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233
233화. 호사다마 (10)
“이런?!”
서문영호가 눈에 띄게 당황하며 몸을 틀었다.
“이익, 여기서 변초라니!”
서문영호는 물론이고 대결을 지켜보던 공오대사마저도 강렬한 발차기를 예상하였지만, 주장우가 공격의 포문을 연 것은 발이 아닌 손이었다.
“하앗!”
무당의 태극보(太極步)를 밟으며 서문영호의 검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한 주장우의 양손이 서문영호의 얼굴을 노렸다. 더없이 가벼운 손놀림이었지만, 그의 손에 씐 옅은 수강(手剛)은 무척이나 위험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치잇, 이놈이 얕은수를…….”
서문영호가 다급하게 검병을 들어 올려 얼굴을 방어하였지만, 그것이 오히려 자신의 시야를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또 속으셨군요.”
주장우는 서문영호의 얼굴을 노리던 수강의 기운을 거둬들이고 그대로 서문영호의 발등을 밟았다.
“끄윽!”
발등을 밟힌 서문영호의 몸이 잠시지만 앞으로 쏠렸고, 그 순간을 이용하여 주장우의 오른손이 서문영호의 가슴을 노렸다.
퍼어억!
“으으으으…….”
가까스로 팔을 내려 주장우의 권을 방어해낸 서문영호의 몸이 다시금 흔들렸다.
‘이대로는 안된다. 놈을 떨쳐내고 검격을 펼칠 수 있는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서문영호가 무너져가는 자세를 바로잡으며 오른손에 힘을 주어 검을 휘둘렀지만 주장우는 서문영호의 발등을 밟고 있던 오른발을 떼어내며 순간적으로 그의 중심축을 흔들었고, 그대로 검의 칼날받이를 밀어내며 검로를 바꿔버렸다.
“크윽!”
서문영호가 대경하며 중심을 잡으려 하였지만, 어느새 다시 한번 뻗어진 주장우의 주먹이 서문영호의 오른쪽 어깨를 강타하였고, 그대로 몸을 회전시킨 주장우가 화려한 뒤돌려차기로 서문영호의 팔꿈치를 가격하였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머리를 부숴놓겠습니다.”
어깨와 팔꿈치에 연이어 이어진 타격에 검을 놓쳐버린 서문영호의 왼쪽 어깨에 어느새 주장우의 왼발이 걸쳐졌고, 조용하면서도 살벌한 경고가 서문영호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졌다.”
서문영호가 비참한 표정으로 양팔을 축 늘어뜨렸다.
“아미타불, 승부는 가려졌습니다. 물러서십시오 주장우 시주.”
“물론입니다 대사.”
시원스럽게 대답한 주장우가 서문영호의 어깨에서 발을 내리면서 순간적으로 서문영호의 주요 혈도를 짚었다. 무림의 맹주이자 소림의 방장인 공정대사 다음가는 배분과 명성을 자랑하는 공오대사를 앞에 두고서 설마 이런 짓을 벌일 줄은 서문영호도 공오대사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게 무슨 짓이오 주장우 시주! 그대의 눈에는 소승이 보이지 않소이까?”
“보입니다 대사. 아주 잘 보입니다.”
“당장 서문가주님의 혈도를 풀고 물러서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물론, 계산이 끝난 다음에 말입니다.”
공오대사를 향해 이죽거린 주장우가 서문가주의 사혈을 잡고서 말을 이었다.
“대 태천문의 주인인 제가 정당한 비무 도중 불의의 사고로 명을 달리하신 서문세가 소가주님의 목을 서문세가로 정중하게 보내드렸음에도, 서문세가에서는 가문의 힘을 과신하여 태천문에 명분 없는 싸움을 걸어왔습니다.”
“…….”
“아미타불…….”
주장우의 말에 서문영호는 벙어리처럼 입을 닫았고, 공오대사는 분기를 억누르기 위하여 불호를 읊었다. 정파니, 사파니 나눠도 결국 무림은 힘이 정의를 증명하는 철혈의 세계였고, 태천문의 주장우는 자신의 힘으로 정의를 관철시킨 것이었다.
“해서, 서문세가는 저와 태천문에 입힌 피해를 보상하기를 바랍니다. 여기 강호의 명숙이자 정도맹주님의 사제이신 공오대사께서 계시니, 서문세가의 가주님께서 피해보상에 대한 약조만 해주신다면 여기서 물러나겠습니다. 하지만 제 뜻을 받아들이시지 않는다면…….”
