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219
219화. 현아진 VS 적의령주 (2)
“현아진의 위치는?”
십만대산의 험지에 은밀하게 숨어든 적의령주 적무강이 현의문의 최정예 무력부대 현의파천단의 단주 한두호에게 물었다.
“심어놓은 첩자에게서 연락이 없습니다. 현아진은 교내에 있지 않다는 방증입니다.”
“현아진의 복귀경로는?”
“총 세 곳으로 예상됩니다.”
“감시 인원은?”
“각 조의 조장들을 투입하였습니다.”
한두호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적무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아진은 마교의 교주, 그녀가 마교로 복귀할 때는 반드시 세 곳 중의 한 곳을 지날 수밖에 없었다. 살수나 첩보무사들처럼 은밀히 이동해야 할 이유가 없는 마교의 지존인 현아진은 분명히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미리 매복을 하는 적무강과 현의파천단이었다.
“감시조는 두 시진마다 교대하도록. 그때까지 몸을 숨기고 기를 다스린다.”
“존명!”
현아진을 발견하는 순간, 적무강이 현아진의 강함을 가늠할 것이다. 그리고 승산이 있다고 판단되면 현의파천단의 무사들이 일시에 현아진을 기습하는 작전이었다.
‘궁금하구나, 마룡(魔龍) 현아진. 주룡 주소천에 비견된다는 그 무공, 부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면 좋겠군.’
강자와의 대결을 갈망하는 적무강은 현아진의 명성이 허울이 아니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의 바람은 잠시 후에 이루어졌다. 그가 전혀 예상치 못하고 바라지 않았던 방향으로 말이다.
* * *
“부교주님!”
내총관 범무연이 다급하게 마교의 부교주 흑익검마 진용제의 집무실에 들어서 부복하였다.
“부교주님을 뵙습니다.”
“무슨 일인가?”
“교주님께서 귀환하셨습니다.”
사신혁으로 인한 마교의 피해복구에 힘을 쓰며 중요사업에 관한 결제를 고심하던 진용제가 붓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교주님께서 귀환하셨는데, 어찌 내성경비조와 호법원에서 마중하지 않았는가?”
“그, 그것이…….”
차분하게 묻는듯한 말투였으나, 진용제의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범무연의 가슴을 후벼파는 듯했다.
“교주님께서 나타나신 곳은 교주님 전용의 연공실이었습니다, 하여 연공실 외부를 지키고 있던 호법원의 무사가 다급히 제게 상황을 알려왔습니다.”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얼마 전에 사라질 때도 허공에서 꺼지듯이 사라졌는데, 다시 나타난 곳이 교주의 연공실이라니. 아무리 현아진의 무공이 뛰어나다지만 대체 무슨 수로 눈 깜짝할 새에 사라지고 나타나는 것일까. 아직까지도 무공과 궤를 달리하는 마법이라는 분야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는 진용제였다.
“경위는 나중에 묻겠다. 교주님을 뵙는 게 우선이다.”
“존명!”
진용제가 범무연을 앞세워 교주전으로 몸을 날렸다.
“부교주님을 뵙습니다!”
진용제와 범무연이 교주전에 나타나자, 대호법 섭무영이 호법원의 고수들과 함께 진용제를 맞이하였다. 호법원의 전원이 모여있다는 것은 교주인 현아진이 이곳에 있다는 뜻이었다.
‘부상이라도 당하신 건가? 전혀 교주님의 기(氣)가 느껴지지 않는데?’
현아진의 기는 특별했다. 호랑이의 존재만으로 주변 토끼들의 본능이 공포에 젖는 것처럼, 현아진의 존재는 생명을 가진 생물이라면 본능의 영역에서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는 그런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강자였다.
“교주님은 어디 계신가?”
진용제의 질문에 섭무영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교주님께서는 모습을 드러내시자마자 또다시 귀신처럼 사라지셨습니다.”
“바로 말인가?”
“예. 굉장히 재미있는 놈들이 나타났다고 말씀하시고는 부교주님께서 도착하시거든, 한 놈 정도는 살려놓을 테니 와서 데려가라 하셨습니다.”
