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98
95. 에스타른 (2) >
95.
지휘통제실은 테라의 것과 달리 매우 이색적이었다. 무엇보다 승무원들이 에스타른족이라는 것부터 말이다.
그러나 그런 건 이한에게 문제점이 되지 않았다. 테라의 함선이든 에스타른의 함선이든 권한이 자신에게 주어진 이상 워에게 명령을 내리면 되는 문제였으니까.
모함의 구조나 통제실의 모습을 살펴보는 건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시에라 등과 함께 지휘통제실에 다다른 이한은 위에게 명령을 내렸다.
“워! 지표면의 상황을 분석해봐! 이게 무슨 뜻인지 잘 알거다.”
이한이 워에게 명령을 내릴 때 시에라와 륭샤오핑 등은 자연스럽게 주변을 경계하는 태세를 취했다. 자신들이 느끼기에도 에스타른족이 이한을 해코지할 이유가 없지만, 자신들에게 맡겨진 임무가 그것이었으니 말이다.
『확인하고 있습니다. 동력원이 부족하여 세밀하게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일단 크락투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발견하지 못했다고?”
『다만 사령관님. 행성 지표면에 떨어진 초자원은 하나같이 고도로 농축된 초자원입니다. 초자원의 출처가 어딘지 확실하지는 않으나 예측대로 타카스 행성이라면 행성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던 초자원으로 판단됩니다.』
“절묘하군. 매우 절묘해.”
『지표면에 떨어진 초자원을 수거하면 모함의 동력원을 구축할 수 있음은 물론 모함을 전투에 알맞게 개조할 수도 있습니다.』
“헤르삭! 지표면의 온도가 안정되는 대로 병력을 파견하도록 하시오.”
【알겠습니다.】
“워! 채광을 위한 로봇을 생산하도록!”
『테라의 방식은 그렇습니다만. 에스타른의 타고르스함은 채집소를 주변에 설치하면 전송시스템을 통해 모함으로 자원을 전송하는 형태입니다. 현재 지표면의 온도가 매우 뜨겁긴 하지만 채집소를 설치할 수 있는 지역이 없지는 않습니다. 채집소를 설치합니까?』
이한은 미간을 좁히며 워에게 말했다.
“전송시스템을 활용한다면 편리하긴 하겠지만 그만큼 자원의 손실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
『사령관님의 말씀 그대로입니다. 자원 회수율은 테라의 방식이 더 높습니다만 이 경우엔 아예 자원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으흠.”
침음을 뱉으며 짧게 고심한 이한은 바로 입을 열었다.
“크락투가 없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다량의 초자원이 출현한 이상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서둘러 모함을 정상화시키고 혹시 모를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긴 위해선 위험도 감수해야겠지. 상황에 따라 두 방식 모두 사용하도록!”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헤르삭! 함재기를 조종할 수 있는 파일럿은 얼마나 되지?”
지하에 처박혀 있었으니 함재기가 있었어도 운용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기껏해야 가상현실 정도였을 텐데 아무리 현실 같아도 가상은 가상이다.
【타고르스가 모함으로 불리긴 하나 기본적으로는 전투함입니다. 적의 모함을 부수고 필요하다면 행성도 파괴하는 전투함 말입니다. 함재기를 운용할 수 없는 건 아니나 보유한 초자원은 모함 자체를 강화하는 데 사용되었기에 타고르스에 함재기가 존재하긴 해도 현재 그 수가 많지 않고 그것을 실제로 운용해본 에스타른족도 없습니다.】
“음.”
대형함선이라고 소형함선이나 요격기 등의 보조가 필요 없는 게 아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더욱 중요해진다. 에스타른족은 그것조차 무시할 정도로 막강한 모함을 건조한 모양인데 그렇다 하더라도 함재기가 있고 없고는 큰 차이가 있다.
“일단 전투 드론이라도 생산해야겠어. 타고르스를 보조할 함선은···. 유니온으로 돌아간 이후에 생각해도 될 문제겠지.”
50km짜리 모함으로 기동전을 벌이는 건 불가능하다. 비효율적이기도 하고. 타고르스의 전투방법은 오는 공격 그냥 얻어맞으면서 역으로 에너지 포를 퍼부어서 적을 초토화하는 방식일 것이다. 다시 말해 그만큼 엄청난 자원을 필요로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다만······. 초자원이 부족하진 않겠지?”
『자원이 부족한 중에서 최대의 파괴력을 실현시키기 위해 건조한 함선이라 그런지 효율이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건 다행이군.”