주장우가 의도적으로 말끝을 흐렸다.
“서문세가는 강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겠지요.”
강호 오대세가에 비견되는 호북의 서문세가를 지워버리겠다는 광오한 말을 내뱉는 주장우의 눈동자는 확신에 차 있었다.
“왜, 제가 못 할 것 같습니까?”
“태천문주께서는 정녕 소림과 척을 지시려는 것이오?”
비무를 지켜보았고, 승패에 대한 공증을 해준 공오대사가 주장우의 광오함에 일침을 놓았다. 태천문과 주장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공오대사의 기준으로 볼 때, 태천문과 주장우는 소림과 정도맹이 용인할 수 있는 선을 넘은 것이었다.
“소림이라…….”
주장우가 비릿한 미소를 입에 걸었다.
“어찌 무.당.파의 속가제자로서 소림과 척을 지겠습니까. 하하하하하하.”
교묘한 언변으로 소림과 쌍벽을 이루는 무당파를 언급하며 은근하게 공오대사를 협박하는 주장우였다.
“주 시주, 지금 뭐라고 하셨소?”
“못 들으셨습니까 대사? 저는 지금 서문가주님을 핍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승자로서 아량을, 은혜를 베풀고 있는 것입니다.”
“은혜?”
“그렇습니다. 지금 태천문을 공격하는 서문세가의 무사들이 어떻게 됐을 것 같습니까? 그들이 과연 본문을 점령하였을 것 같습니까?”
“아미타불…….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오?”
공오대사가 염주를 굴리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주장우에게 물었다.
“내기해도 좋습니다. 본문을 공격한 서문세가의 무사들은 무사하지 못할 겁니다. 아, 특별히 아량을 베풀어 서문우는 살려두라고 미리 제자들에게 명을 내려두었으니 두 분 선배님들께서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주장우가 서문영호를 꺾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면, 거짓말이나 가당치도 않은 협박으로 받아들였을 테지만 지금은 주장우의 무공을 견식한 뒤였기에 결코 협박으로 들리지 않았다.
“그 말이…… 사실이오?”
주장우에게 사혈이 잡힌 서문영호가 고개를 떨구며 참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물론입니다 서문가주님.”
주장우가 고개를 떨군 서문영호의 모습이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지 어깨를 으쓱하고서는 말을 이었다.
“제 명예를 걸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서문가주님은 저와의 비무에 패배하여 이렇게 제압되셨고, 서문세가 전력의 절반은 부서졌을 겁니다. 그리고 태천문의 피해는 아주 경미하겠지요.”
“우리 서문세가에…… 바라는 것이 무엇이오?”
아들을 죽인 원수를 응징하기는커녕 그에게 사로잡혔고, 아들만큼이나 아끼던 서문세가 가솔들이 태천문에 목숨을 잃었다는 말까지 들었다. 그 비참함을 이루 말할 수 없었기에 서문영호가 피눈물을 쏟으며 힘겹게 주장우에게 물었다.
“뭐, 별것 아닙니다. 태천문을 도발한 것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약간의 피해보상 그리고 서문세가의 자숙이면 충분합니다.”
“……정확히 어느 정도의 보상을 말하는 것이며 자숙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오?”
소가주를 죽인 원수 놈에게 패배하고, 복수에 실패한 대가로 공식적으로 사과까지 한다면 강호에서 서문세가의 명예가 땅에 떨어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서문세가는 10년간 봉문하십시오. 10년간 가솔들의 생계를 영위하기 위하여 서문세가가 보유한 사업체에 1할만을 남기고 9할을 태천문에 넘겨주십시오. 10년의 봉문이 끝난 뒤, 사업체의 3할은 돌려드리겠습니다.”
“주장우 시주!”
주장우의 의도는 확실했다. 호북에서 무당파에 비견될 정도로 강대한 힘을 자랑한 서문세가의 자리를 태천문이 차지하고 서문세가를 완전히 몰락시키겠다는 저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닌가.
“그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오!”
제삼자인 공오대사가 보기에도 치욕적이고 무리한 조건이었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서문영호를 대신하여 분노에 찬 목소리로 주장우에게 소리쳤다.
