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165
165화. 함정 (2)
“찬황지존위군 납시오!”
청해성의 연회장. 황궁의 감찰사나 각성의 성주급 이상의 귀빈이 방문할 때 사용하는 드넓은 크기의 연회장의 문이 열리며 사신혁과 진근화가 위풍당당하게 걸음을 옮겼다.
“천세, 천세, 천천세!”
연회성의 좌우에 도열한 청해성의 관료들과 호위무사들이 천세를 연호하며 사신혁을 맞았고, 연회의 중심에서 청해성주와 백리선생이 공손하게 시립하여 신혁을 기다렸다.
“청해성주 낙원회가 찬황지존위군 사신혁 대인을 뵙습니다.”
청해성주가 공식적으로 신혁을 맞이하자, 신혁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신혁입니다. 앉으시죠.”
신혁은 초대받은 객의 입장이었으나, 마치 주인처럼 상석에 자리하였고 그의 오른편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진근화가 앉았다.
“성주님이 누구신지는 알겠는데 옆에 계신분은 누구십니까?”
“소개가 늦었습니다 대인. 백리선생이라 불러주십시오.”
“백리선생?”
신혁이 고개가 살짝 꺾였다. 대명제국의 관리들이나 학자들 사이에서는 빛나는 백리선생의 이름이었지만, 신혁이 그런걸 알 리가 없었다.
“백리선생은 학문의 깊고, 강직하기로 대명제국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현인이십니다.”
“아아, 그렇습니까.”
진근화가 재빨리 백리선생에 대하여 간략하게 신혁에게 소개하였고, 신혁이 시큰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황사님.”
“모두 앉으신 것 같은데, 오실 분들은 이게 다인가요?”
탁자 위에 차려놓은 산해진미를 쓱 한번 흩어본 신혁이 청해성주를 향해 무심하게 물었다.
“아닙니다, 대인. 부족한 제 아들놈이 평소 흠모하는 찬황지존위군께서 방문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청해의 명주인 신선주를 준비하여 오고 있습니다.”
청해성주의 아들 낙경민 공자의 모습으로 변장한 백의문도가 연회장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신호로 신혁을 칠 계획을 짠 백의문이었고, 그의 도착만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렇습니까? 이거 기대되는군요.”
백의문의 계획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혁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아드님이 오실 동안 제가 왜 이곳을 방문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예, 대인. 경청하겠습니다.”
“황제 폐하께서 즉위하시면서 제게 청해성을 봉지로 하사하셨습니다. 진즉에 폐하의 뜻을 받들어 청해성을 방문하려 하였으나, 시급히 처리할 일이 발생하여 조금 미뤄졌습니다.”
시급한 일이라는 것이 마교를 쑥대밭으로 만든 일임을 알고 있는 가짜 청해성주였지만,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담담하게 신혁의 말을 경청하였다.
“그러셨습니까 대인.”
“청해성주님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기분 나쁘실 수도 있는 이야기입니다. 아무래도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뽑아내는 상황이니까요.”
“아닙니다 대인. 비록 제가 청해성주라는 중책을 맡고 있긴 하나, 청해성은 선대의 폐하께서 제게 맡기신 것입니다. 그것을 대명제국의 주인이신 황제 폐하께서 다시 거두어 가시는 것에 저따위를 고려할 것이 있겠습니까. 뜻대로 하시옵소서.”
충신의 표본과도 같은 나무랄 데 없이 매끄러운 청해성주의 답변이었다. 만약 신혁이 청해성의 비사를 몰랐다면, 홀딱 속아 넘어갔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군요. 그럼 저도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신혁이 품에서 찬황지존위군의 옥패를 꺼내어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현재 제 여건상 백성들을 다스리고 한 개의 성을 관리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여 청해성을 제가 봉지로 받는다고 하여도 직접적으로 청해성을 좌지우지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예?!”
“으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신혁의 말에 청해성주와 백리선생의 표정이 굳었다. 그럼 봉지를 다스릴 생각도 없는 사람이 왜 여기까지 온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드는 가짜 청해성주였다.
“그런데 제 마음대로 일을 처리해버리면 황제께서 실망하실 것 같아서요. 일단은 다른 대안을 들고 청해성을 방문하였습니다.”
“다른 대안이요?”
가짜 청해성주 담대풍과 백의령주에게 청해성주의 자리 따위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신혁을 연회장으로 인도하고, 청해성 내부의 인물들에 눈에 띄지 않게 그를 살해한 다음, 찬황지존위군 사신혁의 신분을 탈취하는 것이 목표였다.
