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206
206화. 뜻밖의 사고 (7)
“대공자님, 좌철기 대주가 백도화의 포획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그래? 드디어 그놈이 밥값을 했군. 절정고수라고 쓸데없이 자존심만 세우는 머저리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재주가 좋은데?”
비열한 눈매에 두 겹으로 접혀있는 턱선은 보는 사람에게 약간의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게다가 사악함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눈매는 고당박을 모시는 관노(官奴)들이 왜 그리 자주 바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예, 절정고수라는 게 원래 무척이나 희귀한 존재입지요. 구파일방 같은 최고 명문 문파는 모르겠지만, 웬만한 중소문파에는 많아야 셋을 넘기지 않는 재원이니까요.”
“그래, 그런데 그런 뛰어난 인재들이 어찌하여 섬서성 제형안찰사사이신 본 공자의 부친 밑에는 네 명이나 있는 겐가?”
“그야…….”
고당박의 옆에서 아부와 시중을 들고 있던 염소수염을 한 문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런 인재라고 해도 도저히 넘어갈 수 없는 죄를 지은 쓰레기 같은 놈들을 넷이나 휘하에 거뒀으니까 그렇지. 게다가 그들의 죄를 불문에 부이는 조건으로 충성을 받아냈으니…….’
문관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막막하였는지 잠시 말문이 막혔고, 그 모습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던 고당박이 오만하게 말했다.
“무공을 닦든 글공부를 하든 간에 천한 것들은 본 공자와 같은 고귀한 핏줄을 타고난 분들을 위해 봉사할 수밖에 없는 것을 모르겠는가?”
“암요, 당연한 말씀을요 대공자님. 쇤네가 어찌 그걸 모르겠습니까요.”
“그래, 잘 알아야지. 비천한 피가 흐르는 주제에 머리까지 나쁘면 이 세상을 살 가치가 없는 거지.”
욕심이 가득한 고당박이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대흉악노 좌철기는 밥값을 했고, 섬서사흉의 나머지 연놈들은 뭘 하고 있지?”
섬서사흉(陝西四凶). 섬서에서 입에 담지도 못할 만큼 악행을 저지른 네 명의 절정고수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대흉악노(大凶惡老) 좌철기.
모든 악행의 집합체와 같은 인물이었다. 살인, 강간, 절도, 납치 등 셀 수 없는 만큼의 악행을 저지른 자였다.
음흉악희(淫凶惡姬) 염교교.
색공(色功)을 익혀 채양보음을 목적으로 수많은 남성을 정혈을 빨아 죽인 섬서성 제일의 요녀였다. 그녀가 여타의 색녀들과 다른 점은 색공을 익히면 보통 아름답거나 최소한 요사스러운 미모라도 있기 마련인데, 이 여자는 특이하게도 근육질의 우락부락한 몸매였으며 힘으로 남자를 제압하여 거사를 벌인 뒤에 잔인하게 죽였다고 한다.
흉흉파안(凶兇婆顔) 남가위.
얼굴이 매우 흉하게 생겼는데, 거기에 더해 수많은 싸움으로 인해 칼자국과 흉터까지 얼굴에 아로새겨졌고, 섬서성 제일의 추남이 되었다고 한다. 그 뒤로 남가위는 자신의 얼굴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는 자가 있으면 눈을 뽑았고, 혀를 차는 자가 있으면 혀를 뽑았으며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고 고개를 돌리는 자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목을 꺾어놓았다.
사흉검귀(死凶劍鬼) 진갑영.
어떤 이유로든 검을 뽑으면 반드시 살인을 저지르는 자였다. 처음에는 정도의 촉망받는 후기지수였으나, 어느 날 우연히 비무 중에 실수로 상대를 죽였고 그 뒤 살검에 눈을 뜬 그는 사흘에 한 번은 반드시 누군가를 죽이며 살인의 욕구를 달랬다고 한다.
“그들은 현재 섬서성주님과 함께 있습니다.”
“응? 그놈들이? 어째서?”
“아직 소식 못 들으셨습니까?”
“무슨 소식?”
“청해성주님께서 무림의 무뢰배들에게 피살되셨다고 합니다.”
고당박의 눈이 찢어질 만큼 커졌다. 감히 천한 무림인들이 고귀한 대명제국의 고위 관료를 살해하다니?
“어찌 그런 일이?”
“얼마 되지 않은 일이라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곧 있으면 천하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요.”
“그래, 그래서 섬서성주님이 자신의 안위가 걱정되어 평소에는 꺼림칙하게 여기던 섬서사흉에게 호위를 맡긴 것이로군. 그런데 섬서사흉은 제형안찰사사이신 아버님께서 휘하에 거두신 건데, 아무리 성주님이라지만 그렇게 사사로이 부려도 되는 것인가?”
“공자님의 아버님께서는 섬서사흉 셋 정도는 가볍게 제압하실 만큼 강하셔서 별걱정이 없으시겠지만, 글공부만 하신 성주님께서는 좀 불안하시겠지요.”
“일리 있는 말이로군.”
자기 멋대로 지금의 상황을 해석하는 고당박이었다.
