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209
209화. 뜻밖의 사고 (10)
심상치 않은 신혁의 기세에 섬서사흉이 재빨리 고당박의 곁으로 이동하며 그를 지키려 하였지만, 그들이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뭐, 뭐야?!”
“격공섭물?!”
신혁이 고당박을 향해 손을 뻗자, 고당박이 자석에 철가루가 끌려오듯이 허공을 날아 신혁의 손에 잡힌 것이다.
“자, 그럼.”
신혁이 들고 있던 고당박의 목에서 손을 놓자, 그의 몸이 허공에 둥실거리며 떠올랐다.
‘대체 공력이 얼마나 웅혼하길래……?’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에 백도화의 입이 크게 벌어지며 신혁과 고당박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뭔가 한 수가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의 고수였다고?’
옆에서 신혁의 신위를 확인한 백도화가 깜짝 놀라 신혁과 고당박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정지.”
“으악!”
신혁이 가볍게 고당박의 뒤통수를 후려치며 달려들려던 섬서사흉을 향해 말했다.
“자신 있으면 계속 와도 좋고.”
신혁이 씨익 미소 지으며 공포에 질린 고당박의 몸을 섬서사흉 쪽으로 돌렸다.
“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이 새끼들아!”
고당박이 공포에 젖은 눈으로 섬서사흉에게 소리쳤다. 조금 전까지 보여주던 품위를 지키려는 태도 같은 것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자, 그럼. 좀 물어볼까.”
“마, 말해라.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둬라. 나를 건드리는 것은 섬서성 제형안찰사사를 적으로 돌리는 것이며 역모를 꾸미는 것과 다를 게 없다.”
“호오~ 역모오?”
“그, 그렇다. 내 특별히 이번 한 번은 넘어가 줄 테니 지금이라도 나를 놓아주어라. 그렇다면 너를 무사히 보내줄 것을 약속하겠…….”
빠악! 꽈앙!
다시 한번 고당박의 뒤통수에 큰 충격이 있었고, 고당박의 머리가 굉음과 함께 땅바닥에 충돌했다.
“어버버…….”
신혁이 발을 들어 고당박의 머리 위에 올리고서는 지그시 내리눌렀다.
“끄아아아아……!”
고당박은 바닥에 머리가 충돌할 때 코뼈와 앞니가 부러지면서 극심한 고통을 느꼈는데, 설상가상으로 부러진 코에 피가 차며 숨조차 편히 쉴 수가 없었다.
“네, 네놈. 당장 멈춰라!”
좌철기가 당장이라도 출수할 듯이 손에 쥔 검을 부들부들 떨었다. 고당박이 죽는 것은 걱정이 되지 않았다. 다만 그놈이 죽게 된다면 섬서사흉을 거두어준 제형안찰사사 고수겸이 분노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섬서성에서 누려온 혜택이 모두 없어짐은 물론 형제들의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
“끄아아아아악!”
좌철기의 말에 신혁이 피식 미소 지으며 다시 한번 고당박의 머리를 지그시 눌렀고, 고통에 가득 찬 고당박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한 번만 더 주제넘은 소리를 하면, 그냥 이 자식의 머리통을 부숴놓겠다. 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거기서 움직이지 말고 기다리도록 해라. 알겠나?”
“…….”
“대답이 없군.”
섬서사흉 중 누구도 대답하지 않자, 다시 한번 고당박의 머리에 살짝 힘을 가했다. 이미 수차례 지옥과 같은 고통을 맛본 고당박은 신혁의 발에서 느껴지는 조그마한 압력에도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아아악!”
좌철기가 어쩔 수 없이 섬서사흉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제야 그들은 무기에서 손을 떼며 한걸음 물러섰다.
“처음부터 따랐으면 좋았잖아.”
신혁이 그제야 발을 떼고 고개를 살짝 위로 흔들었다. 그러자 땅속 깊숙이 처박혔던 고당박의 머리가 들리며 그의 몸이 다시 공중으로 서서히 떠올랐다. 고당박의 얼굴은 피로 범벅이 돼 있었고, 눈물과 함께 콧물을 질질 흘릴 때마다 피가 섞여 흐르고 있었다.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우리 고당박 공자님?”
