로 명령을 내렸다.
“발사!”
“발사합니다.”
엄청난 섬광이 솟구친 그곳을 향해 다시 역으로 강력한 빛줄기 두 개가 내리꽂혔다.
번쩍!
이윽고 타카스 행성 한편으로 눈이 부실 정도로 강렬한 섬광이 번쩍이더니 강력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앙!
전에 워가 컨트롤 센터를 개조했을 때 터진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폭발이 터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순양함 헬시온의 전장은 1500m에 달했고 테라가 보유한 무기 중 가장 강력한 무기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코어 주포의 위력 역시 워가 컨트롤 센터를 개조한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초거대 크락투가 제아무리 빨리 이동했다손 치더라도 폭격 반경을 미처 벗어나지도 못했을 터, 지금보다 약한 코어 주포에도 뒈진 놈이니 놈이 무슨 각질 업그레이드라도 하지 않은 이상 뒈졌을 것이다.
‘각질? 이번엔 내가 갑질이다. 이 새끼들아.’
“워! 드론 폭격기 사출해서 그 일대를 모조리 쓸어버려!”
이한은 코어 포격이 일어나자마자 워에게 명령했다.
『알겠습니다. 함대의 드론 폭격기에 대한 모든 제어권을 가져옵니다. 사출합니다.』
이것이 초인공지능의 위엄이었다. 초인공지능의 무서운 점은 적절한 기반만 받쳐 주면 일인군단도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초인공지능이 장착된 해당 함선을 제외한 다른 함선의 제어권은 아무래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한계점이 있긴 하지만 함장이 따로 명령을 내리고 승무원이 조작하는 행위 자체가 불필요했다.
워의 조작에 의해 8함대의 모든 드론 폭격기는 질서정연하게 우주 공간을 꿰뚫고 타카스 행성의 상공으로 향했다.
그리곤 가차 없이 융단폭격을 가했다. 놀라운 것은 폭발이 일어나는 범위까지도 오차 없이 계산하여 그야말로 빈틈없는 융단폭격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타카스 행성을 비추고 있던 화면에 붉고 검은 폭발만이 자욱하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앙! 콰아아앙!
번쩍!
그때 그런 폭격기를 다시 일제히 쓸어버리는 섬광이 피어올랐다. 이에 이한은 즉시 아미드 함장을 불렀다.
“아미드 함장!”
루퍼스 사령관을 모신 적이 있는 아미드는 어째 신임사령관 한 이드라실이 노련한 루퍼스보다도 초인공지능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따라서 아미드 함장은 심상치 않은 눈빛으로 이한을 바라보다가 그의 부름에 즉시 명령했다.
“헬시온 3함, 4함! 파악된 위치로 코어 포격을 가한다. 이상!”
이에 3함의 크리스토퍼, 4함의 이그리드의 명령 아래 맹렬한 코어 주포가 하늘을 찢고 드론 폭격기를 쓸어버린 빛줄기의 근원을 향해 쇄도했다.
콰아아아아앙!
콰과과과과!
역시나 강렬한 섬광과 함께 거대한 폭발이 타카스 행성에서 발생했다.
“워! 남은 폭격기로 주변을 폭격하면서 정찰하도록!”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워는 강력한 빛줄기가 날아오는 순간을 포착해 피신하게 만들었기에 아직 꽤 많은 드론 폭격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드론 폭격기는 떼를 지어 유려하게 날아다니며 보유한 모든 폭탄을 소모한 뒤 지상으로 날아가 정찰 임무까지 수행했다.
이한이 굳은 표정으로 화면을 주시하는 가운데 워의 보고가 이어졌다.
『두 마리의 초거대 크락투의 시체를 확인했습니다. 확인되었던 초거대 크락투는 모두 섬멸 완료했습니다.』
“클론 군단의 움직임은?”
『별다른 움직임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한은 미간을 좁히며 워에게 말했다.
“크락투에게 전멸했거나 지하 깊숙한 곳에 몸을 숨겼다 이 말이군.”
『그렇습니다. 위치를 파악할 수만 있다면 지금처럼 포격으로 해결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그럴 경우 타카스 행성이 폭발할 수도 있습니다.』
고농축 된 초자원이 넘쳐나는 곳이니 그것들이 만에 하나 폭발을 일으킨다면 타카스 행성은 물론 이 주변의 행성과 항성 모두 먼지가 되어버리고도 남을 것이다.
“연결이 끊어지는 현상은 여전한가?”
『여전합니다. 지상으로 향한 드론들 대다수 신호가 끊어졌습니다.』
띠딕!
『사령관님! 타카스 행성에서 거대한 생명 반응이 감지되었습니다!』
‘아······.’
이한은 워의 보고를 듣자마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며 아미드 함장에게 소리쳤다.
“아미드 함장! 즉시 함대전을 준비하시오! 기계화 병력은 내게 맡기도록 하고 남은 건 함장이 지휘하시오!”
이한의 발언에 아미드는 눈을 크게 뜨며 다소 황당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예? 함대전이라니 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함. 함장님! 타카스 행성에서!”
아미드가 미처 뭐라 대답할 새도 없이 타카스 행성에 떠오르는 거대한 물체가 화면에 전송되었다.
“이게 대체?”
이한은 당황한 아미드를 잠시 제쳐두고 바로 명령을 내렸다.
