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사신혁 VS 진용제 (1)
오만방자한 신혁의 태도에 눈살을 찌푸리는 진용제였다. 그때, 진용제에게 있어서 더없이 반가운 일이 일어났다. 무려 50여 명에 달하는 절정고수들이 화려한 경공과 함께 진용제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대장로님을 뵙습니다.”
바로 어제, 현아진에게 충성을 맹세한 천마진천대였다. 진용제에게 등장을 알린 천마진천대원들이 자연스럽게 진조의 뒤에 섰고, 그들은 신혁을 향해 무시무시한 기세를 뿜어냈다.
‘괴룡, 너무 자만했구나. 이제는 늦었다. 결코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
이제야 마음이 놓이는 진용제였다. 회유하려고 그토록 노력하던 천마진천대는 정말로 막강한 전력이었으니 말이다. 비록 절반의 인원밖에 없지만, 대주와 부대주를 포함한 상위서열의 조장들은 모두 이 자리에 있었고, 이들만 하여도 능히 한 명의 초절정고수는 잡을 수 있는 전력이었다.
“방법을 찾는다 하였소?”
어느새 진용제의 목소리에는 차분함과 자신감이 실려있었다. 조금 전까지 보이던 약간의 초조함이 이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예.”
“아직도 위지현오 교주를 구한다는 생각이 변하지 않은 것이오?”
“그렇습니다.”
이 상황에서도 자신의 뜻을 꺾지 않는 신혁이 어떤 의미로는 참으로 대단하게 보이는 진용제였다.
“혹시 위지천 소교주의 부탁을 받은 것이오?”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부탁이 아니라 계약입니다. 중요한 건 아니니 넘어가시죠.”
신혁의 대답에 진용제가 결심을 굳혔다.
“좋소. 더 이상의 대화는 의미가 없을 것 같소. 위지현오는 본교의 반역도이외다. 그를 구하려는 것은 곧 본교를 적대하는 것이오. 허나 노부는 그대의 의기와 능력을 높이 사고 있소. 해서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소.”
“기회요?”
“위지천 소교주와의 관계를 끊고 그를 금미산에서 추방하겠다 약조하시오. 그것만 약속해준다면 대 천마신교 대장로의 명예를 걸고 그대의 안전을 보장해주겠소.”
사실상 마교의 통합에 이어서 무림정벌의 드높은 기치를 걸고 한 걸음 내딛으려는 마교의 입장에서 사신혁과의 싸움은 전혀 이득이 되지 않았다. 괴룡이 순순히 목을 내줄리도 없을 것이고, 그를 잡기 위해 얼마나 많은 마교의 고수들이 죽어 나갈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황실과 무룡 그리고 주룡까지도 사신혁의 복수를 하겠다고 이를 갈겠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계산기를 두들겨봐도 신혁과의 대결은 결코 남는 장사가 아니었다. 아니, 손해만 가득한 장사였다. 하지만 이대로 신혁을 보내는 것은 무림정벌의 뜻을 품은 마교의 기세를 꺾는 일이었다.
가장 최상의 수는 현아진이 직접 일기토로 신혁을 제압하는 것이지만, 하늘 같은 교주님께 괴룡을 제압해달라고 읍소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겠는가.
진용제의 입장에서 최선의 수는 이대로 시간을 끌어 현아진과 사군악 중 한 명이 이곳에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현장의 지휘권과 판단을 넘겨버리면 더 이상 이런 고민에 머리가 아플 일이 없다.
‘조금만 더 시간을 끌면 좋을 것 같은데…….’
비단 진용제만이 아니라 신혁도 바라는 일이었다. 신혁은 하릴없이 진용제와 입씨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마교의 고수들을 교내에 묶어 둘수록 위지현오는 마교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지금 이곳에 집결해있는 천마진천대원들을 마교 밖으로 탈출시키는 것뿐.
“흐음…….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손에 턱을 괴고 고민하는 듯한 신혁의 말에 진용제가 반색했다.
“물론이오. 부디 현명한 결정을 하길 바라오.”
‘괴룡이 아직 젊기 때문인가? 뛰어난 무공에 비하여, 강호 경험이 일천하군. 적에게 포위된 상황에서 시간을 끌어 좋을 것이 하나도 없을 텐데 말이야.’