신혁이 씨익 미소 지으며 고당박에게 물었고, 뼛속까지 새겨진 죽음에 대한 공포와 그 누구도 자신을 도와줄 수 없다는 절망감에 고당박의 안색이 사색이 되었다.
“그래, 너를 건드리면 뭐 역모를 꾸미는 것과 같다고?”
“그, 그게…….”
“네가 섬서성주냐?”
“…….”
“네가 제형안찰사사야? 아니면 뭐 조그마한 관직이라도 있나?”
“…….”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에 대답을 조금이라도 망설인다던가, 내가 아는 사실과 다른 대답이 나올 경우 뼈마디가 하나씩 부서질 거야.”
“예, 옙!”
신혁의 말에 고당박이 반사적으로 대답하였다.
“넌 여기 있는 백도화 씨에게 구애하였고, 그것을 거절당하자 앙심을 품고 여러 가지 죄를 지었어. 맞지?”
“그, 그건…….”
“쯧, 이래서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이지.”
“예? 그게 무슨…….”
빠각!
“끄아아아아아아악!”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고당박의 왼쪽 어깨가 덜렁거리며 팔이 축 늘어졌다.
“저, 저 미친 놈!”
“섬서성 제형안찰사사의 외아들을…….”
절정의 극에 달한 고수로 추측되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일개 무림인이 섬서성의 실질적인 일인자인 제형안찰사사의 아들을 저 모양으로 만들다니. 섬서사흉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고당박이 걱정된다기보다는 고당박을 대로 지키지 못한 자신들에게 튈 제형안찰사사의 분노를 걱정하는 얼굴이었다.
“성인 남성의 뼈는 206개다. 네가 머뭇거리거나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아직 많아.”
“죄, 죄송합니다. 사, 사려……. 살려, 주십시오 대인.”
부러진 이빨로 인하여 발음이 온전치 않은 고당박이 필사적으로 신혁에게 고개를 숙이며 용서를 빌었다.
“틀렸다.”
“……?”
“너는 지금의 공포와 내 힘에 굴복해서 내게 용서를 구하고 있다. 네가 진정으로 잘못을 뉘우쳤다면 내가 아닌 여기 백 소저에게 용서를 빌고 있겠지.”
빠악!
“으흐흐흑, 꺼억, 꺼어억…….”
신혁이 이번에는 고당박의 오른쪽 무릎을 걷어찼고 고당박이 그대로 엎어지며 백도화의 앞에 엎어져 고개를 숙인 자세가 되어 울부짖었다.
“백 소저.”
“…….”
“도화 씨?”
“예? 아, 예.”
지금의 상황이 믿겨지지 않는 듯 어안이벙벙한 백도화가 신혁의 부름에 화들짝 정신을 차리며 대답했다.
“여기 고당박이랑 이놈의 아비라는 자가 저지른 죄가 꽤 많죠?”
“예. 저뿐만 아니라 이 욕심 많은 부자들에게 피해를 입은 섬서성 백성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를 거예요.”
“말씀해보세요.”
“예, 대협.”
어느새 신혁에 대한 호칭을 대협으로 바꾼 백도화가 마차에서 있었던 일을 제외하고, 고당박 부자가 지은 수많은 죄와 그들의 사주를 받은 섬서사흉의 죄마저 낱낱이 성토하였다.
“그러니까 제형안찰사사 고수겸을 포함하여, 고당박과 섬서사흉이 저지른 죄를 종합해보자면…….”
신혁이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살인, 강도, 강간, 방화, 폭행, 상해, 협박, 공갈, 배임, 횡령, 권력남용, 사기, 편취 그 외 기타 등등.”
“…….”
“…….”
신혁의 말에 고당박과 섬서사흉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의 말이 틀린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거 하나하나 다 물어보는 것도 한 세월이겠군.”
신혁이 손짓하지 고당박의 몸이 다시 허공에 떠올랐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묻겠다.”
“네, 네!”
“여기 피해자 백도화 씨가 증언한 너와 제형안찰사사 고수겸, 그리고 섬서사흉에 죄를 모두 인정하겠나?”
“무, 물론입니다! 자, 잘못했습니다 백 소저. 잘못했습니다 대인.”
