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22
22화. 무룡 유신
유신과 도현도장이 금미산을 내려갈 채비를 하자 암연백이 다가와 신혁과 유신의 대결을 감평했다.
“두 영웅의 멋진 비무. 암 모는 정말 감동했습니다. 그야말로 용쟁호투가 아닐 수 없군요.”
암연백과 암영 1호는 마교와 정파를 떠나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둘의 대결을 지켜보는 내내 감탄을 숨기지 못했다.
“정과 마가 양립할 수 없다고는 하나, 이것 또한 인연인데 도현도장께서 허락하신다면 제가 유신 소협의 세속행과 첫 비무를 기념하는 의미로 별호를 지어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암연백의 제안에 도현도장의 눈동자가 커졌다.
자칭 천하제일검이니 절세신마니 혼자 떠들어봐야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 별호다.
그렇기에 보통 주변의 지인들이나 사문에서 별호를 지어주거나 스스로가 강호에 무명을 날리며 자연스럽게 별호를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암연백이라는 대외적으로 유명한 고수가, 그것도 적대세력의 고수가 유신의 별호를 지어준다는 것은 꽤나 특별한 일이었다.
“무량수불, 사제의 별호를 암연백 시주께서 지어주신다면 그 또한 의미 있는 일이지 않겠습니까.”
가볍게 목을 푼 암연백이 호응하듯 말을 이었다.
“신혁 님과 유신 님의 비무는 두 마리의 용이 하늘에서 벼락과 구름을 부리며 치열하게 싸우는 듯하였습니다. 마침 신혁 님의 별호가 괴룡(怪龍)이니, 유신 도사님의 별호를 무룡(武龍)으로 짓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무룡이라……. 좋군요. 참으로 사제와 잘 어울립니다. 허허.”
먼 훗날, 사룡(四龍)이라 불리는 절대자들의 대결 중 첫 번째 대결로 기록될 무룡과 괴룡의 대결이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마교 정보단체의 부대주인 암연백이 지어준 무룡 유신의 별호는, 괴룡 사신혁의 별호와 함께 중원에 사룡의 전설을 알리는 시작이 되었다.
* * *
신혁과 인사를 마친 도현도장이 암연백과도 작별 인사를 마치고, 유신과 함께 금미산을 내려갔다.
“흠흠, 괴룡 대협.”
“하하……. 이거 참, 대협이란 말은 적응이 되질 않는군요.”
암연백의 호명에 신혁이 어색한지 볼을 살짝 긁었다.
각종 직책이나 별명 등으로 불려본 적은 많았으나, 지금처럼 오글거리는 별호나 대협이라는 극존칭으로 불린 것은 처음이었기에 뭔가 어색하면서도 난감한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 자주 듣게 되실 겁니다.”
“그렇습니까? 이거 참, 아직은 많이 어색하군요. 한데, 분타주님께서는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습니까?”
“그게……. 흠흠.”
암연백이 어색하게 헛기침을 하자, 뒤에서 대기하던 암영 1호가 재빨리 암연백에게 다가와 푸른색의 상자를 건네주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두 가지 목적으로 대협을 찾아뵈었습니다.”
“두 가지 목적이요?”
자신이 이곳에 온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대체 무슨 용무가 있고 어떤 목적이 있다는 것일까? 신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 첫째는 개인적으로 대협을 흠모하는 마음에 조금이라도 친분을 다질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 싶어 찾아왔습니다.”
암연백의 단도직입적이고 솔직한 말에 신혁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곳에서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은 장점도 있겠지만, 그에 따른 단점도 명확했기에 마냥 좋아하기도 그렇다고 난색을 표하기도 어려웠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남자답고 솔직한 암연백의 태도는 마음에 들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아직 제가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만, 가끔 왕래하며 뵙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습니다.”
신혁의 말에 암연백이 반색했다. 이 정도만 되어도 암연백으로서는 신혁에게 듣고 싶은 말을 충분히 들은 거나 마찬가지였었다.