“예, 그렇습니다. 청해성주님을 직접 만나 뵙고 그 능력과 인품에 큰 문제가 없다면 청해성주의 직위는 제가 임시로 갖되, 지금까지 맡아 오셨던 일과 권한은 그대로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해서 청해성에 오기 전에 제 나름대로 이것저것 좀 알아보았는데…….”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 말끝을 흐린 신혁의 눈이 살며시 감겼다.
‘오페라.’
[예, 사령관님.]‘장내 인물들의 PEF 측정은 완료되었겠지?’
[물론입니다 사령관님. 연회장 내부의 인원의 카테고리 등급이 일류무사에서 절정고수 수준으로 확인되었습니다.]‘변수는?’
[코드네임 : 백리선생을 필두로 하여, 사이오닉 에너지 패턴 화이트와 비슷한 파동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적의 전투력이 순간적으로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사이오닉 에너지 패턴 화이트와 비슷한 파동이 청해성주에게서도 감지되었다. 틀림없겠지?’
[오류 가능성은 0.02% 이하입니다.]‘가짜가 확실하군. 좋아. 준비해라 오페라.’
[Copy that. 용신주, S4 위성 시동 개시. 출력 상승.]신혁의 눈이 스르르 떠졌다.
“결정을 내렸습니다.”
눈꺼풀 사이로 드러난 그의 눈동자는 현기가 가득 차 있었다.
“청해성주님께서 훌륭하게 청해를 다스려 오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명제국의 찬황지존위군으로서 그에 마땅한 상을 내리려 합니다.”
“아닙니다 대인.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상은 내리는 사람 마음이지요. 현령님.”
“예, 황사 어르신.”
“마차에 가면 제가 준비해놓은 상자가 있을 겁니다. 그것 좀 가져오세요. 좀 무거울 테니 진조에게 옮겨달라 하시면 될 것입니다.”
“옙!”
“제 호위무사가 청해성주님께 드릴 선물을 가져올 겁니다. 급하게 준비한 만큼 약소하니 너무 기대는 하지 말아주십시오.”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어르신.”
“상을 내리기 전에 먼저 공적을 치하하는 게 순서겠지요. 슬슬 올 때가 되었는데…….”
* * *
“저놈이군.”
연회장을 훤하게 내려다 볼 수 있는 전각의 최상층에 몸을 숨긴 전조의 눈에 신혁이 언급한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청해성주와 그의 아들까지 죽이고 희생자들로 분하여 암계를 꾸민 놈들이야. 내가 청해성에 홀로 도착한다면 나를 죽이고 내 신분을 이용하려 들겠지.
-감히! 주군, 명을 내려주시옵소서. 제가 당장 가서……!
-아아, 진정해. 한두 놈도 아니고 그런 놈들이 몇인지 짐작도 가지 않아. 이럴 때는 적이 쳐놓은 함정을 역이용하는 게 좋겠지.
-예? 무슨……?
-전조, 네가 만약에 나를 잡으려면 어떻게 하겠나?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한 번 생각해봐. 네가 청해성주의 입장이고, 대충 초절정고수 한 명과 수십 명의 절정고수들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말이야.
-음……. 불충한 생각입니다만, 속하라면 주군을 좁은 곳으로 유인할 것 같습니다. 마교에서의 전례도 있고 탁 트인 공간에서는 주군께서 도주할 가능성이 크니까요. 게다가 주군의 무공 특성상 암기술은 좁은 공간에서 숫자로 밀어붙이는 게 아무래도 유리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나라도 그럴 거야. 게다가 청해성주의 입장에서 보면 다른 사람들이 지켜볼 때 나를 공격할 수는 없겠지?
-그야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굳이 나랑 정면대결을 하려고 할까?
-가능하다면 독을 사용하여 주군을 무력화하는 방법을 사용할 것 같습니다.
-내 생각도 그래. 정면대결에 앞서서 암수를 먼저 써보는 게 좋겠지. 성공하면 좋고, 실패하면 그때 정면대결로 나가면 될 테니까. 정확히 무슨 수를 쓸지는 모르지만, 일차적으로 나를 묶어놓는 병력 외에도 다른 수를 준비하겠지.
-하오면?
-밖에서 동태를 살펴라. 적을 지원하거나 나를 포위하는 움직임이 보이거든 망설일 것 없이 베어라.
-예, 주군.
-적이 나를 유인한다는 것은 오히려 한 번에 적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는 찬스, 아니 기회가 되겠지. 그러니 너는 나를 지원할 생각은 접고 현령쪽을 도와주어라.