“그래서 대명제국의 성주가 살해당했는데 황실에서는 가만히 있는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요. 청해성주 피살사건 때문에 황궁에서도 난리가 났고, 현재 섬서성에는 금의위의 최고위장이자 황상의 어전호위인 형관오 대인께서 와계신다고 합니다.”
“금의위에서?”
“예, 한 시진 전에 도착하셨다고 합니다.”
금의위의 위장, 그것도 황제가 가장 신임하는 형관오가 직접 섬서성까지 왔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고당박은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자신은 금의위에 밉보일만한 짓을 한 게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흐음. 이 기회에 금의위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저, 대공자님.”
“응?”
“제형안찰사사 나으리께서 절대 금의위에 눈에 띌 행동은 하면 안 된다고 전하라 하셨습니다.”
“아버님이?”
“예.”
“쯧, 어쩔 수 없지. 백도화는 섬서성 내부로 들이지 말고 내 처소로 데려오도록. 아니, 오히려 그편이 더 좋겠어. 남들 눈에 띄지도 않을 테고, 아버님 말씀대로 성내에서 일을 벌이는 것도 아니니까 흐흐.”
아무리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고당박이었지만, 아버지의 말은 거스를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에 관심은 자연스럽게 그가 그토록 원하던 백도화에게로 향했다.
“예, 앞으로 반 시진이면 도착할 것입니다요.”
“그래, 그럼 준비를 해야겠지. 아하하하하, 내 오늘 그 도도한 년의 콧대를 꺾어놓을 테다.”
이때까지만 해도 고당박은 알지 못했다. 백도화와 함께 그에게 다가오고 있는 자연재해와도 같은 불행을 말이다.
* * *
[오라버니.]“…….”
[오라버니!]“…….”
[안 일어나시면 소녀가 직접 가서 깨워드려야겠네요. 아이참, 오라버니도.]죽은 듯이 자고 있던 신혁의 눈이 거짓말처럼 번쩍 뜨였다.
‘일어났다 루시아.’
[쳇, 3초만 늦게 대답하셨어도 통신 끊고 바로 춤추는 인형에 인스톨해서 날아가는 건데. 아까워라.]‘첫째, 날아왔어도 넌 다시 돌아가는 거였고. 둘째, 쓸데없는데 사이오닉 에너지 낭비하지 마라.’
[알겠어요. 칫.]신혁이 쓴웃음을 지으며 상체를 일으켰다. 어둠 속에서 들리는 건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백도화의 호흡소리뿐이었다. 추측건대 아마도 운기조식 중에 있는 것 같았다.
‘장난치는 걸 보니 좋은 소식이 있는 모양이구나.”
[좋기도 하고, 반가운 소식이죠. 이럴 줄 알았으면 수송선은 안 준비했어도 될 뻔했어요.]‘대체 뭔데?’
[섬서성에 형관오 금의위장님이 와계시네요.]‘호오? 그래?’
[예, 그리고 전투원 신윤제가 백 명의 고수들과 함께 말을 타고 접근 중이에요.]루시아의 보고에 신혁이 짐작 가는 바가 있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청해성주의 피살사건 때문에 황궁에서 움직였구나. 관과 무림의 일이 섞인 것이니 윤제의 관할이기도 하고.’
[네, 아마도 맞을 거예요.]‘그래도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은 몰랐는데?’
[아무래도 오라버니와 관련된 일이니까 신윤제 전투원도 그렇고 주윤문 오라버니도 급하셨나 보죠.]‘수송선과 사이오닉 배터리는?’
[현재 상공 1.4km 지점에서 오라버니가 타고 있는 마차를 따라 천천히 이동 중이에요.]‘윤제와 찬황부는?’
[아마도 오라버니가 섬서성에 도착한 시점을 기준으로 1시간 정도면 도착할 것 같아요.]‘수고했다 루시아.’
[별말씀을요.]신혁이 루시아와 대화를 마무리할 때쯤, 백도화도 운기조식을 마쳤는지 왼손에 검을 쥐고 언제든지 발검할 수 있도록 오른손을 손잡이 위로 얹었다.
“설마 저한테 휘두르시려는 건 아니죠?”
“그럴 리가요.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미리미리 준비는 해둬야지요.”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제대로 통성명도 못 했네요. 백도화 씨 맞으시죠?”
“네, 맞아요. 그쪽은요?”
“사신혁입니다.”
“좋은 이름이군요.”
“하하, 감사합니다.”
사신혁이라, 울림이 좋은 이름이었다. 그리고 분명히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친숙한 이름이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사신혁이라는 사람이 있었나?’
지금처럼 급박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당연히 사신혁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괴룡이나 찬황지존위군 같은 단어가 떠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에 온정신이 쏠린 백도화에게 있어서 그것은 조금 무리였다.
“반 시진 정도 뒤면 목적지에 도착할 것 같군요. 검은 그때 쓰셔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아니요. 그때가 되면 늦어요.”
“왜죠?”
“혹시 강호초출이신가요?”
“음……. 초출은 아닙니다만, 강호에 출도한 지 얼마 안 되기는 했죠.”
“후우~ 그럴 것 같았어요.”
