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87
84. 복수전 (3) >
84.
두두두두.
“전방에 크락투 비행체!”
퍼버버벅!
요격기는 드론보다 클 수밖에 없고 그만큼 적재된 탄환이나 무기 역시 드론보다 강력한 편이다. 따라서 요격기 역시 빠른 속도로 크락투 비행체를 제거해가고 있었다.
콰직!
“으아아악!”
치명적인 산성액을 뒤짚어쓴 조종사는 끔찍한 비명과 함께 요격기와 함께 녹아내렸다. 반쯤 녹아내린 요격기는 허무하게 우주공간을 부유하다가 이내 곧 폭발했다.
콰아아아앙!
그런 광경이 전장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넵튠 8함대가 크락투를 압도하는 광경이 대다수였다.
투투투투!
매서운 기관총 아래 크락투의 살점이 이리저리 짓이겨지고 결국에 산산조각나며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푸아악!
키에에엑!
“그렇지!”
띠딕! 띠딕!
또다시 적을 잡아내는 데 성공한 사내는 기뻐하다가 경고음에 급히 상황판을 확인했다.
“이게 대체? 왜 엔진이? 어? 어? 안…”
콰아아아앙!
멀쩡하던 엔진이 갑자기 폭발했기에 어떻게 대응할 새도 없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8함대의 요격기와 드론들이 연쇄적으로 폭발하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콰아앙!
그 폭발은 마치 파도타기를 하듯 요격기와 드론들을 휩쓸었다. 주변에 있던 비행체도 휘말리긴 매한가지였다.
사방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하던 이한은 즉시 워에게 물었다.
“워! 이게 무슨 일이냐?”
『일종의 지뢰로 확인됩니다.』
“지뢰?”
지뢰는 땅에 설치하는 것이니 적합한 단어가 아니었다. 따라서 이한이 다시 질문을 던지려는 그때 워의 보고가 이어졌다.
『비행체들이 날아다니며 크락투 입자를 우주 공간에 살포라도 한 모양입니다.』
“그게 요격기나 드론의 취약한 부분을 갉아먹고 엔진 등에 달라붙어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그렇게 판단됩니다. 아직 폭발하지 않은 요격기 등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이한은 인상을 찌푸릴 때 아미드 함장이 이한에게 말했다.
“그렇다고 전투 중인 요격편대를 후퇴시킨다면 함대 전체가 위험해집니다.”
하지만 저대로 계속 전투를 치르게끔 내버려 둔다면 모조리 폭사당할 거다.
“워! 배리어로 크락투 입자를 제거할 수 있는지 확인해봐! 그러니까 배리어에 고압 전류를 흘리면 소형 크락투 입자 정도는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크락투가 강력하긴 하지만 레이더가 미처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입자 형태라면 능히 제거하고도 남을 것이다.
『확인해보겠습니다.』
잠시 후 워의 보고가 다시 이어졌다.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그렇게 복귀한 요격기는 높은 확률로 다시 출격하지 못할 확률이 높습니다.』
이한은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워에게 외쳤다.
“파일럿을 살려두면 요격기는 다시 생산하면 된다. 게다가 어차피 이대로라면 모두 잃는다. 아미드 함장! 지금 즉시 후퇴를 명하시오!”
요격기에 침투한 것이 크락투 입자라면 함선 안으로 적을 들이는 것과 다를 바가 뭐랴.
이에 아미드 함장은 미간을 꿈틀거리며 항명하려는 태도를 잠시 취했지만, 이내 곧 이한의 명령대로 하달했다. 상황이 매우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한이라고 그 일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게 아니었다.
“워! 배리어를 형성하고 적절한 고압 전류를 흘려서 크락투 입자를 제거하도록! 아울러 격납고 주변에 병력을 배치하여 크락투 발견 시 즉시 제거할수록 조치하도록!”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그때 승무원 중 한 명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모… 모함이. 크락투 모함이!”
이한과 아미드 함장이 그것을 바라보자 크락투 모함의 일부분이 떨어져나왔다. 대략 3분의1 정도 되는 크기였는데 그렇게 나눠진 크락투 모함은 다시 다섯 등분으로 나눠지기 시작했다.
“애초에 한 놈이 아니었군.”
갈라진 단면에 빼곡히 자리한 크락투를 보는 순간 이한은 심각한 위기감에 휩싸였다.
저것들이 우주 공간을 자유롭게 활보하게 된다면 아니 사람들이 거주하는 행성에 떨어지게 된다면 숙주가 넘쳐나니 크락투는 기하급수적으로 생성될 것이다. 대학살은 물론이거니와 어쩌면 종말을 바라보게 될지도 모르지.
