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111
111화. 유신 VS 현아진 (1)
삐이. 삐이.
[긴급상황 발생.]테레사함의 함교에 경보음이 울려 퍼지며 루시아의 음성이 메아리쳤다.
[사신혁 사령관님께서 운신이 불가한 상황입니다. 이에, 사령관님을 대신하여 테레사함의 함장대행 빅토리노와 전투컴퓨터 오페라를 호출합니다.] [빅토리노, 응답합니다.] [Copy that.]루시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빅토리노와 오페라의 음성이 들려왔다.
스스스슥.
소년의 모습을 한 빅토리노와 강인한 청년의 모습을 한 오페라. 그리고 춤추는 인형을 사용할 때 유시아의 모습을 한 루시아의 홀로그램이 함교에 나타났다.
“루시아, 보고 하세요.”
“네, 코드네임 : 주소천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어떤 상황이죠?”
“현재까지의 상황을 간략히 요약하겠습니다.”
루시아가 현아진과 주소천의 전투와 유신이 등장한 장면까지를 빠르게 요약하여 스크린에 출력하였고, 현재 스크린에는 유신의 도복을 덮고 쓰러져있는 주소천이 담겨있었다.
“테레사함에 위협이 되는 상황은 아니군요.”
적의 말살과 파괴, 그리고 테레사함과 사신혁에게 위협이 되느냐만을 판단하는 전투컴퓨터 오페라다운 말이었다.
“현 상황은 그렇지만, 다음 일은 어떻게 될지 몰라요 오페라 씨.”
“그건 루시아 씨의 말이 맞는 거 같군요.”
“그러나 사령관님의 명령이 없이는 움직일 수 없습니다. 현재 사령관님을 대행하는 메인컴퓨터 빅토리노의 명령코드가 입력된다면…….”
오페라가 잠시 말을 끊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잠재적 적성 개체, 코드네임 : 현아진을 파괴하겠습니다.”
오페라의 말에 빅토리노와 루시아가 잠시 말을 잃었다.
“그것도 한 방편이 될 수 있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루시아, 계속하세요.”
“네, 현재 유신과 현아진은 코드네임 : 주소천을 기점으로 하여 약 2km 떨어진 평야에서 전투에 돌입하였어요. 이에, 메인컴퓨터 빅토리노와 전투컴퓨터 오페라의 의견을 구합니다.”
“어떤 의견을 구한다는 건가요 루시아 씨?”
“현아진의 목적은 주소천이 보유한 아스트랄 오브젝트. 유신이 패배한다면 주소천의 아스트랄 오브젝트를 빼앗길지도 몰라요. 따라서 원거리 포격을 이용한 적성 개체 현아진의 파괴 여부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찬성합니다.”
“찬성합니다.”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이 대답하는 빅토리노와 오페라. 현아진에게 원거리 포격을 가한다면 당연히 유신조차 무사하지 못할 것이었다.
“투표가 가결되었습니다. 현시간 부로 코드네임 : 현아진을 마킹하겠습니다. 포격 시점은 코드네임 : 유신의 전투 불가 시점입니다.”
루시아의 말에 다른 두 컴퓨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주소천이 보유한 아스트랄 오브젝트의 무사 여부였다.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죠.”
“방법이 더 있나요?”
지금까지의 침중했던 분위기와는 달리 갑자기 루시아의 얼굴이 밝아졌다. 평소의 친절하고 장난기 많은 그녀의 얼굴이었다.
“이상적인 시나리오에요. 유신이 현아진을 격퇴하거나, 현아진에게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서 후퇴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그럴 확률은요?”
“매우 낮겠죠?”
싱긋 웃으며 말하는 루시아를 보며 빅토리노가 마치 신혁처럼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예, 매우 낮은 확률이 구체적으로 얼마인지 물어보진 않을게요. 그러면 그 매우 낮은 확률의 일이 발생했을 때 우리가 할 일은요?”
“와~ 다행이다! 하고 기뻐하면 되겠지요? 유신 도사님이 현아진을 물리치고 주소천 양을 구해낼 테니까요. 얼마나 로맨틱하고 멋진 일이에요?”
루시아가 눈을 빛내며 빅토리노와 오페라의 동의를 구했다.
