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131
131화. 위지현오
-삐삐삐삐 경고.
[카테고리 등급 초절정 고수. 코드네임 : 사군악의 사이오닉 에너지가 감지되었습니다.]‘이상하다. 전혀 사이오닉 에너지의 반응이 없었는데, 어찌 된 일이지?’
[코드네임 : 사군악이 모습을 드러내기 직전에 특수한 형태의 밀집 사이오닉 에너지가 포착되었습니다. 예전에 매산곡의 비밀통로에서 출입을 방해하는 주술과 비슷한 에너지가 방출되었습니다.]‘이곳 말로 하면 일종의 절진이 형성되어 있다는 말이군.’
처음 중원에 도착했을 때와 달리 여러 사건을 겪고 마교에 잠입하여 마안천이대의 분석조원으로 있으면서 강호의 여러 가지 상식과 지식을 배운 사신혁이었다.
[예, 그렇습니다 사령관님.]‘그래서, 현아진의 사이오닉 에너지와 아스트랄 에너지가 어렴풋하게도 느껴지지 않았던 거군.’
[상당히 가능성이 높은 추론입니다.]신혁이 몸을 숨기고 얼마 뒤에 사군악이 나타났다. 모습을 드러낸 사군악이 사방팔방으로 기파를 쏘며 주변을 탐색하였다.
[경고, 코드네임 : 사군악이 전방위로 자신의 사이오닉 파동을 방출하며 무언가를 탐색하고 있습니다.]‘대기. 절대 움직이지 마라. 사이오닉 에너지의 운용과 관찰 또한 중지한다.’
[Copy that.]잠시지만 기파를 발산하여 사방을 살피던 사군악이 쓴웃음과 함께 긴장을 풀었다.
‘이런, 현아진 교주님의 기세를 너무 가까이서 접해서 그런지 좀 예민해졌나? 분명히 폭발 직전의 화산처럼 힘을 억누르고 있는 거대한 존재가 있는 느낌을 받았는데…….’
사방을 주의 깊게 살폈으나, 극마의 경지에 오른 그의 감각과 기감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착각이었군.”
사군악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사방을 천천히 살피고서는 경공을 펼쳐 빠른 속도로 천마전을 벗어났다.
‘오페라.’
[예, 사령관님.]‘미행한다. 단, 절대 서두를 필요 없다. 시야에서 놓치지만 않으면 된다.’
[Copy that.]사군악의 날카로운 감각에 감탄하며 신혁이 오페라에게 명령을 내렸다. 사군악이 향한 곳은 그의 거점인 암흑밀교전이었다.
‘오페라.’
[예, 사령관님.]‘지금 사군악이 들어간 곳, 숙소가 아닌 암흑밀교의 교주전이지 않나?’
[맞습니다.]CEC의 표시, 그리고 오페라의 확인. 확실하게 사군악이 들어간 곳은 암흑밀교전이었다.
‘PEF 측정. 타겟은 코드네임 : 사군악’
건물 내부로 들어서는 사군악이 신혁의 시야에서 사라졌기에, 신혁이 암흑밀교전으로 접근하며 오페라에게 명령하였다.
[Copy that. 코드네임 : 사군악 타겟 고정. PEF 측정개시. PEF 수치 3,040,000.]신혁의 CEC에 모습이 보이지 않는 사군악의 음영이 표시되며 PEF 수치가 나타났다. 그리고 사군악의 음영이 천천히 이동하다가 어느 순간 멈춰 섰다.
‘이 늦은 시간에 처리할 업무가 남아있나? 천마전에서 현아진을 만나고 온 것 같은데. 뭘까?’
암흑밀교 교주전의 중심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사군악. 얼마나 기다렸을까. 사군악의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응? 다른 출입구가 있나?’
사군악의 움직임이 석연치 않았다. 그가 밖으로 나온다면 신혁과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져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오히려 신혁과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오페라.’
[네, 사령관님.]‘지하다, 암흑밀교전의 지하를 스캔하도록.’
[Copy that.]가드 위성의 사이오닉 시스템을 활용할 수는 없었지만, 단순한 음파탐지 시스템을 이용한 스캔으로도 대략적인 지하의 구조나 비밀통로의 윤곽쯤은 파악할 수 있었다.