동상이몽의 사신혁과 진용제였다. 다만 진용제와 달리, 신혁은 흐르는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만에 하나 사군악이 지금 이 자리에 도착한다 하여도 사군악의 전투력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다. 그렇다면 현 상황의 우선순위는 현아진의 동태 파악이었다.
‘오페라. 코드네임 : 현아진의 상태는?’
[코드네임 : 현아진의 사이오닉 에너지가 매우 불안정합니다. 현재 현아진은 사령관님의 존재를 인식하였고, 전투를 대비하여 사이오닉 에너지의 안정화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추측됩니다.]‘현아진의 사이오닉 에너지 안정화 작업에 남은 시간은?’
[약 15분 전후로 추측됩니다. 오차범위 1분 이내입니다.]‘그 전에 탈출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무런 이득도 없이 현아진과 충돌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전투 테마는 퇴각전. 가드 위성의 시동을 승인하시겠습니까?]‘이미 현아진 쪽에서도 나를 인지했다면 더 이상 숨길 필요는 없겠지. 승인한다.’
[Copy that. I have a control.]우우웅.
암암리에 시동되는 위성의 진동과 함께 신혁의 CEC에 가드 위성들의 출력상태가 표시되었다.
[용신주 현재 출력 95%, S4 위성 현재 출력 92%]‘무언가 달라졌다……?’
진용제의 감각이 불안한 신호를 보냈다. 여유 가득하고 유유자적한 신혁의 기세는 그대로였으나, 무언가가 분명히 달라졌음이 느껴졌다. 마치 신혁 주변의 공기가 보이지 않게 요동을 치는 것 같았다.
“이 정도면 고민할 시간은 충분히 드린 것 같소. 이제 답을 주시겠소?”
자연스럽게 미소 지으며 말을 꺼낸 진용제가 슬쩍 수하들에게 눈짓하며 신혁의 전면에 섰다. 그리고 그런 진용제의 움직임에 맞춰서 신혁을 포위한 마교의 무사들도 한 걸음씩 앞으로 나섰다. 그 한 걸음만으로도 포위망이 한층 더 촘촘해졌다.
[용신주와 S4 위성의 출력이 최고조에 도달하였습니다.]‘작전대로 간다. 준비해라 오페라.’
[Copy that. 적성 사이오닉 에너지 반응 체크. 타겟 설정, 코드네임 : 진용제. PEF 측정 시작 및 CEC와 전술정보 공유 준비 완료.]‘전투 시작 워드(word)는 거절이다.’
[정확히 인지하였습니다.]신혁이 진용제를 보며 마주 웃었다. 그것도 이를 드러내며 아주 환하게 말이다.
“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대장로님의 제안을……”
신혁이 말끝을 흐리며 옆으로 살짝 몸을 돌렸다.
“거절하겠습니다”
파아아아앗!
“극성의 어주술(馭珠術)?!”
신혁의 대답과 동시의 그에 품에서 3개의 용신주가 튀어나왔다.
“흐읍!”
현마파검식(玄魔破黔式) 제1초.
삼절파검(三絶波劍).
진용제는 불시에 가해진 신혁의 기습에 당황하지 않고 날아드는 용신주를 방어하며 순식간에 거리를 벌렸다. 과연 초절정고수다운 냉철한 판단력과 뛰어난 무공이었다.
[눈을 감고 공력으로 청각을 차단하십시오. 호흡 또한 멈추셔야 합니다. 그리고 저를 추격하듯이 쫓아오십시오.]진조와 천마진천대의 머릿속에 신혁의 메시지가 텔레파시의 형태로 울려 퍼졌다.
‘어기전성을 동시에 이 많은 사람들에게?’
신혁의 텔레파시 메시지를 어기전성의 형태로 오해한 진조와 천마진천대원들의 크게 감탄하였다. 그리고 그 순간.
삐이이이이이!
소름 끼치는 소음과 함께 신혁의 용신주가 불을 뿜었다.
“으아아아악!”
“크어억!”
꽈당! 꽈앙!
인간의 가청주파수를 훨씬 초월한 초음파가 울려 퍼지며 내공으로 귀를 보호할 수 없는 이류 이하의 무사들을 일거에 쓰러뜨렸다.
“아, 안 들려.”
“일어설 수가 없어. 왜 땅이 눈앞에 나타나는…….”
반고리관의 손상으로 신혁을 포위하던 마교 무사 중에서 수준이 낮은 무사들이 볏단처럼 쓰러져버렸다.
