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121
121화. 입교시험 (2)
“외총관님을 뵙습니다!”
탁지원의 등장에 입교시험을 주관하던 마교도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되었다. 2차 시험은 내일 아침에 치르도록 하여라.”
“존명!”
“미안하외다. 귀한 손님을 앞에 두고 또다시 기다리게 했구려. 자자, 어서 안으로 들어가지.”
“절묘한 때에 오셨습니다 외총관 나으리.”
사내의 말속에는 뼈가 있었다. 네가 조금이라도 더 늦게 나타났으면 나는 그냥 발걸음을 돌렸을 거라고 비꼬듯이 말하는 것 같았다.
“허허, 편하게 외총관이라 부르시게. 나으리는 무슨.”
마교의 제7장로이자 마교 서열 14위의 탁지원에게 사내의 태도는 상당히 무례한 것이었다. 그러나 탁지원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나는 본교를 매우 사랑한다네. 본교의 교도들은 물론이고, 본교의 교도가 될 분들, 그리고 본교와 뜻을 같이할 수 있는 분들이라면 지위고하와 출신성분을 가리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
탁지원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외당 소속의 마교도들과 시험을 치르는 자들을 인자한 미소로 지켜보다가 눈앞의 사내에게 고개를 돌렸다.
“허니, 당연히 자네를 붙잡아야 하지 않겠나?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저 인원들을 다 합친다 하여도 자네 한 사람보다 못한데, 자네를 놓친다면 외총관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겠지.”
지옥마도라는 별호가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고 예의 바른 탁지원의 말에 사내도 전보다 많이 훈훈해진 태도로 말했다.
“제 얼굴에 금칠을 하시는군요.”
“하하하, 금칠이라니. 솔직한 심정을 말했을 뿐이지. 그래, 그대가 다시 본교를 방문한 것을 보니 우리와 함께하기 위함이라 생각이 드는군. 아니 그런가?”
외총관에 말에 사내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등에 메고 있던 행낭을 풀어 무언가를 던졌다.
툭! 데구르르르.
“외총관께 드리는 선물이외다.”
“호오? 이건……?”
사내가 바닥에 던진 것은 남자의 목이었다. 두 눈을 부릅뜨고 피가 덕지덕지 말라붙었으나, 외총관은 잘린 목이 누구의 것인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이런 걸 받아도 될지 망설여질 정도로 과한 선물이군. 크크크. 사안음적(蛇顔淫敵) 구필의 목이라니.”
외총관이 진심으로 만족스러웠는지,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웃음을 지었다. 사안음적 구필은, 사파의 유명한 색마였다. 예쁜 여자라면 고관대작의 딸이나 부인은 물론이고 무림고수들의 여자들 또한 가리지 않고 덮치고 보는 자였다. 그자로 인해 마교의 교도 중 몇몇이 해를 입은 적이 있었다.
“선물로 가져오긴 했으나, 개인적인 욕심도 있었소. 음적 주제에 절정의 경지를 넘었다 하여 무척이나 기대하였건만, 직접 칼을 섞어보니 삼초지적도 되지 않는 애송이었소이다.”
“과연, 혈전검귀(血戰劍鬼)라는 별호가 잘 어울리는군. 이 탁모가 진심으로 감복했네.”
“과찬이외다.”
“이런 훌륭한 선물까지 받았으니, 나도 그에 상당하는 선물을 줘야겠지. 자자,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지.”
“좋소이다.”
탁지원과 함께 대문 안으로 들어간 진조의 눈빛이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투기와 살기가 가득하던 그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저기 계시는구나.’
혈전검귀의 눈이 향한 곳은 이자성과 함께 식당을 향해 유유자적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유신혁이었다.
[신 전조, 주군께 인사 올립니다. 계획대로 무사히 잠입하였음을 아룁니다. 추후, 제가 다시 주군을 찾아뵙겠습니다.]* * *
“응? 자네, 뭐 좋은 일이라도 있는감? 표정이 아주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인데?”
