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debuff RAW novel - Chapter 162
제160화.
본격적으로 디버프 마스터의 힘을 드러낸 연오랑은 역천검제를 ‘압도’했다.
전투력만 따지고 보면 역천검제의 우위였다.
환골탈태를 두 번이나 거친 역천검제의 육체적 내구도는 연오랑의 공격력에도 끄떡없었고, 레벨이 높으니 당연히 속도나 힘도 더 강력했다.
그나마 싸움이 성립할 수 있었던 것은, 연오랑의 순수 실력과 경험이 역천검제보다 우위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디버프 마스터의 진가를 드러낸 이상 역천검제는 더는 연오랑의 우위에 설 수 없었다.
연오랑이 사용하는 각종 디버프와 이곳 생사결계의 효과 때문에, 역천검제의 능력치는 반토막이 난 상태.
디버프에 걸리지 않았을 때야 연오랑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거나 호각을 이룰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이야기가 전혀 달랐다.
쾅! 콰앙!
“악!!!”
역천검제는 자신을 향해 퍼부어지는 연오랑의 공격에 속절없이 수세에 몰렸다.
연오랑의 주먹이 몸 이곳저곳을 두들길 때마다 엄청난 피해를 입었음은 물론, 내상이 점점 더 심해져 갔다.
“크으으윽!”
그 와중에 몇 번이나 반격을 가했지만, 연오랑은 그마저도 예상했다는 듯 가볍게 피해 버리는 신기를 선보였다.
애초에 디버프에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도 연오랑을 상대로 치명타를 가하지 못했는데, 디버프에 걸린 이상 유효타는 꿈도 꿀 수 없었던 것이다.
“여기서 네놈 따위에게 쓰러질 것 같은가!!!”
수세에 몰린 역천검제가 버럭 소리치며 자신의 전력, 아니 그 이상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런 역천검제의 기세는 사뭇 무서웠다.
궁지에 몰리면 쥐도 고양이를 문다고 했다.
하물며, 현경의 고수인 역천검제가 한계 이상의 전력을 다한다?
당연히 위협적일 수밖에 없었다.
화르르르르르르!!!
역천검제의 손에 들린 위타천신검에서 시퍼런 검강이 솟구쳐 올랐다.
“내 앞길을 방해하는 자, 내 아들의 부활을 막는 자.”
화아아아아아아아악!
역천검제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파가 뿜어져 나와 생사결계 안에 휘몰아쳤다.
“상대가 누구든 모조리 베어 버리리라!”
그와 동시에 역천검제의 엄청난 검공이 마치 폭포수처럼 연오랑을 향해 쏟아졌다.
그런 역천검제의 검격에는 태산도 무너뜨릴 만한 어마어마한 파괴력이 실려 있었다.
과연 이게 디버프에 걸린 사람인지 의심이 들 지경.
역천검제가 자신의 독문무공이자 심법인 역천수라진기를 극성으로 끌어 올려 단기간에 전투력을 몇 배나 끌어 올린 것이다.
“흠.”
연오랑은 그런 역천검제의 발악에 뒤로 훌쩍 물러서면서 잠시 고민했다.
디버프로 맞설 것이냐.
아니면 강 대 강, 파괴력으로 맞설 것이냐.
그에 따른 연오랑의 선택은…….
우우웅……!!!
팔괘신화장갑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붉게 달아오른 팔괘신화장갑 주변으로 시공간이 아지랑이처럼 일그러졌다.
“……!”
그 광경을 본 역천검제의 얼굴이 서릿발처럼 얼어붙었다.
무림 역사상 주변 시공간마저 일그러뜨리는 무공은 오직 하나.
그것은 과거 무적천존과 그 후예인 파천황의 무공이라 알려진 건곤합벽뿐이었다.
건곤합벽.
무림 역사상 최강·최악의 파괴력을 자랑하는 무공.
그 위력은 단 한 번의 타격으로 적을 죽이는 것을 넘어 육체를 아예 붕괴시켜 버리고, 나아가 영혼까지 소멸시켜 버린다고 했다.
그 전설적인, 아니 전설을 넘어 신화에 가까운 무공이 실제로 펼쳐질 줄이야.
“거, 건곤합벽……?”
역천검제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경악에 찬 표정을 지었다.
파천황 이후 실전되었다고 알려진 건곤합벽이 눈앞에서 펼쳐졌으니, 그가 놀라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일 터.
