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167
167화. 일망타진
[Copy that.]오페라의 대답과 함께 CEC의 화면이 바뀌었다. 용신주가 뿜어내는 고압전류속에 갇힌 백의문도들의 PEF 수치가 표시되었고, CEC 화면 상단에 특수한 사이오닉 파동이 잡히기 시작했다.
‘사이오닉 에너지의 진화과정에서 폐기되어 버린 화이트 패턴의 파동이 보인다. 어떻게 이 시대에 이런 에너지가 파동이 나타날 수 있는 거지?’
신혁의 눈에 의문이 떠올랐다. 무림인들이 사용하는 일반적인 내공, 그게 정파의 내공이던 마교의 마공이던 그건 개개인의 특성의 차이일 뿐 기본적인 사이오닉 에너지의 패턴을 벗어나지는 않았다. 신혁이 사용하는 사이오닉 에너지 패턴은 기초 사이오닉 에너지의 속성 중 특정 속성 한 가지를 더욱 강화하여 진화시킨 에너지였다. 에너지 패턴 화이트는 조금 다른 면이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이 시대의 인류가 다룰 수 있는 에너지는 아니라는 점이었다.
“으아아아악!”
“크아악!”
신혁의 함정에 갇힌 백의문도들이 각자의 절기를 펼치며 벗어나려 애를 썼으나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뇌전의 그물이 더욱더 촘촘해지며 백의문도들을 조여올 뿐이었다.
“파훼해! 겁먹지 마라. 무기나 신체를 접촉하지 말고 기공을 사용하여 돌파한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백의령주가 앞으로 나서며 명령을 내렸고, 백의문도들이 분분히 백의신공을 끌어올리며 장력을 내쏘려는 순간, 드디어 오페라가 움직였다.
[용신주 최대출력 전개. 에너지 패턴 블루 응용.]삐삐삐삐삐삐.
신혁의 CEC에 오페라의 공격 범위를 나타내는 가상의 선이 백의문도들을 가두는 그려졌다.
[뇌살진(雷撒陣) 가동.]빠지지지지직~!
백의문도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공력을 방출하여 진을 두들겼으나 뇌살진에 부딪히는 순간 그대로 흡수되었고, 백의문도들을 포위한 뇌살진은 전방위에서 벼락이 치듯이 전기에너지를 방출하며 그들을 공격하였다.
“끄아아아악! 아아악!”
“아아악, 살, 살려줘…….”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하는 백의문도들을 보며 백의령주가 이를 악물었고, 그의 손이 검결지를 맺었다.
[경고, 코드네임 : 백의령주. 그의 손에서 사이오닉 에너지가 집중되고 있습니다.]“그래, 그 정도 발악은 해줘야 재미있지. 헬라이팅 Ready.”
S4 위성에서 방출된 사이오닉 에너지가 한점에 집중되며 신혁의 머리 위로 거대한 화염의 구체가 형성되었다.
[에너지 집속. 타겟 록 온.]삐삐삐삐삐.
신혁의 CEC에 헬라이팅의 공격 범위가 그려졌고, 십자선에 백의문도들이 타켓팅되었다.
[헬라이팅 에너지 집속률 90% 돌파. 완성까지 3초. 타겟 록 온 컴플릿.]화르르르륵.
타오르는 헬라이팅에서 뿜어지는 고열에 공기마저 뜨겁게 달궈지며 아지랑이가 일렁거렸다.
‘더 기다릴 수 없다.’
손가락에 공력을 집중하여 검강을 만들어낸 백의령주의 몸에서 강대한 기의 파도가 휘몰아쳤다.
촤아아악!
[경고, 적성 개체의 PEF 수치가 4,200,000을 돌파했습니다. 적의 사이오닉 에너지에 아스트랄 파동이 감지되었습니다.]백의령주의 한 수는 확실히 다른 백의문도들과 달랐다. 그의 한 수에 뇌전의 벽에 틈이 생긴 것이다.
“지, 지금이다!”
“령주님께서 퇴로를 만들어 주셨다. 탈출해!”
백의문도들의 전면에 뇌기가 사라지자 앞을 다투어 튀어나오려는 그때, 신혁의 손바닥이 그들을 향했다.
“이익, 멍청한 것들. 물러서!”
백의령주 사무은이 이를 악물었다. 점점 좁혀오는 뇌전의 감옥에서 속수무책으로 죽어가던 수하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이 이렇게까지 공포에 젖어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가뜩이나 심상치 않아 보이는 열양의 무공을 준비하고 있는 사신혁에게 아무런 대책도 없이 달려들다니.
