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149
149화. 도주
[위험, 맹독성 물질. 신경독, 출혈독, 용혈독 등의 복합적 중독증상 발현. 화학분석 개시. 소요 시간 5초.] [성분분석 완료. 그라목손, 베릴륨, 크로뮴, 폴로늄, 테트로도톡신의 주요 5개 성분 외 기타 71가지 성분 확인. 즉시 해독 필요.] [사령관님, 빅토리노입니다. 함선 운영지침에 따라 위성에 내재된 응급프로그램을 실행하겠습니다.]신혁의 생명이 경각에 달하자 빅토리노가 용신주의 통제권을 원격으로 획득하여 자체적으로 움직였다.
[C two. P type Syringe. 투약 실시.]용신주가 순식간에 변형을 마치고 신혁의 허벅지를 찔렀고, 시커멓게 물들어가던 신혁의 안색이 점차 안정을 되찾아갔다.
“헉……. 헉…….”
거친 숨을 내쉰 신혁이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아직도 많이 어지러웠지만 1분 정도만 지나도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독이라니…… 후우, 후우.”
숨을 몰아쉬며 신혁이 현아진에게 말했다.
“이번엔 정말 위험했군요. 어쨌든 제 승리인 것 같습니다.”
“하아, 하아……. 아직, 아직이다.”
현아진이 어떻게든 마나를 끌어모으려 안간힘을 썼지만, 그 속도가 무척이나 더뎠다. 생명이 위태로울 지경까지 마나를 끌어다 쓴 덕에 그녀의 드래곤 하트가 오버히트된 상황이었기에 도무지 마나가 모이지 않았다.
“크으윽…….”
아직도 신체의 통제가 완벽하진 않았지만, 이제 조금만 더 지나면 저 괴물 같은 현아진을 끝장낼 수 있을 터였다. 그때,
[경고, 오라버니 즉시 몸을 피하셔야 해요.]루시아의 다급한 보고가 들려왔다.
“무슨……?”
[적성 사이오닉 에너지 반응 체크. CEC에 출력하겠습니다.]신혁의 CEC에 잡힌 사이오닉 에너지 패턴은 그가 마안천이대의 분석조로 있으면서 숱하게 마주친 익숙한 패턴들이었다.
[적성 개체들이 곧 도착합니다. 피하셔야 합니다.]“빌어먹을……. 마교의 장로들과 전투단들이 오고 있군.”
하긴 이토록 야단법석을 떨었는데 마교에서 모른다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었다. 이제는 남은 에너지를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지가 미지수였다. 여기서 무리하게 현아진의 목을 치려다가는 뒤이어 도착하는 마교의 무리에게 자신의 목도 내어주게 생겼다.
[사이오닉 에너지 반응 체크. 코드네임 : 암연백.]스스스슥.
“대협, 피하셔야 합니다.”
현아진과 신혁의 충격적인 결전을 지켜보던 암연백이 현아진이 무너지고 신혁이 쓰러지는 것을 본 순간 온 힘을 다해 경공을 펼쳐 신혁에게 달려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기감에도 시시각각 다가오는 마교의 무인들이 느껴졌다.
“……알겠습니다.”
신혁을 둘러업은 암연백이 재빨리 움직였다. 지금쯤 암영 1호에게 보고받은 위지현오와 천마진천대가 달려오고 있을 것이다. 최소한 거기까지는 잡히지 않고 이동해야만 한다.
“교주님!”
암연백이 사라지고 난 뒤에 족히 천명은 넘어 보이는 마교의 인원들이 들이닥쳤고, 그들은 현아진을 보고 기겁했다.
“교, 교주님?!”
“미천한 신교의 교도들이 교주님을 뵙습니다!”
천마신교의 무사들은 온몸에 부상을 입고 주저앉아 있는 그녀의 모습에 경악했다.
“멍청한 새끼들. 난 괜찮으니 당장 사신혁을 쫓아라! 지금 끝장내야 한다. 그놈도 결코 성한 몸이 아니다.”
“존명!”
“반드시 내 앞으로 데려와야한다. 시체라도 말이다. 알겠느냐?”
“존명!
현아진을 마교로 호위하기 위한 삼장로와 그의 직속 전투단만을 남기고 모든 천마신교도들이 현아진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달려 나갔다. 사신혁을 잡아 오라는 하늘 같은 교주의 명령이었다.
“반드시 우리 손으로 괴룡의 목을 쳐야 합니다.”
“맞습니다 단주님. 사군악 교주님의 복수를 해야 합니다.”
특히나 신혁의 손에 명을 달리한 사군악의 직속 부대인 혼세혈불단의 눈은 분노와 복수심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청해의 금미산을 피로 물들이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괴룡을 잡는다.”
“존명!”
