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166
166화. 함정 (3)
“무사님! 무사니임~!”
평소의 품위는 내다 던지고 연회장을 나서자마자 전력질주하여 마차에 도착한 진근화가 목청껏 진조를 불렀다.
“허억, 허억……. 차, 찬황지존위군께서 준비해놓은 상자를 가져오라 하셨습니다. 헉헉…….”
“알겠소. 마침 선물이 준비되었으니, 현령님께서도 주군의 명령대로 움직이시길 바라오.”
“헉, 헉……. 알겠습니다…….”
진근화가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들었을 때, 황금빛 상자를 손에든 전조가 몸을 날렸다.
“형바아앙~!”
“예, 나으리. 청동현 형방 미종.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찬황지존위군의 명대로 청동현을 비롯한 다른 현의 현령들에게도 병력지원 요청은 완료되었겠지?”
“물론입니다 나으리. 어제 문관들과 함께 서찰을 작성하여 전서구를 날렸사옵니다. 곧 도착할 것이옵니다.”
“잘했네. 그대는 본관의 현령패를 들고 본관을 대신하여 각 현의 병력들을 지휘하게나.”
“예, 알겠습니다요 나으리.”
“결코 청해성의 병력들과 칼부림을 해서는 아니 될 것이야. 부득이한 상황에서야 어쩔 수 없겠지만 황상과 찬황지존위군의 뜻임을 분명히 밝히고 한 시진 정도만 청해성의 병력들을 잡아두게. 내 말을 정확히 이해했겠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나으리. 한 치의 실수도 없이 명을 이행하겠습니다.”
굳이 진근화의 명령이 아니더라도 어중이떠중이들로 숫자만 채운 각 현의 병력들로 잘 훈련받은 청해성의 어림군들과 칼부림을 할 생각은 전혀 없는 미종이었다.
‘몽골지역의 오랑캐들과도 실전경험이 있는 청해성의 병력들과 싸우라니, 걱정 마쇼 현령 어른. 싸우라고 현령님께서 부르짖어도 다들 항복할 겁니다.’
물론 속마음을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 현령의 눈에 들어온 미종은 현령의 명만 있으면 수만 대군과도 맞서 싸울 것 같은 호연지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내 자네만 믿고 있겠네. 이번 일만 잘 처리되면 큰 상을 내릴 것이야!”
“추우우웅~!”
현령과 미종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다.
‘황사 어르신을 실망시킬 수는 없지. 미종이 놈이 위험해지더라도 청해성의 병력들을 잘 묶어놔야 할 텐데…….’
‘상이고 뭐고 여기서 죽을 순 없지. 적당히 대치하다가 위험해지면 사신혁 대인께 도망치면 되겠지.’
오늘도 환상의 아니, 환장의 호흡을 자랑하는 진근화와 미종이었다.
* * *
“신(臣) 진조. 주군을 뵙습니다.”
신혁의 앞에 선 사내가 부복하며 신혁에게 상자를 바쳤다. 진조를 보는 백리선생의 눈가가 살짝 찡그려졌다.
‘절정의 극에 가까운 검수다. 과연 찬황지존위군. 저런 고수를 호위무사로 부린다는 말이렷다.’
백리선생의 머리가 바쁘게 돌아갔다. 어느 정도 피해를 감수한다면 확실하게 사신혁을 제거할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나타난 진조라는 호위무사가 끼어든다면 만에 하나 사신혁이 탈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수고했다 진조. 생각보다 구하기 힘들었나 보구나.”
“속하가 부족하여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늦지 않았으니 괜찮아. 진근화 현령에게 따로 지시해놓은 것이 있으니 그를 돕도록 해라.”
“존명!”
인사를 마치고 물러나는 진조를 보며 백리선생이 미소 지었다.
‘스스로 무덤을 파는구나 괴룡. 너는 호위무사를 내보내서는 안 되었다.’
스스로 강자라고 생각하는 자들은 일신의 알량한 무력을 믿고 과도한 자신감을 가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백리선생의 눈에 비친 신혁은 과도한 자신감과 젊은 혈기 그리고 높은 직위까지 가진 그야말로 안하무인의 철부지였다.
‘힘이 아주 센 어린아이. 괴룡 사신혁, 결국 그 정도였구나. 여기가 네 무덤이 될 것이다.’