백도화가 한숨을 푸욱 내쉬더니 고개를 저었다.
“대흉악노(大凶惡老) 좌철기를 몰라볼 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습니다.”
“아아, 저기 밖에 있는 늙은이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네, 맞아요.”
“저 사람이 그토록 대단한 사람입니까?”
“대단하죠. 절정고수라 불릴 정도의 무공은 뒤로하더라도, 그 악명은 섬서를 넘어 중원 전체에 퍼졌을 정도니까요.”
“악명이요?”
“네, 섬서사흉(陝西四凶)이라면 우는 아이도 뚝 그칠 정도의 악인들이니까요.”
백도화가 좌철기를 비롯한 섬서사흉의 악명에 대하여 신혁에게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당사자의 이야기도 들어봐야겠지만, 지금 도화 씨가 한 말의 1할만 사실이라 하더라도 백번 죽어 마땅한 놈들이군요.”
“네, 그래요. 죽어 마땅한 놈들이죠.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당장이라도 마차를 부수고 탈출해야 하는 거구요.”
“음? 그건 왜죠?”
“지금 우리가 끌려가는 곳은 아마 섬서성일 거예요. 그곳에는 좌철기를 제외한 나머지 섬서사흉이 있겠죠. 저자 하나만으로도 벅찬데 나머지 세 명까지 있다면 탈출은 요원할 테니까요.”
“반대로 말하자면 섬서성에 가면 그 네 명을 한 번에 일망타진할 수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만?”
“뭐라구요?”
신혁의 말에 어이가 없었는지 백도화가 되물었다.
“맞는 말이지 않습니까? 지금 여기서 밖에 있는 좌철기라는 놈을 때려잡아봤자, 나머지 세 놈이 도망치면 그걸 또 언제 일일이 찾아서 단죄하겠습니까. 그럴 바에는 반 시진만 참았다가 한 번에 요절을 내는 편이 간단하죠.”
“아니, 그걸 누가 몰라요? 섬서사흉 저놈들이 어떻게 지금까지 강호를 활보한다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운이 좋아서?”
“운도 따랐겠죠. 하지만 저놈들은 자신보다 강한 자와는 절대 싸우지 않아요. 부득이 싸우게 되더라도 자신보다 강하다 싶으면 합공하는 것도 서슴지 않고, 명예 따위는 전혀 상관없이 온갖 비열한 암수만을 골라 쓰는 자들이에요. 설령 당신이 저들 개개인보다 강할지라도 어떻게 네 명을 동시에 상대하겠다는 거죠?”
“그야 뭐…….”
신혁이 말끝을 흐렸다. 그녀의 말대로 어떻게 상대하겠다 하는 생각 자체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섬서사흉이라는 놈들의 합공이 그렇게 무섭습니까?”
“물론이죠. 아직까지 저들의 합공에서 살아남은 고수가 아무도 없어요. 섬서의 군자검이라 불리던 전인우 대협마저 저들 손에 돌아가셨죠.”
“흐음……. 제가 정말 궁금해서 여쭤보는 건데요.”
“네, 말씀하세요.”
“화산파의 화산제일검 명검진인 같은 사람이 나서면 간단하게 끝날 일이 아닌가요?”
백도화의 머릿속에 강호의 물정을 하나도 모르는 사신혁이라는 이 남자를 어찌하면 좋을까 하는 고민이 추가되었다. 화경에 이른 고수가 그런 하찮은 일에 움직일 리가 없지 않겠는가.
“당신 말이 틀린 건 아니에요. 만약에 화산제일검이 나섰다면 쉽게 해결되겠죠. 하지만 지금은 화산제일검이 아니라 누가 나서도 저들을 건드릴 수 없어요.”
“음? 무슨 말씀이시죠?”
“이제 저놈들에게 아주 든든한 뒷배까지 생겼거든요. 섬서성의 제형안찰사사가 저놈들의 뒷배인데 설령 강호의 초고수라는 명검진인이나 태극검제가 와서 저놈들을 제압해도 제형안찰사사가 나서서 비호해 준다면 어쩔 수 없이 저놈들의 신병을 넘겨줄 수밖에 없을 거에요.”
“그럼 저들을 그냥 내버려 둬야 합니까?”
“안타깝지만 그래요. 현실적으로 제형안찰사사의 권세를 무시하고 섬서사흉의 목을 날릴만한 사람은 당금강호에 딱 두 명뿐이죠.”
“오오~ 그런 의인이 있다니. 누굽니까 그 두 명이?”
신혁이 진심으로 궁금해하며 물었다.
“한 명은 바로 마교의 교주 현아진이죠. 마교라면 애초에 황궁이든 관부든 간에 별 신경도 쓰지 않았으니 맘만 먹으면 가능이야 하겠죠. 그런데 마교 교주가 아무런 대가도 없이 정파 중심인 섬서까지 와서 그런 좋은 일을 하겠어요?”
“안 하겠죠.”
신혁의 머릿속에 현아진이 그려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한 명밖에 없어요.”
“그게 누군데요?”
“누구겠어요? 바로 황사이자, 찬황지존위군의 위에 오른 괴룡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