“아미드 함장!”
“말씀하십시오.”
“당초 예상했던 것과 달리 크락투가 테라의 정규함대와 싸워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능력을 얻었으니 반드시 이번에 섬멸해야 합니다.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했으리라 믿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알력 같은 건 집어치우자는 소리였다. 또한 머큐리 1함대의 지원이 있든 없든 반드시 이곳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에 아미드 함장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워! 분리된 크락투 함선의 크기는?”
앞서 보였던 것이 모함이라면 이건 함선이라고 봐야했다.
『1.3km에 달합니다. 사령관님. 거대한 에너지 흐름을 포착했습니다. 총 다섯 지점으로 갈라진 크락투 함선에서 보이는 징후입니다.』
이한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명령을 철회한다. 요격기 후퇴는 없다. 케르베르스, 프로그레타를 비롯한 모든 함선은 크락투 함선을 막고 반드시 헬시온을 사수하라!”
이에 아미르가 소리쳤다.
“함대도 쓸어버린 포격입니다. 차라리 헬시온을 미끼로 두고 놈들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헬시온은 코어 주포를 준비 중이기에 배리어도 형성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무기를 모두 잃어버리면 그 후에는 무엇으로 놈들과 싸우겠습니까? 그러니 놈들이 헬시온을 신경 쓸 수 없도록 만들어줘야지요.”
“대체 뭘 어떻게? 차라리 후퇴하였다가!”
“이놈들이 사방으로 퍼지면 그때는 어떻게 막을 수도 없습니다!”
이한은 더 말하지 않고 워에게 명령했다.
“워! 거의 모든 동력을 배리어로 돌리고 디카르마타를 크락투 모함을 향해 전속력으로 발진시켜!”
“음!”
아미드는 그것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지휘권이 이한에게 있다지만 함선의 함장은 아미드였으니까.
하지만 거부하지 않았다. 아니 거부할 수 없었다.
“정말 거침없는 분입니다.”
“정신이 나갔다고 표현해도 괜찮습니다.”
아미드 함장은 함선이 진동하는 가운데 쓴웃음을 지으며 승무원들에게 명령했다.
“함선 외곽에 위치한 승무원들은 즉시 내부로 피신하라! 아울러 거대한 충격에 대비하라! 다시 한번 말한다. 외부에 위치한 모든 승무원은 지금 즉시 내부로 이동하고 곧 있을 광속이동과 포격에 대비하라! 이상!”
그런 뒤 아미드는 이한을 바라봤다.
그와 눈이 마주친 이한은 자조 섞인 미소를 지으며 아미드에게 푸념하듯 말을 꺼냈다.
“무려 5만이나 되는 사람들의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할 줄은 몰랐는데 말입니다.”
우주모함 디카르마타에 승선한 사람들의 숫자를 이르는 말이었다.
드르르르륵!
함선이 묵직하게 떨리는 가운데 아미르 함장이 대답했다.
“타카스 행성에서 그러했듯 이번에도 한 사령관님의 도박이 성공하길 바라야지요. 실패한다면 5만이 아니라 100만 그 이상 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버릴 테니 말입니다. 설혹 도박이 실패해도 한 사령관님을 탓할 유니온의 군인은 없습니다. 유니온의 군인이라면 말입니다.”
담담한 아미르의 눈빛을 마주한 이한은 고개를 굳게 다문 입으로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워의 보고가 이어졌다.
『기동준비를 모두 마쳤습니다.』
이한은 강한 어조로 소리쳤다.
“발진해!”
『발진합니다!』
콰아아아앙!
디카르마타는 빛에 속도에 이르기 위해 엄청난 속도로 가속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 방향에 크락투의 모함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전보다 작아지긴 했어도 여전히 13km 넘는 전장을 지닌 엄청난 함선이었다.
이한은 빠르게 가까워지는 크락투 모함의 모습에 생각에 잠겼다.
‘제길. 타카스 행성에 초자원이 넘쳐나긴 넘쳐나는 모양이다. 이런 무지막지한 놈이 나타날 수 있던 걸 보니.’
불현듯 타카스 행성에서 목격했던 거대한 사체가 떠올랐다. 단순히 초자원만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지.
그 순간 디카르마타가 크게 뒤흔들렸다.
『에너지 포가.』
워가 뭐라고 보고했지만, 갑작스러운 이동으로 인한 충격으로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다만 홀로그램에 뜬 표식을 보고 놈들의 에너지 포가 아슬아슬하게 스쳐 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이라고 보호가 되지 않는 건 아닌데 광속이동을 하려고 했다면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함선은 물론 그 안에 탑승한 승무원들도 말이다.