백리선생이 슬쩍 청해성주에게 눈짓하며 신호를 보냈다. 신혁의 호위무사 진조가 연회장을 벗어나는 순간 연회장의 문이 단단히 잠길 것이고, 백의령주와 백의사신단이 움직일 것이었다.
“청해성주님께 상으로 내릴 선물이었는데, 다행히 시간을 맞췄습니다.”
신혁의 격공섭물의 수법으로 청해성주와 백리선생의 사이에 상자를 내려놓았다.
“열어보십시오.”
“예, 대인 감사합니다.”
“저도 무척 궁금하군요. 과연 찬황지존위군께서 하사하신 선물이 무엇일지 말입니다.”
청해성주와 백리선생이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고,
“이, 이런 천인공노할……?!”
상자 속에는 자신의 죽음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감지 못한 원통한 표정의 목이 들어있었다. 바로 청해성주의 아들로 변장한 백의문도의 목이 말이다.
‘찬황지존위군 사신혁, 본 령주의 계책을 어떻게 알았는진 모르겠지만, 미리 선수를 쳤구나. 허나 달라질 것은 없다. 너는 여기서 죽는다.’
생각지도 못한 신혁의 선물 아닌 선물에 당황한 청해성주와 달리 백리선생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았다.
“천인공노라. 여러분께 그런 말을 들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신혁이 어이가 없는지 연회장의 인물들을 비웃었다. 청백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무난하게 청해성을 다스리며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던 청해성주 일가를 몰살시킨 것도 모자라서 그들의 신분마저 이용하는 놈들이 할 소리는 아니었다.
“하긴, 그건 내가 생각해도 선을 넘은 발언인 것 같군.”
고고한 학자의 모습으로 신혁과 청해성주의 대화를 지켜보던 백리선생이 피식 웃으며 신혁의 말에 답했다. 얄쌍한 입술과 살짝 올라간 눈매에 힘이 들어가며 그의 잔인한 성품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찬황지존위군 사신혁. 다시 내 소개를 하도록 하지. 본인은 사신문을 받치는 4개의 기둥 중 하나, 백의문의 사무은이라 하네. 편하게 백의령주라 부르도록.”
촤악.
백리선생, 아니 백의령주 사무은이 부채를 펼쳤다. 그의 부채 손잡이에 박혀있는 백의령이라 음각된 구슬이 요사스러운 빛을 발했다.
“백의령주 사무은. 당신이 지은 죄에 대하여 변호할 것이 있으면 지금 말씀하시길 바랍니다.”
“변호?”
욕을 해도 그러려니 넘겨야겠다고 생각하던 백의령주가 생각지 못한 신혁의 말에 조금 당황하며 물었다.
“형식상 물어보는 겁니다. 제가 살던 곳에서는 범인을 체포하기 전에 고지하도록 되어있는 질문이라서요.”
“변호할 생각 없네.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냉정한 세상에서 본문이 뭘 잘못했다는 말인가? 약자가 강자에게 먹히는 것은 자연의 이치인 것을. 아니 그런가 찬황지존위군?”
백의령주가 비꼬듯이 신혁의 무림에서 사용하는 별호가 아닌 관에서 사용하는 직위를 언급하였다.
“자연의 이치를 따르고 싶으면 산에 들어가 도나 닦을 것이지, 무슨 영달을 누리자고 세상에 나와 범죄를 저지르는 건지.”
신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쉬었다.
“후회하지 말고 좋은 말로 할 때 순순히 죗값을 치르시죠.”
“감히 백의령주님께!”
어딜 가나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하는 놈은 꼭 있는 법이고 그건 지금 이곳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놈들의 특징은 실력 또한 변변치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적성 사이오닉 에너지 반응 체크. 능동자율방어모드 가동. 제압하겠습니다.]연회장에 있던 문관 중 하나가 분을 참지 못하고 검을 뽑으며 신혁에게 쇄도하였고, 용신주가 신혁에 대한 공격에 반응하며 시동되었다.
[P307 삼각탄환, Fire.]타아아앙! 까앙.
“커어어억!”
달려들던 문관은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몸에 신혁의 발끝에 엎어졌다. 아주 실력이 없던 놈은 아니었는지, 인중과 명치를 향한 두 발의 탄환은 검을 세워 검면으로 방어하였지만, 불행히도 남은 한 발의 탄환은 막아내지 못한 모양이다.
