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126
126화. 진조와 유신혁
마안천이대의 거점에 도착한 신혁은 부대주 마안 13호의 간략한 소개와 함께 분석조에 배속되었고, 마안 111호라는 암호명을 받았다. 암호명의 특이한 점은 분석조는 끝자리가 1로 끝난다는 사실이었다.
“반갑다, 마안 111호. 나는 마안 81호라고 한다. 자네에게 마안천이대의 기본규율과 무공, 그리고 분석조의 임무와 기타 제반 사항을 전수해줄 임무를 받았다. 자네의 사수라고 생각하면 된다.”
“반갑습니다 선배님.”
“마안천이대에 배속되는 순간, 대주님과 부대주님 그리고 각자가 속한 조의 조장을 제외하고서는 암호명으로 부른다. 명심하도록.”
생각보다 보안체계가 더욱 철두철미한 마안천이대였다. 그러나 현대의 복잡한 보안체계를 경험한 신혁이 볼 때, 지금 시대의 보안은 많이 조악해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알겠습니다.”
“교육 기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빠르면 일주일이 될 수도 있고, 길면 일 년이 될 수도 있겠지.”
“무슨 말씀이십니까?”
“분석조의 모든 업무를 완벽히 숙지할 때까지 교육은 끝나지 않는다는 말이지.”
신혁의 사수인 마안 81호가 신혁에게 두꺼운 책자를 건네주었다.
“생각보다 익힐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단순하게 개인의 무공과 집단전투기술을 연마하는 전투대와는 달리 정보부대인 마안천이대답게 배울 것이 많고도 많았다. 은신술, 잠행술, 추적술, 미행술을 필두로 고문 방법과 적에게 잡혔을 때 자결하는 방법부터 분석조의 정보분석 기술까지 익혀야 했다.
“마안천이대의 기본적인 교육과정 이외에도 후에 조를 지휘하는 역할을 해야 하니 다른 부서의 기본적인 사항들은 알아둬야 한다.”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일단 오늘 내가 알려준 건 대략적인 과목의 종류이고 내가 준 책자를 보고 기본적인 사항들을 숙지할 수 있도록.”
“예.”
“신입의 경우 평균적으로 석 달 정도 시간이 걸리더군. 석 달이 넘어가도 상관은 없지만 그럴수록 자네의 출셋길도 더욱 멀어지겠지?”
마안 81호의 말은 실력이 없으면 출세할 수 없다는 상당히 노골적이었다. 어찌 보면 가장 마교다운 말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늦었으니 오늘은 이만 쉬도록 하게. 내일 아침 식사를 하고 내게 오게나. 옆에서 내 업무를 보조하며 자네 공부에도 힘써야겠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커다란 책자를 두고 간 마안 81호가 신혁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방을 나섰다.
“후우~”
숙소에 도착한 신혁이 침대에 누워 기지개를 켰다.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지구연합 사령부에 군인으로 처음 임관했을 때를 떠올리며 신입 연기를 하려니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 * *
늦은 저녁 천마신교의 외당 집무실.
“어서 오게.”
외총관 탁지원이 반갑게 진조를 맞이하였다. 이틀 전 진마강위대의 대주로 임명된 진조가 절도 있는 걸음으로 집무실에 들어와 탁지원과 마주했다.
“부르셨습니까?”
“원, 사람 딱딱하기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혈고를 건네준 놈이 하는 말 치고는 퍽 살가운 말이었지만, 다행히 그런 것에 무감각한 전조의 얼굴에는 별다른 감정의 동요가 보이지 않았다.
“진마강위대의 임무는 어떤가? 대원들은 잘 따르고?”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그래, 그렇겠지. 따로 어려운 일은 없나?”
“없습니다.”
“천마진천대의 대원들은 어떤가?”
“특이사항은 없습니다.”
탁지원의 얼굴에 쓴웃음이 걸렸다. 마치 무쇠로 만든 인형과 대화를 하는 기분이랄까? 탁지원이 보는 전조는 좋은 말로 하면 무인의 표상이고 나쁜 말로 하면 융통성 없는 벽창호였다.
‘오히려 이런 자들이 다루기는 쉽지.’
“그렇군. 혹시 필요한 건 없나? 뭐든 말만 하게. 내 최선을 다해 도와주겠네.”