[스캔 완료. 가상 지도를 표시하겠습니다.]신혁의 CEC에 나타난 암흑밀교전의 지하 비밀통로의 전개도와 현재 사군악의 위치가 겹쳐졌다.
‘현재 사군악이 들어간 비밀통로의 출구는…….’
[혼마봉의 중턱입니다 사령관님.]신혁의 예상과 오페라의 분석이 일치하였다. 그리고 사군악의 PEF 수치가 비밀통로 쪽으로 사라지는 것이 확인되었다.
‘무리하게 추적할 필요는 없겠지. 도착지점에서 대기한다.’
[Copy that.]신혁의 신형이 암흑밀교전을 벗어나 혼마봉의 중턱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2각쯤 기다렸을까, 기다리던 사군악의 모습이 드러났다.
‘저건?’
“개(開)!”
오페라의 알림과 함께 사군악이 술법을 발휘했고, 곧이어 혼마봉 중턱에 숨겨진 공간이 드러났다.
삐삐삐삐.
[경고: 추정등급 초절정고수. 신규객체 발견.]‘PEF 수치는?’
[특수한 방법으로 사이오닉 에너지의 운용이 금제 당한 것 같습니다. 추정 PEF 수치는 약 4,000,000입니다.]‘찾았다.’
신혁의 눈이 빛을 발했다. 드디어 위지현오를 찾은 것이다. 사군악과 진용제는 확실하게 코드 분류가 끝난 상태였고, 직접적으로 접하지 못한 마교 소속 초절정고수는 현아진과 위지현오 둘뿐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발견된 미지의 초절정고수는 천마 위지현오일 확률이 높았다.
‘주술력을 이용한 환술의 진법이었군. 기본적인 사이오닉 탐지 시스템으로는 찾을 수 없는 변형된 사이오닉 에너지를 이용한 수법. 그래서 지금까지 위지현오를 찾을 수 없었구나.’
과학력과 컴퓨터들이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강호를 이해하던 신혁에게, 마안천이대의 분석조에서 보낸 시간은 꽤 유익한 시간이었다.
‘마안천이대에서 얻은 게 생각보다 많군.’
사군악이 사라지며 다시 진법이 펼쳐졌다. 그리고 위지현오와 사군악의 사이오닉 에너지가 더 이상 탐지되지 않았다.
‘오페라, 사군악이 자리를 비우는 즉시 진입할 수 있게 준비하도록.’
[Copy that]* * *
“오늘이 이곳에서 본좌의 얼굴을 보는 마지막 날이 될 것이오 교주.”
“그런가? 좋은 일이군. 나한테도 그리고 자네에게도 말이야.”
사군악의 목소리가 들리자, 위지현오가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끝내도록 하지.”
“마지막으로 묻겠소. 본좌에게 그대의 무공을, 천마교의 비전을 내놓을 생각이 없소?”
“같은 대답을 계속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군.”
“이대로 천마조사의 적통인 위지가(家)의 마지막을 지켜볼 속셈이오? 무공을 남기시오. 그대의 목숨과 위지천의 안전까지 보장해주겠소.”
“…….”
“천마지존공과 천마신공만 넘기면 되오. 위지가의 안전은 본좌의 명예를 걸고 보장해주겠소.”
사군악을 착잡한 눈빛으로 주시하던 위지현오가 담담하게 말문을 열었다.
“이보게 혼마.”
“본좌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소?”
“이쯤 되니, 무척 고단하구만. 본좌의 마지막은 자네의 손으로 장식해주지 않겠나?”
명백한 거절이었다.
“마지막이라고 말하였소.”
위지현오의 거절에 사군악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상당히 분노한 듯한 사군악이 언제 손을 써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위지현오가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좋소, 포기하겠소.”
“잘 생각했네.”
아쉬움과 분노가 가득 담긴 사군악의 심정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위지현오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그대의 목을 치는 것은 본좌가 아니오. 현아진 교주님께서 폐관 수련을 마치셨을 때.”
사군악의 눈빛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그대의 목을 치고 하나의 마교를 선포하실 것이오. 그리고 중원정벌의 대계가 시작될 것이오. 그대는 새로운 천마신교의 포석이 되시오.”
“잘 되길 바라네.”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위지현오의 말에 사군악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그대의 선택에 따른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해주겠소. 위대한 천마조사의 혈통인 위지가의 씨를 말릴 것이오.”
