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198
198화. 혼원신교 (7)
“끔찍하군.”
붉게 달아오른 사무은의 신체 곳곳에 검은색의 반점이 생겼다. 자세히 바라본 반점 속에는 마치 고통에 찬 인간의 얼굴 같은 섬뜩한 것이 새겨져 있었고, 놀랍게도 비명을 지르듯이 입술이 움직이고 있었다.
“데드 마스크(Dead mask)?”
신혁이 있던 세계에서 영혼에 관한 실험을 할 때, 종종 발견되었던 사례였다. 끔찍한 사건으로 희생당하거나 원한에 가득 찬 인간의 혼이 타인의 몸에 들어갔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난다.
“흐. 흐흐흐……. 으하하하하하하!”
사무은의 광기에 찬 웃음이 전장을 압도하며 울려 퍼졌다.
“천 명!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버러지 같은 것들에게 혼원여의신공을 전수하며 내공을 키우게 하였다. 무척이나 귀찮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참으로 잘한 일이었어. 으하하하하, 암 그렇고말고. 마땅하고 옳은 일이었지.”
사무은이 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표정으로 사신혁을 보며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찬황지존위군? 응?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삼류인생들이 영광스럽게 나의 힘이 되어 죽었으니까 말이야.”
“할 말은 그게 다냐?”
더없이 끔찍하고 두려운 상황에서도 신혁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 드러난 감정은 두려움이나 공포 따위가 아니었다. 구제할 길이 없는 악당을 바라보는 경멸감만이 가득했다.
“그래, 네놈은 그런 놈이었지. 네놈의 그 여유가 어디까지 가는지 내가 직접 확인해보겠다.”
거대한 힘에 취한 사무은이 자신만만하게 사신혁을 향해 손을 뻗었다.
퍼엉!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나며 사신혁의 고개가 뒤로 꺾였다. 무지막지한 속도의 격공장이 신혁의 사이오닉 에너지를 뚫고 직접적으로 신체에 타격을 입힌 것이다.
주르륵.
신혁의 입가에 살짝 피가 흘렀다.
“이게 다인가?”
평범한 무림인이었다면 일격에 머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위력의 격공장에 직격당했음에도, 신혁은 별다른 타격이 없어 보였다.
“그럴 리가 있나, 이건 인사였지.”
“그래? 그럼 이번엔 내 차례군.”
신혁의 신형이 순식간에 하늘로 솟아올랐다.
“재가 되어 사라져 버려라. 기가(Giga) 헬라이팅(Hell lighting).”
신혁이 하늘로 들어 올린 손 위로 헬라이팅의 구체가 생성되었다. 지금까지의 헬라이팅과는 그 크기와 색깔부터다 달랐다. 흑염으로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 같은 구체.
삐삐삐삐삐.
신혁의 CEC에 사무은의 모습이 타겟팅되었다.
“어디 해봐라.”
“얼마든지. Fire.”
헬라이팅을 받치고 있던 신혁의 손이 사무은을 향했고, 흑염의 불꽃으로 타오르는 태양이 사무은을 덮쳤다.
푸화아아아악!
하늘에 떠 있는 구름마저 그대로 녹아버리는 엄청난 고열이 사위를 매웠고, 거대한 화염의 구체 속으로 사무은의 신형이 삼켜졌다.
“피, 피해!”
“최대한 멀리 도망쳐라!”
신혁의 헬라이팅에 대경한 사도맹의 무사들이 미친 듯이 몸을 날려 신혁과 거리를 벌렸고, 곧 무시무시한 열기가 공기마저 뜨겁게 달구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괴룡의 승리인가?”
“저런 말도 안 되는 열양공이 세상에 존재할 줄이야…….”
양강무학의 대가라는 이화태양궁의 무사들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의 엄청난 위력이었다.
퍼어어엉~!
그때 공기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신혁의 헬라이팅이 폭발하였다.
“꽤 쓸만한 무공이구나. 대단해, 과연 괴룡이라 불릴만한 무공이었다. 헌데, 이게 다인가?”
폭발 속에서 사무은이 악귀와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고, 그의 몸은 붉은색의 요사스러운 빛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끼아아아아악! 어서, 어서 날 죽여줘!] [제발 이 고통을 끝내줘!]고통에 젖은 영혼의 외침이 들리는 것 같았다. 사무은을 감싸고 있는 붉은색의 빛무리 속에서도 낭인무사들의 얼굴을 한 것 같은 형체가 흐릿하게 나타나며 울부짖고 있었다.
“사신혁. 왜 얼굴이 굳었나? 내가 두려워졌나?”
그 울음과 비명이 마치 응원가인양 어깨까지 들썩이며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사무은이 신혁의 눈앞에 나타났다.
“살려달라고 빌어봐. 지금 내 안에 있는 천명의 버러지들처럼 말이야.”
사무은이 웃으며 내리꽂듯이 주먹을 뻗었고, 신혁이 양팔을 교차하며 몸의 급소를 가렸다.