“대체 어디로 오라는 말씀이신지…….”
진용제의 이마에 갈지자가 새겨졌다. 아무리 기감을 확장해보아도 이 넓은 마교의 내부는 물론이고 마교를 감싸고 있는 웅장한 십만대산에서 현아진의 기를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부교주님.”
그 상황을 보고 있던 내총관 범무연이 조심스럽게 진용제에게 말했다.
“속하가 마안천이대를 풀어 교주님의 행방을 찾아보겠습니다. 부교주님께 오시라고 말씀하신 걸로 보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계시지 않겠습니까?”
“그리하라.”
“존명!”
진용제의 허락을 얻은 범무연이 부관에게 눈짓하였고, 마안천이대의 대원들이 검은 그림자가 되어 마교를 벗어났다.
퍼어어엉!
마안천이대가 교내를 벗어나고 1각쯤 지났을까, 십만대산의 한쪽에서 커다란 폭음과 함께 불길이 일었고, 현아진의 기감을 찾기 위해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던 진용제의 눈이 떠졌다.
“저기다!”
엄청난 폭발도 폭발이었지만, 확실하게 현아진의 기를 감지한 진용제가 몸을 날렸고, 그 뒤를 호법원의 고수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 * *
“미물 주제에 꽤나 독특한 기운을 풍기는구나.”
아무것도 없던 밤하늘에서 더없이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누구냐?!”
차갑고 섬뜩한 눈매만 아니었다면 밤의 여신이 강림했다고 해도 믿을만한 미녀가 우아하게 하늘에서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이럴 수가?! 내 감각을 속이 이렇게까지 접근하다니?’
적무강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만약 그녀가 암습이라도 가했다면 과연 막아낼 수 있었을까 싶었다.
“마나의 연성 강도로 볼 때, 마스터급. 유신이라는 애송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구나. 그런데…….”
현아진이 느낀 사신혁의 강렬한 마나의 파동이 눈앞의 중년 검사에게서도 느껴졌다.
“아니, 미묘하지만 달라. 사신혁은 아니구나.”
현아진의 신형이 적무강의 머리 위 3장 높이에서 멈췄다.
‘명옥보의(冥獄寶衣)?!’
그녀의 정체를 확실하게 마교의 교주 현아진이라 단정 지을 수 있는 근거는 그녀의 옷매무새 사이로 드러난 명옥보의 때문이었다.
“마교의 교주를 뵙소이다.”
적무강이 정중하게 포권을 하면서도 재빠르게 현아진의 전신을 흩었다. 단신으로 짧은 시간에 포달랍궁과 남해검문을 멸문직전으로 몰고 갔으며, 주룡 주소천을 꺾고, 괴룡 사신혁과 양패구상할 정도의 무공을 자랑하는 고수라 알려진 마룡 현아진.
‘가늠할 수가 없다. 자연의 기를 끌어다 쓰는 듯한 사신혁과는 다르다. 현아진은 마치 몸속에 거대한 자연을, 아니 우주를 품고 있는 것만 같다.’
본격적으로 강신술을 쓰기 전에는 절정고수 정도의 기세밖에 뿜어내지 못하는 주소천과는 궤를 달리하는 현아진의 기세에 적무강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미물아.”
정중한 적무강의 포권에도 전혀 반응하지 않은 현아진이 도도하게 그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고, 적무강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미물?!’
화경의 경지를 넘어서는 고수는 무림에서 더없이 존귀한 존재로 적대하는 사이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었다. 그런데 초면에 다짜고짜 미물이라니?
“말해보아라.”
“무엇을 말이오.”
현아진의 안하무인 격인 태도에 심기가 불편해진 적무강의 말이 퉁명스러워졌다.
“미물 주제에 어떻게 괴룡과 비슷한 마나의 기운을 뿜어내는 것이냐?”
“마나?”
“기를 말하는 것이다.”
“…….”
