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청해루의 거지
신혁이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한 청해지부장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괴룡이라는 미지의 고수에 대한 정보를 얻을 기회다. 먼저 문주님과 어떤 정보를 물어볼 것인지 상의해 봐야겠구나.’
그런 청해지부장의 모습을 본 신혁이 싱긋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의뢰내용을 받아들이신 것으로 알겠습니다.”
“청해성주에 대해서였죠? 며칠 내로 자세하게 알아보고 대협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서로에게 필요한 정보는 의뢰를 완수하는 날에 교환하도록 하죠.”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 * *
“휘유~ 이제 좀 쉴까.”
청해지부장과 이야기를 마친 신혁은 요기도 할 겸 객잔을 찾았다.
“어, 어서 옵쇼!”
신혁이 청해지부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청해루의 총관에게 특별한 지시라도 받았는지 객잔에 들어서는 신혁을 보는 점소이의 몸이 순간적으로 움찔하고 굳는 게 눈에 보였다.
“예, 식사를 좀 하고 싶은데요.”
“이쪽으로 오십시오 대인.”
점소이가 공손하게 허리를 굽히고는 신혁을 안내했다. 최상층에 위치한 호화로운 방이었고, 신혁 혼자만을 위한 공간이었다.
“감사합니다. 주문은…….”
“아닙니다 대인, 혹시나 방문하실 때를 대비하여 총관님께서 미리 식사를 준비해두셨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그 말을 마치고 점소이가 부리나케 1층으로 뛰어 내려갔고, 곧 신혁의 눈앞에 진수성찬의 만찬이 차려졌다.
“어느 곳이나 힘과 능력을 보여줘야 편해지는 건 똑같군.”
신혁의 입가에 쓴웃음이 맺혔다. 신혁이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식사를 마치고 우아하게 차를 한잔하고 있을 때, 1층에서 소란이 일어난 것처럼 큰 소리가 들려왔다.
“나가, 이 거지새끼야. 몇 번을 말하는 거야. 너 따위가 올 곳이 아니란 말이다. 하오문이 그토록 우스워 보이는 것이냐!”
“부탁하오. 제발, 제발 청해지부장님을 만나게 해주시오.”
“이놈이, 정녕 경을 쳐야 말을 알아듣겠구나!”
“시급을 다투는 일이오. 언제 그자들이 들이닥칠지 모른단 말이오.”
“당장 꺼져라. 현재 이곳은 귀빈께서 머물고 계신다. 너 같은 거지새끼가 올 곳이 아니란 말이다. 애들아!”
청해루 총관의 목소리가 커졌고, 곧 우르르 몰려드는 하인들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놈을 쫓아내라. 다신 얼씬도 못하게 타일러줘라. 몸도 반은 병신인 놈이니 너무 심하게는 하지 말거라.”
“예, 나으리.”
“정말, 시급을 다투는 일이란 말이오. 이곳 청해에 큰일이 생길지도 모르오. 청해성에 변고가 생겼다는 말이오! 지금 청해성에는…….”
퍼억!
무언가를 강하게 타격하는 소리와 함께 더 이상 총관의 말도 거지라 불린 사내의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지금 분명 청해성이라고 한 거 같은데? 그리고 변고라고도.”
신혁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안 그래도 청해성과 청해성주에 관련된 정보를 찾아다니고 있었는데 뜻밖의 장소에서 단서를 얻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되었다.
“내려가 보자.”
신혁이 1층에 내려갔을 때 본 것은 건장한 하인들의 손에 질질 끌려 나가는 남루한 거지의 뒷모습이었다.
“총관님.”
끌려 나가는 거지를 지켜보던 총관이 신혁의 부름에 바람같이 달려와서 대답했다.
“예, 예. 대인. 소란을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저 거지 때문에 대인의 휴식에 방해가…….”
총관이 원망 어린 눈빛으로 거지를 쏘아보다가 다급하게 신혁에게 고개를 숙였다.
“괜찮습니다. 그보다 지금 끌려 나가시는 분을 좀 뵈었으면 하는데요.”
