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168
168화. 상성
백의문도들의 신형이 공중을 날아 땅에 떨어졌고, 몇몇은 정신을 잃었는지 균형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무룡의 성명절기를 괴룡이?!”
백의신공(白衣神功).
백열신장(白熱神掌).
백의신공을 일으켜 가까스로 신혁의 태극벽강을 저지시킨 백의령주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흐으음……. 유신의 태극벽강과 비교하면 손색이 있는 것 같군.”
[그래도 성과가 있었습니다. 실전에서는 사용해볼 일이 거의 없었으니까요.]“그래, 뭐 나머지는 루시아가 알아서 하겠지. 슬슬 마무리를 짓자.”
[Copy that.]바닥에 박혀있던 용신주가 신혁에게 돌아왔다. 신혁의 주변을 불규칙하게 공전하는 용신주에서 푸른빛이 흘러나오며 심상치 않은 기세를 보여주었다.
“누구 맘대로 마무리를 짓는다는 건가.”
백의령주가 분노하며 앞으로 나섰다. 헬라이팅을 파훼하느라 순간적으로 막대한 공력을 쏟아부어 시간이 필요했었는데 수하들은 잠깐의 시간도 벌어주지 못했다. 아니, 시간을 벌어주긴 했다. 다만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을 뿐.
“내 맘대로. 나의 뜻대로.”
“죽여버리겠다! 네놈이 중원의 허접한 초절정고수들 몇을 꺾었다고 기고만장하는구나. 본좌가 초절정의 경지를 뛰어넘은 무공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겠다.”
백의령주의 말투가 바뀌었다. 극도의 분노로 인하여 차갑고 여유로웠던 백리선생의 모습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거 기대되는군요. 오십시오.”
신혁이 심드렁하게 대꾸하며 검을 어깨에 걸쳤다.
백의신공(白衣神功).
백의수류검(白衣水流劍).
“죽어라.”
백의령주의 검이 장엄한 움직임을 보이며 백색의 검강에 휩싸였다. 그가 자랑하는 백의신공의 공력이 가미된 무적의 검초였다.
“읏차.”
바람처럼 휘몰아치는 백의령주의 검격의 틈으로 신혁이 검을 비집어 넣었다. 어느새 맺힌 패턴 블랙의 에너지가 백의령주의 백열하는 검강을 헤집어놓았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백의령주가 대경하며 거리를 벌렸다.
“크윽…….”
백의령주가 본격적으로 힘을 쓰고 있음에도 신혁을 제압하기는커녕 중간중간 자신을 노리는 구슬을 견제하기도 바빴다.
“이럴 리가 없다. 이럴 리가 없어! 백의신공은 무적의 신공! 네놈 하나 제압하지 못할 리가 없단 말이다!”
백의령주가 분노를 뿜어내며 더없이 살벌한 얼굴로 검에 공력을 집중시켰다.
삐삐삐삐.
[적의 PEF 수치가 급격하게 증가합니다. 현재 수치 4,940,000.]오페라가 백의령주를 관찰하며 보고하였다.
[아스트랄 파동 감지. 이건…….]전투컴퓨터 오페라가 평소 같지 않게 놀라움의 감정이 담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에너지패턴 화이트. 적의 사이오닉 에너지에 패턴 화이트의 파동이 섞이고 있습니다.]‘우리의 추측이 맞았군. 어떻게 이 시대의 인류가 에너지 패턴을 응용할 수 있는 거지? 가드 위성의 도움도, 나처럼 체내에 정제된 패턴에너지를 담아놓은 것도 아닐 텐데 말이지.’
[현재로서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없습니다. 조금 더 많은 표본이 필요합니다.]‘그래. 일단 중요한 건 저자가 다루는 에너지 패턴이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지.’
백의령주를 마주한 신혁의 CEC에 실시간으로 오페라가 보내는 정보가 공유되었다.