정체불명의 초고수가 자신과 마도 세력을 적대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인데, 가끔 왕래하며 얼굴을 보자 하니 그로서는 더 바랄 것이 없었다.
“감사합니다. 대협.”
“아닙니다. 그럼 두 번째 목적은 무엇입니까?”
“두 번째는 이것입니다. 받아 주십시오.”
“예?”
신혁이 손사래를 쳤다. 왜 청동현의 현령도 그렇고 자신에게 자꾸 뭔가를 주려고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세상에 대가 없는 친절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어느 정도 친분이나 관계가 있다면 그럴 수도 있겠으나 암연백은 결코 그 정도로 신혁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것이 무엇인지 말씀드리기 전에,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러시죠.”
신혁이 표정에서 거부감이 느껴지자, 암연백이 들고 있던 물건을 다시 암영 1호에게 건네주고는 신혁에게 물음을 건넸다.
“제가 듣기로는 청동현의 현령이 금미산에 머무르실 대협을 위하여. 호패를 만들어드리고, 금미산의 일부를 대협의 영역으로 존중하겠다는 얘기를 전했다는데, 사실이 맞습니까?”
“네, 과분하게도 그런 편의를 봐주셨지요.”
“제가 드리는 것도 그것과 같은 이유로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암연백이 다시 손짓하자 암영 1호가 나는 듯이 달려와 다시금 암연백에게 푸른색의 상자를 건넸다.
“열어보시면 제가 드린 말씀을 헤아리실 수 있을 듯합니다.”
“알겠습니다.”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어쩌랴.
신혁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암연백이 주는 상자를 개봉했다.
상자 안에는 살아 움직이는 듯한 황룡이 수놓아진 검은색의 전낭이 있었다.
“안을 봐주시겠습니까?”
암연백의 말에 따라 전낭을 열어보니, 그 안에는 금화 1개, 은화 10여 개와 함께 조그마한 은패가 들어있었다.
“이건……?”
“이곳에 오신 지 얼마 되지 않으셔서 아마 여비가 전혀 없으실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괴룡께서 신비한 능력을 지니셨다고 해도 생활에 약간의 돈은 필요하실 겁니다. 제게는 아주 적은 돈이고, 대협과 인연을 맺은 것을 기념하는 자그마한 성의니, 부담 갖지 말고 받아 주십시오.”
“하하, 이거 참…….”
“그리고 은패는…….”
신혁이 전낭에 손을 넣어 은패를 꺼내 들었다. 은패의 전면부에는 섬찟한 아수라 상이 조각되어있었고, 하단부에 마교 청해분타라는 글자가 음각되어 있었다.
은패의 뒷면을 살펴보니, 마교의 귀한 손님이니 웬만하면 협조하라는 내용의 간략한 글과 함께 발행인으로 암연백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예. 비록 제가 청동현의 현령님처럼 조정에 권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드린 은패를 소지하시면 최소한 청해 내부에서 마교나 사도의 세력들이 대협을 귀찮게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하신 일이 있으실 때 은패를 보여주시면, 청해 뿐만 아니라 마교의 본산이나 다른 외부 분타에서도 성실히 협조해 드릴 겁니다.”
“이렇게까지 해주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아닙니다. 이건 괴룡 대협을 위해서 한 일이기도 합니다만, 마교와 사도의 무림 동도들을 위해서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철없는 풋내기들이 혹시나 대협께 행패라도 부린다면 그들이 두 발로 걸어 다닐 수나 있겠습니까?”
“이런 귀한 물건을 제가 아무 대가 없이 받아도 되겠습니까?”
신혁의 말에 암연백이 담백하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괴룡께서 저희를, 정확히 말하면 제가 속한 단체를 적대하시지 않는 것만으로도 본교에서 얻은 바가 무척이나 크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전혀 부담 갖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을 해주신다면야……. 알겠습니다.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목적을 달성한 것처럼, 만족스러워 보이는 암연백이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흘렸다.
