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153
153화. 사신문
대경한 이 장로가 뒤로 물러서며 오 장로와 육 장로에게 소리쳤다.
“청의신공(靑衣神功)을 펼쳐라!”
장로들의 기공이 급변했다. 처음 느껴보는 이질적인 기운이었다. 본래 그들의 무공이 아닌 사신문의 무공이리라. 대자연의 기운 같기도 하지만, 무언가 인위적인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그런 기운이었다. 숲에서 부는 바람이 아니라 커다란 부채를 휘둘러서 억지로 바람을 만들어내는 듯한 미묘한 차이가 있는 이상한 기운이었다.
‘청의신공? 저들이 사용하는 무공인가? 분출되는 기가 옷을 푸른색으로 물들일 정도로 강렬해져서 붙은 이름인가?’
장로들이 사용한 청의신공은 정말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는 신공이었으나 화경에 도달한 사도진악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으아아아악!”
“끄어어억…….”
“이, 이렇게 허무하……게…….”
털썩.
자신의 모습을 한 이 장로의 얼굴이 생명이 끊어지자 서서히 그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눈으로 보고도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역체변용술에, 자연의 기를 닮은 이질적인 기운. 더욱 놀라운 것은 사신문의 무공을 사용하기 전까진 전혀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래서는 누가 간자인지 알아보기 어렵겠군…….”
세 명의 배신자를 깔끔하게 저승으로 보내버린 사도진악이 폐관수련장을 나섰다. 그리고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세 명의 장로들이 폐관에 들어갔으니 자신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누구도 접근치 말라는 명령을 말이다.
‘분명히 정사마에 사신문의 세력이 암약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우리 사도맹에도 분명 사신문의 간자가 있을 것이다.’
사도맹에 속한 세력중 사천에서 가장 가까운 서안의 사혼교에 이 사실을 알리려 하였으나 조금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만약 내가 화경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면 장강수로연맹은 사신문의 손에 떨어졌을 것이다. 사혼교 역시 그들의 마수가 뻗치지 않았다는 보장이 없다. 지금 사혼교주는 정말 사혼교주 본인일까……?”
사혼교를 찾은 사도진악은 사도진악은 먼저 은밀하게 사혼교주와 소교주를 살폈다. 그리고 확신할 수 있었다. 저들이 사신문의 무공을 익혔다는 것을. 진짜 교주와 소교주는 이미 죽었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알아볼 사람은 부교주 연무정이다. 다행히 그에게서는 사신문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 내색도 하지 말고 들으시오. 본좌는 장강수로연맹주 사도진악이오. 사혼교의 연무정 부교주에게 내 긴히 전할 말이 있소. 화급을 요하되 은밀해야 하오. 삼경에 다시 그대를 찾겠소.]자정이 넘은 시간에 은밀하게 연무정을 찾은 사도진악은 자신이 겪은 일을 소상하게 설명해주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화경에 경지에 이른 사도진악의 무위를 확인하였고, 근래에 교주와 소교주는 뭔가 이상했다.
“허면……? 지금 교주님과 소교주님은?”
“본좌가 듣기로 파천비 사건 이후에 사혼교주와 소교주의 힘이 많이 약화되었고, 그대를 중심으로 사혼교도들의 뜻이 집중되고 있다고 들었소. 그렇다면 그들은 필히 그대에게 접근할 것이오.”
“제가 맹주님의 말을 어찌 믿을 수 있습니까?”
“내 말을 믿지 못해도 좋소. 허나 만약 누군가가 접근하여 ‘사신문’의 이름을 거론하거나 그동안 보지 못했던 ‘힘’을 사용한다면, 그자가 바로 배신자일 거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얼마 후 사혼교주가 은밀히 연무정을 불러냈다.
“비록 내가 교주의 직에 앉아 있다지만 어째 교도들은 그대를 더 따르는 것 같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교주님께서 이렇게 멀쩡하신데, 뭔가 오해가 있으신 모양입니다.”
“허허, 내 그대를 책망하려고 부른 것은 아니오. 그대에게 하나 물어볼 것이 있어 자리를 만들었소.”