“큭.”
신혁의 몸이 사무은의 주먹에 밀려 그대로 추락하였고, 거친 소음과 함께 땅에 박혔다.
백의신공(白衣神功).
백열강권(白熱剛拳).
사무은의 주먹에 낭인무사 천 명에 달하는 무지막지한 공력이 가미된 백열강권이 생성되어 신혁에게 꽂혔다.
백제격검술(百濟擊劍術).
Sword Pattern Red.
적월(赤月).
신혁을 감싸던 검은색의 기운이 순식간에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언뜻 보면 적의령주의 붉은 기운과 비슷해 보였으나 신혁의 기운에 요사스러운 것은 티끌만치도 느껴지지 않고 맑았다.
촤아아악!
과연 세상의 모든 것을 베어낸다는 레드 패턴의 에너지다웠다. 백의령주의 무형심권이 깔끔하게 갈라지며 그 힘을 잃었고, 백의령주가 살짝 감탄한 표정으로 말했다.
“대단하구나. 적의령주의 적의신공에 비견될만한 놀라운 절삭력이야. 무형심권마저 잘라내다니 놀랍구나.”
오만하게 자신을 내려다보는 사무은의 눈빛을 보고 신혁이 눈동자에 살기가 어렸다.
“천외천(天外天)이라는 말, 들어봤나?”
“물론이다. 내가 바로 천외천의 무인이 아니겠느냐. 천하의 그 누가 있어 지금의 나에게 대적할 수 있다는 말이냐?”
“약속했었지? 네가 뭘 상상했던 그 이상을 보여주겠다고.”
신혁의 말에 사무은이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렸다.
“으하하하, 그래. 분명히 그랬지. 상상 이상이긴 했다. 네가 이렇게 약할 줄은 몰랐으니까. 겨우 이 정도라면 200명 정도만 흡수하고 800명은 좀 더 키워서 잡아먹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사무은의 말에 신혁이 피식하고 웃으며 다시 몸을 날려 허공의 사무은의 바로 앞에 섰다.
“천 명이라고 했지?”
“그렇다.”
“그래…….”
신혁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79억 5,395만 2,577명.”
“뭐?”
“나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숫자다.”
“갑자기 무슨…….”
사무은이 심상치 않은 신혁의 말에 본능적인 거부감과 두려움을 느꼈는지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신혁이 사무은이 지었던 미소와 비슷한 얼굴로 다시 한번 사무은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보여주겠다. 억지로 빼앗은 힘이 아닌, 나를 믿고 희생하여 넘겨주신 고귀한 영령들의 힘을.”
신혁의 눈동자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강호란 곳에 발을 들이고 나서 처음으로 느끼는 타는듯한 분노였다.
‘사람을 죽인것도 모자라, 그들의 혼마저 능욕하다니.’
심상치 않은 신혁의 기세에 사무은이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치며 물러섰다.
‘무적의 힘을 손에 넣은 내가, 공포를 느꼈다고?’
사무은이 입술을 깨물며 힘차게 고개를 저었다. 비릿한 피맛이 느껴지며 공포에 굳어있던 몸이 풀리는 것 같았다.
‘또다시 패배하느니, 차라리 목숨을 버리겠다.
당황스러운 감정과 자존심의 상처가 신혁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마저 극복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너의 진정한 힘을 보여봐라 사신혁. 나는 더 이상 네가 두렵지 않다.”
“뭐야? 내 힘을 느끼지 못하는 건가?”
신혁이 어이가 없었는지, 잠시 사무은을 관찰하더니 이내 실망한 듯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나를 능멸하는 것이냐?”
사무은의 열등감이 폭발하며 그의 기파 또한 주인의 기분을 반영하듯이 난폭하게 요동쳤다.
“능멸?”
신혁이 사무은의 말에 가당찮다는 듯이 이마를 짚으며 사무은에게 말했다.
“그래, 겨우 그 정도겠지.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어. 천 명의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어서 네 힘으로 흡수한다 한들, 그게 네 한계겠지.”
“무슨 말이냐, 사신혁. 너는 내 힘의 절반도 보지 못했다.”
“볼 필요도 없다. 너의 아스트랄 레벨은 내게 도달하지 못했다.”
“아스트랄? 레벨?”
생소한 단어와 가슴속에서 스멀스멀 차오르는 불안감에 사무은이 동작을 멈췄다.
“그래, 네게 목숨을 잃고 영혼마저 농락당한 희생자들의 비참함을 깨달으려면 네 눈으로 직접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네가 해서는 안 될 짓까지 해서 얻은 그 힘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알게 해주겠다.”
사무은의 눈에 신혁을 둘러싼 공간이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신혁의 몸에서 서서히 생성되는 순수한 기가 느껴졌다. 대자연의 기운보다도 순수한, 한없이 세상의 근원에 가까운 기였다.
“어, 어떻게 그런……?”