현아진과 사신혁의 결전은 사실상 신혁의 판정승이었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패자인 현아진은 마교도들의 호위를 받으며 후송되었고, 승자인 신혁은 암연백에게 업혀 도주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쪽이다. 흔적이 발견되었다!”
마안천이대의 수색조가 사신혁의 도주 경로를 찾아냈다. 방금까지 이곳에 사신혁이 있었다는 흔적은 분명히 남아있었고, 거기에 더해 누군가 그를 데려간 흔적도 있었다.
“남서 방향으로 산을 내려가 절강성의 성도 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선봉에 서겠다. 뒤쫓아 오시는 장로님들께도 최대한 빨리 합류하시라 이르라.”
“존명!”
혼세혈불단주 귀수마장(鬼手魔掌) 고경우가 마안천이대원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하고는 신혁이 사라진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2각 정도 바람처럼 산길을 내려가는 혼세혈불단의 선두에선 고경우의 눈빛에 살기가 어렸다.
“찾았다.”
약 7리 앞에 사신혁으로 추측되는 자를 업고 경공을 발휘하는 흑의무복의 사내가 고경우의 눈에 들어왔다.
‘사신혁을 구하러 온 자, 마안천이대의 보법을 사용한다. 경공의 속도로 봐서 절정중급은 넘어선 움직임. 그래, 네놈 암연백이었구나.’
사신혁에 이어 배신한 마안천이대의 부대주 정도는 죽여놔야 한이 풀릴 것 같았다.
“절대 놓치지 마라.”
“존명!”
고경우의 명령에 혼세혈불단원들의 눈에도 살기가 어렸다. 반드시 죽여야 하는 놈이다. 괴룡 사신혁, 어쩌면 놈을 참살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삐삐삐삐.
[적성 사이오닉 에너지 반응 체크. 후방 1.4km 지점에서 50명에 이르는 적성 개체들이 나타났습니다. 현재 속도라면 약 4분 뒤 적에게 따라잡힙니다.]신혁의 귓가에 오페라의 경고가 울렸다. 잠시 후 암연백 역시 적의 찌를 듯한 살기를 느꼈는지 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괴룡, 추격대가 붙었습니다.”
“조금……. 아주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신혁이 보유한 아스트랄 에너지의 50% 전부를 사용한 후유증이 상당했다. 정상적인 몸 상태였으면 큰 문제가 없었다.
다만 아스트랄 에너지의 리바운드가 오는 시점에 하필이면 현아진의 맹독 브레스를 뒤집어쓰면서 순간적으로 신체 밸런스가 무너져 버렸다.
“후우욱!”
암연백이 깊게 공기를 들이마시며 더욱더 다리에 힘을 주어 경공을 펼쳤다. 혼자의 몸이라도 빠져나갈 수 있을까 말까 한 상황에서 신혁까지 업고 있으니 평소보다 내공과 체력의 소모가 극심했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시간을 끌어 보겠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괴룡이다. 무언가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게 암연백의 생각이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강을 따라가야겠지만…….’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강과 함께 50장은 되는 절벽이 나온다. 암연백 혼자라면 모르지만, 신혁을 업고서 절벽을 오를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암연백은 신혁과 함께 강에 뛰어들어 물살을 타고 도주하려 했다. 아무리 뛰어난 경공의 고수라도 초절정고수가 아닌 이상 수상비(水上飛)를 펼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지금 강에 뛰어들어봐야 혼세혈불단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다.’
이제 남은 선택지는 없었다. 괴룡과 같이 죽거나 괴룡을 믿고 끝까지 가보는 것 두 가지뿐이었다.
‘괴룡이 회복만 된다면…….’
암연백의 간절한 바람을 모르는지 신혁은 그의 등에 업힌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언뜻 보면 잠이 들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평온한 얼굴이었다.
‘루시아.’
[네, 오라버니.]‘위기 상황이다.’
[탈출 루트를 산출하고 있어요. 그리고 만약을 대비하여 빅토리노 씨가 의료선과 고속폭격기를 출격시켰어요.]루시아의 말대로라면 만약에 적에게 뒤를 잡혀도 1분 정도만 시간을 끌면 상황이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신혁을 생포할 마음이 전혀 없다면? 의료선이고 폭격기고 간에 그 자리에서 목이 떨어질 확률도 간과할 수 없었다.
‘그건 최후의 수단이다. 다른 방법은?’
[위지천 소교주가 휘하의 천마진천대와 마안천이대를 절강성으로 파견한 것은 알고 계실 거예요. 그때 빅토리노 씨가 만의 하나를 대비하여 준비한 또 다른 지원군이 있었어요.]지원군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빅토리노가 준비한 거라면 믿을만했다. 최소한 신혁이 탈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했으니까. 이제 중요한 것은 빅토리노가 보낸 지원군이나 고속폭격기가 신혁과 합류할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지도.’