“없습니다.”
“그런가?”
이 정도면 인사치레는 충분히 한 것 같았다. 얼굴에 가득히 웃음을 띠고 전조를 대하던 탁지원이 자리를 고쳐 앉으며 목소리를 깔았다.
“그대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할까 하네.”
“하명하십시오.”
“자네의 충성심을 증명할 기회를 주려 하네.”
“망설임 없이 혈고를 삼킨 것만으로 부족한 겁니까?”
촌철살인 같은 진조의 한 마디에 탁지원의 이마에 땀방울이 하나 맺혔다. 탁지원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혈고를 먹으라고 권유한 자신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았다.
“잘못 말했군. 자네의 충성심을 믿고 한 가지 임무를 맡기려 하네.”
“뭘 하면 되겠습니까?”
“전에 이야기한 대로, 천마진천대의 일부가 자네에게 배정되었을걸세.”
“예.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뛰어난 무사들이더군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그들이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지는 확인해 봐야겠지. 자네가 그들을 감시하게. 그리고 조금이라도 수상한 낌새가 보인다면 내게 보고하도록.”
“그들이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진조의 말에 탁지원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한번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찬다면 더 이상 품고 있을 수는 없겠지.”
* * *
뽀얗게 일어난 흙먼지가 아직 다 가라앉지도 않은 드넓은 연무장의 단상. 살기 넘치는 사내가 뒷짐을 지고 도열해있는 무리를 내려다보았다.
“오전 일과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지.”
“충!”
도열해있는 무리는 크게 두 무리로 나뉘었다. 비교적 말끔한 차림에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얼굴 가득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무리와 흙과 땀으로 범벅이 되어 곧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무리들이었다.
“점식 식사를 마치고 반 시진 후에 다시 모이도록.”
“존명!”
단상 위의 사내가 해산을 명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도열해 있던 무리들이 흩어졌다.
“부대주는 잠깐 남도록.”
“……알겠습니다.”
말끔한 차림의 무리에서 이마에 조그마한 흉터가 있는 사내가 고까운 듯 대답하며 자리에 남았다.
“먼저 식사하고 휴식을 취하라.”
“존명.”
부대주가 호명되는 것을 보고 이동을 멈추고 도열해있던 무리들이 움직였다. 명백하게 대주인 진조보다 부대주인 전상필의 명령을 우선시하는 모습이었다. 흩어지는 수하들을 뒤로하고 부대주라 불린 사내가 느직느직 진조에게 다가갔다.
“말씀하시죠 대주.”
존대는 사용했지만, 결코 존경은 보이지 않는 말투였다.
“급할 건 없겠지. 걸으면서 이야기할까?”
진조가 전(前) 천마진천대 소속 무사 전상필에게 등을 보이며 연무장을 벗어났다. 입교시험이 있은 지 3일 후, 외총관 탁지원의 말대로 천마진천대의 절정고수 일부와 신입 마교도들이 진마강위대에 합류하였다.
“어디로 가시려는 겁니까?”
“내가 아직 마교 내부의 지리는 잘 몰라서 말이야. 자네가 좀 안내를 해줬으면 하는데.”
이미 전조는 진마강위대의 연무장을 벗어나 휘적휘적 걸음을 옮겼다. 전상필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옆에 나란히 서서 보조를 맞췄다.
“저 건물이 마의전인가?”
“그렇습니다.”
전조가 의생들이 바쁘게 드나드는 의약당의 옆 건물을 손으로 가리키며 묻자, 전상필이 단답하였다.
‘마의전에서는 특별히 강한 기는 느껴지지 않는군.’
마교에 잠입하기 전 빅토리노와 루시아로부터 하달받은 작전대로 움직이는 전조였다. 자연스러운 핑곗거리를 만들어 마교 내부를 정찰하며 천마교주 위지현오의 위치를 찾는 것. 평소라면 초절정고수의 기세를 느낄 수 없을 테지만 부상을 입었거나 약해진 상태인 지금이라면 충분히 기세를 흘릴만하였다.
“언제까지 하릴없이 시간만 보내실 겁니까? 용건이 무엇입니까?”
사실 임무고 역할이고 간에 주군인 사신혁의 명령이 최우선인 전조에게 전상필은 자연스럽게 마교를 돌아다닐 수 있는 수단일 뿐이었다. 그리고 신혁과 루시아가 입안한 작전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징검다리이기도 했고 말이다.