사무은의 눈동자가 떨렸다. 지금 신혁에게서 느껴지는 기운, 그것은 사신문이 그토록 염원하는 혼원(魂原)의 기운과 놀랍도록 닮아있었다.
“아니야, 인정할 수 없다. 너 따위가, 너 따위가 본문이 염원하던 목표를 이뤄냈을 리가 없다아아아!”
알 수 없는 절규와 함께 사무은의 몸에서 폭발하듯이 끈적하고 사이한 영기(靈氣)가 뻗어 나왔다.
“죽어라아아아앗!”
사무은의 검에 그의 모든 힘이 실렸다. 현경의 경지에 육박할 정도의 공력, 흡수한 영혼들의 힘이 모인 원한과 영력, 그리고 사무은의 집념까지 담았다. 사무은의 검에 실린 미증유의 거력이 혼원여의신공으로 한 차원 더 강해진 그의 필살절초를 그렸다.
혼원여의신공(魂原如意神功) 혼원수류검(魂原水流劍).
비기(秘技) 백룡출수(白龍出水)!
백제격검술(百濟擊劍術).
Sword Pattern Red.
적월(赤月).
바다를 가르고 하늘로 승천하는 백룡이 혼원여의신공의 기운에 물들어 세상을 파멸시킬 흑룡이 되어 신혁을 덮쳤고, 그에 맞서는 신혁의 검은 붉은 반월을 그리며 움직였다.
촤아악!
갈라졌다. 절대 패할 리 없다는 사무은의 자신감과 함께 그의 절초가 갈라졌다.
“크으으윽!”
부러진 검과 함께 반으로 갈라진 오른팔에서 솟아나는 피와 원혼들의 불길한 영력을 뒤집어쓴 사무은이 고통과 충격에 몸을 떨었다.
“아직, 아직 나는 패하지 않았다 사신혁.”
원독에 찬 사무은의 팔이 마치 재생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갈라진 상처를 메꾸며 붙으려 하였다.
“소용없다.”
“뭐?”
“아스트랄 에너지를 응용한 백제격검술이다. 패턴 레드의 적월에 의하여 절단된 상처가 회복될 리가 있나.”
“무슨 소리냐? 지금의 나는 설령 몸이 두 동강 나더라도 죽지 않는…….”
푸화아아악!
사무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재생해 가던 그의 팔이 다시 찢어지며 피를 뿜었다.
‘이럴 수가?! 세상 모든 것을 자를 수 있다는 적의령주의 무공과 비슷한걸 사신혁이 할 수 있다니? 아니, 적의령주의 무공보다 더 발전된 것 같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지?’
“그래, 1,000명이나 되는 영혼을 희생시켰으니 네 말대로 몸이 두 동강이 나도 죽지 않겠지. 어쩌면 목이 잘려도 살아날지도 모르지. 하지만…….”
신혁의 눈빛이 더없이 차가워졌다.
“그건 네 힘이 아니다.”
신혁의 검은 눈동자에 귀화가 맺혀 타올랐다.
“완전히 원자단위로 파괴해 놓아도 살아남을지 보겠다.”
본능적인 공포감이 밀려왔다. 사무은은 자신의 세포 하나하나가 도망쳐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
“이이익! 내가 그렇게 쉽게 죽을 것 같으냐!”
사무은은 밀려오는 공포를 이겨내려 이를 악물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야만 했다.
‘지금의 내가, 죽음을 가정한다고?’
사무은이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죽는 게 아니다, 그런 각오로는 또다시 패배할 뿐이다. 먼저 죽이겠다. 죽지 않고 네놈을 죽이겠다 사신혁.
[끄아아아아악.] [그만…… 그만, 제발 그만둬!]사무은은 영혼들을 한계까지 쥐어짜며 영력을 뽑아내었고, 그 영력은 곧 그의 영력(靈力)과 공력(功力)으로 치환되었다.
“죽어라, 사신혁. 이것이 백의령주이자 혼원신교주인 나의 모든 것이다!”
혼원여의신공(魂原如意神功).
혼원일기영(魂原泆氣靈).
경천동지할 위력의 혼원여의신공이 신혁의 전신을 으깨려는 찰나 신혁의 검이 움직였다.
백제격검술(百濟擊劍術).
Sword Pattern Black.
현월(玄月)의 오의(奧義). 파멸기(破滅技).
현무파검세(玄武破劍勢) 파천(破天).
천지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멈추었는데, 오로지 신혁의 검만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곧, 먹물이 새하얀 도화지를 적시는 것처럼 검은빛이 일렁이며 퍼져나가 사무은에게 닿았다.
“아, 안돼에에에에! 천하를, 천하를 발밑에 둘 내가! 이 사무은이 여기서어어…….”
허무했다. 천 명의 생명을 흡수하며 엄청난 위용을 보이던 사무은이 신혁의 파천에 닿으며 말 그대로 소멸되었다. 마치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를 없애버린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