“이거 아주 대단한 착각을 하고 계셨군요. 초절정고수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보여준다고 하시길래 혹시나 주소천이나 현아진처럼 말도 안 되는 무언가를 보여줄까 기대했는데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지금 뭐라 하였느냐?”
“편한 대로 생각하십시오. 입 아프게 더 말하기도 귀찮고, 더 볼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슬슬 승부를 끝내도록 하죠.”
에너지패턴 화이트. 신혁이 사용하는 블랙, 블루, 레드가 첨단과학기술이 집약된 응용에너지 부문의 완성형이었다면 패턴 화이트는 프로토타입이었다.
‘하지만 패턴 화이트는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지. 백의령주 사무은. 당신의 불행은 나를 만난 것입니다.’
생각을 정리한 신혁이 개운한 얼굴로 검을 들었다.
백제격검술(百濟擊劍術).
Sword Pattern Black.
신혁의 검에 세상의 모든 것을 파괴할 것만 같은 칠흑의 에너지가 집속되었다. 흑염(黑炎)의 불꽃으로 타오르는 신혁의 검을 보며 백의령주 또한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었다.
백의신공(白衣神功) 비기(秘技).
백룡출수(白龍出水).
백의령주가 최후의 비기를 선보이며 신혁을 향해 검을 겨눴다. 쭉 뻗은 백색의 검신이 언제라도 맑은 물을 박차고 나와 하늘로 승천할 것 같은 백룡의 자태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각오는 되었겠지?”
“아직 멀었습니까? 빨리 들어오시죠.”
뿌득.
백의령주가 이를 악물고 신혁에게 달려들었다. 그에 맞춰서 신혁도 땅을 박찼고, 두 명의 절세고수는 결코 자신이 패할 것을 상정하지 않았는지 자신 있게 각자의 필살기를 휘둘렀다.
백제격검술(百濟擊劍術).
Sword Pattern Black.
현월(玄月).
승천하는 백룡처럼 거침없이 나아가던 백의령주의 검이 신혁의 검과 부딪혔다. 검은 하늘의 반달 같은 신혁의 검기가 백의령주의 검에 닿는 순간 너무도 허무하게 백의령주의 검이 박살이 나버렸다.
“이건……?!”
현월의 위력은 전혀 감소되지 않았고, 하얀도화지에 먹물이 번지듯이 신혁의 패턴 블랙의 에너지가 백의령주의 전면에 작렬하였다.
“크흐으읍.”
무적이라 믿어왔다. 백의신공을 응용하여 펼치는 무공은 강호의 모든 무공에 대해서 상성적으로 우위를 가진다고 생각하였고, 그것은 그동안 사실이었다.
“크아아악!”
그런데 그런 무적의 백의신공이 사신혁의 검은 기운에 닿자마자 바람 앞의 촛불이 사그라지듯이 먹혀버렸다.
“확실하군요. 당신은 약합니다. 에너지 패턴 화이트, 아니 백의신공의 특성 덕분에 본인이 강하다는 착각을 하고 살았던 겁니다.”
“무슨, 무슨 말이냐…….”
현월의 기운에 피를 토하며 날아간 백의령주가 꾸역꾸역 피를 게워내면서도 신혁을 향해 물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냔 말이냐!”
“무룡 유신, 주룡 주소천, 금의제존위군 진강전, 광마 단운천, 천마 위지현오. 혼마 사군악, 마룡 현아진.”
신혁이 뜬금없이 강호에 알려진 초절정고수들을 언급하였다.
“제가 직접 손을 섞어본 초절정고수들이죠. 화경의 경지에 이른 무인들이라고 불리는 자들 말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그들보다 기의 크기와 파괴력이 강할 뿐, 상황판단력, 초식의 응용력 등에서 크게 뒤집니다. 화경의 경지에 이른 고수라기보다는 절정고수가 특수한 내공으로 고수들을 상회하는 느낌이랄까?”
