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15
15화. 측정불가 (1)
어느 정도 자리가 정리되고, 유신과 도현도장은 찻잔을 앞에 두고 마주 앉았다.
“사형, 제마행은 어떠셨습니까?”
“허허……. 그게 말일세 사제. 빈도가 청해색마와 흡혈마군을 만나기도 전에 다른 시주가 그들을 제압했다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두 마두 모두 사형의 경지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엄연히 절정급의 고수가 아닙니까? 그래서 사형께서 예까지 제마행을 나오신 것이지 않습니까?”
난감한 표정으로 수염을 몇 번 쓰다듬은 도현도장이 말을 이었다.
“그게 참…….”
“무슨 사연이 있었습니까?”
도현도장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괴룡이라는 요괴가 두 마두를 제압하고 관청으로 끌고 가 목을 베었다네.”
“방금 요괴라 하셨습니까?”
“그렇다네.”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사형?”
“암연백이라는 이름을 들어봤나?”
“암연백이라면 마교의 절정고수가 아닙니까?”
“맞네. 마교의 청해분타주를 맡고 있는 마교의 고수지.”
“허면 그가 두 무림공적을 처단한 것입니까?”
“아닐세 사제.”
사제라고는 하지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유신을 보며 도현도장은 빙그레 미소 지었다. 비록 도사의 길을 걷고 있어 자식을 가져본 적은 없으나, 만약 아들이나 손자가 있다면 마치 이런 기분일까 싶었다.
“청해색마와 흡혈마군에 대한 정보를 수소문하던 중 무림공적에 관한 것은 공사를 가리지 않고 협력하기로 한 협약이 떠올라 청해분타주인 암연백에게 도움을 구하러 갔었네. 그런데 암연백이 놀라운 이야기를 해주더군.”
“무슨 이야기 말씀이십니까? 설마 암연백이 직접 요괴를 마주치기라도 했다는 말씀이십니까?”
“맞네.”
“예? 요괴를요?”
반쯤은 농담 삼아 한 말에 도현도장이 진지하게 대답하니 유신이 놀라 되물었다.
“내가 청해에 도착하기 하루 전에 금미산에서 괴사가 있었다고 하더군. 그것이…….”
도현도장은 금미산에서 있었던 일들을 간단하게 들려주었다. 조용히 듣고 있던 유신은 크게 놀라 되물었다.
“정체불명의 초절정고수가 나타났다는 말씀이십니까?”
“맞네, 그 요괴라 불리는 초절정고수가 관청에서 우연히 두 마두의 대한 의뢰를 받았고, 단 한 시진 만에 금미산에 숨어있는 청해색마와 흡혈마군을 추적하여 제압한 뒤 관아에 넘겼다네.”
도현도장의 말에 유신은 크게 흥미를 느꼈다. 정체불명의 초고수. 무인으로서의 강한 호기심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두 마두가 같이 있던 것입니까?”
“아닐세, 흡혈마군은 금미산 북동쪽에 있었고, 청해색마는 남서쪽에 있었다고 하네.”
“그렇다면 두 마두의 위치가 정반대로 떨어져 있었던 것인데 그 짧은 시간에 둘을 제압하고 관아까지 이송하는데 한 시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듣기만 해도 믿을 수가 없다. 무공이라는 것은 특징과 상성이 있다. 전혀 다른 성향의 절정고수들을 단시간에 제압할 정도의 무공이면 최하로 잡아도 절정의 극에 달한 고수이고 어쩌면 초절정의 경지에 접어든 고수로도 생각할 수 있었다.
게다가 추적술은 무공이 높은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중원의 살수 중 최고라는 삼대살수 중에서 추적술이 가장 뛰어난 추혼살왕이라도 한 시진 안에 이 넓은 산에서 일반인도 아닌 절정고수 두 명을 찾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놀랍습니다. 그 신묘한 추적술은 대체……. 그래서 요괴라고 불리는 걸까요?”
“허허 안 그래도 사제에게 그 요괴를 만나러 가자 할 참이었네.”
“예?”
유신의 눈이 놀라움으로 동그랗게 커졌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초절정고수를 만난다는 사실에 자기도 모르게 피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도현도장은 빙그레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모습이 바로 무당의 미래요, 자랑이지. 참으로 백도의 기린아 답구나.’
