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탈출 (2)
-특1급 지령.
진마강위대주 혈전검귀 진조 외 천마진천대 출신 절정고수 전원의 전선 이탈 확인. 마안천이대 전원의 강행돌파 및 침투요청. 대마봉 앞으로 현 집결 요망. 집결 후 마안 111호의 지시에 따를 것.
“이건……?”
“부대주님의 비문입니다. 지금 당장 이동해야 합니다 조장님.”
“저도 은신해 있던 곳에서 급하게 혈전검귀와 절정고수들이 훈련장을 벗어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놓쳐서는 안 됩니다.”
비문의 내용대로라면 은신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강행돌파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진조와 절정고수들만 없다면 정면으로 맞붙더라도 진마강위대의 신입 잔챙이들쯤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아무리 마안천이대가 정보부대의 색을 띠어 다른 무력 단체에 비해서 전투력이 떨어지지만, 최소한 진마강위대의 잔챙이들보다는 나았으니 말이다.
“좋아, 마안 111호는?”
“부대주님께 작전의 실행을 허가받고 복귀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도 움직인다. 최대한 빨리 대마봉으로 집결하도록. 단, 대마봉까지는 최대한 기척을 숨기며 불필요한 전투는 피한다.”
“존명!”
신혁의 의도대로 마안천이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나와라, 95호.”
“존명.”
“97호와 함께 지금 즉시 탈출목표를 향하라. 은잠술을 극한으로 발휘한다면 탈출할 수 있다.”
작전대로 최대한 은신하며 버티다가 탈출지점을 돌파하는 것이 아니었나 싶은 마안 95호였으나 의문은 의문이고 명령은 명령이었다. 강자지존과 상명하복으로 대변되는 마교의 율법에 개인의 의문은 일고의 가치도 없었다.
“알겠습니다.”
“탈출지점 근처에서 93호가 합류할 것이다. 예정대로 97호와 함께 잠행술을 펼치되, 반드시 93호가 적의 이목을 돌려놓은 뒤에 탈출하라. 알겠나?”
“존명.”
신혁이 품에서 조그마한 양피지를 한 장 꺼내어 마안 95호에게 건넸다. 95호가 조심스럽게 양피지를 펼쳐보니 진마봉에서 대마봉의 절벽에 만들어놓은 것처럼 구축해야 할 은신처의 위치가 세밀하게 그려져 있었다.
“탈출 후에 97호와 같이 진마봉의 은신처에서 대기하도록.”
“존명!
신혁이 근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가라.”
스스슥.
신혁의 명령이 끝남과 동시에 마안 97호가 사라졌다. 그리고 혼자 남은 신혁 역시 사라지며 종적을 감추었다.
“좋아. 다음으로 넘어가 볼까.”
* * *
스스슥.
마치 자연과도 같은 기도. 잔잔함 속에 폭풍을 품고 있는 듯한 기가 느껴졌다. 운기행공을 하며 내상을 돌보고 있던 위지현오의 눈이 떠졌다.
“괴룡이오?”
“예. 접니다 교주님.”
철벽의 동굴에 신혁이 모습을 드러내자 위지현오가 반색하며 신혁을 맞았다. 노심초사하며 신혁을 기다리던 기색이 역력했다.
“어찌 되었소?”
“예, 일단 첫 번째 단추는 잘 끼워진 것 같습니다.”
“그렇소? 참으로 다행한 일이오.”
“슬슬 이곳을 벗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구려. 지금 탈출한다는 말이오?”
위지현오의 말에 신혁이 살짝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아닙니다. 최대한 외성문에 가까운 곳에서 탈출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헌데, 이곳을 벗어나 어디로 가자는 말이오?”
신혁의 제안에 위지현오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벗어나는 건 좋은데, 사방천지에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텐데 어디로 간단 말인가? 물론, 이곳에 계속 머물 수도 없는 노릇이었지만, 현재 이곳보다 더 나은 대안이 있나 싶은 위지현오였다.
“가시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무슨 말이오?”
신혁이 위지현오를 동굴의 끝인 절벽 쪽으로 이끌었다.
“저기 두 명의 마안천이대 소속의 무사들이 보이십니까?”
“물론이오.”
“마안 95호와 97호라고 합니다.”
“음……?”