신랄한 신혁의 평가에 백의령주의 얼굴이 점점 시뻘게지기 시작했다. 고통과 부상도 잊을 만큼 분노한 그의 모습을 일별한 신혁이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는 당신의 그 무공이 통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만나본 초절정고수들. 특히 상성 상 저에게는 소용없을 겁니다. 사신문이라는 곳이 모두 당신 같은 무공을 다룬다면 크게 위협적이지는 않겠군요.”
“이런 오만방자한 녀석이! 본문은…….”
“응?”
신혁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대명제국의 뛰어난 문관이라더니 다음 수까지 준비해 놓았었나?
“이건, 의외군요. 아직까지 여력을 남겨두셨을 줄이야.”
“무슨 소리냐?”
신혁의 귓가에 오페라의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삐삐삐삐삐삐.
[경고, 카테고리 등급 : 초절정고수. 적성 개체의 현재 PEF 3,220,000.]꾸역꾸역 피를 게워내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백의령주와 신혁의 사이에, 바람과 같이 나타난 장년인과 신혁의 눈이 마주쳤다.
“대명제국의 영웅 찬황지존위군을 뵙게 되어 영광이오.”
정중하게 신혁에게 포권하며 백의령주를 등지고 신혁을 막아선 붉은 장포를 입은 중년인. 피부와 얼굴만으로 추측해보았을 때는 건장한 장년인의 모습이었으나, 그의 머리카락은 초로의 노인과 같은 빛이 바랜 백색이었다. 치렁치렁 늘어뜨린 머리를 붉은 천 쪼가리로 질끈 동여매고 잘 벼려진 기도를 드러내는 중년인.
‘전조가 나이를 먹어서 근육이 좀 빠지면 이런 모습이 되려나.’
문득 신혁의 머릿속에 드는 생각이었다. 다만 눈앞의 장년인은 지금의 전조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고수였다.
“적의령주(赤衣靈主)라 불러주시오.”
“더 오실 분들이 있습니까?”
신혁의 질문에 적의령주가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전장의 상황을 파악했다.
‘현의령주께서 괴룡 사신혁과 결코 맞서지 말라 하신 이유를 알 것도 같구나.’
전멸.
찬황지존위군 사신혁이 청해에 들어섰다는 보고를 받고 부리나케 달려왔건만 그 짧은 새에 백의령주를 제외한 백의문도 중에서 누구도 두 발로 땅을 밟고 있지 못했다.
“아니외다. 본인 홀로 왔소이다.”
적의령주가 백의령주에게 슬쩍 손짓했다. 본인이 사신혁을 막을 동안 몸을 추슬러 도주하라는 의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신호였다.
‘백의령주, 그대는 운이 좋았다. 현의령주님께 감사하도록.’
‘크윽…….’
백의령주 사무은의 입술이 치욕으로 부들부들 떨렸다.
‘스승님께서 현의령주와의 비무에서 돌아가시지만 않으셨어도…….’
백의령주를 제외한 3명의 령주들은 그보다 한 세대 위의 고수였고, 무공 또한 백의령주보다 한 단계 위에 있었다. 백의령주가 뼈를 깎는 노력을 해도 시간이라는 것은 노력만으로 쉽게 따라잡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적의령주……님의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인사는 나중에 하도록 하시게.”
“아, 잠시만요. 오실 때는 마음대로였지만 백의령주라는 분이 청해성에 끼친 피해는 결코 적지 않은데, 그냥 가신다고요?”
“그건 찬황지존위군의 말씀이 틀리지 않소. 허나, 백의령주는 본문의 귀중한 인재임을 이해해 주시길 바라오.”
“인재라서, 부자라서, 무공이 뛰어나서 죽을죄를 짓고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살아간다면 이 세상에 죄를 짓는 사람들은 힘없고 가난한 백성들뿐일 텐데.”
신혁의 눈빛이 돌연 살벌하게 변했다.
“대명제국의 찬황지존위군으로서 그리고 한 명의 평범한 사람으로서 그 꼴은 못 보겠군요.”
