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구출
“많이 누추하긴 합니다만, 잠시 몸을 숨기십시오.”
대마봉의 깎아지르는 듯한 절벽의 중간 즈음에 조그마한 동굴이 있었다. 그리고 그 동굴의 내부로 들어가니 굴이 파여있었고, 굴속은 사람 두세 명은 너끈히 들어갈 만한 공간이 있었다.
“놀랍구려. 그래, 그대가 중원을 떠들썩하게 만든 괴룡 사신혁이오?
“맞습니다.”
“어찌하여 본좌를 구해준 것이오?”
“아직 구해드렸다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마교를 벗어나지 못했으니까요.”
“그대의 경공을 보아하니, 본좌를 데리고 마교를 벗어나는 것은 쉬운 일일 것 같소만?”
“어떻게든 마교를 벗어나기만 한다면야 그렇습니다만, 딸린 식구가 있어서요. 그리고 부상 당한 교주님을 모시고 마교 밖으로 탈출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신혁의 말에 위지현오가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본좌가 짐이 되는 날이 올 줄 상상도 못 했건만…….”
“그렇게 말씀하실 것까진 없습니다.”
“괴룡. 그대가 본좌를 돕는 이유가 무엇이오?”
“계약일 뿐입니다.”
신혁은 위지천과 맺은 계약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그렇게 된 것이었구려.”
“예.”
“괴룡은 이곳을 어떻게 탈출하려 하시오?”
“계획이 있습니다. 현재 외총관 직속의 진마강위대라는 단체가 신설되었습니다, 그 외에 진마강위대와…….”
신혁이 천마진천대의 남은 고수들이 교내 곳곳에 찢어져 각급 무력단체에 강제 배속되었다는 사실과 전조의 휘하에 배속된 인원들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이번에 진행되는 진마강위대와 마안천이대의 합동훈련을 이용하여 마교를 탈출하려는 계획까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었다.
“과연…….”
위지현오가 그려보아도 신혁의 계획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것이었다.
“괴룡, 본좌가 그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소. 그리고 이는 본좌의 부탁이기도 하외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것을 받으시오.”
위지현오가 품속에서 조그마한 옥조각을 하나 꺼내어 신혁에게 건넸다. 아무런 무늬도 특징도 없는 말 그대로 옥구슬의 쪼개진 파편 같은 조각이었다.
“이게 뭔가요?”
“천마령이라는 기물이오.”
“기물이요?”
기물이라는 말에 신혁이 반색했다. 혹시 이것도 강호의 십대기보 중의 하나인가 싶었던 것이다.
‘오페라.’
신혁의 부름과 동시에 오페라가 천마령을 스캔하며 아스트랄 파동을 측정하였으나 아쉽게도 아스트랄 에너지는 탐지되지 않았다.
[사령관님. 천마령에서 아스트랄 에너지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그렇소, 천마령은 천마교도들만이 들을 수 있는 음파를 발산할 수 있는 기물이오.”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모든 마교의 교도들은 천마조사께서 창안하신 토납법으로 내공의 기틀을 만든다오. 그때 필연적으로 천마령의 특수한 음파를 청취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외다.”
“호오.”
“다만, 모든 교도가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최소 절정의 경지에는 접어들어야 하는 단점은 있소.”
“그렇군요.”
신혁이 위지현오의 말을 듣고 천마령의 정체를 추론해 보았다.
‘일종의 사이오닉 파동을 특정 주파수로 전환하여 음파 형태로 발산하는 장치인 것 같은데……. 오페라 스캔 실행.’
[Copy that.]신혁이 CEC에 표시된 오페라의 분석 결과대로 말을 이었다.
“특수한 기공을 익혀서 그 방식대로 천마령에 불어넣어야만 원하는 소리가 나는 것이군요. 내공을 집어넣는다면 소리가 나기야 하겠지만 천마령을 아는 사람들이 듣기에는 주인이 아닌 자가 울린다는 걸 알아채겠군요.”
“어떻게 그걸……?”
“추측일 뿐이었습니다. 제 생각이 맞았나 보군요.”
“대단하군. 무공뿐만 아니라 괴룡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지모를 보여주는구려.”
“과찬입니다.”
위지현오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뛰어난 무공과 심계를 갖춘 신혁의 모습이 아주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본좌의 부탁이 무엇인지도 알 것 같소.”
“대충 상상은 갑니다만…….”
