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231
231화. 호사다마 (8)
“무량수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유신은 마음을 다스리고자 도호를 읊었다. 무당파의 가장 큰 속가문파이자 장문인에게 직접 사사 받은 주장우가 있는 태천문이 대체 왜 무당의 뜻을 거스르려 한단 말인가.
“빈도가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도사의 신분으로 정신수양에 힘을 써온 유신이지만 지금 상황에 화가 나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이었다.
“무당의 속가제자인 태천문이 무당에게 칼을 겨누는 것에 대하여 후회는 없습니까? 지금이라도 용서를 구한다면…….”
“지금도 거들먹거리며 용서를 구하라니, 누가 무당파 제자 아니랄까 봐 곧 죽어도 자존심을 세우는구나. 더 볼 것도 없다, 애들아!”
“예, 총관님.”
태천문의 이인자인 주위연이 무당의 마지막 배려를 걷어차며 단호하게 말했다.
“쳐라! 모조리 때려죽여라.”
“존명!”
명백한 적의를 드러내는 태천문도들이 유신과 서문세가의 무사들을 둥글게 포위하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흐흐, 사실 우리에겐 무당이니 서문세가니 거들먹거리는 정파의 재수 없는 놈들일 뿐이었지.”
“맞는 말이야. 문주님이 비록 무당의 속가제자이긴 하나,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인가.”
“그만들 입 닫고, 시작하도록 하지. 문주님께서 기다리실 테니까.”
태천문의 문도들 중 유달리 키가 큰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그대로 유신을 향해 화살처럼 몸을 날렸다.
“하아압!”
최속으로 유신에게 다가간 사내가 무릎을 펼치며 유신의 관자놀이를 노렸다.
빠각!
언제 검을 들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검을 들고 있었던 것처럼 유신의 손에는 의천검이 들려있었고, 사내의 정강이는 의천검의 손잡이에 막히며 그대로 뼈가 부러져버렸다.
“으아아아악!”
사내의 처절한 비명 소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유신은 정강이뼈가 부러진 사내의 복부를 가볍게 걷어차 멀리 날려버렸다. 사내가 전투에 휩쓸려 해를 입지 않게 하기 위한 유신의 배려였지만, 태천문의 입장에서는 잔혹한 손속으로 보였다.
‘한명 한명이 절정고수에 육박하는 무위를 뽐내고 있다. 대체 태천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무룡 유신이라도 혼자서는 무리다.’
“도사님, 저희도 돕겠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서문세가의 무사들을 추스리며 서문우가 유신에게 말했다.
“아니요, 움직이지 마십시오. 이는 무당과 태천문의 일, 제 손으로 해결하겠습니다. 결코 저들은 서문세가의 무사들을 해치지 못할 겁니다.”
화경의 고수인 유신과 힘을 합친다면 이 위기를 넘길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유신의 대답은 부정이었다.
“그게 대체…….”
“지켜보시면 됩니다. 무당은 허언을 하지 않습니다.”
전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강해졌다. 다만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지 못할 뿐이었지만 스스로의 무공에 확신이 있었다.
무룡식(武龍式) 태극현천강기(太極現天剛氣) 응용기(應用技).
자전(自塼) 태극벽강(太極霹剛).
무당의 오른손에 태극의 강기가 용솟음치듯이 뿜어져 나왔다. 순식간에 수십, 수백의 강기가 구현되어 태극의 문양을 이루는 그 모습은 일대 장관이었다.
“물러서라, 서문세가를 먼저 노리도록!”
척 보기에도 엄청난 공력을 방출하는 유신에 기세에 주위연이 다급하게 수하들에게 지시하였다. 화경의 고수가 전력을 다해야 보여줄 수 있을 것만 같은 무시무시한 기의 파동이었기에, 유신이 비장의 절초를 시전한다 판단하였고 정면으로 유신과 부딪힐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역시 아직 어리구나 유신. 무룡이라는 놈이 화가 난다고 처음부터 최대치의 공력을 쏟아붓다니. 무룡 유신이 죽는다면 무룡의 이름은 태천문의 문주 주장우의 차지가 될 것이다.’
