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12
12화. 사신혁의 제안 (2)
자신들을 제압한 신혁을 보자, 청해색마와 흡혈마군은 자기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감히 출수할 엄두는 내지 못했다.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원하는 건 여러분과의 대화입니다. 루시아, 여기 소파 두 개만.”
다시 바닥이 열리며 청해색마와 흡혈마군이 나란히 앉을 만한 커다란 소파가 준비되었고 맞은편에는 신혁이 앉을만한 소파가 준비되었다.
“식사는 입에 맞으셨는지 모르겠군요. 간단하게 티타임……. 아니, 차라도 한잔할까요? 루시아, 전병이나 뭐 이 시대에 유행하는 거 아무거나 좀 준비해줘. 술도 있으면 좋겠군.”
[주인님, 환자들에게 술은 좋지 않아요. 다과만 준비하겠어요.]다시 막대들이 나타나 신혁과 청해색마 사이의 탁자에 과자를 올려놓았다.
“패자의 목숨은 승자의 것. 죽이시오.”
“나 역시 동의하오.”
찻잔을 들어 올려, 한 모금 마신 신혁이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 전에, 귀하들에게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두 분은 무림공적이 될 정도의 죄를 저질렀습니까?”
“…….”
“…….”
둘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두 분은 전 무림의 적이 될 정도로 큰 죄를 저지르셨습니까?”
“어차피 아무도 우리의 말을 믿어주지 않습니다. 여기서 재차 떠들어봐야 소용없을 것 같군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제가 아는 사실과는 좀 다르더군요.”
신혁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미소 지었다.
“뭐가 다르단 말입니까?”
“사실 저는 두 분을 여기서 간단하게 치료만 하고 관청에 넘길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달라졌습니다. 루시아, 상황설명을 해드려.”
[네, 오빠.]“오빠는 좀 빼고.”
“대체 무슨 말이오?”
흡혈마군의 물음에 신혁 대신 루시아가 끼어들어 대답했다.
[제가 사령관님의 명령으로 두 분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두 분의 뇌파 데이터가 분석되었거든요. 의식이 없으실 때 강렬하게 떠올리신 기억들이 영상화되어 사령관님과 비서들이 그 영상을 보게 되었답니다.]“조금 더 쉽게 말해줄 수 없겠소?”
[전조 오라버니. 사람이 죽기 전에 인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고 하죠? 오라버니들이 사경을 헤매셨던 것은 아니지만, 저희가 오라버니들 인생에서 가장 강렬했던 기억의 일부를 엿보게 되었다는 거예요. 물론 고의는 아니었어요.]루시아의 말에 전조와 신윤제 모두 몸을 흠칫 떨었다. 자신들의 기억을 읽다니 과연 그게 가능한 일인가.
“본의 아니게 두 분의 기억을 엿본 것, 정말 유감입니다.”
신혁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둘에게 사과했다.
“아니 기억을 읽는다는 게……. 일단 고개를 드시지요. 예가 과하십니다.”
“초절정의 무인께서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청해색마와 흡혈마군이 화들짝 놀라며 손을 내저었다. 초절정에 도달한 무인이라면 못해도 명문의 문주급의 지위를 가진 이들이 아닌가.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두 분의 악행은 누군가가 씌운 누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당사자들의 기억이니 그것은 확실하지요.”
“…….”
“…….”
지금까지 자신이 한 짓이 아니라고 아무리 외쳐봐도 믿어주는 사람 한 명 없었는데, 오늘 처음 만난 초절정의 고수가 자신들을 믿는다고 말하고 있다.
“저는 더 이상 누군가 억울하거나 무의미한 죽음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신혁의 목소리가 더욱 진중해졌다. 과거 테레사호의 적합자를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가.
“진실을 알게 된 이상, 저는 두 분의 현재 상황을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우리를 이렇게 만든 놈들은 너무나 강대하며 거대합니다.”
“개인의 힘으로는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잘못된 진실을 바로잡을 수 없소.”
둘의 목소리에서 깊은 울분이 느껴졌다.
“저와 계약을 맺으시죠.”
뜬금없는 신혁의 말에 청해색마와 흡혈마군의 표정이 의아함으로 물들었다.
“계약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제가 여러분의 누명을 벗겨드리겠습니다. 대신 여러분은 저를 도와주세요.”
“어떻게 누명을 벗겨준다는 말이오?”
“상대가 거대한 힘과 세력으로 당신들을 핍박하였다면, 제가 더 큰 힘으로 그들을 벌하겠습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잘못된 진실을 바로잡을 수 없다면, 그 잘못된 진실마저 부숴버리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젓고 오만하다며 비웃을 만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초절정고수라면 말이 달라진다.
“……그럼 우리가 당신에게 무슨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소중한 친구를 찾으러 아주 먼 곳에서 왔습니다. 아무래도 저 혼자서는 친구를 찾기 어려울 것 같군요. 두 분이 여러 방면에서 저를 도와주시죠.”
청해색마와 흡혈마군의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고작 그런 작은 도움으로 자신들을 도와 거대세력에 맞서겠다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어, 어떻게 그 말을 믿을 수 있겠소?”
“믿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제가 그렇게 할 것이니까요.”
“그 말씀 대인의 명예를 걸고 약속하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자신들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을 피해 도망쳐온 지난날들이 떠오르자 눈앞이 흐려졌다.