[S4 위성 시동. 용신주 최대출력. 전투준비.]신혁의 감정에 동조하며 오페라가 움직였다.
“부득불 손을 써야 하겠구려.”
적의령주가 짙은 미소와 함께 검을 들었다. 과연 사령주(四靈主)라고 다 같은 령주급이 아니라는 것을 방증하듯이 적의령주의 기도는 백의령주와는 차원을 달리했다.
[적성 사이오닉 에너지 반응 체크. 코드네임 : 적의령주의 PEF 수치가 6,000,000을 돌파했습니다.]‘이번에는 제대로 된 초절정고수라 이건가?’
적의령주가 손안에 든 검을 바람개비처럼 슬쩍 돌리며 신혁에게 정중하게 포권하였다.
“그럼, 찬황지존위군의 가르침을 받겠소.”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려는 찰나 백의령주가 어느 정도 내상을 다스렸는지 그대로 몸을 날려 도주하였고, 적의령주가 재빨리 신혁의 앞을 막으며 저돌적으로 검을 찔러왔다. 과연 초절정고수의 무인답게 그의 검은 신혁도 경시할 수 없는 위력을 담고 있었다.
“오페라, 쫒아라.”
[Copy that.]“아니, 그래서는 아니 되지요.”
[경고, 사이오닉 에너지 패턴 레드 감지. 함선운영지침에 따라 사령관님의 안전을 최우선 합니다. 백의령주의 추적을 포기합니다.]오페라의 통제 아래 용신주가 적의령주를 향해 무지막지한 파괴광선을 퍼부었다.
“과연 훌륭하오.”
역수로 잡은 적의령주의 검이 8자를 그리며 유려하게 휘둘러졌고, 놀랍게도 파괴광선이 그대로 잘려 나갔다.
“하아아아앗!”
신혁이 본격적으로 기합과 함께 사이오닉 에너지를 끌어 올렸고, 심상치 않은 기척을 감지한 적의령주가 훌쩍 신혁과 거리를 벌렸다.
“흐으읍!”
적의령주 옷이 펄럭이며 그의 검의 핏빛으로 불타올랐다. 핏빛의 기류가 백의령주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아스트랄 파동 감지. 에너지 패턴 레드 감지. 위험합니다 사령관님.]“단숨에 승부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요.”
Sword Pattern Red.
적월(赤月).
푸화아아악!
적의 전력을 알아볼 목적으로 같은 속성의 에너지 패턴이 신혁의 검에 덧씌워졌다.
“역시 그대는 나와 마음이 맞는 것 같소.”
적의령주가 기습적으로 일(一)자로 검을 휘둘렀고, 붉은빛의 검기가 폭사되며 순간적으로 신혁의 시야를 가렸다.
촤아아앙! 촤아앙!
검명이 울려 퍼졌다. 어느새 적의령주의 손을 떠난 검이 붉은색의 날카로운 검강을 뽐내며 빠르게 움직이며 신혁의 빈틈을 노렸다.
‘어검술로 주의를 분산시키고, 최고의 절초를 준비하기 위해 공력을 집중하는 건가?’
백의령주와 달리 여타의 초절정고수들의 무위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고, 에너지 패턴 레드까지 자연스럽게 운용하는 적의령주의 공격에 신혁은 위기감과 호기심을 동시에 느꼈다. 신혁의 검이 천천히 움직이며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그의 검을 상대하였다.
‘아니, 잠깐. 뭔가 이상한데? 왜 검의 위력이 점점 약해지는 거야?’
한동안 적의령주의 검을 쳐내며 그의 다음 공격을 대비하던 신혁이 쓴웃음을 머금으며 이마를 쳤다.
“이런, 속았군.”
쨍그랑.
신혁의 시야를 가리던 붉은 장막과 검기가 사라짐과 동시에 힘을 잃은 적의령주의 검이 바닥에 떨어졌고, 적의령주의 모습도 사라져있었다.
“검사가 검을 버릴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