그 말을 끝으로 혼마 사군악이 미련없이 돌아섰다.
“자네는 늘 야망이 앞섰지. 강자지존의 율법에 따라 패배한 무인이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그러나 혼마여, 그대는 조심 또 조심해야 할 것이야. 현아진은…….”
혼마가 사라지고 다시 혼자가 된 위지현오의 목소리가 석실에 울려퍼졌다. 내공도 금제당했고, 현아진에게 입은 부상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아 운신조차 어려운 위지현오가 억지로 몸을 일으켜 가부좌를 틀었다.
“클클, 천마교의 교주라는 자의 최후가 이런 식일 줄이야…….”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도 없는 상황에 위지현오가 자조 섞인 웃음을 터트렸다. 그때, 그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스스슥.
그의 눈앞에 그림자가 어리며 처음 보는 젊은 무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안천이대의 복장을 한 사내. 복면 사이로 드러난 눈빛은 그가 결코 마안천이대 따위가 아님을 말해주었다.
“아직 돌아가실 때는 아닌 것 같습니다. 위지현오, 전(前) 천마교주님 맞으시죠?”
* * *
‘무척 화가 나 있는 것 같은데?’
[대상의 PEF가 불안정한 양상을 보입니다.]오페라의 말대로 다시 나타난 사군악의 표정은 붉게 상기되었고, 부들부들 떨리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러나 싶을 정도였다.
‘좋아, 오페라 침투 준비는?’
[완료되었습니다.]‘좋아, 가자.’
[Copy that.]사군악이 혼마봉을 내려가 암흑밀교전에 접어드는 모습을 확인한 신혁이 사군악이 머물렀던 곳으로 접근하였다.
[경고, 환상에 주의하십시오.]‘걱정 마. 오히려 기대되니까.’
신혁의 눈앞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검은빛을 내는 바윗덩어리들이었다.
스윽~
곧 부딪힐 것 같은 신혁의 몸이 바윗덩어리를 그대로 통과하며 사라졌고, CEC에 표시되는 이동 경로대로 신혁의 몸이 움직였다. 진을 통과한 시간은 10초 남짓한 시간이었다. 그 시간 동안 신혁의 눈에 들어온 것은 흉신악귀들이 칼을 들고 신혁의 몸을 난도질하는 모습과 펄펄 끓는 용암이 가득히 펼쳐진 대지와 같이 보기만 해도 공포심에 발걸음을 돌릴 것 같은 장면들이었다.
‘이거 생각보다 위험한 진법이었는데?’
만약 환상을 현실로 받아들였다면 어떤 결과가 일어났을지 예상이 되었다. 통각, 촉각, 미각 등의 감각이라는 건, 뇌가 외부로부터 취득한 정보를 해석하여 신체의 세포에 명령을 내리는 일종의 화학 반응이었다. 환상인 걸 모르고 조금 전의 진법에 접어들었다면 진법은 현실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도착하였습니다. 전방 10M 앞, 구출대상 위지현오로 추정되는 개체가 확인되었습니다.]‘확인했어.’
* * *
“누구냐? 누가 감히 본좌를 찾는 것이냐?
“처음 뵙겠습니다. 괴룡 사신혁이라 합니다.”
“괴룡?!”
위지현오도 익히 알고 있는 별호였다. 최근 들어 가장 많이 들어본 별호와 이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신혁이라는 이름. 그런데 그가 왜 이곳에 온 것일까? 아니 이곳을 어떻게 알고 찾아온 것일까?
“예, 상황설명은 천천히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가시죠.”
“무슨 말인가? 그대가 괴룡을 사칭하는 자인지 본좌가 어찌 알 수 있단 말인……?”
백제격검술(百濟擊劍術).
Sword Pattern Red.
신혁의 손에 순간적으로 붉은색의 날카로운 검의 형상이 나타났다. 무엇이든 잘라 낼 것만 같은 위험함을 가득 풍기는 기운.
서걱!
쇠창살이 그림처럼 잘리면서 사람 한 명이 충분히 드나들 만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신혁이 마안천이대의 분석조에서 배운 대로 위지현오의 아혈과 마혈을 짚고 그를 둘러업었다.
‘이자는 대체? 정녕 괴룡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