『아울러 타고르스에 적용된 기술을 테라의 함선에 적용한다면 획기적인 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초자원만 충분하다면 우주 모함급까지도 건조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이 타고르스에 갖춰져 있습니다.』
넓은 의미로 보자면 날아다니는 막강한 컨트롤 센터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타고르스의 능력을 생각하면 행성 전체를 커버하는 것도 가능하니 필요하다면 컨트롤 타워를 곳곳에 설치하여 운용하면 될 일이었다.
더욱이 타고르스는 별도의 기반 시설을 건설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대다수 갖춰져 있었으니까. 필요하다면 초자원과 자원을 활용해 업그레이드하면 될 일이다.
아마 이보다 완벽한 베이스 기지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하긴 타고르스는 ‘다르포스’라는 재앙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만든 에스타른족의 방주가 아니던가?
설계했던 그대로 정상 운용 할 수 있다면 12 종족이라고 해도 타고르스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에스타른족이 연구한 것에 비해 타고르스에 갖춰진 시설이 미미했다. 자원 부족으로 인한 한계 때문으로 보였다.
그런 건 차차 채워가면 될 일이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주 동력원을 확보하는 일이다. 고도로 농축된 초자원이 지금도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으니 동력원이 될 만한 물질, 곧 코어를 완성해야 한다.
에스타른족의 연구결과 중 가장 놀라운 것은 테라의 코어보다 한층 더 강력한 코어를 완성할 방법을 찾아냈다는 점이다.
다만 그 코어는 기존의 에스타른족이 완성한 코어와 달리 강력한 초능력자의 조력이 필요했다. 뛰어난 신체 능력을 지녔지만, 선천적으로 에스타른족은 ESP 능력을 보유할 수 없는 종족이었다.
따라서 연구에 성공했음에도 에스타른족으로서는 새로운 동력원을 생산할 수 없었다. 에스타른족이 강력한 초능력을 가지고자 무수히 노력했던 또 다른 이유이기도 했다.
‘고농축 된 초자원을 확보하긴 했지만 모함을 정상 운용하기 위해선 새로운 코어를 완성해야 한다니 이건 재차 고심해도 너무 위험한데···.’
“헤르삭. 기존에 존재하던 코어를 그대로 사용할 수 없나?”
【불가능합니다. 반드시 ‘코스모스’를 완성해야 합니다. 에스타른 행성을 파괴하고 도망칠 때 사용된 동력원은 초능력자의 도움이 없이 생산시설의 도움을 받아 완성된 것으로 새로 연구된 코어보다 효율이 월등히 낮습니다. 그마저도 행성을 파괴하는 등의 강력한 에너지 공격으로 대다수 동력원을 잃어버린 상황이었기에 선조들은 모함을 유지하는 방향으로만 보수하고 나머지 초자원은 다른 연구결과를 함선에 적용하기 위해 사용했습니다.】
잠시 말을 멈춘 헤르삭은 다시 말을 이었다.
【따라서 현재 타코르스함의 크기는 당시에 비해 두 배 이상이나 커졌고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기 때문에 기존의 코어로 모함을 운용하려고 든다면 동력원이 과부하를 일으켜 폭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워 역시 이한에게 조언했다.
『과거 에스타른족이 생산한 동력원은 강력하긴 하지만 테라의 코어보다도 안정성이 떨어집니다. 타고르스함을 운용하기 위해선 반드시 새로운 동력원인 ‘코스모스’를 생산해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타고르스함을 정상 운용할 수 있고 새로운 기술을 모함에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코어를 생산할 수 없다면 타고르스함을 분해하여 에스타른족의 기술이 적용된 테라의 함선을 건조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 될 겁니다.』
“음.”
이한이 이러듯 코어 생산에 주저하는 것은 그 일이 상당히 위험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무려 전장이 50km짜리 함선을 건조하는 일이다. 심지어 워에게 전달받은 정보에 의하면 에스타른족이 완성한 코어는 완전한 반물질로 이뤄진 코어였다. 임의대로 블랙홀을 생·소멸시켜 그것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삼는다는 소리였다.
적절한 표현 같지는 않으나 어쨌든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모조리 태우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새로운 코어 생산엔 반드시 초능력자의 조력이 필요하니 자신은 물론 가장 강력한 초능력자인 시에라 역시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당연히 이한으로서는 매우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코스모스’라 불리는 뉴 코어가 한번도 완성되지 않은 미지의 산물이라 더더욱 그러했다. 그때 곁에 있던 시에라가 이한에게 말했다.
