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220
220화. 현아진 VS 적의령주 (3)
평소에는 공간의 틈새에 보관하던 마령신장이 현아진에 손에서 검은빛을 발했다.
‘제정신인가? 체내의 공력을 가속시키는 마령신장에 저 정도의 엄청난 기를 흘려 넣어?’
마령신장에서 흘러나오는 광폭하고 강대한 공력에 적무강이 전율을 느꼈다. 화경에 이르는 고수가 심기신(心氣身)의 삼위를 극도의 집중력으로 조율하여도 한두 번 사용할 수 있을까 말까 한 것이 마령신장이었다.
“아무리 마교의 교주라지만 너무 무모한 것이 아니오?”
마령신장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기류(氣流)에 적무강이 애써 담담함을 가장하며 물었다.
“무모? 무엇이 무모하단 말이냐.”
“마령신장은 공력의 흐름을 가속시키는 기물. 공력을 증폭시켜주는 굉뢰권갑과는 궤를 달리하는 기물이오. 아무리 그대가 화경에 이른 뛰어난 고수라 할지라도 마령신장으로 인하여 족히 2배 이상 빨라진 공력의 흐름을 어찌 감당하려 하는 게요?”
“계속해 보거라.”
현아진이 재롱을 부리는 아이를 지켜보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적의령주의 말을 거들었다. 그런 현아진의 태도에 기분이 상하는 적무강이었지만, 그는 뼛속까지 무(武)를 추구하는 무인이었다.
“본좌는.”
스스로에게 본좌라는 지존의 칭호를 사용하는 적무강의 기도가 달라졌다.
“그대와의 승부를 무척이나 기대하고 있소. 그러니 마령신장의 효용에 기대어 헛되이 기를 낭비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오. 최선을 다하란 말이외다!”
“사신혁이라면 모를까, 너 따위에게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겠느냐.”
“주룡 주소천 또한 그대 못지 않은 강자였지.”
적무강의 검에 서서히 적의신공(赤衣神功)의 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주룡 주소천에 이어 마룡이라 불리는 당신을 꺾고 사신혁을 넘을 것이오.”
무인의 웅지와 패기를 유감없이 보여준 적무강이 지축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안티 포스 배리어(Anti force barrier).”
현아진의 전신을 감싸는 흑빛의 배리어가 자신 있게 검을 휘두르는 적무강의 강기와 충돌하였다. 8서클의 이르는 안티 포스 배리어는 기사들이 사용하는 마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절대의 방어마법이었다.
서걱!
잘려 나갔다. 검사들의 마나에 절대에 가까운 방어를 자랑하는 안티 포스 배리어가 적의신공(赤衣神功)의 특수한 기공을 버텨내지 못하고 너무도 허무하게 반으로 갈라졌다.
“끝이오, 교주.”
적의신공을 활용한 적무강의 혈황위검식(血皇煒劍式)은 세상의 그 무엇도 자를 수 있는 절대의 검술이었다. 주소천과 투전승불의 주술적인 고리마저 끊어낼 정도의 검술이었으니, 현아진의 배리어 또한 자르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우습구나 미물아.”
촤르르르르륵!
현아진의 명옥보의가 순간적으로 모습을 바꿨다. 부드러운 비단결이 순식간에 사슬과 같이 단단하게 변형되며 현아진의 왼팔을 감쌌고, 명옥보의에 현아진의 변형된 마나가 깃들었다.
“이럴 수가?!”
적무강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었다. 아무리 명옥보의라 할지라도 적의신공이라면 충분히 잘라낼 수 있었다. 그러나 현아진이 무슨 술수를 벌인 것인지 명옥보의의 성질이 변하며 적무강의 검에도 잘려 나가지 않고 그의 검을 멈춰 세웠다.
‘무딘 칼로 응축된 고무를 가르는 것 같구나.’
조금만 시간이 주어진다면 더욱더 적의신공을 집중하여 명옥보의를 끊어낼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현아진은 적무강에게 시간을 주지 않았다. 명옥보의로 감싼 왼팔로 적무강의 검을 잡아놓은 현아진의 마령신장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폭렬마법(爆裂魔法) 마뢰탄(魔雷彈).”
엄청난 속도로 재배열된 현아진의 마나가 마령신장을 통해 이글거리는 탄환으로 만들어져 쏘아졌다. 적무강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오는 현아진의 마탄(魔彈)을 베어내기 위해 다급하게 공력을 불어넣어 명옥보의의 속박에서 검을 회수하여 마탄을 향해 직도양단의 기세로 검을 그었다.