“이 무공에 죽는 걸 영광으로 알아.”
연오랑이 역천검제를 향해 말했다.
“……!”
역천검제는 건곤합벽을 시전한 연오랑의 그 무시무시한 기세에 흠칫 몸을 떨었다.
단언컨대, 지금까지 건곤합벽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없었다.
아예 도망치면 몰라도, 건곤합벽에 당하면 즉사였다.
심지어 무적천존과 싸우던 천마신교의 교주 천마가 건곤합벽에 천마공이 파훼당하고, 그대로 소멸해 버렸다는 것은 아주 유명한 일화였다.
오죽했으면 영혼까지 소멸시켜 버린다고 알려진 무공이겠는가?
“아, 안 돼……!”
“돼.”
연오랑이 건곤합벽이 실린 주먹을 역천검제를 향해 쭉 내뻗었다.
“……!”
역천검제는 혼신의 힘을 다해 검강으로 장막을 만들어 내 건곤합벽을 밀어내려 했지만, 그건 헛수고에 불과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건곤합벽이 실린 연오랑의 주먹은, 역천검제가 만들어 낸 강기의 장막을 너무나도 쉽게 파괴해 버렸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앙-!!!
건곤합벽이 역천검제의 가슴 정중앙에 작렬했다.
디버프 마스터의 스킬 중 가장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필살의 의지가 담긴 일격이 적중한 것이다!
* * *
“……!”
역천검제는 마치 번개라도 맞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 그의 가슴 정중앙은 뻥 뚫려 있었다.
건곤합벽에 의해 심장이 관통당하는, 그 누구도 되살아날 수 없는 치명상을 입은 것이다.
스륵, 스르륵.
이윽고 역천검제의 육체가 미립자 단위로 분해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영혼이 소멸하기 전 육체부터 서서히 붕괴하는 것이다.
“어, 어떻게…….”
역천검제가 분해되어 가는 제 육체를 바라보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내가 말했을 텐데. 네놈들이 말하는 새로운 세상이 열릴 일도 없을 거고, 죽은 네놈 아들이 되살아나는 일도 없을 거라고.”
“…….”
“복수하고 싶었으면 네놈 아들을 그렇게 만든 놈들한테만 했어야지. 왜 애먼 사람들한테까지 불똥이 튀어야 하는데.”
연오랑이 차가운 목소리로 역천검제를 향해 쏘아붙였다.
“현경의 경지. 그만한 무공을 완성했으면 네놈 아들을 그렇게 만든 놈들한테 복수하는 건 일도 아니었을 텐데.”
“세상은…… 썩었다.”
역천검제가 항변했다.
“이 세상은…….”
“안 그런 세상이 있는 줄 알아?”
“……!”
“네놈이 벌인 짓은 그냥 너저분한 화풀이에 불과해.”
“……냉정하군.”
역천검제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질렸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진실이니까.”
연오랑이 돌아섰다.
“그러니까, 곱게 뒈져라. 아들은 저승에 가서 만나고.”
“…….”
“아, 영혼까지 소멸할 테니까 저승에 가도 못 만나겠네.”
연오랑의 그 냉혹한 한마디와 함께 생사결계가 사라졌다.
스르르르르…….
역천검제는 이내 곧 완전히 미립자 단위로 분해되어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연오랑은 역천검제를 눈곱만큼도 동정하지 않았다.
아들을 잃고 문파가 멸문당한 그의 기구한 사연이야 공감할 수 있었지만, 그 이후에 벌인 악행은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역천검제 또한 자신이 당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는 악마였을 테니, 억울해할 것은 없을 터였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역천검제와 같은 강자를 꺾었으니, 그에 따라 어마어마한 양의 경험치가 주어졌다.
[알림: 축하드립니다!] [알림: 레벨이 올랐습니다!] [알림: 411레벨 달성!] [알림: 412레벨 달성!] [알림: 413레벨 달성!](중략)
[알림: 430레벨 달성!]상대가 상대이니만큼, 무려 20레벨이 한꺼번에 올랐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직도 못 하는 신세였는데, 어느덧 500레벨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마, 맙소사.”
“역천검제가 죽다니.”
“거, 건곤합벽……!”
“과연 무적천존의 제자분이셨구나!”
한편, 지켜보던 사람들은 연오랑이 역천검제를 쓰러뜨린 것을 보고 경악했다.