주위연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다들 피해!”
“들었겠지? 맞설 필요 없다. 기회를 보아 서문세가를 먼저 정리한다.”
태천문의 무사들이 주위연의 말대로 유신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서문우를 위시한 서문세가의 무사들을 노렸고, 그 순간 급격하게 증폭된 태극의 강기가 유신의 손을 따라 움직였다.
콰콰콰콰콰콰~!
“끄아아악!”
“으아아악!”
대지를 가르고 허공을 찢으며 방출된 유신의 강기는 평소의 태극벽강처럼 보였지만 조금 달랐다.
“뭐, 뭐야?!”
“당황하지 마라! 총관님의 명을 이행하라!”
유신의 자전(自塼) 태극벽강(太極霹剛)이 태천문의 문도들을 추풍낙엽처럼 날려버리며 나아가 멈춘 곳은 바로 서문세가의 무인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강기가 성벽처럼……?”
태천문도들 수십 명이 유신이 공격으로 인하여 쓰러졌지만 남은 무인들은 당황하지 않고, 서문세가의 무인들을 공격하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유신의 태극벽강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태천문도들과 서문세가 무인들의 사이로 파고들어 스스로 회전하며 단단한 성벽과도 같은 태극의 강기벽을 형성하였다.
“크으으윽!”
“미, 미친. 어떻게 강기가 소멸하지 않고, 점점 강해지는 것 같지?”
태천신공(太天神功)의 강기를 가득 담은 공격들이 유신의 강기벽을 뚫지 못하고 튕겨 나왔고, 개중에 공력이 약한 자들은 반탄력을 이기지 못하고 피를 뿜고 쓰러지거나 팔다리가 부러졌다.
“이것이 절대사룡의 일좌 무룡(武龍) 유신…….”
서문세가의 무인들이 유신의 한 수에 감탄하며 말을 잃었다. 강호의 무인들이 꿈꾸는 강기봉의 최고경지를 넘어선 새로운 경지였다.
“태천문의 총관, 주위연.”
유신이 검을 들어 올렸다.
“정파의 기강을 어지럽히고, 무당의 속가문파로서 무공을 사사받았음에도 그 무공으로 도리어 사문에 위해를 가하는 태천문을 이 자리에서 지워버릴 생각이었습니다.”
검을 뽑나 싶었던 유신이 어느새 검을 거두며 주먹을 쥐며 말을 이었다.
“그러나 그대들의 단죄는 나의 사형이자 무당의 장문인인 청현진인께서 정하셔야 하는 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야! 우린 더 이상 무당의 제자가 아니다!”
비록 유신의 놀라운 한 수에 당황한 주위연이었지만 아직까지도 태천문도들의 상당수는 건재하였고, 유신 한 명을 어쩌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강했다.
“후에, 무당을 찾아 장문인께 죄를 청하십시오!”
어느새 태극권의 기수식을 취한 유신의 몸이 먹이를 노리는 범처럼 움직였다.
“쳐라! 아무리 무룡이라도 검조차 뽑지 않은 놈에게 권각술을 장기로 하는 본문이 패할 리가 없다!”
주위연의 말대로 태천문은 대대로 권각술을 주 무공으로 삼아온 문파였다. 대대로 태천문의 문주들은 무당의 속가제자로 무당 본산에서 수련을 받았으며 태극권과 무극권을 달인의 수준까지 수련하기로 유명하였다.
태극천류각(太極天流脚).
태천문의 권각술에 무당의 깨달음을 더하여 만들어진 태천문의 독문무공이었고, 능히 강호의 일절로 불릴만한 무공이었다.
“이야아압!”
“흐아아압!”
태천문도들의 발에 강기가 어리며 태극천류각의 절초들이 펼쳐졌다.
“뿌리에서 뻗어나간 가지가 열매를 맺었다 한들, 그 열매의 본질은 뿌리에 있음을 왜 모르십니까.”
엄청난 강기의 세례 속에서도 유신은 동요하지 않았다.
태극권(太極拳) 제1초.
