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기습
휴식을 취하는 동료들을 위해 사방을 경계하던 원희의 감각에 무언가가 걸렸다. 숨긴다고 숨겼겠지만, 이 정도 거리까지 접근한 압도적인 존재감을 놓칠 원희가 아니었다.
“이게 수색인가?”
원희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전조의 얼굴이 험상궂게 변했다. 변명할 테면 해보라는 모습이었다.
“잠시 휴식 중이었습니다.”
원희가 뻔뻔하게 전조의 말을 받았다. 이 정도 대화면 충분했다. 뒤에서 휴식을 취하던 동료들이 지금 상황을 눈치채고 곧 합류할 것이었다.
“지금이라도 용서를 구하는 게 자네 신상에 좋을 것 같은데?”
“잘못한 게 없는데, 무슨 용서를 구한단 말입니까.”
“그래, 좋다. 한 번쯤 위계질서를 잡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전조가 검을 뽑았다. 원희 역시 당황스러웠지만 지지 않고 검을 뽑아 전조를 겨누었다. 일촉즉발의 상황. 그런데 합류해도 진작에 합류했어야 할 두 명의 동료들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동료들을 기다리나?”
원희의 뒤편에서 무뚝뚝한 목소리가 들렸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음에 소름이 돋았다.
“헉!”
원희의 고개가 급격히 뒤편으로 꺾였다. 그리고 보았다, 마안천이대 특유의 암행복을 입고 있는 사내를 말이다.
“저런, 고개까지 돌리시다니. 차라리 앞을 향해 돌진하면서 공간을 만드는 게 더 나은 선택이었을 텐데, 아쉽군.”
정체불명의 사내의 말대로 명백한 실수였다. 자신보다 한 수위의 상대인 전조를 눈앞에 두고 완전히 시선을 돌린 것은 치명적이었다.
“더 이상의 항명은 용서치 않겠다.”
순간적으로 신혁에게 시선을 뺏기며 전조에게 한순간의 완벽한 틈을 내준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전조의 검이 싸늘한 예기를 뿜으며 그의 목에 닿아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주께서 이토록 암습에 뛰어나신 줄은 몰랐습니다.”
반쯤은 진심이 담긴 명백한 도발이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전조의 답변은 원희의 예상을 많이 벗어났다.
“곧 죽을 놈한테 듣는 칭찬도 나쁘지 않군.”
전조의 명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아무리 마교가 철혈의 율법을 가지고 있다 해도 절정고수라는 귀중한 인재를 겨우 이 정도의 과실로 목을 치진 않을 텐데 무언가 이상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천마진천대의 불순한 의도를 내가 모를 거라 생각했나?”
원희의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마교의 지하 뇌옥에 갇혀 있다가 진마강위대로 배속되고 나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행동했다. 그런데 어떻게 전조가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걸까?
“그게 대체 무슨 소립니까?”
“시치미 뗄 필요는 없다. 그래, 위지현오 교주가 어디 있는지 찾았나?”
“?!”
원희가 자기도 모르게 몸의 내공을 일주천시키며 전조에게 반항하려는 순간, 전조의 검이 원희 목을 살짝 파고들었다.
“조금이라도 더 움직인다면 그 뒤는 그대의 상상에 맡기겠다.”
‘대체, 노안과 이한은 뭘 하고 있다는 말인가. 지척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답답한 원희의 심정을 대변하듯이 그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그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원희의 눈앞에서 벌어졌다.
털썩.
원희와 전조의 사이 공간에 던져진 두 개의 인형. 원희의 동료인 이한과 노안이 점혈을 당했는지, 눈을 부릅뜨고 굳어있었다.
“이 정도면 됐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처리하고 움직이도록 하지.”
“예, 알겠습니다 주군.”
“그 두 놈을 들고 따라와라. 이놈은 내가 처리하겠다.”
“존명!”
푸욱!
무언가 얇고 뾰족한 것이 그의 수혈을 찌르며 깊숙이 박혔다.
“무슨……!”
“시간이 없군. 오늘 밤, 마교를 탈출한다.”
풀썩.
원희가 정신을 잃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었던 대화였다.
“전조.”
“예, 주군.”
“천마진천대원들은 내가 지시한 대로 분산시켜놨겠지?”
“물론입니다 주군.”
“좋아, 대마봉을 기준으로 북동쪽부터 천마진천대원들을 제압해 놓겠다. 너는 거점에 남은 천마진천대를 이끌고 내 뒤를 따르라. 물론, 제압한 놈들을 수거해야 할 인원도 잊지 말도록.”