“그럼 저는 포격 시물레이션을 실행하기 위해 먼저 가보겠습니다.”
“앗, 오페라 씨. 너무해요!”
루시아의 토라진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페라의 홀로그램이 사라졌다.
“저도 오페라처럼 도망치고 싶지만, 확인할 게 있어서 남아있습니다.”
“쳇, 빅토리노 씨마저 그럴 줄은 몰랐군요.”
“장난은 이쯤하고, 사령관님의 신체 밸런스 조정이 완료되는 시점의 변동은 없습니까?”
“네, 약 80시간 뒤에 완료될 거예요.”
“현재까지 특이사항은요?”
“없어요. 매우 순조로워요.”
“다행이군요.”
중요한 안건들을 처리한 빅토리노가 주위를 환기시키며 말했다.
“그럼 저는 테레사함의 에너지 충전 진척도와 위지천 일행이 머무르는 거처를 확인하고 있겠습니다. 루시아 씨는 현아진과 유신의 전투 결과가 도출될 때쯤 알려주세요.”
“네, 수고하세요!”
* * *
“그래, 죽을 장소로 정한 곳이 여기인가?”
“시주의 뜻대로 되진 않을 겁니다.”
현아진의 살기 가득한 말에도 유신이 씨익 미소 지으며 포권하였다.
“무당파의 수련도사 유신이 천마신교의 교주님께 가르침을 청합니다.”
“이해가 안 되는구나.”
현아진의 눈에 들어온 유신은 공포도 분노도 없었다. 분명 주소천의 지인이라 하였는데, 왜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가르침을 청한다는 말도 진심으로 느껴졌다.
“그래, 곧 죽을 놈의 감정 따위 알 필요가 있을까.”
그 말을 끝으로 현아진이 온몸의 마나를 집중시켰다.
‘손오공이라는 이 세계의 신을 쫓아내는데 너무 많은 마나가 소모되었어. 허나 이 정도면 충분하다.’
현아진이 만의 하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시 한번 유신을 주시하며 꼼꼼히 그를 살폈다.
“준비되셨습니까?”
스르르릉.
유신이 현아진에게 검을 겨누었다.
‘느껴지는 마나의 수준은 소드마스터 정도로군.’
유신에 대한 탐색을 마친 현아진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죽여주마.’
그것이 시작이었다. 현아진의 트레이드 마크인 수백여 발의 매직 미사일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죽어라.”
조금 전의 탐색전으로 유신의 능력은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다.
퍼퍼퍼펑! 퍼어엉!
그런데 유신의 대응은 그녀의 예상을 한참이나 벗어났다. 유신의 신형이 순간 흐릿해지며 연기처럼 사라진 것이다. 무당파 최속의 신법 청운신표의 경지가 극성에 이르러 이형환위가 발현된 것이었다.
“뭐야? 미러이미지?”
본능적인 위협을 느낀 현아진의 방어마법이 시전되었다. 그때, 땅속으로 꺼지듯이 사라진 유신의 신형이 순식간에 현아진의 등 뒤에 나타나 의천검을 내리그었다.
일운검(一雲劍).
일검무진(一雲舞進).
의천검에 집중된 무시무시한 위력의 강기가 현아진의 배리어에 불꽃을 일으키며 충돌하였다.
촤아아악!
현아진의 마법 장벽은 무리 없이 유신의 검을 받아내는 듯했다. 하지만 이변이 일어났다.
배리어와 검강이 충돌하며 발생한 순간적인 틈을 유신의 검이 뚫고 들어와 현아진의 등을 갈랐던 것이다.
“블링크!”
슈슈슉!
현아진의 신형이 제 2격을 노리던 유신의 시야에서 갑작스럽게 사라져버렸고, 족히 이십 장은 떨어진 상공에 나타났다.
“힐링(Healing).”
붉게 물든 등을 중심으로 백색의 빛무리가 일어났고, 그녀의 상처가 엄청난 속도로 아물었다. 현아진이 살짝 분노한 얼굴로 다시금 마나를 집중하였다.
“뼛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태워주마.”
