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16
16화. 측정불가 (2)
“빅토리노, 두 분께 함선 생활 가이드를 부탁한다. 두 분은 함 내에서 대기해 주세요. 제 비서가 도움을 드릴 것입니다. 그럼 이만 대화를 마치도록 하지요.”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전조와 윤제였지만 하늘 같은 주공께서 그만 입을 닫으라 하는데 감히 나설 수는 없지 않겠는가.
“존명.”
“존명.”
[사령관님. PEF 시스템의 업그레이드가 완료되었어요.]CEC 화면에서 전조와 윤제가 사라지며 다시 루시아의 음성이 들려왔다.
[PEF 시스템의 전투력측정 수치를 상향 조정했어요. 현 시간부로 위험 객체의 PEF 측정을 시작하겠어요.]“승인한다.”
* * *
스스슥.
“분타주님, 속하 암영 1호입니다.”
청해분타주 암연백의 집무실에 유령처럼 암영 1호가 나타나며 부복했다.
마교본산으로 보낼 보고서에 대한 최종 검토를 하던 암연백이 보고서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관자놀이를 짚었다.
흡혈마군과 청해색마와의 사건도 일단락이 되었고 도현도장도 청해분타를 떠난 지금, 이제 좀 일을 마치고 휴식을 가져볼까 하려는 순간이었는데 암영 1호가 나타났다.
뭔가 중요한 보고가 있거나 긴급한 사건이 벌어진 것일 확률이 높았다.
“무슨 일인가?”
“도현도장이 유신이라는 도사와 함께 청라객잔을 나서서 금미산으로 향하고 있다 합니다.”
흡혈마군과 청해색마의 처형 장면을 목격한 뒤 도현도장은 약속이 있다는 이유로 암연백에게 작별을 고했었다.
무당과 마교가 결코 가까이할 수 없는 사이이기도 하고 딱히 도현도장을 붙잡을 이유도 없었기에 암연백과 도현도장은 짧게 작별 인사를 나눈 뒤 헤어졌다.
그런데 그가 일행을 데리고 금미산으로 향하고 있다?
“괴룡에게 향하는 길일까?”
“그럴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헌데, 함께 가고 있다는 그 일행은 누구인가?”
암연백의 질문에 암영 1호는 고개를 숙였다.
“수하들이 처음 보는 자였다 하옵니다. 보고를 바탕으로 인명록을 찾아봐도 정보가 없었습니다. 허나 행색으로 미루어보아 무당에 정식으로 적을 올린 도사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특이사항은?”
“내공을 익힌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 하였습니다.”
“흐음, 그렇다면 제마행을 마친 도현도장을 마중 나온 무당의 제자일 수도 있지 않겠나? 시동이라던가 아니면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제자라던가?”
“아무래도 그게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분타주님. 그가 도현도장과 나란히 걸음을 옮겨, 이를 수상하게 여긴 정보원들이 행인들에게서 들은 정보 중 하나가 걸립니다.”
“뭔가?”
“도현도장이 그를 사제라 칭했습니다.”
“사제라고?”
암영 1호의 보고에 암연백의 눈썹이 찌부러졌다.
도현도장의 사제인데 도적에 적을 올리지 않았을 리가 있나? 그리고 도적도 없이 도현도장과 같은 배분의 무당의 제자가 있을 수가 있을까?
“확실한가?”
“그렇습니다. 한두 명도 아닌 꽤 여러 사람이 대화를 들었다고 합니다.”
“도현도장이 일행을 한 명 데리고 금미산으로 갔다면, 나 역시 한 명 정도는 동행해도 되겠군. 자네는 부분타주에게 상황을 이르고 출발 준비를 하게.”
“바로 출발하시겠습니까?”
“부분타주에게 해당 내용을 전파하고 한 식경 후에 만나지.”
“존명.”
스스슥.
등장할 때와 마찬가지로 암영 1호는 유령처럼 자취를 감췄다.
* * *
Connect Luchia.
도현도장 일행이 금미산 초입에 지날 무렵 분석작업이 완료되며 다시금 루시아가 연결되었다.
[오라버니, 분석이 끝났어요.]“그래. 어떻게 됐지?”
[테레사함과 제가 업그레이드한 PEF 측정기로도 위험 객체의 PEF를 측정할 수 없었어요. 위험 객체에게 오류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어요.]“오류의 원인?”