“입을 열 마음이 없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어차피 숨을 끊어놓고 천천히 비밀을 파헤쳐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현아진의 입꼬리가 차갑고 섬찟하게 움직였다.
“사신혁, 사신혁.”
적무강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졌다.
“나의 무공이 사신혁의 것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채앵!
적무강이 단호한 기세를 검을 뽑으며 말했다.
“사신혁이 우리 사신문의 무공을 모방하는 것이외다!”
조금 전 몇 마디 주고받은 것만으로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현아진이 결코 좋은 의도를 가지고 나타나지 않았음을 말이다. 최소 화경을 가볍게 넘어가는 측정 불가의 고수를 상대로 무작정 도주하는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것처럼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각오!”
생각은 길었지만, 판단은 빨랐다. 선수필승의 각오로 적무강의 검이 움직였다. 순식간에 허공을 박찬 그의 신형이 눈 깜짝할 새에 현아진의 앞에 나타났고, 빛살처럼 빠르게 검강을 머금은 적무강의 검이 현아진의 허리를 갈랐다.
촤르르륵.
“큭, 명옥보의에 기를 집중시켰나.”
현아진의 겉옷은 깔끔하게 갈라낼 수 있었지만, 안에 받쳐입은 명옥보의는 뚫지 못했다. 검강이 덧씌워진 적무강의 검이 명옥보의에 닿는 순간, 현아진의 막대한 마나를 머금고 있던 명옥보의가 마치 사슬갑옷처럼 일렁이며 적무강의 검격을 막아낸 것이었다.
“쓸만한 방어력이군. 소울 스톤의 잔재가 목적이었지만 생각보다 아주 좋은 아이템을 얻었어.”
현아진이 적무강의 공격은 신경도 쓰지 않고서는 만족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장난은 여기까지다.”
현아진의 맑은 눈에 흑빛의 살기가 어렸다.
“진공마법(進空魔法) 폭공(爆空).”
현아진의 용언마법이 영창되었고, 아무런 징조도 없이 현아진 주변의 공간이 폭발하듯이 터져나가고 무시무시한 폭풍이 회오리치며 적무강과 현의파천단을 휩쓸었다.
“큭, 크으윽……!”
모두 절정중급을 가볍게 넘어설 정도의 무공을 자랑하는 현의파천단이었고, 그들의 현의신공은 천하제일신공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내가공부였으나, 현아진의 상식을 초월하는 마법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으아아아악!”
“끄악!”
“크으으윽.”
극한의 공력으로 버텨봤지만, 현아진의 마법으로 인한 공기의 폭풍이 잠잠해졌을 때 그녀의 앞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존재는 오로지 적무강 뿐이었으며 현의파천단은 폭발을 버티지 못하고 여기저기 흩어져 날아가 버렸다.
혈황위검식(血皇煒劍式).
혈검패(血劍悖)!
적무강이 현의파천단의 수하들을 마무리하려는 현아진의 목을 노리며 검을 움직였지만, 현아진은 적무강의 공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투우우웅!
“이럴 수가?! 호신강기로 혈황위검식을 튕겨냈다고?”
현아진의 배리어를 뚫지 못하고 도로 튕겨 나온 검의 반탄력을 흘려보내며 적무강이 경악하였고, 그 순간 현아진의 양손에 맺힌 무지막지한 양의 마나가 그대로 방출되었다.
“멀티 매직 미사일(multi magic missile).”
수백여 발의 매직 미사일이 현의파천단과 적무강의 전신을 노리며 날아갔다.
“당황하지 마라,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공격이다.”
적무강의 말대로였다. 수는 엄청났지만 한발한발의 위력이 강기(剛氣)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공격이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현아진이 슬쩍 손을 들자 갑자기 공간이 갈라지며 허공에 현아진의 섬섬옥수가 빨려 들어갔다.
“무슨?!”
어느새 어두운 공간을 빠져나온 현아진의 희고 고운 손에 들린 특이한 모양의 지팡이를 본 적무강이 답답한 가슴을 짓누르며 신음처럼 말을 내뱉었다.
“마령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