“비켜라!”
“늦었다. Fire.”
백의령주가 다급하게 앞으로 나서며 신혁의 공격을 저지하려 하였으나 이미 헬라이팅은 신혁의 손을 떠났다.
“어?”
“태, 태양이 왜 여기에……?”
고양이에게 포위된 쥐가 쥐구멍을 통해 몸을 날렸는데, 쥐구멍을 빠져나오고 보니 쩍 벌어진 호랑이의 입이 쥐를 기다리는 형국이었다. 적어도 신혁이 본 백의문도들의 모습은 그래 보였다.
푸화아아아악!
끔찍한 비명도, 참혹하게 피가 튀는 광경도 없었다. 백의문도들이 장력을 날리고 검을 휘두르고 호신강기를 내뿜었지만, 타오르는 헬라이팅이 그들의 몸에 닿는 순간 그대로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으아아아악!”
“도, 도망쳐!”
선두에 섰던 동료들이 말 그대로 증발해버리는 것을 목격한 백의문도들이 패닉에 빠져서 분분히 몸을 날렸지만, 그들은 용신주가 만들어낸 뇌전의 감옥을 빠져나갈 수 없었다.
“당황하지 말고 내 뒤로 물러서라.”
“존명!”
공포와 절망에 빠져있던 백의문도들은 백의령주의 호통에 가까스로 정신줄을 붙잡고 재빨리 물러섰다.
파아아앙!
백의령주의 몸이 눈부신 백광(白光)에 휩싸였고, 그의 몸에 강렬한 기운이 폭사되었다. 백리서생이라는 이름에 더없이 잘 어울리던 그의 학창의가 폭풍을 맞은 꽃잎처럼 휘날렸다. 성스럽게 빛나던 빛이 백의령주의 양손에 모였다.
백의신공(白衣神功).
백열강권(白熱剛拳).
“흐아아압!”
퍼어어엉~!
빠져나갈 수 없던 무간지옥의 탈출구가 열렸다. 전조에 손에 죽은 백의문도가 펼친 백열강권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위력이었다. 같은 무공이라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강호의 격언을 한 장면으로 보여주는 한 수였다.
“지금이다, 가랏!”
백의령주에 명에 뇌전의 지옥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백의문도들이 빠르게 백의령주를 스치며 신혁을 향해 쇄도하였다.
“호오? 과연 초절정고수는 다르다 이건가?”
신혁이 피식 웃으며 전방을 주시했다. 우리를 탈출한 야수처럼 백의문도들이 그를 향해 쇄도하고 있었지만, 일말의 긴장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죽여!”
“감히 사술로 무인을 농락하다니, 사지를 잘라주겠다.”
신혁의 함정에 빠져 공포에 떨며 동료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본 백의문도들의 분노가 활화산처럼 폭발했다. 광포한 살기를 줄기줄기 뿜어내며 이를 악물고 신혁에게 필살의 절초들이 퍼부어졌다.
“사술이라……. 그것도 좋겠지. 에너지 집속. 패턴 변환.”
[Copy that.]검을 뽑아 든 신혁의 눈빛이 빛났다.
촤아아앙!
S4 위성에서 공급되는 강대한 사이오닉 에너지를 머금은 검이 어느새 신혁의 손에서 맑은 검명을 울렸다.
“저라면 지금이라도 도망치겠습니다. 저기 백의령주라는 분을 미끼로 던져놓고 도망치면 살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백의문도들을 자극하는 말을 하는 와중에도 신혁의 검이 유려한 검로를 그리며 두 번 휘둘러졌다. 크게 종(縱)으로 한번, 마치 원형을 그리며 돌듯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횡(橫)으로 한번.
“죽어라, 사신혁!”
“그렇게 쉽게 내 목을 가져가려 하다니. 양심들이 없어도 너무 없으시네요.”
피식 웃는 신혁의 얼굴이 미소를 머금었다.
[사이오닉 에너지 패턴 변환 완료. 백제격검술 로딩 컴플릿.]신혁이 휘두른 검로(劍路)에 새겨진 십(十)자의 궤적에서 푸른빛이 새어 나왔다. 처음에는 옅은 에메랄드와 같은 빛이 순식간에 진하게 물들며 강렬한 푸른빛으로 바뀌었고 보이지 않는 벽처럼 십(十)자의 방패가 만들어졌다.
백제격검술(百濟擊劍術).
Sword Pattern Blue.
청월(靑月).
“뭐, 뭐야. 검막(劍幕)인가?”