이자성이 나란히 걷고 있던 유신혁을 향해 물었다. 옅은 미소와 함께 담소를 나누며 식당을 향하던 유신혁의 미소가 조금 더 짙어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 아닙니다. 선배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제 어릴 적이 생각나서 그랬나 봅니다. 갑자기 저와 싸웠던 친구 녀석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린 것 같아서 잠시 추억에 젖었습니다.”
“원, 사람 싱겁기는.”
이자성이 피식 웃더니, 하던 이야기를 마저 이었다. 이자성의 인생 최대 업적이자 유일하게 자랑할 만한 이야기였다. 자신이 무공을 익혀 이류무사가 되었을 때, 고향으로 돌아가 어린 시절 자신을 핍박하던 동네의 한량들을 때려눕히고 사과를 받았다는 삼류 영웅담이었다.
“아닙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으니까요.”
적당히 장단을 맞춰주며 걷다 보니 어느새 식당에 도착하였고, 1차 시험 통과자들을 위해 마련된 식당에서 배불리 배를 채운 유신혁과 이자성이 각자 배정된 숙소로 이동하였다.
“클클, 웃고 떠들다 보니 벌써 밤이 되었구만. 내일 시험이 뭐가 나올지 모르니 되도록 푹 자게나.”
“예, 그래야겠지요.”
“그래, 고생했네. 내일 보세나.”
임시로 만든 숙소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외벽이나 문이 통나무로 지어져 있긴 했지만, 밤이슬을 피하기에는 충분하였고, 내부에 배치된 간단한 가구의 상태 역시 나쁘지 않았다.
“후우~ 오페라.”
신혁이 나무 침대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예, 사령관님.]“에어쿠션이라도 좀 만들어 줄 생각은?”
[Copy that.]오페라의 대답과 동시에 공기가 움직이며 폭신한 에어쿠션이 침대에 깔렸고, 그제서야 신혁이 팔을 쭉 펴면서 침대에 누웠다.
“오페라, 너는 전투 상황에는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한데, 아무래도 일상생활에는 빅토리노가 나은 것 같다.”
[그건 저도 인정합니다.]“알면 좀 고칠 생각은?”
[전투컴퓨터에게 그런 생각은 사치입니다.]“하아…… 말을 말아야지.”
신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오페라, 루시아를 연결해줘.”
[Copy that.]지지지지직.
전파가 섞이는 불쾌한 소리가 한동안 지속되었고, 곧이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시아, 등장이어요.]“통신상태가 영 좋지 못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탐지 기계들이 차단당한 적이 있는 마교 내부에 진입하신 만큼, 보안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아서요.]“그래, 뭐 알아서 했겠지. 탐지가 안 되는 방식으로 바꿨으니, 품질이 떨어지는 건 감수해라. 뭐 그런 거겠지.”
[맞아요. 소녀도 아쉽답니다. 리얼한 오라버니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는데 말이죠.]신혁이 다시 한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됐고, 보고부터.”
[쳇, 차가운 남자 같으니.]“농담하는 걸 보니 작전대로 잘 진행되고 있구나.”
[네, 맞아요.]“그래, 안 그래도 조금 전에 전조가 내게 인사를 하더군.”
[현재까지는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요.]“오늘 일과는 마무리되었고, 내일 시험만 적당히 티 나지 않게 통과하면 되겠군.”
[네, 맞아요 오라버니.]“혹시 모를 변수에 대해서도 대비해놓도록 하고, 지금까지 도출된 예상 변수는 오페라에게 전송해 놓도록.”
[네.]“좋아, 다음은 빅토리노.”
[부르셨습니까?]“함 내 특이사항은?”
[없습니다.]“좋아. 오페라는 경계 모드를 가동하고 루시아랑 빅토리노는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도록.”
그 말을 끝으로 신혁이 눈을 감았다. 컴퓨터들의 보고를 받기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까지 피곤하진 않았는데, 갑작스럽게 정신력이 많이 소모된 느낌이었다.
* * *
“허허, 자네 잠을 너무 많이 잔 것 아닌가? 몸이 조금 무거워 보이는 것 같구먼.”
이자성이 아침 일찍 연무장에서 몸을 풀며 하나둘씩 도착하는 1차 시험 통과자 중에서 용케 신혁을 발견하고서는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아, 예. 좋은 아침입니다.”