“예? 아니, 대인. 저런 거지새끼를 왜……?”
“안됩니까?”
신혁의 말에 절대 비위를 상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청해지부장의 신신당부가 떠오르며 총관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아닙니다 대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여봐라, 저놈을 대인 앞에 대령하거라.”
거지는 건장한 하인들에게 어딘가를 잘못 맞았는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신혁은 거지를 끌고 와서 그의 앞에 무릎 꿇리려는 하인들을 제지하였다.
“저분이 제게 죄를 지은 것도 아니니 무릎을 꿇리실 필요는 없습니다.”
신혁이 품속에서 은화를 하나 꺼내어 총관에게 건넸다.
“지금 저분이 소란을 피운 것에 대한 보상입니다. 그리고 저분의 식사를 좀 부탁드리지요. 제가 있는 곳으로 올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예? 예, 알겠습니다 대인.”
“그럼, 먼저 올라가 기다리겠습니다. 저분이 정신을 차리시면 제게 안내해주십시오.”
말을 마친 신혁이 다시 청해루의 최상층에 올라가 자리에 앉아 곧 올라올 거지를 기다렸고, 잠시 후에 아까보다는 상태가 괜찮아진 거지가 신혁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오고 있었다.
“일단 앉으시죠. 식사는 곧 있으면 나올 겁니다. 시장하시다면 먼저 식사를 마치셔도 좋습니다.”
“아, 아닙니다. 헌데, 대인께서는…….”
남루하고 여기저기 상처까지 있는 거지가 경계의 눈초리로 신혁의 위아래를 흩어보며 말끝을 흐렸다.
“무림인은 아닌 듯한데……. 관에 적을 두신 분입니까?”
“그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관직을 받기는 했으니까요.”
“저, 정말이십니까?”
“그렇습니다. 믿기 어려우시다면 따로 사람을 불러 제 신분을 확인시켜드릴 수 있습니다.”
신혁의 당당한 말에 거지의 표정이 아리송하게 변했다. 겉보기에는 철모르는 부잣집 도련님처럼 보이는데, 조금 전에 1층에서 하오문의 총관이 설설 기는 걸로 봐서는 평범한 부잣집 도련님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지금 느껴지는 이 여유는 절대적인 무공이나 권력 같은 무언가로 사람들의 위에서 군림하는 자들만이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그런 것이었다.
‘이자를 믿어도 되는 것일까?’
거지의 입장에서는 도박을 걸어야만 했다. 지금의 그를 이 꼴로 만든 흑수들은 얼굴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귀신과도 같은 놈들이었기에, 눈앞에 있는 신혁이 그들이 아닐 거라는 장담을 할 수가 없었다.
“혹시 대인께서는…….”
거지가 결심을 굳혔는지 눈을 질끈 감고서 입을 뗐다. 마치 목숨을 걸고 말하는 것 같은 비장함마저 느껴지는 거지의 태도였다.
“사신…….”
콰쾅!
거지가 막 입을 연 순간 청해루의 최상층부의 지붕이 부서지며 묵직한 표창 하나가 신혁과 거지를 향해 날아왔다.
[적성 사이오닉 에너지 반응 체크. PEF 420,000의 투사체. 방어하겠습니다.]신혁의 품에서 머물던 용신주가 빛을 발했고, 에너지를 방출해 거지와 신혁을 감쌌다.
빠지지직!
용신주가 발산한 엄청난 에너지에 표창이 닿자마자 증발하였고, 표창에 담겨있던 사이오닉 에너지가 그대로 흩어지며 용신주에 흡수되었다.
‘이, 이게 무슨 괴사란 말인가?!’
무시무시한 공력을 담은 암기가 호신강기에 막혀 증발해버린 것을 본 거지의 손이 덜덜 떨렸다.
‘암기를 증발시킬 정도의 강기를 호신강기라고 칭할 수 있을까……?’
거지는 목숨을 건졌다는 안도감보다도 조금 전의 일어난 믿기 어려운 사실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이야기는 쥐새끼를 먼저 잡아놓고 나서 들어야겠군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1각 안에 돌아올 겁니다.”