“말씀하시지요.”
“그대에게 엄청난 힘과 권력을 얻을 기회가 생겼다면 어찌하시겠소?”
“그게 무슨……?”
“사신문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잡을 생각이 있소이까?”
* * *
주소천이 신혁과 작별하고 사문인 모산파에 당도했을 때 익숙한 신형이 눈에 띄었다.
“대사형!”
허나 가까워질수록 사형의 상태가 이상했다.
“쿨럭……. 사매, 사매가 왔구나.”
모산파 장문인 태을진인의 첫 번째 제자이자 주소천과 같은 항렬의 선순도장이 피를 한 움큼 토하며 주소천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대체, 대체 누가 모산을……?”
주소천이 덜덜 떨리는 심신을 가까스로 진정시키며 물었다.
“사혼교……. 사혼교도들이 본문을 기습했다.”
“사혼교? 사혼교가 어째서 모산파를……. 혹시 저 때문인가요?”
“그들이 널 찾고 있다. 뭔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너라도 어서 몸을…….”
그 말을 끝으로 선순도장의 고개가 떨궈졌다.
“대사형!”
주소천이 깜짝 놀라 그에게 달려가 맥을 짚었다. 여기저기 크고 작은 부상에 기혈마저 뒤엉켜 심각한 상태였지만 다행히 목숨은 건진 것 같았다.
화르르르륵!
주소천이 품속에서 두 장의 부적을 꺼내 허공에 던졌다. 부적이 스스로 타오르며 귀기를 뿜어내는 것이 그녀의 분노한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부적에서 발산된 주소천의 영력이 선순도장을 기점으로 모산파 내부에 쓰러져 있는 수백 명의 도사들을 감쌌다.
“……그래, 리매. 고생했어. 살아남은 문도들은 100명이 채 되지 않는구나.”
주소천이 소환한 리매가 빠르게 문도들의 상태를 파악하였고, 가족과도 같은 문도들의 해를 입은 것에 주소천이 분노하였다.
“오늘 사혼교를 강호에서 지워주마.”
주소천의 눈동자가 귀화로 타오르듯이 번뜩였다. 당장이라도 사혼교에 쳐들어가 사혼교도들의 씨를 말려버릴 것 같은 귀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지워지는 것은 사혼이 아닌 모산이 될 것이다.”
그때, 사혼교주 주적심이 주소천을 비웃으며 일단의 무리를 이끌고 장내에 나타났다. 그의 오른편에는 부교주 연무정도 함께였다.
‘과연 주소천을 대적할 수 있을까?’
연무정은 장강수로연맹주 사도진악의 말을 곧이곧대로 신뢰할 수 없었다. 비록 그의 말대로 교주가 사신문에 협력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연무정에 눈에 비친 사혼교주는 결코 가짜로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조금만 더 지켜보자. 사도진악 연맹주의 말이 사실로 드러날지, 아니면 거짓으로 드러날지는 곧 알게 될 것이다.’
사도진악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의 사혼교주와 소교주는 가짜였다. 그러나 그의 말만 믿고 평생을 모셔온 사혼교주에게 칼을 겨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정적인 증거가 필요했다. 사혼교주가 가짜라는 물증이 말이다.
-내 말을 믿지 못해도 좋소. 허나 만약 누군가가 접근하여 ‘사신문’의 이름을 거론하거나 그동안 보지 못했던 ‘힘’을 사용한다면, 그자가 바로 배신자일 거요.
연무정의 머릿속에 사도진악의 조언이 떠올랐다. 그의 말대로라면 주소천과의 싸움에서 이상한 ‘힘’이라는 것을 사용할 것이다.
“사혼교주 주적심. 네놈이 사혼교의 마지막 교주가 될 것이다. 오늘 사혼교의 혈통을 끊어주마.”
쓰러져있는 동문들을 다시 한번 눈에 담으며 분노한 주소천의 영기가 폭주하듯이 끓어 올랐다.
인혼강림(人魂降臨)의 금주술(禁呪術).
현신(現神) 조운(趙雲) 자룡(子龍).