‘일단, 지금까지 돌아본 건물 중에는 없는 것 같군.’
대충이나마 정찰을 마교의 외당 건물에 대한 정찰을 마친 전조가 전상필에게 물었다. 얼마 전에 외총관 탁지원의 지시사항 때문에라도 형식적으로나마 해야만 하는 질문이었다.
“언제 할 텐가? 며칠 정도 시간을 주었건만, 소식이 없더군.”
“무엇을 말이오?”
“진마강위대의 부대주로서, 자네의 수하들과 함께 내게 충성을 맹세하는 것 말이네.”
“이보시오 대주.”
전상필이 전조를 타이르듯이 말했다. 다만, 아무리 마교의 물정을 모르더라도 자신보다 확실한 고수인 그에게 무례할 수는 없었다.
“본인을 포함한 천마진천대의 대원들은 현아진 교주에게조차도 충성을 맹세하지 않았소. 왜인 줄 아시오?”
“…….”
전조가 대답 없이 전상필을 바라보았다.
“천마진천대의 주군이신 천마교주님을 향한 충성서약이 아직도 유효하기 때문이오.”
“그런데?”
“주군께서 최후를 맞으신다면 우리 또한 그분의 뒤를 따를 것이오. 이미 충성을 맹세한 주군이 있는 무인에게 다른 주군을 섬기라고 말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오?”
“맞는 말이군.”
권위를 내세워서 압박하거나 우기기라도 할 줄 알았는데, 고개를 주억거리며 의외로 순순히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는 진조였다.
“네 말이 옳다. 그러나 지금 그대들이 진마강위대의 소속인 것 역시 자네들이 선택한 것임을 명심하도록. 자네들이 충성하는 주군을 위해서라도 말이야.”
“……알겠습니다.”
돌아서는 진조를 보며 전상필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 * *
신혁이 마안천이대의 거점에 도착했을 때, 그의 사수 마안 81호는 이미 서류 속에 파묻혀서 무언가를 열심히 읽고 쓰고 고치는 중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왔나? 지금은 내가 좀 바쁘다네. 그러니 자네는 내가 분석한 서류를 종류별로 분류만 해주게나. 읽어볼 필요는 없네.”
“그러죠.”
신혁이 대충 책자를 넘기는 시늉을 하며 분석조의 집무실을 구석구석 집중하여 살폈다. 집무실의 벽면마다 세워져 있는 서고에 가득 들어있는 서류와 명령서들이 보였다.
‘혹시나 도움이 되는 정보가 있을지도 모르겠군.’
조금 더 안력을 집중하여 보니, 정파와 사파의 명문무파들에 대한 분석자료와 황궁과 무림이 정세, 그 외에 부대주나 대주의 허락을 얻어야 열람할 수 있는 자료 등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음? 이건……?”
집무실의 벽을 둘러보던 신혁의 눈에 한 장의 지도와 설계도가 들어왔다.
“봐도 괜찮네. 이곳에 있는 자료는 기밀자료함에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편한 대로 살펴보게나.”
마안 81호가 서류 더미 속에 파묻혀서는 고개조차 내밀지 않고 신혁에게 말했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신혁의 손에 있는 것은 마교 전체의 지도와 주요 건물들의 설계도였다. 물론 건물 설계도이긴 하지만, 비밀통로 같은 것은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이 정도 정보는 일반무사들이라도 자신이 생활하는 건물에 한해서는 충분히 취득할 수 있는 정보다. 하지만 내게는 꼭 필요한 것이지.’
신혁이 슬쩍 마안 81호를 등지고서 마교 전도와 건물별 설계도를 한 장씩 펼쳤다. 마안 81호가 보기에 신혁은 마교의 지도와 설계도를 한 번씩 쓱 훑어보고는 다시 접어서 서고에 넣어놓는 것처럼 보였다.
삐빅, 삐빅.
[스캔 완료했습니다 사령관님.]‘좋아.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겠어. 오페라, 루시아에게 지금 획득한 지도정보 전송해. 그리고 천마교주가 수감되어있을 확률이 높은 곳을 우선순위로 정렬해서 보고하라 전달해.’
[Copy t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