그 말을 끝으로 부잣집 도련님의 몸이 지붕을 뚫고 사라져버렸다.
“오페라.”
[예, 사령관님.]“찾았겠지?”
[물론입니다. 사령관님. 투사체를 발사한 미확인 적성 개체를 타겟팅해놓았습니다. CEC에 표시하겠습니다.]신혁의 CEC에 빠른 속도로 도주하는 인영이 나타났다.
삐삐삐삐삐.
오페라는 도주하는 괴인의 위치와 이동속도 그리고 앞으로의 도주 경로까지 예측하여 CEC에 표기하였고 신혁의 명령을 요청했다.
[제압과 사살, 두 가지의 옵션이 있습니다.]“일단 제압하는 쪽으로. 뭐 하는 놈인지는 들어봐야겠지.”
[Copy that.]“능동자율모드로 적을 제압하도록. 용신주의 통제권을 이양하겠다.”
[Copy that. I have a control.]파아아앗!
신혁을 지키기 위한 1기의 용신주를 남긴 채 2개의 용신주가 빛살처럼 쏘아져 나갔다. 순식간에 도주하는 정체불명의 자객을 따라잡은 용신주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경고, 더 이상의 도주는 불허합니다. 동작을 멈추십시오.
도주하는 자객의 전후방을 막아선 용신주에서 푸른빛이 흘러나왔다.
“이 구슬은 설마?!”
자객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최근 들어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어왔던 강호의 풍문이 떠올랐다. 이상한 구슬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강호의 신성, 바로 괴룡 사신혁의 이야기가 말이다.
‘여기 어딘가에 괴룡이 와있었다는 것인가? 초절정고수를 상대로 도주는 불가능. 그러나 아직 괴룡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도주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희망을 품은 자객이 재빠르게 기감을 확장시켰다. 무시무시한 기를 뿜어내는 두 개의 구슬 외에 괴룡이라고 추측되는 강대한 존재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일 합에 모든 공력을 모아 용신주를 밀어내고 탈출한다. 청해성 근처로만 가도 안가(安家)가 있다.’
[적성 사이오닉 에너지 반응 체크. 대상의 사이오닉 에너지가 암암리에 증폭되고 있습니다. EFM(에너지 필드 미사일) Fire.]치이이이이잉~!
자객이 암암리에 끌어모은 공력을 이용하여 순식간에 손을 움직이려는 순간, 오페라가 먼저 선수를 쳤다.
파아아아앙~!
용신주에서 백색의 빛무리가 작렬하며 공기가 터지는 폭발음이 들렸고, 기의 장막이 원형으로 펼쳐져 자객을 원형으로 포위하였다.
‘아무리 살수의 무공을 위주로 익혔다지만, 절정의 경지에 달한 이 몸이 겨우 기막(氣幕)하나 찢지 못할 것 같더냐!’
어느새 자객의 손에 들린 비수가 심상치 않은 빛을 발했다.
“하앗!”
터어엉!
“커어어억!”
철푸덕.
자객이 백열하는 비수를 엄청난 속도로 휘둘렀지만 EFM의 결계를 뚫어내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튕겨 나갔다.
“그러게 움직이지 마시라니까 왜 말을 안 듣는지 모르겠네.”
어느새 쓰러진 사내의 앞에 나타난 잘생긴 부잣집 도련님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파천비를 들고 있던 수라마후라는 분도 통과하지 못했었는데, 당신은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뚫고 나가려 한 겁니까?”
“사신혁? 빌어먹을…….”
처음 객잔에서 신혁의 앞에 있던 거지의 목숨을 노린 자객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거지와 함께 있던 자는 무공을 익히지 않은 것 같은 잘생긴 부잣집 도련님뿐이었기에, 거지 녀석이 해서는 안 될 말을 하려는 것을 막으려 했었다. 그런데 그 조심성 없는 행동이 이런 결과를 불러올 줄은 정말이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변장을 했나?”
“이거 눈썰미가 아주 좋은 분이시군요. 우리 서로 할 말이 많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