“자네 말대로 좋은 아침이야. 시험 결과도 좋아야 할 텐데 말이지.”
“이쪽으로 집합하라!”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 진행요원의 안내에 따라서 신혁을 포함한 통과자들이 무리 지어 움직였다.
“그럼, 다음 시험을 고지하겠다. 다음 시험은 바로.”
진행요원이 일행을 주욱 흩어보고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경공술이다.”
난해한 시험과목을 제시하리라 생각하던 통과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경공술을 시험하는 거라면 일반 문파에서도 제자들의 성취를 가늠하기 위하여 종종 실행하는 수단이었다.
“특별한 것은 없구만.”
“경공이라면 내공이 중요할 것 같은데 말이야.”
“글쎄, 장거리라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중단거리라면 내공보다는 얼마나 빠른 경공을 사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 같은데?”
시험을 통과한 무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곧 시작될 경공시험에 대해 자신들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웅성거렸다.
“모두 조용히 하라.”
마교의 무사가 내공을 실어 말했다. 다시 한번 주의를 자신에게 집중시킨 그가 시험 과정을 설명하였다.
“내가 가리키는 곳을 보길 바란다.”
그가 가리키는 곳은 저 멀리 보이는 십만대산의 봉우리 중 하나였다. 구름에 살짝 걸쳐질 정도로 높이 솟아있는 그곳은 마교도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마령봉이었다.
“안력을 집중하여 보면 마령봉의 정상에서 휘날리는 붉은 깃발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마교 진행요원의 말대로 참가자들이 마령봉에 안력을 집중하여 보니 흐릿하게 바람에 휘날리는 붉은색 깃발이 눈에 들어왔다.
“저곳에 도착하면 된다.”
척 봐도 높이가 상당했다. 무엇보다 아무리 안구에 힘을 주어 살펴보아도 마령봉은 깎아지른 것 같은 절벽만이 있을 뿐, 산길은 존재하지도 않는 것 같았다.
“100명.”
모두 어떻게 저 험준한 산을 오를지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시험감독관의 결정적인 한 마디가 떨어졌다.
“선착순으로 100명의 인원만을 통과시키겠다.”
최소한 절반 정도의 인원은 탈락시키겠다는 의도가 명백히 드러나는 말이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조언을 남기고 시험을 시작하겠다.”
언제든지 튀어 나갈 준비를 하던 참가자들의 몸이 멈칫하며 시험 교관에게 귀를 기울였다.
“그대들이 중간에 시험을 ‘포기’하고 돌아가는지, 불의의 ‘사고’로 시험을 치를 수 없게 되었는지 본교에서는 알 도리가 없겠지.”
시험 교관이 섬뜩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마교의 율법과 강자지존의 법칙이 떠올라 모두의 몸에 소름이 돋았다. 자신 있으면, 각오가 되어있으면 방법은 상관없으니 어떻게든 100명 안에 들어오라는 말과도 같았다.
“본 교관의 조언 아닌 조언이었을 뿐이니 너무 신경 쓸 것 없다. 자 그럼, 현 시간부로 2차 시험을 시작하겠다.”
살벌한 말과 함께 모두가 있는 힘을 다해 마령봉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기실 따지고 보면 마교에 입교하려는 자들 중 절반 정도는 죄를 짓고 몸을 피한 자들이었고, 거의 대부분은 거친 사파 출신의 무사들이다 보니, 이런 분위기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오히려 시작부터 칼부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다행일 정도로 말이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네. 우리도 출발하세!”
이자성이 꽁지에 불이 붙은 닭처럼 마령봉을 향해 질주하는 무리들을 보며 신혁에게 외치고 몸을 날렸다.
‘자, 어떡한다. 루시아.’
지지지직.
[시험을 통과하는 거야 문제가 없죠. 관건은 얼마나 자연스럽게 일류무사 정도의 무위만을 선보이며 통과하느냐겠죠?]‘적당한 순위로 들어가면 되려나?’
[그런데 괜찮으시겠어요?]‘뭐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