“마안 117호 유신혁의 수하들이지요. 이번 훈련의 조원이기도 하고요.”
자신을 마치 다른 사람 이야기하듯 말하는 신혁의 능청스러움에 위지현오가 어색하게 말을 받았다.
“그렇구려. 그런데 저들을 어찌하려는 것이오?”
“교주님이 마안천이대가 되셔야지요.”
“설마……?”
“예, 맞습니다.”
신혁이 손가락으로 마안 95호와 97호를 가리켰고, 그들이 이동 방향을 짚어주었다. 그리고 움직이던 신혁의 손가락이 어느 한 지점에서 멈췄다.
“그들이 저쯤에 도착하면 은밀히 기습하여 제압해 주십시오. 교주님께서는 저들을 점혈하시어 은밀하게 진마봉의 동굴로 옮겨주십시오.”
“알겠소.”
“동굴로 옮기신 다음, 저들의 복장을 회수하시어 교주님께서 마안 95호로 위장하시면 됩니다.”
마안 95호. 5번은 공작요원을 뜻하는 숫자였다.
“공작요원인 만큼 모습을 드러내도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겁니다.”
위지현오의 머릿속에 조금이지만 신혁의 의도가 보이는 것 같았다. 공작요원으로 위장하면 어느 정도 마교 내부를 활보해도 의심을 피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하리다. 그거면 되겠소?”
신혁이 품속에서 작은 양피지를 꺼내서 위지현오에게 건넸다. 위지현오가 양피지를 펼쳐보니 진마봉의 대략적인 약도와 함께 붉은 점이 찍힌 곳이 보였다.
“저들이 이동하게 될 경로입니다. 진마봉이죠. 이 지점에 제가 작업을 지시해 둔 것이 있습니다.”
신혁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부분은 지금까지 위지현오가 있던 절벽과 비슷한 형태의 절벽이 있는 곳이었다.
“곧 따르겠습니다. 마안 95호와 97호의 뒤를 은밀히 밟아주십시오.”
“함께하는 것이 아니오?”
“아닙니다. 저는 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교주님께서는 저들이 진마봉에 도착하면 제가 말씀드린 대로 해주십시오.”
* * *
“침입자다!”
느슨하게 탈출지점을 경계하며 삼삼오오 모여 잡담을 나누던 진마강위대의 오른쪽에서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
“크윽!”
침입자를 발견하고 동료들에게 알린 것까진 좋았는데, 그 대가로 적의 기습에 배를 잡고 쓰러진 보초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보초병을 쓰러뜨리고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마안천이대의 무사는 바로 마안 93호였다. 신혁의 명령대로 최대한 진마강위대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중이었다.
“잡아!”
“혼자서 배짱도 좋군. 우리가 그렇게 만만히 보였단 말이냐!”
“잠깐, 기다려. 대주님과 부대주님도 절정고수들도 한 명도 없어. 섣불리 움직여서는 안 돼!”
“무슨 소리냐, 적은 겨우 한 명이다.”
진조와 천마진천대의 부재로 진마강위대는 일시적으로 지휘체계가 마비된 상태나 다름이 없었다. 머리 없는 뱀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우왕좌왕하는 진마강위대원들.
“멍청한 놈들! 진정해라.”
그때 이자성이 고함을 지르며 앞으로 나섰다.
“거점만 사수하면 된다. 그리고 적은 겨우 한 명뿐이다. 움직이지 말고 자리를 지켜!”
이자성의 말은 타당했다. 그러나 그가 한 가지 놓친 점이 있었다. 이번 훈련에서 진마강위대가 맡은 것은 단순한 거점방어가 아닌 마안천이대의 8할 이상을 추포해야 하는 것이 목표였다.
“멍청아! 단 한 명이라도 더 잡아야 목표 수를 채울까 말까 한데 무슨 헛소리냐!”
이자성의 말을 반박하며 10명의 진마강위대가 움직였고, 결국 공을 세우려는 목적에 눈이 먼 이들이 우르르 단신의 마안천이대원을 잡기 위해 움직였다. 거점을 최후까지 사수하려 남은 것은 이자성을 포함하여 다섯 명뿐이었다.
“이런, 멍청한 새끼들!”