도현도장은 유신이 정체불명의 초고수와의 만남을 앞두고도 기죽지 않고 오히려 투지를 불태우는 모습에 매우 흡족하였다. 저런 모습은 흉내를 낼 수도 없거니와 수련을 한다고 되는 것 역시 아니었다.
“그 요괴가 언제든 오라 하였으니 마침 사제도 만났고 지금 금미산으로 향했으면 하네. 그런 초고수를 만나는 것이 사제에게 있어 뜻깊은 세속행이 되지 않겠나?”
“그렇습니다. 사형. 요괴라 불리는 기인이 흡혈마군과 청해색마를 제압한 과정이 너무도 궁금합니다.”
유신의 눈동자가 투지와 열정으로 타올랐다.
‘내가 기연을 만났구나. 그 정도의 고수를 만날 수 있다니…….’
* * *
[경고. 절정고수 카테고리의 PEF 수치를 크게 상회하는 전투력이 탐지되었습니다.]“뭐라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며 천천히 허공을 가로질러 테레사 호로 향하던 신혁에게 빅토리노의 경고 음성이 들려왔다.
그런데 내용이 심상치 않다. 절정고수라는 카테고리를 크게 상회하는 전투력이라고?
“정보 출처는?”
[도현도장에게 타겟팅해놓은 위성에서 감지된 보고입니다.]‘도현도장이 힘을 숨기고 있던 것인가?’
[아닙니다. 새로운 개체입니다. 도현도장이 청라객잔이라는 곳에서 만난 개체입니다. 아쉽게도 스파이 비가 없던 지역이라 대화 내용은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모습은 확인했나?”
[이상 PEF 반응을 체크 후 급하게 도현도장이 청라객잔을 나설 때부터 실시간 감시 중이었습니다. 보시겠습니까?]‘CEC 스크린으로 송출해줘.’
[Copy that.]태극 문양이 수놓아진 검은 도복을 입은 도현도장이 인자하고 자애로워 보이는 얼굴로 옆에서 걷고 있는 사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도현도장과 같은 태극 문양이 수놓아진 파란색 도복을 정갈하게 차려입은 청년이었다.
곧게 뻗은 이마와 짙고 굵은 눈썹이 인상적인 청년은 특히나 눈동자가 명경지수처럼 맑아 보였다.
“과연…….”
신혁의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감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영상으로만 보아도 사내에게서는 어떤 고난이 와도 담담하게 돌파해낼 것 같은 바위 같은 의지가 흘러나오고 있는 듯했다. 인중지룡이라는 단어가 있다면 마치 그를 위해 존재하는 단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사내였다.
“저 사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나?”
[청라객잔과 주변 마을에서 일부 대화를 녹취하여 루시아가 최종 가설을 도출했습니다.]“결론만.”
[CEC 화면으로 출력해 드리겠습니다.]신혁이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신혁의 왼쪽 눈에 사내의 프로필이 나타났다.
이름 : 유신
나이 : 불명. 20~30대로 추정
무공수위 : 도현도장을 능가하는 고수로 측정됨.
출신 : 하북 무당산의 무당파
“PEF 수치 스캔 결과는?”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사령관님.]CEC 화면에서 유신에 대한 정보를 기다리던 신혁에게 오랜만에 보는 불쾌한 단어가 나타났다.
에러 메시지가 출력됨과 동시에 빅토리노의 당황한 음성이 들려왔다.
[PEF 측정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분석할 시간이 필요합니다.]“오류라고?”
[현재 테레사의 정보컴퓨터 루시아와 교신 중입니다. 루시아에게 직접 보고 받으시겠습니까?]“그렇게 하도록.”
[사령관님, 루시아 등장이어요.]“그래 루시아. 어떻게 된 일이지?”
어느 정도 긴박한 상황으로 볼 수도 있었지만, 딱히 자신이나 테레사함에 직접적인 위해가 따를만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신혁의 태도에는 여유가 있었다.
[제가 부팅되었을 당시에는 함의 에너지가 무척 부족한 상태여서 위성과 스파이 버그들의 성능과 제작 기체 수를 최소화하였어요.]“그건 알고 있지. 그래서 지금 에너지 추출작업을 진행 중이잖아.”