“저런, 공오대사님께서는 공증인일 뿐입니다. 결정은 서문세가주님이 하셔야겠지요. 아니면 서문세가와 태천문의 명운을 걸고 다시 한번 도전해보시겠습니까”
“아니오……. 태천문주의 아량에 감사드리오.”
결국 서문영호가 주장우에게 완전히 굴복하였다. 아무리 화가 나고 명예가 중요하다지만 일단은 세가의 생존이 먼저였다. 만약 서문세가가 소림사나 무당파와 같은 강호의 문파였다면 멸문을 각오하고 자존심을 지킬 수도 있었지만, 세가는 문파와 달랐다.
“좋은 선택입니다.”
주장우가 서문영호의 혈도를 풀어주었고, 넋이 나간 듯한 서문영호를 공오대사가 재빨리 다가와 부축하였다.
“그럼, 빠른 시일 내에 서문세가로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무량수불.”
승자의 권리를 남용에 가깝게 휘두르며 기쁨을 만끽하던 주장우의 귓가에 차가운 도호가 들려왔다.
“서문세가로 사람을 보낼 필요는 없습니다.”
주장우가 몸을 돌려 정중하게 포권하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유신 사숙. 무당의 속가제자 주장우가 차기 무당제일검 유신 사숙께 인사 올립니다.”
더없이 정중한 인사였다.
‘뜻밖이구나. 무당에서 장로급을 파견한다고 하기에 도현도장이나 수현도장이 올 줄 알았건만 무룡 유신이라니.’
고개를 숙인 주장우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걸렸다.
‘아니, 오히려 잘 되었다. 서문세가의 힘을 흡수한 지금, 호북에서 무당마저 제칠 수 있다면, 아니 무당파와 대등하게 어깨를 나란히 할 수만 있어도 태천문이 구파일방에 드는 것도 결코 꿈이 아니다. 과연 그분의 말씀은 틀린 것이 없구나.’
호북의 명산인 무당산의 끝자락에 몸을 숨기고 불철주야 수련에 매진하던 주장우는 기연을 얻어 자신을 강호의 전대고수라 밝힌 의문의 고수에게 태천신공을 전수 받았다. 물론 처음에는 의심이 가득했고, 사문인 무당을 배신할 생각이 전혀 없던 주장우였지만 태천신공의 놀라운 공능으로 정체되었던 무공이 급성장하였고, 의문의 고수는 태천문이 호북을 넘어 강호의 명문으로 이름을 날릴 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주었다.
‘그분의 말대로야. 무룡이 나타난 것은 그분의 예측과는 조금 다르지만, 호사다마라 하였다. 서문세가주를 꺾은 내가 만약 무룡 유신마저 꺾을 수 있다면…….’
유신을 향해 서서히 고개를 드는 주장우의 눈에 강렬한 욕망과 야망의 불꽃이 드리워졌다.
‘태천문의 주장우라는 이름이 절대사룡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장우 소협.”
주장우의 생각을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는지, 유신이 주장우의 인사에 답례조차 하지 않고 나직한 목소리를 주장우를 불렀다.
“예.”
그리고 이어지는 유신의 말은 주장우에 가슴에 분노를 지폈다.
“소협은 무당파 장문진인의 속가제자임에도 불구하고 의로써 협을 행하지 아니하고, 사이한 사공을 익혀 무당의 이름을 더럽혔으니 무당의 이름으로 그대의 무공과 태천문의 모든 것을 거두겠습니다.”
“……유신 사숙.”
“유신이라 부르십시오. 빈도는 소협의 사숙이 아닙니다.”
냉정하게 주장우에게 선을 긋는 유신의 태도에 서문영호와 공오대사의 눈빛이 묘하게 변했다.
‘대사, 무룡이 나타난 시기가 너무도 이상합니다. 왜 하필 지금…….’
‘아미타불, 조금만 지켜보시지요. 무룡과 태천문주의 대화를 다 듣고 움직여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소림은 서문세가의 어려움을 외면치 않을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유신의 차가운 대답에 처음에는 당황한 듯한 주장우가 서문영호에게 보여줬던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걸며 유신에게 말했다.
“그러지. 유신이라고 했나?”
주장우가 당당하게 유신을 마주하며 선언하였다.
“네 처벌은 거절하겠다. 태천문은 무당의 뜻을 따르지 않겠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