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배신
신혁과 달리 전조의 표정이 굳었다. 루시아가 신혁과 세운 계책을 전조에게 설명해주었고, 그 사이 신혁은 쓰러진 진용제의 앞에 서 있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십시오.”
신혁이 진용제의 목을 치려는 순간, 누군가가 끼어들어서 신혁의 심검을 막아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과도 같은 강기가 둘린 검을 쥔 사내. 바로 혈전검귀 진조였다.
“크으으윽! 뭣들하고 있나, 괴룡을 막아! 대장로님을 피신시켜!”
진조가 힘겹게 신혁의 검을 막아내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외총관 탁지원이 다급하게 명령했다.
“당장 진마강위대주를 도와라!”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가장 먼저 몸을 날린 탁지원이 양손 가득히 공력을 모아 신혁에게 격공장을 날렸다.
“오페라.”
[Copy that.]신혁은 탁지원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오페라에게 명령했고, 오페라의 통제하에 용신주가 파괴광선을 쏘았다.
퍼엉~ 퍼어엉!
혼신의 힘을 다한 격공장이 그대로 부서져 나갔고, 그 폭발의 여파로 신혁에게 쇄도하던 탁지원의 신형이 뒤로 밀렸다.
“크으으으윽!”
얼굴이 시뻘게질 정도로 용을 써가며 신혁의 심검을 밀어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진조를 향해 신혁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호오~? 충성심이 대단합니다. 아직도 버티시다니, 놀랍군요.”
우우우우웅!
신혁의 에너지 소드에 사이오닉 에너지가 집중되었다.
“크아악!”
결국 버티다 못한 진조가 외마디 신음과 함께 무릎을 꿇었으나 끝까지 검을 붙들고 신혁의 검을 밀어내고, 아니 버티고 있었다.
“이쯤 되면 충분히 기회는 드렸다고 생각합니다. 모시던 상관과 함께 가십시오.”
“안, 안돼!”
탁지원이 검을 내리치는 신혁을 보고 다급하게 외쳤다. 이대로 뒀다가는 진조는 물론이고 마교가 자랑하는 극마의 고수 중 한 명인 흑익검마 진용제도 잃을 판국이었다.
“흡!”
그때 진조와 진용제를 한꺼번에 죽이려던 신혁이 다급하게 검로를 틀었다.
퍼어엉!
“큭…….”
에너지 소드가 순간적으로 흩어질 뻔한 엄청난 위력의 장력이었다. 신혁이 다급하게 검을 거두며 거리를 벌렸다.
파아아아앗!
다시금 용신주가 푸른빛을 흘리며 어주술이 발현되었다.
“괴룡, 괴룡 하길래 현아진 교주님과 비견될 정도의 고수라 생각했건만.”
금색의 화려한 의복을 입은 중년의 사내가 나타났다.
“부교주님을 뵙습니다!”
그가 나타나자 마교도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우렁차게 외쳤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든든하고 믿을만한 우군이 나타난 것에 대한 안도와 괴룡을 무찔러줄 거란 기대감의 발로였다.
“외총관.”
“예, 부교주님.”
“괴룡은 본좌가 상대하겠다. 부상자들과 이곳의 수습은 수하들에게 맡기고 외총관은 어서 진용제 대장로를 마의에게 인도하라.”
“존명!”
과연 마교의 부교주다운 차분함과 자신감을 보여주는 사군악이었다.
“수고했다. 진마강위대주.”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겸손한 진조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사군악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네의 공을 잊지 않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물러서서 기혈을 다스리도록.”
“존명!”
사군악이 명이 떨어졌고, 그제야 진조가 힘겹게 몸을 일으켜 천마진천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거, 오늘 손해가 너무 큰 것 같은데. 위지천 공자에게 계약조건을 수정해달라 해야 하나.”
“그대가 괴룡인가?”
“예, 맞습니다. 부교주님이라고 불리신 것 같은데, 누구십니까?”
“본좌는 사군악이다.”
“그렇군요. 그럼 혹시.”
“뭐냐?”
“위지현오 교주님을 뵐 수 있을까요?”
사군악을 보고도 담담함과 여유를 보이는 신혁이었다. 그리고 그런 신혁의 태도가 사군악에게는 더없는 허세로 다가왔다. 그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곳에 달려오면서부터 느껴진 진용제와 신혁의 기가 강렬하게 충돌하는 것부터 진용제의 기가 위태로운 촛불처럼 사라지면서 신혁의 기도 크게 줄어든 것을 말이다.