[맞아요. 그래서 에너지를 절약하고자 탐지 기계의 PEF 측정 최대수치를 1,500,000으로 설정해 놓았어요.]루시아의 목소리가 조금씩 기어들어 갔다. A.I의 최종 진화 형태답게 루시아의 목소리가 마치 인간처럼 조금씩 작아졌다.
“그렇다는 건?”
[네. 대상의 PEF 수치가 1,500,000을 돌파했다는 뜻이에요. 지금 긴급히 1급 PEF 측정장치를 금미산을 관측하는 저궤도 위성에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에요.]“알았다. 그 외에 특이사항은?”
[윤제 오라버니의 PEF 수치가 불규칙하게 상승곡선을 띄고 있어요. 영상으로 지금 접근하는 도현도장을 확인한 뒤에 발생한 일이에요.]“흐음……. 루시아 윤제와 전조에게 연결해줘.”
[네.]잠시 뒤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청해색마와 흡혈마군이 신혁의 CEC 화면에 출력되었다.
둘은 신혁의 모습을 스크린으로 확인하자마자 부복하며 큰소리 외쳤다.
“전조 주군께 인사 올립니다.”
“신윤제 주군께 인사 올립니다.”
“반갑습니다. 몸은 괜찮습니까?”
“예, 주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주군. 저희의 안위를 물을 때가 아니옵니다. 지금 기지로 접근하는 도현도장과 그 옆의 사내를 보셨습니까?”
“지금 실시간으로 보고 받고 있습니다.”
“지금 접근하는 청년은 복장으로 보아 아직 무당에서 도사의 직을 하사받지 못한 수련제자입니다.”
“수련제자가 도현도장과 나란히 걸으며 대화를 할 수 있는 건가?”
신윤제는 전조의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자신이 아는 바를 이야기해주었다.
“십여 년 전 무당에서 천하의 기재를 발견하여 비밀리에 무당제일검 태극검제의 적전제자로 들인 일이 있다는 소문을 들어본 적이 있다. 아이의 자질이 너무나 뛰어나 태극검제의 검법을 이음은 물론이고, 무당의 장문인이 직접 무당의 권과 면장까지 전수하였다고 하네.”
“태극검제가 비밀리에 받은 적전제자?! 게다가 무당 장문인이 동시에 무공을 전수하였다면 저 아이의 배분이 도현도장과 같은 항렬이란 말인가?”
“아직 도적을 받지는 않았을 테지만, 만약 도적을 받는다면 그렇게 될 테지.”
“과연……. 도현도장 하나라면 모를까 그런 고수가 둘이라면 우리로서는 역부족이겠지.”
기본적으로 명문 중의 명문이라는 무당파의 제자로 들어가는 것만으로 일반인은 꿈도 꿀 수 없는 자질을 타고난 자들이다.
그런데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자가 한 항렬도 아니고 두 항렬이나 건너뛰어서 배분을 받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이례적인 일이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윤제 님은 그런 정보를 어디서 얻으신 겁니까?”
“때가 되면 저의 다른 신분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결론은 무엇인가요?”
신혁의 물음에 청해색마가 골똘히 생각을 정리한 뒤 신중하게 대답했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저와 전조가 저 둘을 막을 동안 주군께서는 잠시 자리를 피하시는 게 어떠십니까.”
윤제의 말에 전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현재로서는 그 방법이 최선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신혁의 생각은 달랐다. 청해색마와 흡혈마군은 이미 죽은 것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윤제와 전조가 다시 모습을 보인다면, 죽었던 청해색마와 흡혈마군이 건재함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무엇보다 지금 올라오는 두 사람이 자신과 대적하기 위해 오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습니다. 그러나 두 분은 이미 공식적으로 사망 처리된 상황이니, 이번 일에는 나서지 마십시오.”
“허나 주군…….”
신혁의 말에 전조가 할 말이 있는지 앞으로 나섰다.
“이건 명령입니다. 두 분은 결코 나서지 마십시오.”
“존명.”
“존명.”
신혁의 단호한 말에 전조와 윤제는 부복하며 명을 따를 것을 복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