“찬황지존위군 사신혁. 강호에서 괴룡이라 불린다더니, 과연 그럴 만하군. 아주 재미있어.”
주제도 모르고 설치다가 쓰러진 수하를 한심한 눈으로 일별한 백의령주가 여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처저저적!
백의령주의 명을 기다리고 있던 백의문도들이 순식간에 무기를 꺼내며 백의령주의 뒤편에 도열하였다.
[적성 사이오닉 에너지 반응 체크. 적들의 PEF 합계 수치가 특이점을 돌파하였습니다. 전투에 주의를 요합니다. 용신주 최대출력.]파아아앗!
적들의 행동을 기다렸다는 듯이 신혁의 용신주가 빛을 발하며 허공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오호라. 그게 바로 말로만 듣던 괴룡의 어주술인가? 기대되는구나.”
“뭘 기대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경고하겠습니다.”
“경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번 사건과 연관이 없고, 살인을 해본 적이 없는 자는 연회장을 나서십시오.”
“하하하하. 기대한 것보다 더욱 재미있는 놈이었구나. 강호에 발을 들인 놈들 중에 손에 피를 묻히지 않은 자가 있을 것 같더냐?”
“그럼, 없는 걸로 알고. 찬황지존위군의 이름으로 벌을 내리겠습니다. 달게 받으시길.”
“백의령주님, 명령을!”
잠자코 신혁의 행사를 지켜보던 담대풍이 앞으로 나서며 검을 뽑았다. 청해성주의 탈을 쓴 그가 신혁에게 검을 겨누는 모습은 마치 반란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 같았다.
“백령환희분(百靈煥熙粉)을 펼쳐라!”
“존명!”
담대풍을 비롯한 백의사신단이 복명하며 검을 위로 세웠다.
“오페라.”
[S4 위성 시동. 작전명 : 제우스의 벼락. 용신주를 이동배치합니다.]파아아앗!
신혁의 등 뒤에서 구체가 나타나 검은빛을 흩뿌렸고, 백의문도들의 시선이 S4 위성에 집중되는 순간, 용신주가 움직였다.
콰앙, 콰앙, 콰아앙!
백의문도들의 삼면에서 용신주가 땅에 꽂히는 소음이 들려왔다.
“뭐, 뭐야?!”
용신주가 박혀있던 땅에서부터 시작된 뇌전의 기운은 수십 수백 가닥으로 늘어나며 삼각형의 형상으로 백의문도들을 가두었다.
“제가 강호라는 곳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는 참 신기한 게 많았죠.”
당황하는 백의문도들을 향해 신혁이 입을 열었다.
“배울 것도 있을 것 같고, 연구하면 재미있을 것도 같았거든요.”
“어째서 진이 발동되지 않는 것이지? 분명 연회장 전체를 감싸야 하거늘……?”
“그런데 몇 번 부대껴보니 진법이든 무공이든 끝까지 펼쳐지지 않으면 별로 대단할 게 없더군요. 당신들이 저를 상대하기 위해 뭔가를 준비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빠지지직.
“무슨 수를 준비해 두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청해성 전체’의 사이오닉 에너지 흐름은 제가 통제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무공이라면 모르겠지만 진법이나 사술을 쓸 수는 없을 겁니다.”
“그게 대체 무슨……?”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른 당신들에 대한 처벌도 처벌이지만 당신들에겐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군요. 당신들이 수련한 그 무공.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배운 겁니까.”
신혁의 말에 가슴속에서 무언가 철렁하는듯한 기분을 느낀 백의령주였다. 말할 수 없는 불길한 감정이 스멀스멀 그의 가슴을 적셨다.
“헛소리! 대답할 가치가 없구나. 모두 공력을 끌어올려라. 백의신공을 펼쳐라. 이 같잖은 사술을 파훼한다!”
“그래요.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직접 보고 판단하면 될 일이죠.”
백의문주의 명령에 백의문도들의 몸에서 백색의 빛이 뿜어져 나오며 그들의 공력이 급격히 상승하였고, 신혁의 CEC에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그들의 PEF 수치가 표시되었다.
“오페라.”
[예, 사령관님.]“쓸어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