“곧 만날 수 있을 거다.”
“그렇습니까?”
“물론이지. 나란히 저승에서 해후하도록.”
퍼어엉!
그 말을 끝으로 갑작스럽게 장력을 날기며 사군악이 신혁을 기습했다.
“크으윽.”
신혁이 급하게 어주술의 기운이 담긴 용신주로 사군악의 장력을 방어하며 뒤로 물러섰다.
퍼퍼퍼펑!
과연 사군악의 예상대로 괴룡은 수비에 급급했다. 평소에 귀가 따갑게 들어온 괴룡의 무위라면 자신을 압도하거나, 아니 백번 양보해도 자신과 맞수를 이룰 정도는 될 테지만, 지금은 무기력하게 밀리며 수비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크큭, 진용제 대장로에게 꽤 큰 부상을 당했구나. 오늘, 괴룡을 잡아 중원에 혼마 사군악의 이름을 떨칠 것이다.’
[경고. 사령관님, 코드네임 : 현아진의 도착예정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오페라의 경고 음성과 함께 신혁의 CEC에 현아진의 움직임이 표시되었다. 여기서 현아진까지 압류한다면 자신은 몰라도 천마진천대의 탈출은 요원해지는 것이었다.
“좋아.”
신혁의 눈빛이 변했다.
S4 위성 오버클럭.
대(對) 고속기동전.
공지양용 전술기동 장비 가동.
흑익(黑翼).
다시 한번 신혁의 등에 검은색 날개가 생겼다.
“그래, 이제 본격적으로 해보려 하나?”
사군악의 말에 신혁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오페라,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 없다. 흑익의 형태만 유지해도 충분하다.’
[Copy that.]파아아앗!
신혁이 양손을 살짝 움직이자, 그의 상징인 용신주가 신혁의 의지를 대변하듯이 푸른빛에 휩싸이며 불타올랐다.
“오라!”
사군악이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신혁에게 손을 까닥거리며 말했다. 신혁이 만전의 상태였다면 이야기가 달랐겠지만, 지금의 신혁은 그야말로 이빨과 발톱이 빠진 호랑이였다. 대장로 진용제와의 싸움에서 상당한 공력을 소모했을 테니 말이다.
“Fire.”
신혁의 몸이 허공으로 살짝 떠올랐고, 동시에 3개의 용신주가 불을 뿜었다.
투콰앙! 투쾅! 콰아앙!
“응? 이건?”
사군악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신혁의 공격을 대비하였으나, 신혁이 쏘아낸 탄은 눈부신 백광과 칠흑 같은 연기를 뿜어냈다.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군요. 제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다음을 기약하겠습니다.”
신혁의 음성이 연기 사이로 들려왔고, 그의 신형이 빠른 속도로 마교의 외성을 넘어가고 있었다.
“크큭, 네게 실망했다 괴룡. 끝까지 예상을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본좌가 어째서 천마진천대를 남겨두었다고 생각하느냐.”
신혁이 퇴각했다는 보고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괴룡이 등을 돌렸다? 사군악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내상이 내 생각보다 더욱 심각했나? 이거 흑익검마 대장로가 정말 큰 일을 해주었구나. 괴룡이라는 먹음직스러운 밥상을 차려주다니. 크크크. 하늘마저 천마신교와 본좌를 돕는구나.’
사군악이 천마진천대에 명을 내렸다.
“괴룡을 쫓는다. 본좌의 뒤를 따르라.”
“존명!”
“쫓아라!”
사군악의 신형이 신혁에게 뒤처지지 않는, 아니 신혁보다 조금은 더 빨라 보일 정도의 속도로 쏘아져 나갔다.
삐삐삐삐삐.
[적성 사이오닉 에너지 반응 체크. 사령관님, 코드네임 : 사군악이 추격을 시작했습니다. 이 속도라면 1분이 내에 뒤를 잡힙니다. 이동속도를 올리시겠습니까?]‘아니 속도를 유지한다. 대신 경로를 틀어 거리를 줄이도록.’
신혁이 단호하게 오페라에게 말했다. 여기서 속도를 올릴 수는 없었다. 자신을 따라올 수 없게 만든다면, 스스로 다 차려놓은 밥상을 엎어버릴 꼴이 될 것이다.