[네.]신혁의 CEC에 루시아가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지형도가 표시되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폭이 300M쯤 되는 강이 있었고, 강 건너편은 150M 높이의 절벽이 있었다. 암연백의 계획은 아마도 강을 따라 빠져나가는 것이라는 예상이 되었다.
‘오페라.’
[네, 사령관님.]‘가드 위성의 남은 사이오닉 에너지는?’
[S4위성 0.8%, 용신주 2.2%입니다.]확실히 지금 상황에선 답이 없다. 정면 대결로는 절정을 넘어선 50명의 고수들을 당해낼 방법이 없었다.
“암연백 분타주님.”
신혁이 눈을 뜨며 암연백을 불렀다.
“예, 대협.”
“혹시 강을 따라 이동하면서 흔적을 지워 추적조를 따돌릴 생각이셨습니까?”
“그렇습니다. 다만 지금은 좀 힘들 것 같습니다.”
“목적지, 아니 위지현오 교주님과 합류하려는 지점이 어디입니까?”
신혁의 질문에 암연백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말로 설명해 드리기가 조금 어렵습니다. 혹시 절강성의 지명을 아십니까?”
“그대로 강 쪽으로 달리십시오. 놀라시면 안 됩니다. 절대 멈춰서도 안 됩니다. 아시겠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대협.”
“홀로그램.”
[Copy that.]신혁의 명령에 암연백의 눈앞에 신혁을 기점으로 반경 20km의 지도가 상세하게 나타났다.
“이, 이건 대체……?!”
신혁의 당부가 없었다면 정말로 다리가 풀리면서 주저앉을 뻔한 암연백이었다.
“놀라는 건 나중에라도 괜찮습니다. 지명을 그냥 말씀하시면 됩니다. 어디서 지원군과 합류하기로 하신 겁니까?”
“지도상으로 보면 이 지점입니다.”
암연백이 가리킨 곳은 절벽의 건너편이었다. 지도상으로 볼 때 절벽을 가로지르면 거리는 단축되지만, 암연백이 사신혁을 업고서는 넘을 수 없는 높이였다.
“다행입니다.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 생각이 있으십니까?”
“최대한의 공력을 방출하여 절벽으로 뛰어오르십시오.”
“……저 혼자라도 한 번에 뛰어넘을 수 없는 높이의 절벽입니다. 하물며 괴룡을 업은 상태에서 그건…….”
“걱정 마십시오. 방법이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어느덧 질주하던 암연백은 강변에 도착했고, 이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신혁의 말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서라!”
“반드시 죽여주마!”
조금의 망설임마저 없애주는 혼세혈불단의 살기 가득한 함성에 암연백이 모든 공력을 다리와 발바닥에 집중하였다.
“하아아앗!”
암연백과 신혁의 몸이 강물을 앞에 두고 날았다. 물론 폭이 300M나 되는 강물을 건널 수 있을 리 없었고, 강의 절반도 가지 못한 채 암연백과 신혁의 신형이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 최후의 발악이냐.”
“천하의 괴룡이 우리가 두려워 몸을 내던지는구나!”
“크크크크큭. 암연백 부대주, 죽기 전에 우리에게 큰 웃음을 주는구려.”
지금까지 살기등등하게 암연백의 뒤를 쫓던 혼세혈불단이 암연백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왁자지껄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달려왔다.
“대협!”
떨어지는 암연백이 강물을 앞에 두고 다급하게 신혁을 불렀다.
“오페라!”
[S4 위성의 남은 사이오닉 에너지를 용신주로 전이합니다. 용신주 시동.]파아아아앗!
신혁의 품에서 3개의 용신주가 튀어나와 희미한 푸른빛을 뿜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평소의 강맹한 푸른빛에 비하면 미약할 정도의 빛이었으나, 혼세혈불단은 그 모습을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어주술(馭珠術)?! 저기서 대체 왜 어주술을?”
“무슨 속셈이냐 괴룡?”
지금 꼴을 보니 현아진 교주에게 당한 부상이 심각한 듯 보이는데 평소의 사신혁이라면 모를까, 현재로서는 어주술만으로 혼세혈불단의 추격을 저지시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반중력 시스템 ON.”
[Copy that. 반중력 시스템 가동. 지속가능시간 45초.]우우우우웅.
‘괴룡을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오르는구나.’
-자, 가시죠. 관청으로. 그리고 나무 뒤에 숨어있는 부엉이도 한 마리 있는데…… 흐음, 그건 먹기에는 좀 곤란하니 두고 가도록 하죠.
금미산에서 처음 신혁을 발견했을 때, 신혁의 저 한 마디에 얼어붙어서 생을 포기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50명의 관병들을 격공섭물로 들어 올려 청동현의 관청으로 날아가던 괴룡의 모습도 말이다.
‘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 궁금했는데, 내가 직접 체험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건만…….’
지금의 심각한 상황도 잠시 잊고 암연백의 얼굴에 빙그레 미소가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