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119
119화. 잠입
마교의 인물들이 숙소로 돌아가고 신혁과 유신은 치료를 마친 주소천과 마주하였다.
“제가 치료받는 그 잠깐의 시간 동안 두 분이 비무를 하셨다고요?”
주소천이 미묘한 표정으로 신혁과 유신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마치, 하여간 남자들이란 쯧쯧……. 하고 혀를 차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하하, 뭐 오랜만에 만났기도 했고…….”
“비무라기보다는 신혁 대협이 제게 가르침을 주신 것에 가깝지요. 하하하…….”
딱히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주소천의 말에 괜히 민망해진 신혁과 유신이 어색한 웃음과 함께 얼버무렸다.
“대략적인 사정은 유신 도사님께 들었습니다. 몸은 좀 어떠신가요?”
“어머나, 인사가 늦었습니다. 대협의 은혜에 모산의 주소천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상처 입은 뼈와 근육은 물론 자잘한 통증까지 씻은 듯이 사라지고 개운해진 몸 상태를 느끼며 주소천이 신혁에게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표시했다.
“예, 다른 불편하신 곳은 없으신가요?”
신혁의 말에 주소천의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신체는 모두 회복된 것 같은데 주술력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 무언가가 가로막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아마 현아진이라는 분이 소천 양의 주술에 금제를 가한 것 같습니다.”
“혹시, 소녀를 치료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은혜는 어떻게든 갚을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치료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완전한 해결 방법이라고 보긴 어렵겠군요.”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따악.
주소천의 물음에 신혁이 손가락을 튕겼고, 곧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원인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현아진이 사용한 마법에 대해서 설명하는 신혁이었으나 안타깝게도 그녀가 알아듣기에는 너무나 생소한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주소천의 고민에 가득 찬 얼굴을 보며 신혁이 미소 지었다.
“지금의 금제를 해제한다고 해도 다시 한번 현아진이 같은 수법을 펼치거나 다른 누군가가 이와 비슷한 수법을 사용하였을 때 지금과 같은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건 곤란해요. 다른 방법은 없나요?”
“루시……. 아니, 유시아.”
신혁의 부름에 루시아의 목소리가 의무실에 울려 퍼졌다.
[오랜만이에요 소천 양. 당장 가서 인사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제가 지금 하는 일이 있어서 이렇게 목소리만으로 먼저 인사드려요.]“어머나, 유시아 씨 반가워요!”
[저도 반가워요. 아쉽지만 인사는 조금 나중으로 미뤄요. 먼저 소천 양의 치료법에 대해서 말씀드릴게요.]“경청할게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주소천 양의 아스트랄 에너지를 강화해야 해요. 비슷한 수법에 다시 당하지 않으려면 말이에요. 그렇게 된다면, 강화된 아스트랄 에너지로 이차원과 현계를 유지하는 통로를 굳건히 지킬 수 있을 거예요.]“그 에너지라는 것은 어떻게 강화할 수 있나요?”
[사령관님의 허락하에 아스트랄 에너지 증폭 및 조정기에서 강화할 수 있어요.]“그럼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나요?”
다시 현아진을 만나도 이전처럼 힘없이 무릎 꿇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주소천의 얼굴이 밝아졌다.
[네. 하지만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어요. 최소 한 달 이상은 걸릴 거예요.]“그, 그렇게나 오래 걸려요?”
[인류역사상 영적 기운에 가장 최적화된 신혁 오라버니조차 아스트랄과 신체의 밸런스를 조절하는 데만 7일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어요. 그러니 소천 양이 타고난 자질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어쩔 수 없답니다.]“그렇군요…….”
주소천이 시무룩하여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그녀의 눈은 점점 생기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하지만 피하고 싶지 않아요. 다시는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싶지 않아요. 그러려면 제게는 큰 힘이 필요해요. 부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주소천의 부탁에 신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청을 수락했다.
“다만 제 사문에서 갑자기 사라진 소녀를 찾고 있을 테니, 모산파에 제 소식을 알렸으면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모산파에는 제가 이야기를 전해 놓겠습니다. 그럼, 소천 양은 바로 치료를 시작하도록 하죠. 먼저 검사부터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빅토리노.”
[네, 사령관님.]“테레사함의 사령관으로서 명령한다. 현 시간부로 주소천 양의 사이오닉 파동 및 아스트랄 강화를 시작하라.”
[명을 이행하겠습니다. 현 시간부로 주소천 님께 테레사함의 임시출입 코드를 발급하겠습니다. 다만 함 내의 이동은 임시로 머무실 숙소와 의무실로 제한합니다.]“그렇게 하도록.”
빅토리노에게 주소천의 치료지시를 마친 신혁이 가이드 로봇을 한 기를 주소천에게 붙여주었다.
“소천 소저, 부디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빈도는 마지막 세속행의 목적을 이루었으니, 이만 호북으로 돌아갈까 합니다.”
신혁과 주소천의 대화가 일단락되는 것을 본 유신이, 주소천에게 다가와 작별 인사를 건넸다.
“구명지은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유신 도사님.”
“아닙니다. 태상노군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마음 쓰지 마십시오.”
유신과 작별 인사를 마친 주소천이 가이드 로봇과 함께 테레사함으로 모습을 감췄다.
“사 대협. 곤륜 문도들과 함께 빈도도 산을 내려가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예,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빈도가 곤륜의 도우들을 모셔오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습니다.”
신혁이 그들을 풀어주는 것에 대해서 마땅히 곤륜파의 도사들은 감사 인사라도 해야 하지 않나 싶었던 유신이었다.
“그분들도 어느 정도 죗값은 치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진심에서 우러나지 않는 사과는 받고 싶지 않습니다. 그들의 사과는 제가 가진 힘에 대한 것이지 저에 대한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건……. 후우, 무량수불.”