[첫 번째는 대상의 PEF가 0에 수렴한다는 것이에요. 즉, 인간이 아닌 기계라던가 이미 사망한 신체를 특수한 방법으로 움직이는 경우에요.]“지금 대상의 움직임이나 자연스러운 대화 등을 볼 때, 그건 아닌 거 같고.”
[두 번째는 대상이 어떤 방법으로 신체 밖으로 PEF가 분출되는 것을 막고 있을 가능성이어요. 소녀의 생각으로는 두 번째가 가장 확률이 높다고 생각되어요.]“그럴 수 있겠구나.”
[마지막으로 3번째는, 대상의 PEF 수치가 PEF 측정기기의 측정 가능 한계치를 넘어선 경우에요.]“그런 경우는 생각을 못 해봤는데?”
테레사의 보고에 신혁은 고개를 저었다. 신혁도 두 번째 가설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루시아는 테레사함의 정보컴퓨터로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최악의 사태까지 대비하여 분석한다. 루시아의 판단을 신뢰하고 그에 맞춰서 최악의 경우까지 대비하는 것이 옳은 일일 것이다.
“현재 도현도장과 위험 객체의 위치는?”
[현재 속도라면, 약 30분 뒤 테레사함에 도착할 것이어요.]“항상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는 것이 좋겠지?”
[맞아요. 오라버니.]“S4 위성을 이용할 수 있을까?”
[네, 다만 A4 위성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소모될 거예요.]루시아의 보고에 신혁은 잠시 이동을 멈추고 흰 구름을 바라보았다. 중요한 생각을 할 일이 생기면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신혁의 습관이었다.
“좋아, 다소 에너지 소모가 많아지더라도 A4 위성을 보조 무장으로 돌리고, S4 위성을 주력 무장으로 추가 장착하도록 하지.”
[알겠어요. 오라버니. 그럼 S4 가드 위성을 준비해 놓겠어요.]“소요 시간은?”
[전조 오라버니와의 전투 직후부터 미리 준비해 놨기 때문에 사령관님의 도착과 동시에 무장 가능하여요.]“전투 컴퓨터 오페라의 부팅은 완료되었나?”
[부팅 중이어요. 현재 부팅진행률은 약 93%에요.]“테레사함의 메인 통제권은 빅토리노에게, 함 외의 모든 전자기기의 통제권은 루시아, 그리고 가드 위성의 통제권은 오페라에게 부여한다.”
[Copy that. 지금 바로 실행하겠어요.]“좋아, 좀 더 속력을 내야겠군.”
* * *
[액세스 코드 체크. 사신혁 사령관님이 테레사함에 도착하셨습니다.]빅토리노의 음성과 함께, 전조와 윤제가 자리를 박차고 함교로 달려왔다.
[사령관님이 함교로 진입하셨습니다.]우웅.
테라사함의 함교의 한쪽 벽이 갈라지며 신혁이 나타났다.
“주군을 뵙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주군.”
신혁을 보자마자 부복하며 전조와 윤제가 그를 맞이했다.
그런 둘을 보는 신혁의 얼굴에 난감함이 서렸다. 현대에서의 삶을 살았던 신혁에게 이런 장면은 사극 드라마에서나 보던 장면인데 현실에서 이런 대우를 받으니 아무래도 어색함이 컸다.
“일어나십시오.”
신혁의 말이 끝나자 몸을 일으키며 신혁의 뒤편에 기립했다. 마치 경호대상을 호위하는 경호원들처럼.
“후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신혁이 빅토리노를 호출했다.
“빅토리노.”
[네, 사령관님.]“오페라의 부팅은?”
[15분 뒤 완료됩니다.]“S4 가드 위성은?”
[준비되었습니다.]“좋아, 준비를 마치는 대로 내가 밖에서 그들을 맞이하도록 하지. 얼추 시간이 맞을 거 같군.”
[Copy that.]* * *
“사형.”
“응, 왜 그러나 사제?”
오랜만에 만난 유신과 담소를 나누며 천천히 금미산 정상을 오르던 도현도장이 갑자기 신중한 말투로 자신을 부르는 유신에게 고개를 돌렸다.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 접근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허허. 사제의 무공이 더욱 발전하였구나. 나는 어떤 기척도 못 느꼈거늘.”