“천마진천대의 잔여 인원들과 함께 마교를 탈출하고 싶소. 그들은 본좌와 천마교의 충성스러운 수하들이오. 본좌는 결코 그들을 버릴 수 없소. 만약 본좌 혼자만 탈출하게 된다면 아마도 그들은……”
위지현오가 걱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말끝을 흐렸다. 신혁의 도움으로 위지현오가 탈출한다면 당연히 마교에서는 내부의 협력자를 찾을 것이고, 가장 먼저 의심을 받을 자들이 누구겠는가. 위지현오가 착잡함과 간절함을 가득 담아 신혁에게 다시 말했다.
“본좌는 수하들을 버릴 수 없소. 괴룡의 도움을 바라오.”
“많이 힘들 것 같군요.”
신혁이 살짝 고개를 저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지현오의 신병을 확보하여 안전하게 탈출하는 것이었는데, 아무리 천마진천대가 뛰어난 고수들이라고 하나 그들까지 데리고 용담호혈의 마교를 탈출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정녕 방법이 없겠소?”
“제게 천마령을 주신 것을 토대로 한 가지만 여쭤보겠습니다.”
“말씀하시오.”
“제가 만약 천마진천대원들에게 천마령을 보여준다면 그들은 무조건적으로 저를 믿고 따릅니까?”
“맞소. 천마교의 신도들이라면 의당 그래야만 하니까.”
“그렇다면 방법이 있을 수도 있겠군요. 다만, 탈출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천마진천대원들이 희생될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교주님과 제 수하만을 챙겨서 탈출하는 것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니까요.”
“고맙소이다.”
신혁이 결연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날이 밝을 때까지는 저와 함께 이곳에 머무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일 저녁에 제가 탈출을 준비할 것이고 모레 새벽에 탈출을 결행하겠습니다.”
“알겠소.”
“일단 편히 쉬십시오.”
신혁은 위지현오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숨겨진 공간에서 몸을 일으켜 처음 구멍을 뚫어놓은 절벽의 중심부로 이동했다.
‘오페라.’
[예, 사령관님.]‘작전계획을 수정한다.’
[권장되는 사항이 아닙니다. 현재 입안된 작전계획도 위지현오를 무사히 탈출시킬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비정하지만 천마진천대의 희생을 감수하겠다. 생각해보니 위지현오가 탈출한 뒤에 남게 될 천마진천대의 처분이 그리 좋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러느니 천마진천대를 작전계획에 넣어서 위지현오의 탈출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한다.’
‘계획을 수정한다. 계획은…….’
신혁이 수정된 계획을 루시아와 빅토리노에게 전달하였고, 곧이어 루시아가 변경사항을 종합하여 새로운 작전계획안을 신혁에게 전달하였다.
“좋아, 이제 시작이다.”
* * *
3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진행되는 훈련이었다. 십만대산의 일부가 훈련장소로 지정되었지만, 그곳은 100여 명의 진마강위대가 샅샅이 뒤지기에는 생각보다 넓은 장소였다.
훈련 둘째 날.
전조의 지시대로 통과지점을 기점으로 수색 범위를 확장하며 진마강위대와 마안천이대의 본격적인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
“제길. 한 놈도 보이질 않는군.”
“무공은 우리보다 못해도 명색이 마안천이대인데, 쉽게 잡힐 리는 없겠지.”
천마진천대 소속의 절정고수들은 진조의 명령대로 3명씩 5개 조로 나뉘어 십만대산을 수색 중이었다. 목표는 마안천이대의 탐색과 추포. 이한과 노안이라는 이름을 가진 전(前)천마진천대 소속 두 명의 고수가 해가 떨어진 산길을 주의 깊게 살피며 나아갔다.
“음침한 박쥐 새끼들 같으니. 그딴 놈들을 찾는 것도 짜증이 나는데, 진조 대주의 무능력에 치가 떨릴 지경이네.”
“그건 동의하네. 이쯤이면 된 것 같군.”
“무슨 소린가?”
짜증을 내던 노안이 이한의 말에 의문을 던졌다.
“저길 보게. 자네가 툴툴대는 동안 원희가 좋은 장소를 찾지 않았나.”
그러고 보니 3명이 조를 만들어 마안천이대를 수색 중이었는데, 셋 중에 가장 무공이 뛰어나고 말수가 적은 원희가 어느샌가 저 먼 곳의 바위틈에서 수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저곳에 마안천이대가 매복해 있다는 건가?”
“그게 아닐세. 이따위 훈련에서 좋은 성과를 내봐야 재수 없는 진조 대주만 이득을 볼 텐데 우리가 왜 고생을 한단 말인가. 적당한 곳에 숨어서 아침까지 푹 자다가 복귀해서 못 찾았다고 한마디만 하면 될걸.”