“당황하지 마라, 괴룡의 독문무공이다.”
“사신문의 무공은 무적이다.”
백의문도들도 바보는 아니었다. 그들도 그간 신혁의 행보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지금 보인 방패 모양의 기술은 웬만한 검기와 강기류의 무공을 그대로 반사시킨다는 사기적인 사신혁의 독문무공이리라.
“너의 패착이다 괴룡.”
사신문은 신혁의 무공을 분석하고 파훼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었다.
-대단한 무공이다. 그러나 그건 일반적인 강호의 무공을 상대로 위력을 발휘하는 것. 사신문의 신공에는 전혀 위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나 또한 동의한다. 무림인들의 내기(內氣)를 이용한 무공을 반사시킬 수 있을지언정 자연의 기(氣)에서 특정한 속성을 증폭시켜 내기에 융합시킨 사신문의 무공을 되돌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
사신문의 무공교관들과 분석관들의 결론이었고, 사령주(四鈴主)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백의문도들에게 있어서 백의령주를 비롯한 사령주들은 신앙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들의 견해가 틀릴 일은 없었다.
“쯧쯧……. 에너지 패턴 화이트의 파동이 사이오닉 에너지에 섞여 있는 것을 과신하는 것 같은데, 당신들 지금 큰 실수하는 겁니다.”
신혁과 백의문도들은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다. 양측 다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문파의 가르침 그리고 자신의 무공에 대한 믿음은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된다. 자신을 스스로가 신뢰하지 못한다면 어찌 무공이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신혁은 그들과 달랐다. 신혁은 맹목적으로 자신의 전투기술을 신뢰하지 않았다. 그가 신뢰하는 것은 지금까지 쌓아온 데이터와 그로 인해 얻은 과학기술뿐.
“쯧, 하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는 고집을 꺾지 않더군요. 당신들 역시 예외는 아니고요.”
콰콰쾅! 퍼어어엉!
백의문도들의 공격이 청월(靑月) 벽에 작렬하였다.
청월(靑月)의 벽에 부딪히는 순간, 물방울이 수면 위에 떨어져 파문을 일으키듯 약간의 흔적만을 남긴 채 푸른 십(十)자의 벽에 흡수되었다.
“이럴 수가? 백의신공(白衣神功)이……?”
신혁을 향해 공격을 퍼부은 백의문도들의 얼굴에 암운(暗雲)이 드리워졌다. 단 한 번도 백의문의 백의신공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강호의 태산북두라는 소림의 절학도, 엄청난 위력을 자랑하는 마교의 마공도, 사이하고 강렬한 사파의 사공도 부러워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한 차원 낮은 무공을 익히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어깨를 으쓱거리는 강호의 무인들을 비웃었던 백의문도들이었다.
절대적인 진리이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로 여기던 백의신공이 신혁의 무공을 넘지 못했다는 충격에 빠졌다.
“당황하지 마라.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
담대풍이 막 반사되어 날아오는 자신들의 공격을 받아내기 위해 다시금 내공을 끌어올렸다.
“한 가지 더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무척 재미있을 겁니다. 오페라.”
[예, 사령관님.]“그걸, 사용해보자. 실전 데이터가 없어서 완성시킬 수 없었는데, 마침 좋은 실험대상자들이 눈앞에 있잖아.”
[알겠습니다. 에너지 패턴 변화.]신혁이 들고 있던 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며 양손을 펼쳤다.
Energy Pattern Black.
“좋아, 프로그램 로딩.”
[Copy that. 프로그램 코드네임 : 유신.]신혁의 CEC에 로딩 시퀀스가 표시되었다.
[Loading complete. 전투기술명 태극벽강. 재현률 77%.]스멀스멀 퍼지는 검은 기파에 담대풍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보고 받지 못한 신혁의 새로운 무공이었다. 담대풍의 눈에 신혁의 손이 크게 확대되어 들어왔다.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아니 태극을 그리며 휘저어지는 신혁의 손.
“서, 설마?!”
태극현천강기 제3식.
태극벽강(太極霹剛).
꽈아아앙!
신혁을 기점으로 원형으로 퍼져나가는 검은색 태극의 강기벽이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도가의 깨달음을 담아 청명하고 맑아야할 태극의 기운이었으나, 신혁의 손에서 펼쳐진 것은 마교의 절세마공처럼 패도적이고 무서웠으며 잔인했다.
“으아아아아악!”
“끄아아악!”
풍전등화.
신혁을 포위하고 있던 백의문도들이 다가오는 흑빛의 벽을 이겨내지 못하고 허공에 휘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