“과찬이십니다. 사형.”
“그래, 누군지 알 수 있겠나?”
“한 명은 사형과 겨룰 수 있을 정도로 강합니다.”
유신의 말에 도현도장은 빙그레 미소 지었다. 접근하는 자가 누구인지 알 거 같았다.
“허허, 그 시주도 참으로 성격이 급하구나.”
“아시는 분입니까?”
“아마도 마교의 청해분타주 암연백 시주일 게다.”
유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청동현에서 도현도장에 필적하는 기세를 뿜어낼 수 있는 절정고수라면 마교의 청해분타주 암연백 외에 다른 사람일 가능성은 적었으니, 아마도 사형의 말이 맞을 것 같았다.
“여기서 그들을 맞이하시겠습니까?”
“허허, 그냥 모른 척 가자꾸나. 조금 더 걷다 보면 자연히 그들이 합류하지 않겠느냐?.”
“예, 사형.”
과연 도현도장의 말대로 금미산 정상이 보일 무렵 흑의를 입고 짤막한 검을 찬 두 명의 무사가 유신과 도현도장 앞에 나타났다. 암연백과 암영 1호였다.
“안녕하십니까 도장.”
“무량수불. 이렇게 빨리 다시 뵐 줄은 몰랐습니다 시주.”
“하하, 안 그래도 괴룡을 만나 묻고 싶은 게 있어 금미산으로 향하던 중이었는데 도장도 그를 만나러 가는 줄은 몰랐습니다. 헌데 옆에 계신 분은……?”
암연백과 암영 1호의 시선이 유신에게 향했다.
무공을 익힌 흔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유약한 서생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다만 서생이라고 보기에는 잘 발달한 근육과 맑은 눈빛은 뛰어난 무인의 그것과 같아서 혼란스러웠다.
“허허, 제 사제입니다.”
“유신입니다.”
유신이 앞으로 나서며 왼손에 검을 든 채로 암연백에게 포권하였다.
“마교의 청해분타를 맡고 있는 암연백입니다. 도현도장께 이렇게 훌륭한 사제분이 있으신 줄은 몰랐습니다. 옆에 있는 자는 제 수하입니다. 암영이라 부르시면 됩니다.”
암연백의 말에 암영 1호가 앞으로 나서며 포권하였다. 확실히 마교도다운 기풍이었다.
“그런데, 유신 님은 도명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제가 부족하여 아직 도적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흠칫.
무당의 장문인과 같은 항렬인 도현도장의 사제라는 것은 도현도장은 물론이거니와 무당파 장문인과 같은 항렬이라는 것이고, 나아가 무당의 장로급에 준하는 신분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자가 무당의 수련제자들이 입는 복장을 하고, 도명조차 없다?
“사제는 아직 도적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첫 세속행을 마치고 이제 슬슬 무당으로 돌아가야 하나, 복귀전에 함께 괴룡을 만나 견문을 넓히고자 찾아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렇습니까. 허면 저도 괴룡을 만나러 가는 길인데 도장님께 동행을 청해도 되겠습니까?”
“무량수불. 사해가 동도인데 그리하시지요. 아니 될 게 무에 있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소탈한 도현도장의 대답에 암연백과 암영 1호가 포권하였다.
도현도장을 보면 왜 무당이 무림의 태산북두라는 소림을 넘어서는 명성을 얻게 되었는지 알 거 같았다. 그야말로 세속과 명리에 초연한 모습이 아닌가.
아마 도현도장이 아닌 다른 일반적인 정파인들이었다면 정과 사는 양립할 수 없으니 너희가 기다리라는 식으로 말을 했을 것이다.
“무량수불, 출발하시지요.”
도현도장이 유신과 앞장서서 금미산 정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태도에도 암연백은 적잖이 놀랐다.
보통 적대세력과 길을 같이 가는 경우도 손에 꼽는 경우였지만 이 경우 암습을 우려해 결코 서로에게 등을 보이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놀랍게도 도현도장은 유신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앞서가는 것이 아닌가.
‘과연 무당의 중진답구나…….’
실상은 암연백과 암영 1호가 기습을 한다고 해도 자신 혼자라면 모를까 유신에게는 어림도 없는 일임을 잘 알고 있기에 마음 편히 앞장서서 걸어간 도현도장이었지만 암연백이 그것을 알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