“존명.”
스스슥.
그 말을 끝으로 신혁의 신형이 그림자처럼 사라졌고, 전조 역시 빠른 속도로 진마강위대가 모여있는 거점으로 이동하였다.
“부대주.”
“흐암~ 무슨 일입니까?”
나무 둥지에 기대에 꾸벅꾸벅 졸고 있던 전상필이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켰다. 전조를 무시하는 태도가 역력한 모습이었다.
“부대주와 남은 절정고수들은 나를 따르라.”
“분명 거점을 지키라 하지 않았습니까?”
“네 놈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손을 썼다. 그런데 손을 봐준 놈들이 한두 놈이 아니라서 옮기기 무척 번거롭더군.”
전조의 말에 전상필이 비릿한 표정을 지으며 이죽거렸다.
“허허허, 대주께서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직접 손을 쓰시다니. 어지간히 급하셨던 모양입니다.”
자신이 지시한 대로 천마진천대 소속의 절정고수들은 전조의 명령을 등한시하고 적당히 수색하는 척하다 은밀한 곳에 몸을 숨기고 휴식을 취했을 것이다.
‘그래, 우리의 도움 없이 박쥐 놈들을 몇이나 찾았는지 나도 궁금하군.’
전상필이 속으로 마음껏 전조를 비웃었다. 훈련 둘째 날에 접어들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자 몸이 달아오른 진조가 직접 마안천이대원들을 찾아 나섰다는 이 상황이 너무나 통쾌했다.
“더 이상의 말대꾸는 용서치 않겠다. 따르라.”
전조가 전상필의 말을 자르며 명령했다. 다분히 강압적이고 오만한 전조의 말에 전상필이 발끈했고, 자연스럽게 그의 곁에 있던 천마진천대원들도 흉흉한 눈매를 부라렸다. 그러나 아직은 전조에게 반항할 때가 아니었다.
“좋습니다. 대주께서 얼마나 큰 성과를 내셨길래 속하들을 대동하려 하시는지 무척이나 궁금하군요.”
전조가 앞장서서 몸을 날렸다. 그 뒤를 따르는 전상필 일행의 미소가 점점 짙어졌다. 한참 앞서가던 전조가 바위들이 어지러이 널려있는 곳에서 이동을 멈췄고, 곧 전상필 일행이 도착했다. 그리고 그들의 눈이 찢어질 듯이 커졌다.
‘대주의 무공이 이토록 고강했나?’
‘절정고수 세 명을 호흡조차 흐트러지지 않고 이렇게 조용히 제압했다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너희 둘.”
전상필과 절정고수들이 놀라거나 말거나 전조는 절정고수들 중 두 명을 불렀다.
“이놈들을 대마봉의 정상으로 옮기고 합류하라.”
“…….”
“…….”
“마지막으로 명령한다. 지금 나자빠져 있는 놈들 꼴이 되고 싶지 않으면 움직여라.”
은은한 살기를 내비치며 굶주린 늑대처럼 으르렁거리는 전조의 경고에 호명된 두 절정고수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조…… 존명.”
“존, 존명!”
두 절정고수가 전상필과 전조의 눈치를 살피다가 슬그머니 쓰러져 있는 원희와 이한 그리고 노안을 들쳐메고 대마봉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대주! 같은 편을 공격하다니!”
“아직 많이 남았다.”
“뭐라고 하셨소?”
“아직 많이 남았다고 했다. 입 닫고 따르도록.”
“…….”
전상필과 남은 절정고수들이 전조를 협공한다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들뿐만 아니라 교내에 남아있는 천마진천대의 인원들의 목을 따달라고 비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일단은 따른다. 경거망동하지 말아라.’
‘존명!’
전상필의 명령에 남은 절정고수들이 전조의 뒤를 따랐고, 조금 전과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좋아, 마지막이군. 모두 대마봉으로 이동한다.”
“존명!”
전조를 대하는 태도가 한결 공손해진 천마진천대원들이었다.
* * *
“슬슬 올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교주님.”
“어느 정도 움직일 수는 있을 것 같소.”
“다행이군요.”
“고맙소.”
신혁이 쥐고 있던 수십 개의 금침을 품속에 갈무리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십만대산의 곳곳에 흩어져 있던 천마진천대를 기습하여 제압하고, 대마봉으로 이동한 신혁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위지현오의 치료였다.