“신(臣) 전조, 지금부터 당신을 주군으로 모시겠습니다.”
“저 역시 전조의 뜻과 같습니다. 지금부터 신(臣) 신윤제, 대인을 주군으로 모시겠습니다.”
악명이 자자한 흡혈마군과 청해색마가 신혁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주군이라뇨?”
“조금 전 주군께서 계약이라 말씀하셨습니다. 허나 제가 생각하는 계약은 서로가 동등한 입장일 때 가능한 것이라 봅니다. 그러므로 저는 군신관계 외에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상황을 원한 것이 아닌데……. 어떡하면 좋을까 루시아?’
[자신을 제압한 절대강자가 목숨도 살려주고 복수도 도와준다는데 당연한 반응이라 보아요. 아마 지금 와서 신하로 받아주지 않으면 자결이라도 한다고 날뛸 사람들이어요.]‘후, 할 수 없지.’
“알겠습니다. 두 분을 제 수족과 같이 생각하겠습니다. 그만 일어들 나십시오.”
“존명.”
마치 한 사람이 대답하듯 전조와 신윤제가 동시에 대답하며 몸을 일으켰다.
“두 분에게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하명하십시오.”
“여러분은 어떤 형태의 복수를 원하십니까? 제가 여러분의 누명을 벗긴다면 납득하실 수 있겠습니까?”
“할 수만 있다면 제 손으로 원수를 갚고 싶습니다.”
흡혈마군의 눈동자가 불타오르는 듯했다.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지나도 늦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주군께서 도움을 주신다면 얼마가 걸리더라도 제 손으로 끝을 맺고 싶습니다.”
반대로 청해색마의 눈동자는 얼음처럼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좋습니다. 그러면 두 분은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겁니다.”
순간적으로 정적이 흘렀다.
“주군께서는 저희의 목숨을 원하시는 겁니까?”
전조가 의아한 음성으로 물었다.
“외관상으로는 그렇습니다.”
“전조, 주군께서 복안이 있으신 듯하다.”
“지금 두 분은 무림공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두 분이 공식적으로 죽었다고 알게 되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주군의 말씀은 저희의 죽음을 위장하자는 것 같습니다. 일반인을 속이는 것이야 가능하겠습니다만, 지금 청동현에는 마교의 청해분타주 암연백과 무당의 도현도장이 와있습니다.”
“그건 윤제의 말이 맞습니다 주군. 그들의 눈을 속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생체 안드로이드. 이곳의 말로 하면 누구도 구별할 수 없는 정교한 인형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그것으로 그들의 눈을 속일 것입니다. 두 분은 아무 걱정 마시고 여기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하늘 같은 주군이 방법이 있다는데 어쩌랴. 충성을 맹세한 주군의 첫 명령을 반대할 수도 없고 지금까지 보여줬던 능력을 생각하면 불가능할 것 같지만도 않았다.
“존명.”
둘은 마치 한 사람처럼 우렁차게 대답하였다.
* * *
“분타주님.”
암영 1호가 불쑥 암연백과 도현도장 앞에 나타났다. 접객청에서 한창 무공에 대한 토론 중이던 암연백과 도현도장은 대화를 멈췄다. 이렇게 갑자기 나타날 정도면 급한 일이리라.
“무슨 일인가?”
“금미산의 괴인이 거처에서 나와 청동현 관청으로 향하고 있다 하옵니다.”
암영 1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암연백과 도현도장이 자리를 박차고 쏜살처럼 청해분타를 빠져나가 금미산에서 관청을 향하는 길목에 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현도장과 암연백의 시야에 저 멀리 하늘에서 무언가가 다가오는 모습이 들어왔다.
“허허 아무래도 그 시주인가 보오.”
“그런 거 같습니다.”
슈우우웅!
엄청난 파공음과 함께 순식간에 신혁의 모습이 점점 커지더니 도현도장과 암연백의 머리 위에서 멈췄다. 그리고 서서히 지면으로 내려오는 신혁. 신혁의 등 뒤에는 의식은 잃었지만 크게 상한 곳은 없어 보이는 청해색마와 흡혈마군이 둥실둥실 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분타주님, 도현도장님.”
“안녕하십니까.”
신혁과 도현도장, 그리고 암연백은 서로에게 포권을 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말씀드린 대로 청해색마와 흡혈마군을 제압하여 관으로 압송하는 중이었습니다. 두 분과는 인연이 닿는 것 같군요. 언제고 여유가 되실 때 금미산 정상으로 한 번 오십시오. 두 팔 벌려 환영하겠습니다.”
신혁의 말에 두 사람의 얼굴이 밝아졌다. 암연백으로서는 정체불명의 초고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물론입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허허, 꼭 찾아 뵙겠습니다.”
도현도장 또한 암연백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사신혁과의 인연을 자신의 사제인 유신에게 이어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무림공적을 처단하는 공명정대한 심성으로 보아 아끼는 사제와 신혁의 만남이 사제에게 결코 손해는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만.”
고개를 숙여 눈인사한 신혁의 몸이 다시 의식을 잃은 청해색마와 흡혈마군을 허공에 띄운 채 떠올랐다. 그리고는 쏜살같이 청동현 관청을 향해 날아갔다.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닙니다. 빨리 쫓아갑시다.”
암연백과 도현도장이 청동현 관청 앞에 도착했을 때 관청 앞은 이미 난리가 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