“오?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일세.”
이한의 말에 노안이 반색하며 경공을 펼쳐 원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과연 큼지막한 바위가 그들을 숨겨주었고, 바위들의 틈새에는 사람 두세 명 정도가 편히 앉아 쉬었다 갈만한 공간이 있었다.
“한숨 푹 자고 아침에 복귀하도록 하지. 내가 먼저 불침번을 설 테니 휴식을 취하게들.”
평소의 마교도들이라면 이런 농땡이는 상상도 할 수 없었지만, 천만진천대 소속이었던 절정고수들의 입장이라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상황이었다. 원희의 말에 이한과 노안이 편하게 자리를 잡고 눈을 감았다.
“고맙네.”
“그럼, 눈 좀 붙여볼까?”
위와 같은 상황이 드넓은 십만대산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신혁과 전조가 의도했던 대로 말이다.
* * *
“성과가 없군.”
진조의 말에 살짝 짜증이 배어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에게 대꾸하지 않았다. 진마강위대의 일반 조원들은 감히 대꾸할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이었고, 부대주인 전상필을 포함한 절정고수들은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 것이었다.
“부대주.”
“말씀하시오.”
“본좌가 직접 한 바퀴 돌아보도록 하겠다. 이곳을 철통같이 지키도록.”
철통같이 지킬 필요가 있나? 진마강위대의 인원 대부분이 탈출지점에 밀집해 있는데 말이다.
“걱정 마십시오.”
“하나만 묻겠다.”
“무엇입니까?”
“마교에서도 정당한 이유 없이 지휘관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자는 즉결처분해도 아무 문제가 없겠지?”
의미심장한 전조의 말에 전상필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무언가 알고 있는 것인가?’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전상필은 태연하게 전조의 말에 동의했다.
“물론입니다.”
부대주의 대답에 진조가 그럭저럭 만족했는지 비릿한 미소를 짓고선 몸을 날렸다.
‘그런데 어디로 가는 거지?’
전상필의 시선이 전조의 등을 쫓았다.
파앗!
진마강위대가 밀집한 곳에서 가장 가까운 봉우리는 대마봉이었다. 대마봉에 들어선 순간부터 정상까지의 외길을 무시무시한 속도로 질주하는 전조. 순식간에 정상에 모습을 드러낸 전조가 주의를 기울여 대마봉의 사방을 꼼꼼히 살폈다. 누군가 숨어있는 흔적은 없었다.
“주군. 속하 전조입니다.”
스스슥.
전조의 말에 신혁의 모습이 그림자처럼 나타났다.
“준비는?”
모습을 드러낸 신혁의 물음에 전조가 자신 있게 답했다.
“완벽합니다.”
“좋아. 5개 조 모두 기습으로 두 시진 안에 제압한다.”
“예.”
“시선만 끌어라, 기습은 내가 하겠다.”
“알겠습니다.”
“기척을 숨기고 이동한다. 가자.”
“존명!”
전조가 먼저 경공을 발휘해 자리를 떴다. 평소의 그답지 않게 기를 최대한 감추고 존재감을 억누르며 조심스럽게 밤공기를 가르며 움직였다.
“오페라, 목표탐색.”
[Copy that.]스슥.
신혁이 마안천이대의 보법인 마령귀화보를 시전하며 앞서가는 전조에게 따라붙었다.
‘이럴 수가?! 같은 무공이라도 초절정고수인 주군께서 펼치시면 이렇게까지 달라지는 것인가?’
전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분명 마안천이대의 기술 같으면서도 그보다 훨씬 뛰어난 것 같았다. 살수나 도둑들이 사용하는 신법은 장단점이 명확했다. 은밀성이 뛰어나면 속도가 떨어지고 속도에 집중하면 은밀성이 떨어졌는데, 놀랍게도 지금의 신혁이 사용하는 마령귀화보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것 같았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와중에도 내가 집중해야 겨우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라니…….’
-삐삐삐삐.
[카테고리 등급 절정고수. 사이오닉 에너지 반응 체크.]‘위치는?’
[북동쪽 바위들이 밀집해 있는 곳. 현 위치를 기준으로 150M 거리에 한 명, 155M에 두 명. 가장 가까운 150M의 인원은 사이오닉 에너지를 운용 중이며 주변을 살피고 있습니다.]오페라가 발견한 것은 보초를 서는 원희와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한과 노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