“헬시온 5함, 에릭 함장은 즉시 거대 물체를 향해 준비되었던 코어 주포를 발사! 나머지 헬시온은 코어 주포를 충전하도록! 구축함과 호위함을 비롯한 모든 함선은 사력을 다해 헬시온을 방어하도록! 이상!”
이한은 바로 이어서 아미드 함장에게도 명령을 내렸다.
“아미드 함장. 우주모함에 탑재중인 모든 요격기와 포격기를 발출시켜 이어질 전투에 대비하시오!”
“알…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노련한 자신도 당황하고 있는데 한 사령관 이자는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과연 영웅은 영웅이란 말인가?
그러나 그 감상도 잠시, 아미드는 이한이 내린 명령과 더불어 필요한 상세한 명령을 함께 승무원들에게 하달했다.
그러는 사이 헬시온 5함에서 발사한 코어 주포가 타카스 행성에서 떠오르는 실로 거대한 물체를 가격했다.
5함에서 발사된 코어 주포는 마치 빛으로 이뤄진 창으로 거대 괴수를 찌르는 것처럼 거대한 물체를 깔끔하게 관통하고 지나갔다. 그러자 놀랍게도 5km에 달하는 디카르마타의 4배는 될 법한 거대한 물체가 꿈틀거리는 것이 아닌가?
쿠에에에에에엑!
“제길! 변형 크락투가 맞았군.”
붉은 피인지 검은 피인지 모를 것이 사방으로 흩뿌려졌지만 놀랍게도 놈은 빠른 속도로 몸을 수복하고 있었다.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놈의 피부도 뚫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이런 놈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정말로 있으면 어쩌자는 건데······.’
이한은 황당한 표정으로 놈을 바라봤지만 그뿐이었다. 20km에 달하는 미처 상상하기도 힘든 거대한 괴물이 나타났지만, 승산은 충분했다.
머큐리 1함대의 지원을 기대하기 때문에? 글쎄. 저들은 자신들의 전력이 해를 입지 않기를 원한다. 8함대가 만신창이가 되거나 타카스 행성이 점령될 여지가 보일 즈음에 그제야 나타나 지원하겠지. 임시지휘권을 받기는 했으나 자신의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도 않을 것이다. 어떻게 강제할 방법도 없고.
하지만 8함대만으로 충분하다. 이한은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품었다. 놈이 어떤 놈이든 간에 함대전은 경험해본 적이 없을 테니 지금이 기회였다.
“워! 공격을 실시해! 놈의 약점과 놈의 공격 루트가 무엇인지 즉시 확인해!”
『사령관님. 크락투 모함으로 보이는 생명체의 표면에서 초거대 크락투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이한은 와락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그냥은 당해주지 않는다 이 말인가?”
이한은 아미드 함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군은 헬시온을 잃으면 안 됩니다. 헬시온의 코어 주포가 아니라면 놈을 죽일 수 없을 겁니다.”
아미드 함장도 워의 보고를 들었기 때문에 심각한 어조로 이한에게 말했다.
“포격을 가할 수 있는 초거대 크락투를 위주로 사냥해야겠군요.”
이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미드에게 말했다.
“디카르마타의 방어력이 여타 다른 함선에 비해 월등히 강력하니 디카르마타를 방벽으로 좀 써야겠습니다.”
“예?”
이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순양함이 존재하는 이유는 결국 우주모함 디카르마타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순양함 헬시온을 보호하고자 디카르마타를 방패로 쓰겠다고?
상식을 벗어난 전술에 아미드가 황당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반문하자 이한이 그에게 입을 열었다.
“상식을 벗어난 놈들이니 그에 맞춰 전략을 수립하는 수밖에.”
그때 워의 보고가 다시 이어졌다.
『크락투의 모함에서 비행체로 보이는 크락투들이 출몰했습니다. 그 수가 점점 더 많아집니다.』
이한은 인상을 쓰며 아미드에게 외쳤다.
“아미드 함장. 다른 대안이 있으면 어서 말하고 아니면 내 명령에 따르시오.”
“······. 없습니다. 사령관님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아미드 함장이 승무원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이한은 화면에 나타난 무수히 많은 비행형 크락투를 바라봤다.
‘그래! 이 새끼들아! 어디 해보자! 이번에는 끝장을 보자!’
“워! 놈들을 처리해!”
『알겠습니다.』
“또 다른 특이사항은?”
『크락투 모함으로 보이는 거대 생명체에게서 고농축 된 초자원을 확인했습니다.』
“고농축 된 초자원? 잠깐 설마 포격을 가하는 크락투는 그걸 기반으로 포격하는 건가?”
『자세한 것은 확인해봐야겠지만 초자원이 아닌 물질로 그만한 위력을 낼 수 있는 건 아직까지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크락투에게는 그런 기술력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초자원 결정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그 에너지를 퍼붓는 형태일 확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쯔. 어쨌든 쓸어버려. 놈만 처리한다면 크락투는 더 이상 테라를 위협할 수 있는 적이 되지 못할 거다.”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이윽고 워는 모든 드론을 이끌고 날파리떼처럼 날아드는 비행형 크락투를 맞이하러 움직였다. 그 모습은 마치 서로 다른 벌떼가 단체로 전투를 치르고자 하는 모습과 매우 비슷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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