[Copy that. 목표는 절강산맥.]대지를 박차며 빠른 속도로 나아가던 그의 신형이 마교에서 북동쪽으로 20km 정도 떨어진 절강산맥을 향해 날았다.
“좋아, 거의 다왔다.”
사군악과의 거리를 확보한 신혁이 목표했던 절강산맥으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사군악의 눈에 신혁이 절강산맥에 진입하는 것이 들어왔다.
[목표지점에 도착하였습니다.]오페라의 안내 음성이 끝나고 10초나 지났을까, 사군악이 비릿한 미소와 함께 신혁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클클클, 기껏 도망친 곳이 여기라니. 숨는 것이 아니라 배수의 진이라도 칠 속셈이었나?”
사군악의 말 그대로 였다. 신혁의 뒤는 천길은 안되도 족히 500길은 될 듯한 낭떠러지였고, 그 밑으로는 격류가 흐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거 참, 제 속도를 따라올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순간의 방심으로 인한 대가가 너무 크군요.”
급하게 외성 쪽으로 달려올 때 느꼈던 신혁의 방대한 기는 절반도 내뿜지 못하는 것 같았고, 그의 자랑이라던 경공마저도 자신을 따돌리지 못했다.
‘중원의 신성, 괴룡을 잡을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다.’
사군악이 천천히 신혁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여기서 죽겠나, 아니면 본좌에게 충성을 맹세하겠나?”
“둘 다 내키지 않는군요.”
“크크크, 그래. 순순히 항복할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신혁에게 손을 쓸 것 같은 사군악이었지만, 의외로 그는 신혁을 견제하기만 할 뿐 딱히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았다.
‘과연, 신중하군.’
신혁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극마의 경지에 이를 만큼 뛰어난 고수였지만, 사군악은 무사라기보다는 책사에 가까운 남자였다. 하지만 사군악이 기다리는 것은 신혁도 기다리는 것이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부교주님.”
바로 진조와 천마진천대.
“괜찮다. 본좌가 괴룡을 견제할 동안 진을 펼쳐라.”
“존명!”
사군악의 명령을 받은 전조가 오른손을 들었고 천마진천대가 앞으로 나서며 진형을 갖췄다.
그들의 최선두에는 완전히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사군악이 우아하게 뒷짐을 지고 신혁을 마주하였다.
“부교주님, 준비되었습니다.”
“그래, 슬슬 시작해볼까.”
사군악의 말에 천마진천대의 검에서 검기와 검강이 솟아올랐다.
파아아아앗!
그에 발맞추어 신혁의 구슬이 빛나기 시작했다.
“최후의 발악인가? 그래,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사군악이 끝까지 방심하지 않고 신혁에게 집중하며 십성의 공력을 끌어 올렸다.
퍼어엉~!
사군악의 예상대로 공력이 떨어진 신혁의 공격은 사군악의 장력을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끝이다 괴룡.”
사군악이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신혁에게 다가갔다. 조금 전의 공격으로 확실하게 확인했다. 신혁의 힘이 반감된 것을 말이다. 이제 괴룡을 죽이고 은폐한다면 황실에서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잘 가라.”
사군악이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 손을 들었고, 그 순간마저도 혹시 모를 괴룡의 기습을 대비하기 위하여 그의 온 신경은 오로지 신혁에게 집중되었다. 그때, 사군악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푸욱.
자신을 향한 살기도, 투기도, 그 어떤 기세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잘 훈련된 살수가 불시에 기습한다면 이렇게 하지 않을까 싶은 깔끔한 암습이었다.
“커억……!”
사군악의 가슴을 뚫고 나온 날카로운 칼날. 그 칼을 쥐고 있는 자는 혈전검귀 진조였다. 사군악이 다급하게 신형을 앞으로 움직이며 손을 뒤로 하여 격공장을 쏘았고, 사군악을 기습한 진조가 장력을 피해내며 그의 가슴에서 검을 뽑았다.
“대체, 왜……?”
칼이 등을 뚫는 순간 본능적으로 몸을 틀어 심장은 피했지만, 이미 심각한 부상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신혁을 포위하고 있던 천마진천대는 신혁의 뒤편에 늘어선 채 천천히 사군악을 둘러쌌다.
“이노옴! 본좌를 속였던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