-존명!
신혁의 명령으로 연회장 밖의 동태를 살피는 와중 다가오는 인영이 있었다.
타앗, 타다다닷.
조그마한 술병을 손에 들고 빠른 속도로 접근하던 청해성주의 아들 낙경민 대공자가 연회장의 근처에 다다르자 경공을 멈추고 땅에 발을 붙였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기며 연회장 쪽으로 다가왔다.
‘드러나는 무공수위는 절정중급정도. 그러나 주군께서 말씀하시기를 주군과 비슷한 수법을 사용할 수 있으니 속전속결로 처리하라 하셨다.’
전조가 서서히 공력을 끌어올리며 새어나가는 숨소리조차 나지 않도록 소리를 죽이고 기세가 밖으로 발출되지 않도록 아주 세심하게 기를 조절하였다.
“크흐흐. 괴룡이네, 찬황지존위군이네 해도 본문의 백령환희분(百靈煥熙粉)의 운무 속에 갇힌다면 꼼짝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흐흐흐, 혹시 운이 좋으면 내가 찬황지존위군이 될지도 모를 일이지. 낄낄낄낄.”
낙경민 대공자의 모습을 한 백의문도가 기분 나쁜 웃음과 함께 방향을 꺾었다. 전조가 은신해 있는 전각을 돌아 조그마한 길목을 지나면 바로 연회장의 정문이었다.
칠절흡혈마검 제1식.
정중혈파선(正中血破線).
전조의 검이 핏빛의 검기로 휩싸이며 길목을 도는 낙경민의 급소를 노렸다.
“기습?!”
인중, 명치, 낭심으로 이어지는 찌르기를 고개를 돌리고 몸을 틀고 공중으로 부양하는 동작으로 피해낸 낙경민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웬 놈인지는 모르겠으나, 상대를 잘못 골랐구나!”
백의신공(白衣神功).
백열강권(白熱剛拳).
자세가 흐트러진 와중에도 백의신공을 일으키며 공력을 집중시킨 낙경민의 주먹이 권기성강(拳氣猩剛)의 경지를 보여주었다. 완성된 권강을 이루지는 못하였지만 강기라 부르기엔 충분하였다.
‘최대한 조용하게 기습을 통해 일격에 제압하려 하였건만, 기척을 없애는 데 집중하여 적에게 기회를 주었구나. 어쩔 수 없다. 무리를 할 수밖에.’
전조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적염혼천마공(赤炎昏天魔功).
쿠와아아아아아!
“뭐, 뭐야?!’
절정의 극에 근접한 전조의 내공이 적염혼천마공의 비법으로 증폭되었고, 그 엄청난 공력을 바탕으로 전조의 몸을 둘러싸는 강맹한 호신강기가 형성되었다.
퍼어어억!
슬쩍 몸을 돌려 왼쪽 어깨로 낙경민의 권강을 받아낸 전조의 몸이 살짝 흔들렸다. 아무리 호신강기를 둘렀다지만 권강을 몸으로 받아냈으니 전조도 멀쩡할 리가 없었다. 강맹한 권강의 충격에 내부가 진탕되고 목을 타고 피가 역류하였지만 이를 악물고 버텨낸 전조의 검이 빠르게 움직였다.
삼절마검(三絶魔劍) 제1초.
혈마탈명(血魔奪命).
전조의 독문무공인 칠절흡혈마검과 혈마의 혈마삼검을 토대로 재정립된 전조의 최강의 절기였다. 정보컴퓨터 루시아의 도움으로 기존의 무공을 분해하여 초식을 새로 만들고 에너지의 흐름을 분석하여 전조의 몸에 맞게 적염혼천마공의 구결 또한 최적의 상태로 바꾸었다.
서걱! 투욱!
전조의 검초에 낙경민이 대경하여 호신강기를 발하고 전신의 공력을 두 손에 집중하여 내쏘았지만, 이미 자세가 무너진 상황에서 조금 전의 정중혈파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심오하고 강맹한 혈마탈명을 방어할 수는 없었다.
“후우, 큰일 날 뻔했군.”
전조가 이마에 흐른 땀을 소매로 훔치며 두팔과 목이 잘린 낙경민에게 다가갔다.
스스스슥.
“과연, 주군의 예상이 맞았구나. 공력의 흐름이 끊기니, 얼굴이 변하다니.”
전조는 흥미로운 눈으로 죽은 낙경민의 수급을 들어 올려 이곳저곳 관찰하고서는 상자에 수급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