이자성이 발을 동동 굴렀으나, 이미 떠나간 배를 보며 애타게 손을 흔드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건 네 말이 맞다. 참으로 멍청한 놈들이지.”
“크큭, 고맙다. 설마 이렇게 쉽게 되겠나 싶었는데 말이야.”
이자성의 등 뒤에서 들려온 중저음의 낮은 목소리 두 개. 분명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설마……?’
이자성의 낯빛이 흑색으로 변해갔다. 어느덧 이자성이 뒤를 돌아봤을 때 그와 함께 있던 동료들은 제압당해 훈련규칙에 따라 사망처리된 것을 인정하고 씁쓸한 얼굴로 무기를 내려놓고 바닥에 엎드렸다.
“이런?!”
비릿한 미소와 함께 이자성의 무리를 제압한 자들은 신혁이 조장으로 있는 17조의 95호와 97호 요원이었다.
“선배님, 아무리 불시에 기습을 당하셨다지만 그렇게 무방비하게 뒤를 돌아보시면 어떻게 합니까?”
“응?!”
이자성이 익숙한 목소리에 대경하며 고개를 돌렸을 때, 어느새 그의 목에 조그마한 비수가 닿아있었고, 신혁이 많이 미안했는지 멋쩍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진마강위대 이자성, 사망입니다.”
“……당했네. 자네 정말…….”
이자성은 어이가 없었는지 쓴웃음과 함께 검을 놓고 바닥에 엎드렸다.
“감사합니다. 그럼, 95호와 97호는 먼저 탈출하도록.”
“존명!”
95호와 97호가 진마강위대가 지키던 탈출지점을 통과하였다. 훈련 시작 후 최초의 통과자가 나온 것이다. 그것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신입 요원 마안 111호 유신혁의 조에서 말이다.
‘훈련의 결과를 기다릴 필요는 없다. 지금 즉시 진마봉으로 향하도록.’
탈출지점을 통과한 95호의 귓가에 신혁의 전음이 들려왔고 그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다음은 93호다. 그리고 1차 훈련을 여기서 끝낸다.”
신혁의 신형이 탈출지점의 통과가 아닌 대마봉의 초입으로 향하는 진마강위대의 뒤를 쫓았다. 신혁은 순식간에 마안 93호를 쫓고 있는 진마강위대를 따라잡았고, 그들의 그림자 속에 몸을 숨겼다.
‘예상대로군.’
마안 93호가 대마봉 초입까지 도주할 때만 해도 그의 뒤를 열심히 쫓던 진마강위대는 자신만만했었다. 마안 93호는 혼자였고, 자신들은 수십 명에 달하는 인원이었으니 마안 93호를 추포하여 공을 세울 생각만이 가득했다.
“이건?!”
“뭐, 뭐야? 왜 저들이 전부 여기에.”
“은신조차 하지 않았어!”
진마강위대원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를 맞이하였다. 마안천이대의 전원이 그들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빌어먹을…….”
“1차전은 대승이군.”
신혁이 씨익 미소 지으며 유유히 대원들과 함께 탈출지점으로 향했고, 남은 진마강위대원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이 그들을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인원도 실력도 부족했던 것이다.
“이, 이놈들. 2차전에서 두고 보자.”
“제길, 대주님만 계셨어도…….”
“비겁한 놈들. 다음엔 결코 방심하지 않겠다.”
핵심 전력이 이탈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대를 쫓다가 낭패를 본 진마강위대였고, 그들을 보는 마안천이대의 눈빛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님들.”
“수고는 무슨. 3일 내내 땅속에서 웅크리고 있어도 살아남을까 말까 했는데 자네 덕분에 수고를 덜었네.”
“그렇고말고. 이렇게 쉽게 이길 줄 누가 알았겠나. 이게 다 자네 덕일세.”
진마강위대와 다르게 마안천이대원들이 희희낙락하며 앞다투어 신혁의 공을 칭찬했다.
“아닙니다, 선배님들이 빠르게 대마봉으로 집결해 주신 덕에 잘 풀린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예의 바르게 자신의 공을 마안천이대원들과 나누는 신혁아 더더욱 마음에 드는 마안천이대원들이었다.
“허허, 이 사람 겸손하기까지.”
“역시 처음부터 분석조로 발령받는 인재는 다르구만.”
사흘간의 1차 훈련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