“대협이 주로 사용하는 무공이 어주술이라 들었소. 헌데, 기공술뿐만 아니라 의술에도 이토록 조예가 깊을 줄은 몰랐소이다.”
갑자기 나타난 신혁은 위지현오의 단전에 박혀있는 금침을 하나하나 제거하였다. 다짜고짜 단전에 박혀있는 금침을 향해 신혁이 손을 뻗었을 때, 경악하던 위지현오였다. 금침을 박은 순서대로 뽑지 않으면 그대로 절명하거나 주화입마에 빠지기 때문이었다.
‘저를 믿어 주십시오.’
그러나 신혁의 자신감에 찬 눈빛을 보고 그에게 몸을 맡겼고, 결과는 훌륭했다.
‘수고했다 오페라.’
[수고하셨습니다 사령관님.]오페라를 이용하여 위지현오의 몸을 스캔하였을 때, 효과적으로 대상의 사이오닉 에너지를 봉쇄하는 수법을 확인하였다. 이에 오페라가 위지현오에게 가해진 금침대법을 분석하여 데이터화하였고, 신혁은 이것을 활용하여 금침대법을 무효화시킬 수 있었다.
[사이오닉 에너지 반응 체크. 전투원 전조가 도착하였습니다. 탈출 작전의 다음 페이즈로 이행합니다.]위지현오의 치료가 끝날 때 즈음 대마봉의 정상에 전조가 도착했다는 보고에 신혁이 몸을 일으켰다.
“교주님, 슬슬 움직이셔야 합니다.”
“지금 탈출한다는 말이오?”
“아니오, 교주님께서 해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본좌가 말이오?”
“예, 먼저 천마진천대의 진심을 알아야겠죠.”
“그들은 결코 천마교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오.”
위지현오의 단호한 말에 신혁이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확인은 필요합니다. 의심하지 않고 믿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
“짧은 시간이지만, 제가 마교에서 보고 들은 것이 있어서요. 무엇보다 마교를 탈출하는데 걸어야 하는 것은 교주님뿐만 아니라 저와 수하의 목숨도 걸려있습니다. 교주님을 위한 확인이 아닙니다. 저를 위한 확인입니다.”
“알겠소. 그리하시오.”
자신만 탈출시키기도 어려운데, 천마진천대까지 함께 탈출하는 것을 부탁한 위지현오였기에 차마 신혁의 말을 반박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신혁의 말은 틀린 것도 없었다.
“상황을 지켜보시면 됩니다. 제가 신호하면 대마봉의 정상으로 오십시오.”
신혁이 먼저 동굴을 벗어나 절벽 위로 몸을 날렸고, 뒤이어 어느 정도 운신이 가능해진 위지현오가 신혁의 뒤를 따랐다. 대마봉의 정상은 살벌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신혁에게 제압당하고 대마봉으로 옮겨진 천마진천대원들이 모두 깨어나 전상필의 뒤에 섰고, 그들은 전조를 향해 검을 겨누고 있었다.
“주군을 뵙습니다!”
“주군?!”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전조가 갑자기 나타난 마안천이대원에게 예를 취하자 전상필의 몸이 살짝 떨렸다.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지금 나타난 마안천이대원을 보는 천마진천대원들의 눈동자도 급격히 흔들렸다.
‘일단 잠들어 계십시오. 반항하면 죽이겠습니다. 곧 다시 만나게 될 겁니다.’
악마와 같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순식간에 자신들을 제압한 마안천이대 복장을 한 정체불명의 초고수. 그가 나타난 것이었다.
“오랜만입니다. 여러분. 매산곡에서 잠깐 마주친 적이 있는데, 기억하십니까?”
신혁이 복면을 벗었다. 신혁의 변장한 얼굴을 알 리가 없는 천마진천대들의 경계심이 더욱 심해졌고, 의심의 눈초리가 더욱 강해졌다.
“우리는 그대를 처음 보오. 마안천이대의 신분을 이용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정체가 무엇이오? 그리고 진조 대주 역시 그대의 수하를 자청하는데, 무슨 목적으로 마교에 잠입한 것이오?”
“여러분을 돕기 위해서죠.”
씨익 미소 짓는 신혁의 얼굴이 변하였다. 사이오닉 플라즈마, 미래에서 개발된 일회성 성형 점토를 활용하여 얼굴을 바꾸었던 신혁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설마……. 괴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