“다르포스라는 강대한 적과 싸운 에스타른족이 설계한 모함이에요. 그런 모함을 부수는 일은 그리 현명하게 여겨지지 않아요.”
“필요하니까 그렇게 설계한 것이다?”
“예. 또한 한 사령관님께서도 앞서 거론했듯이 필요하다면 위험이라도 감수해야겠죠.”
시에라를 바라본 이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결의가 서린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최우선 순위를 설정하겠다. 목표는 ‘코스모스’ 새로운 동력원을 완성하기 필요한 모든 물자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집한다. 이상.”
그러자 헤르삭이 가슴에 손을 얹고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명령대로 따르겠습니다.】
헤르삭의 인사를 받을 때 워의 보고가 이어졌다.
『사령관님. 특이사항이 발생했습니다.』
“특이사항?”
『자원채집소를 지을 예정이던 장소의 초자원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초자원이 사라져? 설마 크락투인가?”
『크락투의 반응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어느 한 곳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라 초자원만 이 행성에 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크락투가 아니라면? 뭔데? 아니면 그 크락투가 극한 상황을 겪으면서 진화라도 했다는 건가?”
『알 수 없습니다. 자세한 것은 병력을 파견해서 직접 맞닥뜨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저 존재가 무엇이든 간에 초자원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명확합니다.』
“우리도 초자원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지. 놈들이 무슨 존재이든 간에 초자원을 내어줄 수는 없다. 이건 모두의 미래를 위한 일이기도 해.”
초자원을 얻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50km에 달하는 모함을 손쉽게 업그레이드할 기회는 결코 흔하지 않다. 에스타른족의 연구 가운데 강력하고 유용한 것들은 모두 초자원을 활용해야 하는 것들이기에 이번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12종족은 말할 것도 없고 같은 테라라고 해도 아군이라고만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한은 당연히 이런 전력을 유니온에게도 밝힐 생각이 없었다. 무시하지 않을 정도의 전력은 갖추겠지만 비밀 병력으로 남겨둘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모함을 정상화시켜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 초자원이 필요하다. 놈들의 존재가 무엇이든 간에 초자원은 내어줄 수 없다.
“헤르삭.”
【말씀하십시오.】
“에스타른족이 하나같이 뛰어난 전사라고 했던가?”
【물론입니다.】
“이번 기회에 그 실력 좀 봐야겠군.”
그런 뒤 이한은 워에게 다시 명령을 내렸다.
“워! 건설가능한 지역에 지금 즉시 자원채집소를 건설하도록!”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필요한 건설 물자를 전송하도록 하겠습니다.』
“헤르삭.”
헤르삭은 엄정한 눈빛으로 이한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우리의 전사들이 반드시 자원채집소를 지켜낼 것입니다.】
이윽고 붉게 달아오른 지역에 푸른빛이 생성되는 것이 홀로그램 등에 전송되었다. 다만 붉게 타오른 지역은 차디찬 냉기에 의해 급속도로 식어가고 있었다.
푸른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하늘을 향해 삐죽삐죽 솟은 기묘한 장치들이 주변에 생성되었다. 장치 주변으로는 프로젤과 세라메틱이 도처에 널려 있었다. 기묘한 장치, 곧 자원채집소는 이내 곧 프로젤과 세라메틱을 타고르스에 전송하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주변에 푸른빛이 생성되며 에스타른족의 전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에스타른족의 전사들은 모습을 드러내기 무섭게 들고 있던 창을 앞으로 내세우며 주변을 삼엄하게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채집소 주변을 경계하던 에스타른 전사들은 다시 작은 장치를 주변에 집어 던졌다.
착! 착!
그러자 채집소는 물론 자신들의 경계하던 지역에 투명한 막이 형성되었다.
우우우웅!
콰아아아아앙!
그때 땅이 진동하더니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투명한 막을 후려쳤다. 에스타른족은 눈을 부릅뜨며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바라보며 창을 내밀었다. 창처럼 생긴 에스타른족의 무기는 암석을 베어낼 수 있는 것은 물론 암석 정도는 깔끔하게 녹아버리게 할 수 있는 에너지를 발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저들이 다시 확인했을 때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숨 막힐 듯한 긴장감이 흐르고 갑자기 뭔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에스타른족과 자원채집기가 순식간에 통째로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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