“이런?!”
엄청난 속도로 재배열된 현아진의 마나가 마령신장을 통하여 주먹만 한 크기의 푸른빛으로 이글거리는 탄환을 만들어 쏘아졌고, 적무강이 다급하게 현아진의 마탄(魔彈)을 베어내기 위해 다급하게 공력을 불어넣어 명옥보의 속박에서 검을 빼내 휘둘렀다.
퍼어어어엉!
“크윽, 닿기 전에 폭발하다니?!”
엄청난 폭발력이었다. 다급하게 검막을 펼치고 호신강기를 극한으로 끌어올렸지만, 현아진의 강력한 마나의 폭발은 적무강의 기혈을 뒤흔들기에 충분하였다.
“퉷.”
폭발의 여파로 현아진에게서 멀어진 적무강이 응혈을 풀며 목구멍을 타고 올라온 어혈의 덩어리들을 뱉어냈고, 검을 앞으로 겨누며 전의를 불태웠다.
‘세 번. 길어야 세 번이다. 아무리 기의 수발이 자유로운 초고수라해도 결코 마령신장을 세 번 이상 사용할 수는 없다. 그건 지존이라면 모를까 현의령주님이라 해도 불가능하다.’
적무강의 신형이 용수철처럼 튕기며 다시 허공을 갈라 순식간에 현아진의 앞에 도달하였다.
‘쉴 틈을 주면 안 된다. 속도로 몰아붙여 현아진이 마령신장을 사용하게 하여야한다. 노리는 것은 현아진의 자멸!’
마령신장(魔靈神杖). 악마의 영혼이 깃든 신의 지팡이. 그 옛날 혼원신교에서 붙인 이름이었다. 신에 가까운 엄청난 위력을 보여주지만, 그것을 위해 시전자의 영혼을 뽑아내듯이 공력을 고갈시키고 주화입마에 이르게 만드는 마병(魔兵). 그것이 사신문의 전신인 혼원신교의 교인들이 내린 마령신장의 정의였다.
“속도에 자신이 있는 듯하구나.”
직선으로 쏘아지며 공간을 단축하듯이 쇄도한 적무강을 비웃으며 현아진의 신형이 순간적으로 일렁거렸고, 적무강의 검이 정확히 현아진의 허리를 두 동강으로 갈랐다.
“베었……다?”
시각적으로는 분명히 현아진의 허리를 반으로 갈랐다. 그런데 촉각적인 느낌이 전혀 없었다. 마치 검이 닿는 순간에 순간적으로 사라졌다가 검이 지나간 뒤에 다시 나타난 것처럼 보이는 신묘한 수법이었다.
“마교의 부신수형에 이런 오묘한 한 수가 있었소이까?”
적무강의 아쉬움과 감탄이 뒤섞인 목소리로 현아진에게 물었다.
“부신수형? 미물들이 사용하는 하찮은 기술을 감히 나의 마법에 비교하는 거이냐?”
“무공을 우습게 보지 마시오. 그대와 주룡은 수법이 오히려 사술이 아니외까!”
적무강의 검이 꿈틀거리는가 싶더니 그의 신형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움직이며 현아진의 심장을 찔렀으나, 조금 전과 같이 현아진의 몸이 일렁거렸고, 적무강은 검과 함께 허무하게 그녀의 잔상과 같은 실체를 관통할 뿐이었다.
‘대체 어떻게 움직인 거지? 검이 닿는 그 순간까지 분명히 검에 현아진의 기파가 닿아있었다.’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지만, 적무강은 현아진의 마법을, 정확히는 공간을 랜덤하게 이동할 수 있는 블링크를 이해할 수 없었다.
‘사술인가?’
과거에 현아진이 주소천이나 유신을 상대할 때 펼쳐진 블링크였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마령신장의 효용으로 인하여 더욱더 발동이 빨라진 블링크의 효과는 정말 마법(魔法) 그 자체였다.
“호호호, 가속력과 돌진력은 쓸만하구나, 그렇다면 공중에서는 어떨까?”
현아진의 신형이 다시 한번 공중에서 일렁거렸다.
“화염마법(火炎魔法) 청염구(靑炎球)!”
어느새 일렁이듯이 사라진 현아진의 신형이 적무강의 좌측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마령신장에서 푸른색의 불꽃으로 이글거리는 조그마한 구체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발사되었다.