신혁의 말에 유신이 도호를 읊었다. 맞는 말이었다. 도가의 가르침이니 뭐니 해도 곤륜파도 강호의 방파였고, 약자에게 고개를 숙인 적이 없었다. 그것이 지금에 와서 달라질 것 같진 않았기에 유신이 어느 정도 신혁의 말에 수긍하였다.
“다음에 만날 때는 부디 좋은 인연으로 봤으면 좋겠다고만 전해주십시오.”
“그리하겠습니다.”
“그럼, 살펴 가십시오.”
* * *
“급한 일은 다 해결된 것 같구나.”
[예, 사령관님.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천마교주를 어떻게 구출할지에 대한 계획이 필요합니다.]빅토리노의 말에 신혁이 소파에 앉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루시아.”
[네에~]“작전은?”
루시아가 함교의 스크린에 두 가지의 작전계획안을 출력하며 말을 이었다.
[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테레사함의 원거리 포격시스템을 이용해서 마교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대상을 수색하셔도 돼요. 하지만 이 경우 천마교주마저 죽을 수 있긴 하지만요.]“기각.”
[그렇다면, 잠입 쪽으로 방향을 굳혀야 할 것 같아요 오라버니.]“구체적인 계획은?”
[얼마 전에 재미있는 소식이 들어왔어요.]“무슨 소식?”
[요약하자면, 마교의 부흥과 중원진출을 위하여 실력 있는 무사들을 모집한다. 지원하는 무사들의 출신성분을 따지지 않음은 물론이오, 본교의 율법에 의거하여 실력에 맞는 지위를 부여하고 대우해 줄 것을 약속한다.]루시아의 말에 신혁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그러니까 루시아. 네 말은, 지금 나보고 가서 힘자랑이라도 하고 마교의 무사로 지원하라는 거야?”
“양동?”
신혁이 흥미가 생겼는지 턱을 괴며 상체를 앞으로 당겼다.
“계속해봐.”
[전투원 전조가 입장합니다.]빅토리노의 안내 음성과 함께 함교의 출입구가 오픈되며 전조가 들어왔다.
“속하 전조. 주군을 뵙습니다.”
“전조? 빅토리노가 호출한 건가?”
“루시아 씨가 호출하였습니다 주군.”
“그래? 루시아.”
[네, 오라버니.]“전조는 갑자기 왜?”
[이번 작전의 포인트가 전투원 전조예요. 정확히 말하자면 사령관님과의 공조가 되겠죠.]“어떻게 하려고?”
* * *
웅성웅성.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대규모의 인원들이 모여있었다. 이른 새벽부터 모여있는 그들의 눈은 언제 열릴지 알 수 없는 거대한 건물의 문을 향해 있었다.
“분명 진시(오전 7~9시)에 문을 연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아직도 문을 열지 않고 있는 것이야?”
“거, 사람 참을성하고는. 이제 막 진시 초입쯤 되지 않았나, 조금 더 기다려 보세.”
“아니 아무리 마교라지만 이 많은 사람을 기다리게 하다니! 너무 예의가 없는 거 아니냔 말일세.”
“자네, 말조심하게. 자네 말대로 여긴 마교일세.”
위와 같은 대화가 오가며 서로 안면이 있는 자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그중 어느 무리에도 끼지 않은 채, 홀로 서 있는 사내가 있었다. 훤칠한 키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준수한 인상의 청년은 멋들어진 푸른색 무복을 입고, 꽤 비싸 보이는 장검을 허리에 차고 있었다.
“이보게 자네.”
홀로 서 있는 청년이 안쓰러웠던 건지, 아니면 시간이라도 때워보려는 의도였는지 거대한 도를 맨 대머리의 사내가 청년을 불렀다.
“저를 부르신 겁니까?”
“그래, 자네 말일세.”
“무슨 일이십니까?”
“원, 사람하고는. 너무 그렇게 뻣뻣할 필요 없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대부분 낭인이거나 사파 출신이긴 하지만 어차피 마교에 입교하면 자네의 동료가 될 사람들이 아닌가?”
“그건 당신의 말이 맞군요.”
생각보다 예의 있는 대머리 사내의 말에 청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통성명이나 하지. 나는 거령도(巨領刀) 이자성이라고 하네. 이 큰 칼 때문에 친구들이 지어준 별호지만, 나름대로 멋지지 않은가?”
“네, 잘 어울리는 별호군요.”
청년이 씨익 미소 지으며 거령도의 말에 화답했다.
“고맙네. 내가 먼저 인사를 했으니, 자네도 그리하는 게 옳지 않겠는가. 자네는 이름이 뭔가? 혹 별호도 있는가?”
“유신혁이라합니다. 강호초출이라 별호는 없습니다.”
“유신혁? 울림이 좋은 이름이구만. 어디 출신인가?”
유신혁이라 이름을 밝힌 사내가 순간적으로 눈동자가 흔들렸다.
“괜찮네. 밝히기 싫으면 말하지 않아도 말일세.”
거령도 이자성이라 자신을 소개한 대머리 사내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유신혁의 위아래를 흩어보았다.
“마교의 입교시험이 시작될 때까지 내 적적하여 말을 걸었는데, 본의 아니게 자네를 곤란하게 한 것 같으이.”
“괜찮습니다. 마침, 저도 혼자인 처지여서, 말벗이 필요하던 참이었습니다.”
“예의도 바른 것이, 명문가의 출신이라고 말해도 누구도 의심하지 않겠구먼그려 크크크.”
이자성이 신혁에게 다가가 이것저것 캐물으려던 찰나에, 굳게 닫혀있던 마교의 문이 열렸다.
“대천마신교를 방문해 주신 여러분을 환영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