그녀의 몸이 점점 더 허공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기마저 달아오를 정도의 뜨거운 열기가 그녀의 주변에 요동쳤다. 광마 단운천을 태워버린 궁극의 마법 헬파이어가 발현되는 것이었다.
“?! 블링크!”
막 헬파이어를 완성하여 유신을 향해 발사하려던 현아진이 대경하여 마나가 흩어짐을 감수하고 급하게 신형을 옮겼다.
파직! 슈슈슉!
그녀의 뒷목 부분의 배리어 일부분이 잘려 나간 흔적이 보였다. 잘려 나간 배리어는 다시금 현아진의 마력을 흡수하며 복원되었지만 그녀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조금만 늦었으면 목이 잘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현아진은 유신이 들고 있던 검이 하늘에 둥실둥실 떠 있는 것을 보았다.
“아직입니다.”
무룡식(武龍式) 응용기(應用技).
오행검(五行劒) 제3초.
오행만변(五行萬變).
다섯 가지 자연의 조화를 담은 오행검이 신묘막측한 변화를 보이며 현아진의 전신요혈을 노렸다.
“이이익, 이 애송이 녀석이!”
결국 견디다 못한 현아진이 다시 한번 모습을 감췄고, 이번에는 유신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라이트닝 볼트!”
즉시 시전 가능한 마법 중에서 최속의 속도를 자랑하는 현아진의 라이트닝 볼트가 그물처럼 퍼져나갔고, 유신의 전방위를 감쌌다.
“하앗!”
태극현천강기(太極現天剛氣).
라이트닝 볼트로 이루어진 그물이 유신의 전신을 감싸려는 순간, 마치 현아진의 마법 장벽처럼 유신의 몸에서 푸른 기운이 퍼져 나와 라이트닝 볼트가 만들어낸 전격의 그물을 소멸시켰다.
“힘을 숨겼구나 애송아.”
소드마스터급의 마나로는 이렇게 쉽게 현아진의 라이트닝 볼트를 파훼할 수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녀였다.
“근래에 무위가 조금 상승하였습니다. 그러나 힘을 숨긴 것은 아닙니다.”
유신이 익힌 태극무위심공과 태극기공은 특히나 내기를 잘 갈무리 하기로 소문난 절세신공들이었다. 그러니 본격적으로 유신이 공력을 운용하기 전까지는 그 기세를 완벽히 감지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네놈의 힘에 놀란 것이 아니다. 그 수법이 무척이나 유연하구나. 마치 이런 상황을 겪어 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현아진의 말에 유신이 씨익하고 미소 지었다.
“당신의 생각이 맞습니다.”
지금의 유신을 만들어 준 지난날의 깨달음과 전투 장면이 그의 머릿속에서 빠른 속도로 재생되었다.
“이곳에 마법사가 있었단 말이냐?”
“마법사라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은 아닙니다. 그는 암기와 검술을 사용하는 무인이었으니까요. 당신보다 훨씬 까다로운 상대였습니다.”
현아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느새 화가 난 얼굴은 차가운 얼음과 같은 무표정으로 바뀌었고, 분노가 가득했던 눈빛은 무심해졌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유신이 공력을 끌어 올리며 현아진을 주시하였다.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태극현천강기 제1식.
태극선강(太極線剛).
그의 손에서 뻗어나가는 푸른색의 강기선. 강기선이 현아진을 휘감아 갈 때, 그녀의 신형이 흐릿해졌다.
“미러 이미지(Mirror image).”
현아진이 영창이 끝나자 그녀의 몸이 순식간에 열 개로 늘어나며 유신의 태극선강을 피했다.
“플레어(Flare)!”
열 명의 현아진이 손을 뻗으며 동시에 외치자 조그마한 빛무리들이 발사되었다.
그 와중에 유신이 태극선강을 다시 휘둘러 열 명의 현아진 중 하나를 강타했다.
퍼어엉!
현아진의 허상 하나를 없애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대가로 조그마한 빛무리로 보이는 불꽃들이 점멸하며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것이 반복될수록 더욱더 엄청난 폭염의 불꽃을 만들어냈다.
“끝이다 애송아.”
플레어로 인한 폭염이 채 가시기도 전에 유신에게 거대한 화염 거인의 주먹이 작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