파이어볼을 변형한 현아진의 독문마법이었다.
“큭.”
적무강이 다급하게 고개를 뒤로 젖히며 현아진의 화염구를 피했다. 아주 살짝 스쳐 지나간 화염의 구가 뿜어낸 고열에 적무강의 앞머리에 불이 붙었고, 적무강은 다급히 공력을 일으켜 불꽃을 꺼트렸다.
파아아아앗!
현아진의 마령신장이 붉은색의 이글거리는 불꽃의 기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두 번째.’
적무강이 눈이 현아진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되었고, 그의 손은 검병을 굳게 쥐었다.
“화염마법(火炎魔法), 속성마력 증폭.”
당장이라도 수십 개의 화염구를 퍼부을 것 같았던 예상과 달리 현아진은 움직이지 않았고, 더욱더 마나를 집중하였다.
“헬파이어(Hell fire)!”
“이런!”
실수였다, 이토록 강력한 장력을 구사하도록 공력을 모을 시간을 주는 것이 아니었다.
‘피할 수 없다.’
현아진의 장력은 이화태양궁주가 자랑하는 극양의 무공마저 아득히 초월할 정도의 열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혈황위검식(血皇煒劍式).
혈검참일(血劍斬日).
검으로 태양마저 갈라낸다는 일격필살의 초식이 적무강의 손에서 펼쳐졌다. 현아진의 헬파이어는 태양에 비견될 정도의 열기를 뿜어내는 고온 고압의 구체였으나, 적의신공에 의하여 강화된 적무강의 검초는 다행히 그의 의도대로 현아진의 헬파이어를 가를 수 있었다.
“후우우우~”
갑작스럽게 적의신공을 끌어올린 덕에 기혈이 들끓는 것을 느낀 적무강이 복식호흡을 통하여 임시방편이나마 끓어오르는 기혈을 진정시켰다.
-패턴 레드, 적월.
Sword Pattern Red.
적월(赤月).
순간적으로 현아진의 머릿속에서 사신혁의 소드 패턴 레드의 검술과 적무강의 적의신공을 이용한 혈황위검식이 겹쳐져 보였다.
“아니, 아니야. 사신혁의 붉은 마나에는 미치지 못해. 그놈이었다면 헬파이어와 함께 공간 자체가 갈라졌을 거야.”
“지금 내 무공이 괴룡에 못하다는 말이오?”
“스스로가 잘 알지 않느냐. 사신혁은 물론이고 너는 주소천에게도 미치지 못한다.”
현아진의 비웃음에 적무강이 자존심이 여지없이 구겨졌다.
“받아보아라.”
다시 한번 마령신장에 빛이 어렸고, 이번에는 무지개와 같은 영롱한 빛깔의 여러 색이 뒤섞여 있었다.
‘마지막 세 번째. 이것만 받아내면 나의 승리다.’
적무강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현아진의 마령신장이 적무강을 겨눴고, 그녀의 고운 입술이 차갑게 벌어졌다.
“인피니티 매직 미사일 (Infinity magic missile).”
“이런 미친?!”
수백, 아니 수천 발에 가까운 검기(劍氣)급의 무수한 기의 덩어리들이 허공을 수놓았다.
“자를 수 있으면 잘라 보거라.”
현아진의 조소가 사악하게 울려 퍼졌다.
‘어찌 인간이 이토록 막대한 공력을 소모하고도 전혀 지쳐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무수하게 빛나며 하늘을 수놓는 밤하늘의 별처럼 허공을 가득 메운 현아진의 매직미사일의 위용에 적무강이 말을 잃었다.
‘사술? 그래, 사술이겠지. 저 빛나는 막대기와 같은 것 하나하나가 검기와 같은 기공체(氣功體)라는 건 말도 되지 않는다.’
적무강이 조심스럽게 몸을 웅크리며 호신강기를 끌어올렸다.
“죽어라 미물아.”
현아진의 모욕적인 언사가 공격의 시작신호였다.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하늘의 별이 유성우가 되어 지상에 떨어지는 것처럼 수천 발의 매직미사일이 전방위에서 적무강을 향해 날아들었다.
“하앗!”
적무강이 검을 역수로 잡고는 검을 쥔 오른손으로는 권공(拳功)을, 왼손으로는 넓게 퍼져나가는 장공(掌功)을 펼치며 쏟아지는 매직 미사일의 파도에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