“하오면 도현도장도 떠났고, 저 역시 용무를 마쳤으니 이 이상 대협의 시간을 뺏을 수는 없겠지요. 저희도 이만 내려가 보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청해분타로 편히 방문해 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살펴 가십시오.”
“예, 대협 그럼.”
도현도장과 달리 암연백은 신혁이 금미산에 머무는 한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가까운 위치에 분타가 있었기에, 미련 없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몸을 돌릴 수 있었다.
“후우……. 어느 정도 일단락된 거 같네. 토리야, 슬슬 들어가 보자.”
[예, 사령관님. 수고 많으셨습니다.]‘루시아는 전투데이터 먼저 취합해서 분석해주고.’
[네, 오라버니. 이미 작업이 진행 중이어요.]* * *
[사령관님께서 귀환하셨습니다.]빅토리노의 안내 음성과 함께 함교의 벽이 좌우로 갈라지며 신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는 어느 정도 테레사함의 생활에 적응을 마친 전조와 윤제가 신혁을 보고는 재빨리 달려와 동시에 부복했다.
“주군을 뵙습니다.”
“몸은 좀 괜찮나?”
“네, 주군.”
“물론입니다.”
전조와 윤제가 신혁의 말 한마디에 살짝 몸을 떨었다.
만나자마자 수하의 안위부터 염려해주는 주군이라니, 중원에서는 익숙지 않은 일이었기에 그들의 태도는 신중했다.
“앞으로는 간단히 목례 정도로 대체하도록 하지.”
“지존을 뵙는데 어찌…….”
신혁의 말을 전조가 조심스럽게 부정했다.
“명령에 토를 다는 건가?”
“죄송합니다.”
얼굴이 빨개지며 사죄하는 전조를 보며 신혁이 피식 미소 지었다.
“일단 일어들 나죠.”
“존명.”
“아직까지 저도 좀 적응이 안 됩니다. 어색하더라도 한 번 하대를 해봤는데, 지금은 역시 이게 편하군요. 서서히 적응될 때까지는 우선 반 존대를 쓰는 걸로 하고. 일단 앉을까요?”
신혁이 먼저 소파에 앉자 전조와 윤제가 신혁의 앞에 기립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예의는 지키되 중원에서의 법도처럼 딱딱하게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불편하니까요.”
“알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주군.”
천생무골인 전조보다 어느 정도 사고방식이 유연한 윤제가 대답과 함께 먼저 신혁의 맞은편에 앉았다.
“앉게나 전조. 주군께서 두 번 말씀하셔야 하겠는가?”
윤제의 말에 전조가 마지못해 그의 옆에 앉았다.
“밖에서 있던 일은 함 내부에서 스크린을 통해 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
“그렇습니다.”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지요?”
“…….”
“…….”
신혁의 장난기 어린 말에 윤제와 전조는 침을 삼켰다.
안 그래도 새로운 주군이 혼자 싸우는 모습을 안에서 구경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할 말을 찾지 못한 윤제와 전조는 땀을 삐질 흘렸다.
“뭐, 저와 유신의 전투를 관전하신 게 두 분께 어느 정도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꺼낸 말이었으니, 너무 그렇게 긴장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제 우리의 계약사항에 대해 조금 의논을 해볼까요?”
위이이이잉~ 삐익 삐익~
신혁이 막 전조와 윤제를 상대로 대화를 시작하려고 할 때, 테레사함의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렸다.
“루시아 보고.”
갑작스러운 경보음에 전조와 윤제가 긴장한 것과 다르게 신혁이 차분히 명령했다.
다급하거나 급할수록 마음을 가라앉히며 냉정해지는 신혁 특유의 성격이 나온 것이다.
[정보컴퓨터 루시아 보고드려요. 크리스탈 님의 아스트랄 파편으로 추정되는 에너지가 탐지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