강맹한 영기가 공중에 어리며 모습을 드러낸 조자룡의 영혼이 주소천의 몸에 스며들었고,
모산비전 부적술(付籍術).
영련변환(靈力變換)의 술.
출두(出頭). 서방백제(西方白帝) 대장군 백호(白虎).
완연한 조자룡의 영혼을 현신시킨 주소천의 뒤편에 난폭한 바람의 기운을 풍기는 거대한 백호가 자리하며 그녀의 등을 지켰다.
크르릉!
그 누구라도 다가오는 즉시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로 찢어 죽이겠다는 경고를 담아 포효하는 백호의 위세에 연무정의 팔에 소름이 돋았다.
‘저런 주소천을 어찌 감당하시려 합니까?’
지금의 위세만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확실하게 초절정고수의 신위를 뛰어넘을 것 같았다. 그리고 연무정은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알고 있는 사혼교주의 힘으로는 주소천을 막아낼 수 없음을 말이다.
“묻겠다. 너희 사혼교가 본문을 습격한 것이 맞느냐?”
주소천의 차가운 질문에 사혼교주 주적심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이다. 본교의 15대 교주, 수라마후 주약란의 영혼을 파멸시켰으니, 그 죄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모른단 말이냐?”
“그래, 그렇구나. 그것으로 너희의 운명은 정해졌다.”
콰아아아~!
주소천의 몸에서 하늘도 찢을 것 같은 영기가 줄기줄기 뿜어졌다.
“장군, 저의 적을 멸하여 주시옵소서.”
“그래, 더 이상은 말이 필요 없지. 장로들은 본 교주를 보필하라.”
살벌한 주소천의 기세에도 전혀 기가 꺾이지 않은 사혼교주가 수강(手剛)을 북돋우며 명을 내렸다.
“교주님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존명!”
사혼교주와 두 명의 장로가 사혼교의 독문절기인 섭혼마라장을 펼치며 손에 수라절혼강기를 발현시켰다.
“죽여주마, 사혼의 마물들아.”
“쳐라!”
주소천과 사혼교주, 그리고 두 명의 장로가 있는 대로 공력을 끌어올리며 충돌하였다.
“크으으윽.”
“으으윽.”
주소천과 격돌한 두 명의 장로가 거의 주저앉을 듯이 휘청거리며 크게 뒤로 밀려났고, 그들의 목을 날리기 위한 주소천의 창격이 날아들었다.
“이익!”
사혼교주가 가까스로 주소천의 창대를 후려치며 두 명의 장로를 구해내었고, 그 모습을 본 연무정과 사혼교도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뭐야, 그 짧은 사이에 더 강해졌어?”
놀란 것은 사혼교주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아주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사신문의 청의신공(靑衣神功)을 개방하라!”
사혼교주와 장로들의 위기를 목격하고 막 전투에 가담하려던 연무정의 동작이 순간적으로 멈췄다.
‘이럴 수가?! 내가 아는 교주님은 결코 사혼교를 제외한 무공을 익힌 적이 없다. 그런데 사신문의 청의신공? 사도진악 연맹주의 말이 사실이었단 말인가?’
비록 초절정의 경지에는 들진 못했지만, 사혼교의 무공과 주술에 누구보다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적심 교주였다. 그런 교주가 다른 문파의 무공을 거리낌 없이 펼치는 모습은 연무정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세 방향으로 포위한다. 주공은 내가 맡겠다. 보조하라.”
“존명!”
사혼교주와 두 명의 장로들이 품(品)자 형태의 진형으로 주소천의 창끝을 맞받아쳤고, 대결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 사혼교주의 옷은 청색의 기운에 물들어 넘실거렸고, 장로들 역시 푸른 기운을 내뿜으며 주소천을 압박하였다.
“흥, 겨우 그 정도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주소천이 종횡무진 창을 휘두르며 강맹한 푸른색의 강기들을 쳐냈다. 사혼교주와 장로들이 어떻게든 주소천을 포위하고 공격을 포위하려 애를 썼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과연 장판파의 백만 조조군을 홀로 돌파한 조자룡 장군의 헌신답게 주소천은 오히려 세 명의 고수들을 조금씩 갈라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