조금 전에 부러진 뼈마디의 고통이 훌륭한 교훈을 남겨주었는지 고당박이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죄를 인정했고 섬서사흉의 얼굴이 썩어들어갔다.
‘저, 저런 멍청한 새끼. 제형안찰사사의 죄까지 인정하면 어찌한단 말이냐.’
‘이렇게 된 이상 최악의 경우 고당박이 죽더라도 저놈의 입을 막아야 해요 오라버니.’
‘맞습니다 대형. 지금 본성에는 금의위까지 와있습니다. 자칫 문제가 커지면…….’
섬서사흉이 다급하게 전음으로 그들의 대형인 좌철기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했다.
‘안돼. 기다려라. 잊었는가? 저 못난 놈의 아비인 고수겸이 강호에서 활동할 때 무슨 짓을 벌였는지?’
좌철기의 전음에 섬서사흉의 세 명이 입을 닫았다.
남해악신(南海惡神) 고윤겸.
제형안찰사사 고수겸이라는 새로운 신분을 얻기 전, 그가 고윤겸이라는 본명으로 저 먼 세외의 해남도에서 떨치던 악명으로 인하여 생긴 별호였다. 절정의 극에 오른 사파의 고수로서 해남도에 군림하던 악인이었으며, 해남도의 지배자인 해남파조차 그의 토벌을 포기했을 정도였다.
‘고당박이 죽는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아무리 금의위라고 해도 절정의 극에 달한 고수겸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고수겸이 얼마나 저 못난 놈을 아끼는지 알지 않는가? 만약, 외아들이 죽었다고 하면 그는 이성을 잃고 금의위고 나발이고 우리까지 모조리 죽이고도 남을 것이다.’
‘하, 하지만…….’
‘그만, 더 이상은 아무 말도 마라. 너희는 모른다. 그가 얼마나 집요하고 무서운 인간인지.’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진다는 듯이 좌철기가 몸을 떨며 형제들의 반론을 차단하였다.
“좋아, 이제 좀 우리 고당박 공자와 원활한 대화가 되겠어. 그럼 지금 인정한 사실들을 추후 법정에서 증언할 수도 있겠지?”
“그…… 그렇습니다.”
“그래, 아무리 나쁜 놈이라도 재판을 받을 권리는 있어야지. 물론 재판 결과에 따라서 죗값은 치러야겠지만. 어때? 내 말에 동의하나?”
“물론입니다 대인!”
대답하던 고당박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순간적으로 눈빛을 희번덕거리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 어떻게든 아버님께만 가면 된다. 아버님께만 가면 이 빌어먹을 새끼를 처리할 수 있다. 그때 이 개새끼의 사지를 찢어 죽이고 백도화 네년은 평생을 후회하며 내 수발을 들어야 할 것이야.’
고당박이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위하여 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거기 너, 좌철기.”
이번에는 신혁이 멀리서 상황을 주시하던 좌철기를 불렀다.
“말하라.”
“말하라? 말이 짧군.”
신혁이 씨익 미소 지으며 고당박 멀쩡한 왼쪽 무릎마저 걷어찼고, 끔찍한 소리와 함께 그의 무릎이 부서지며 다시 바닥에 쓰러졌다.
“끄아아아악. 좌, 좌철기 이 빌어먹을 새끼야아아아아~! 내 아버님께 고하여 네놈을……. 끄아아아악.”
좌철기가 잘못한 것은 없었지만 감히 신혁에게 분노를 표할 수 없었던 고당박이 좌철기를 향해 고통에 찬 분노를 표출하였다.
“자, 다시 시작해볼까. 좌철기.”
“……말씀하시오.”
“이 빌어먹을 놈 때문에 고초를 겪은 백 소저의 두 시비를 모셔오도록. 아주 정중하게.”
“……알겠소.”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녀들의 몸에 조그마한 생채기라도 나면 이놈의 힘줄을 끊어놓겠다. 뭐 힘줄은 뼈보다도 훨씬 많을 테니까.”
신혁의 말에 고당박이 사색이 되어서 고통을 참으며 크게 소리쳤다.
“끄으으윽……. 가마, 가마를 준비해서 정중하게 모셔오도록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