역천검제가 보여 주었던 무공은 분명히 현경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그런데 연오랑은 그런 역천검제를 전설적인 무공인 건곤합벽으로 쓰러뜨렸다.
심지어 고전한 것도 아니었다.
처음에는 좀 밀리는가 싶었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전력을 드러낸 연오랑은 역천검제를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해치워 버렸다.
그렇다는 말은, 연오랑의 무력이 현경의 경지 그 이상이란 뜻이었다.
과거 시대를 풍미하다 못해 신화를 일궈 낸 무적천존의 제자라는 걸 몸소 증명해 보인 것이다.
“여, 역천검제가 죽다니.”
백련교도들 역시 연오랑이 역천검제를 쓰러뜨린 걸 보고 경악했다.
역천검제는 백련교의 아미파 공격의 핵심이었다.
아무리 구파일방의 일원이라지만, 무려 현경의 고수를 투입했다면 작전 성공은 당연한 것.
애초에 실패할 수도 없고, 실패해서도 안 되는 작전이었다.
그런데 역천검제가 죽었다?
백련교의 타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가진 전력의 반 이상이 날아가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뭐, 뭣들 하는가! 퇴각하라! 신속하게 퇴각하라!”
백련교도들이 역천검제의 작전을 포기한 채 도망치기 시작했다.
* * *
“얼씨구.”
연오랑은 백련교도들이 도망치는 걸 보고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그냥 도망치게 내버려 둔다?
연오랑에게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도망치는 백련교도들에게는 청성파에서 탈취한 축융로가 있었다.
멸겁화의 불꽃이 담긴 축융로는 언제든 화산을 폭발시킬 수 있는 법보.
그걸 가지고 도망치게 내버려 두었다간, 또다시 아미파를 공격할 음모를 꾸밀 가능성이 농후했다.
“이번에는 도망치게 안 놔두지.”
연오랑이 다급히 공간 도약 술법을 준비하는 백련교도들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
어딜 도망가려고?
파지직!
연오랑으로부터 무형(無形)의 기파가 뿜어져 나와 공간 도약 술법을 준비하던 백련교도들, 정확히는 주교들과 술법가들을 덮쳤다.
그 결과.
“급급여율령! 급급여율령! 급급여율령! 급급여율령! 급급여율령! 급급여율령!”
아무리 주문을 외워도 공간 도약이 발동되지 않았다.
압제신기.
적들의 기 흐름을 방해하고, 무공뿐 아니라 모든 술법을 원천봉쇄하는 권능이 공간 도약을 저지한 것이다.
“어, 어째서!”
백련교의 술법가들은 술법이 발동되지 않자 크게 당황했다.
그들은 몰랐다.
연오랑이 술법가의 천적이라는 것을.
그 어떤 술법가도 연오랑 앞에서는 그저 고양이 앞의 쥐 신세에 불과했다.
압제신기를 가진 연오랑 앞에서는 그 어떤 술법도 사용할 수 없을뿐더러, 사용한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려고 그러시나?”
연오랑이 백련교도들을 향해 이죽거렸다.
“왜, 공간 도약이 잘 안 돼?”
“……!”
“그러게 미리 도망쳤어야지.”
그 순간.
오싹!
연오랑의 표정을 본 백련교도들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히죽 웃는 연오랑의 얼굴이 너무나도 무시무시하게만 보였던 것이다.
“내놔.”
연오랑이 축융로를 짊어지고 있던 백련교 주교에게 손을 내밀었다.
“…….”
백련교 주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침묵을 지키며 그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축융로를 넘겨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도망치자니 그것도 불가능하고.
뒤이어 벌어질 상황은 뻔해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꼭 죽여야 내놓을래?”
“……드리겠습니다.”
결국, 백련교 주교가 등에 짊어지고 있던 축융로를 연오랑에게 넘겨주었다.
“짜식이 두 번 말하게 만들고 있어.”
연오랑이 백련교 주교의 머리통을 쥐어박았다.
“커헉!”
백련교 주교가 피를 토해 내더니 털썩 쓰러졌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연오랑이 먹인 꿀밤에 뇌가 곤죽이 되어 그만 즉사해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미, 미친 새끼!’
‘축융로를 받자마자 죽여?’
‘저 악마 같은 놈!’
백련교도들은 연오랑이 아무렇지도 않게 주교를 죽여 버리는 걸 보고 흠칫 몸을 떨었다.
살다 살다 저런 미친놈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