[세컨드 페이지 분리형 연발 섬광탄 레디.]‘Fire.’
퍼어어어엉! 퍼엉! 퍼엉!
신혁의 발사 명령에 용신주가 360도로 회전하며 섬광탄을 발사하였다. 공중에서 폭발한 섬광탄이 여러 개로 분리되며 천지사방을 백색의 빛으로 수놓았다. 하늘과 땅을 가리지 않는 백색 섬광탄의 향연이었다.
“으아아악! 내 눈, 내 눈!”
“아악,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암기? 아니 이런 걸 암기라고 할 수 있어?”
또다시 비명이 난무하며 신혁을 포위하던 마교무사들이 단체로 눈을 가리며 혼란에 빠졌고, 견고했던 포위망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오페라!”
[써드 페이지. 압축 연막탄 레디.]“Fire.”
콰앙! 콰앙! 콰아앙!
이번에는 거대한 탄환 3개가 공중으로 발사되었고, 폭발하는 순간 칠흑 같은 연기가 구름처럼 흘러나와 백색의 섬광을 잠재우며 사위를 가렸다.
“큭, 괴룡은 어디야?”
“이런 제길, 함부로 무기를 휘두르지 마라!”
“아악……!”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수라도가 마교도들의 눈앞에서 펼쳐졌다. 처음 폭음탄에 고막을 다친 하급무사들은 일어서지를 못했고, 급하게 내공을 모아 귀를 보호했지만, 일시적으로 청각을 잃어버린 무사들은 동료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였기에 섬광탄과 연막탄으로 마비된 시야에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사방팔방 무기를 휘둘렀다.
“다음에 서로 마주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그 말을 끝으로 신혁의 몸이 살짝 떠올랐다. 물론 이것은 신혁의 노림수였다. 혼란을 틈타 마교도들 속으로 파고들어 빠져나가는 것이 좋았으나, 그렇게 되면 계획대로 천마진천대를 탈출시킬 수가 없었기에 의도적으로 진용제를 자극한 것이었다.
“갈!”
소림의 사자후에 비견되는 마교의 음공, 천마후가 진용제의 웅혼한 공력을 바탕으로 사방에 울려 퍼졌다.
“놓칠 것 같소?”
진용제의 검이 흑빛으로 물들었고, 그의 손을 떠나 허공에 잔영을 수놓으며 신혁에게 쇄도했다.
까앙! 까아앙! 깡!
빠른 속도로 상승하던 신혁의 신형이 멈췄고, 오페라의 통제하에 용신주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집요하게 신혁의 도주 경로를 차단하며 급소를 노리던 진용제의 검을 무리 없이 막아내는 용신주가 푸른빛을 발했다.
‘굉장한 강도의 구슬이다. 저게 바로 무림십대기보 용신주의 위용인가?’
진용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아무리 무림십대기보라고 하나 진용제의 검 또한 강호의 유명한 보검이었고, 무엇보다 구슬과 검은 질량에서 비교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났다. 같은 수준의 어검술과 어주술이라면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검 쪽이 유리한 게 상식이었다. 그런데 괴룡의 저 구슬은 대체 뭐란 말인가. 얼마나 어주술이 뛰어나길래 구슬로 어검술을 막아낼 수 있는지 의구심이 새록새록 샘솟는 진용제였다.
“아직 안 끝났소 괴룡.”
검을 회수한 진용제가 다시금 흑빛의 강기를 일으켰다.
‘S4 위성 시동.’
[Copy that.]우우우우우웅~
[S4 위성 시동 완료. 현재 출력 100%.]신혁의 몸에서 진용제의 흑빛의 강기보다 더욱더 칙칙한 묵빛의 사이오닉 파동이 흘러나왔다.
백제격검술(百濟擊劍術).
Sword Pattern Black.
그리고 신혁의 오른손에 생성된 패턴 블랙의 에너지 소드가 진용제에게 겨누어졌다.
“이제 시간이 없습니다.”
“그거 안타깝구려. 노부는 좀 여유가 있어서 말이오.”
진용제가 신혁의 말을 받으며 검을 겨눴다.
“노부의 별호를 혹시 알고 있소이까?”
“흑익검마(黑翼劍魔)라 들었습니다.”
“영광이오. 모를 줄 알았는데 말이오.”
“그게 중요합니까?”
“이제 알게 될 것이오. 왜 노부의 별호에 흑익이라는 단어가 붙었는지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