하지만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다. 지체한다면 유니온, 엠파이어, 뉴트럴의 함대를 단번에 쓸어버렸던 에너지 포가 헬시온을 가루로 만들어버릴 테니까.
그리되면 디카르마타의 4배 이상 되는 거대한 크락투 모함을 처리할 무기가 사라지는 셈이다. 그러니 디카르마타가 모조리 박살 나는 한이 있어도 헬시온을 보호해야 한다. 도박에 가까운 행위지만 그렇다고 자살 행위는 아니었다. 디카르마타는 우주모함답게 방어에 특화된 함선이니까.
강력한 에너지 포를 직격으로 얻어맞아도 한두 방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에너지 포가 다섯 발이나 된다는 점이었지만. 별수 없다. 운에 맡기는 수밖에.
쿠르르르르릉!
『배리어가 50% 손실. 장갑은. 20%.』
뭐라 자꾸 보고하긴 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는 정보는 아니었다. 그 보고가 크락투의 에너지 포 공격을 무마시켜 줄 것도 아니고 막아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콰지지지직!
『모든 배.. 어 손상. 장갑손상률. 4.』
콰아아아앙!
지금까지의 충격보다 가장 강력한 충격이 디카르마타를 강타했다. 몸을 고정하지 않은 자들은 이리저리 날아가 머리가 박살 나 죽을 정도로 강력한 충격이었다.
그러나 이한은 물론 모든 승무원들은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네 번의 충격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몰려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거대한 충격이 함선 전체에 가해졌다.
콰지지지지직!
콰아아아앙!
뭔가 찢기고 박살 나는 소음과 함께 끔찍한 괴성이 사람들의 귀청을 어지럽혔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시 함선의 강타하는 거대한 충격이 있었기 때문이다.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앙!
약간의 시간차가 있긴 했지만 평범한 사람이 느끼기엔 이 모든 일이 한꺼번에 발생한 것과 다름없었다.
콰과광! 콰광!
잠시 정신을 잃었던 이한이 정신을 차리니 디카르마타 함선 곳곳에 폭발하고 있었다. 너무 강력한 충격에 자신은 말그대로 잠깐 정신을 잃었을 뿐이다.
함교 주변을 살펴보니 실신한 자들과 죽은 사람도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았다.
이한은 신경 쓰지 않고 워에게 말했다.
“워! 피해 보고!”
『배리어와 장갑은 모조리 날아갔고 크락투 함선과 부딪친 선수와 에너지 포에 직격당한 선미는 회복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되었습니다.』
당연히 그 주변에 탑승하고 있던 승무원들은 연기처럼 사라졌으리라. 이한은 구태여 그 질문은 던지지 않았다.
“작동 가능한 무기는?”
『모함에 피해를 입힐 수준의 무기라면 레일건이 있습니다.』
“레일건을 비롯한 모든 무기를 때려 박아!”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그나저나 기동은 가능한 건가?”
『당장은 어렵습니다. 시간을 주신다면 어떻게든 기동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럼 어떻게든 기동시켜!”
『알겠습니다. 하지만 사령관님. 함선 곳곳으로 크락투가 침입하고 있습니다. 주동력실을 비롯한 주요 시설을 크락투가 파괴한다면 기동하는 건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그때 신음을 흘리며 아미드 함장이 깨어났다.
“크윽. 어떻게. 어떻게 됐습니까?”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아까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어쨌든 헬시온을 건사했으니.”
『헬시온 1함의 즈덴코 함장의 통신입니다.』
이한은 지체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건 대충 넘어가고 그래서 우리를 이 지경을 만든 크락투 함선들은?”
“더 이상 에너지 포를 날릴 수 없게끔 대함미사일과 핵미사일을 동원해 처리했습니다. 저희 함선을 보호 중이던 함선들도 아군을 지원하러 이동했으니 곧 모두 처리될 겁니다.”
“좋은 소식이군. 헛짓거리는 아니었어.”
이한은 여운이 남는 말을 뱉은 뒤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즈덴코 함장! 잘 들으시오. 코어 주포의 준비가 완료되는 대로 이 지랄 맞은 괴물 덩어리를 날려버리도록 하시오.”
“우리는 우리가 알아서 피할 테니! 준비되는 대로 갈기란 말이오!”
이한의 서슬 퍼런 외침에 즈덴코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무사 귀환? 반드시 그렇게 할 거다. 이 괴물 덩어리도 반드시 소멸시킬 것이고.
이한은 다시 단호한 어조로 소리쳤다.
“아미드 함장! 함선의 지휘를 맡으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