자연태극(自然太極).
모든 무당무공은 두 가지의 무공을 근원으로 둔다. 바로 태극검(太極劍)과 태극권(太極拳)이 그것이었다.
“흥, 겨우 태극권? 광오하구나 무룡이여. 본문의 무사 중 태극권을 익히지 아니한 자가 어디 있더냐.”
주위연이 코웃음을 쳤다. 태극권과 태극검은 무당의 입문무공으로 강호에 모르는 자가 없는 유명한 무공이었고, 무당의 속가제자라면 누구나 익힐 수 있는 무공이었다. 태천문의 무인들 또한 무당에서 직접 사사받지는 못하였지만 태천문의 입문무공으로 꽤나 열심히 수련하였다.
“태극천류각은 무당의 기초무공인 태극권을 더욱 발전시킨 상승의 무공! 두려워하지 마라!”
주위연의 말에 용기백배한 태천문의 무인들이 어지럽게 손발을 움직였지만, 그들의 손발은 유신의 옷깃조차 스치지 못했다. 그야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분명히 공격이 적중한 것 같았지만 유신은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수십, 수백 개의 공격을 모조리 피하였고, 어느 순간 반격을 시작했다.
“저, 정말 대단하다! 후발제인(後發制人)과 유능제강(柔能制剛)의 극치를 보여주는구나. 저것이 무당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진정한 태극의 권이구나.”
서문우의 말대로였다. 지금 유신의 움직임은 정말로 놀라웠다. 태극권의 강한 공격은 흘리고 되치는 여덟 가지의 식으로 이루어진 지극히 기본적인 동작이었다. 헌데, 유신은 그 식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강호일절로 불리는 태극천류각을 완벽하게 무력화시키고 있었다.
“움직임을 막아라, 몸을 던져서 발이라도 잡으란 말이다!”
“늦었습니다.”
태극권(太極拳) 제2초.
뇌공태극(雷功太極)
유신의 양손에 진기가 어렸다. 그리고 번개처럼 두 손에서 권강(拳剛)이 쏘아졌다.
“어찌 유신도사님의 강기에 뇌기(雷氣)가……?!”
태극권의 뇌공태극은 그저 번개처럼 빠르게 상대를 공격하는 것을 형상화한 초식이었다. 그러나 공령의 경지에 접어들며 자연의 기를 운용할 수 있게 된 유신의 초식에 자연스럽게 실제 자연의 뇌기가 담겼다.
“미, 미친?!”
“뇌공태극에 실제로 뇌기가?!”
태천문도들을 덮친 뇌공태극의 강기가 작렬하였고, 엄청난 뇌기가 전율스러운 위력으로 태천문도들을 덮쳤다.
“으아아아악!”
“어어억!”
이번 한수로 태천문도들의 삼 분의 일이 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며 그 자리에서 거품을 물고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이, 인간의 무공이 아니다.’
유신은 물론이고 서문세가의 잔당들을 일거에 쓸어버리고 주장우와 합류하여 서문세가를 접수하려던 태천문의 계획은 완전히 물거품이 되었다.
주위연의 눈에는 더 이상 유신이 도사로, 아니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 맨몸으로 서 있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된 이상…….”
주위연의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비록 수련을 통하여 얻은 힘은 아니었지만, 태천문의 문도들은 태천신공에 힘입어 단기간에 절정고수에 육박하는 내공과 신체 강도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으아아아아악!”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비명과 함께 주위연의 눈에 푸른색의 귀화가 어렸다. 주위연의 머리카락이 하늘로 솟구치듯이 솟아올랐고, 몸에서는 푸른 강기가 이글거렸다.
“태천문의 무공 중에 저런 것이 있었나?”
유신의 무공에 혀를 내두르던 서문우가 갑작스럽게 엄청난 기세를 뿜어내는 주위연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참으로 대단한 기세구나. 헌데…….”
지금 보여주는 주위연의 기세는 절정고수의 범주를 완벽하게 초월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초절정고수라 불리는 화경의 고수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웅장한 기였지만, 무언가 부족하면서도 지나치게 넘쳐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