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244
244화. 호사다마 (21)
공오대사의 말에 모두가 경악하며 유신을 바라보았다. 명백한 증거가 나온 것이었다. 맹주부내의 무인들 또한 유신의 검에서 흘러나오는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기 때문이었다.
“이건?!”
물론 가장 당황한 것은 유신과 강현도장이었다.
‘부맹주 백요진! 네가 배후였구나.’
맹주부에서 유신의 검에 손을 댄 것은 백요진뿐이었고, 그가 검을 등 뒤로 숨길 때 유신이 느꼈던 태천신공과 비슷한 기운은 착각이 아니었다. 이제야 이 모든 사건을 주도한 흉수가 누군지 알 수 있었던 유신이었지만, 청천대협이라 불리는 공명정대한 백요진이 왜 이런 짓을 벌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맹주님, 이 악적을 처단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무당파를 조사하여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맹주님.”
공오대사의 말에 제갈첨이 동조하며 나섰고, 이제 여론은 무당파와 유신을 태천문과 서문세가를 멸문시킨 흉수로 단정 짓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오해입니다! 무당은 결코 저런 사공을 익히지 않습니다. 원시천존을 모시는 도문에서 어찌 저런 사공을 익히겠습니까?”
강현도장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공오대사와 제갈첨의 말을 반박하였다.
“강현 장로. 그대의 말대로 무당은 저런 사공을 익히는 문파는 아니겠지. 하지만 무룡이 스스로 창안한 무공이거나 누군가에게 배운 무공일 수도 있지 않겠소?
“무슨 말씀이십니까 부맹주님. 유신이 누구에게 무공을 배웠다는 말입니까?”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소. 하지만, 만약 그런 게 가능한 사람이 있다면 괴룡 사신혁이라면 어떨까 싶지만 이건 추측일 뿐이니 더는 말하지 않겠소.”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 몰리자 유신은 오히려 정신이 맑아졌다. 그리고 백요진의 말에서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었다.
‘강현 사형, 제 실수로 인하여 사문에 누를 끼쳤습니다. 하나, 이 상황을 수습할 방법이 있습니다. 부디 저를 믿어주시고, 며칠만 기다려주십시오. 늦어도 일주일을 넘기진 않을 것입니다.’
갑작스럽게 들려온 유신의 어기전성에 당황한 강현도장이었지만, 이내 유신에 대한 신뢰에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걱정 말게 사제. 내 어찌 사제를 의심하겠는가.’
‘감사합니다 사형. 여기서 어떤 변명을 한들 상황을 뒤집을 수는 없습니다.’
‘어찌하려는 겐가?’
‘괴룡 사신혁, 그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는 중원인과는 궤를 달리하는 신묘함을 가지고 있고 언젠가 곤란한 일이 있으면 자신을 찾으라 하였으니, 결코 제 위기를 외면하진 않을 것입니다.’
‘그래, 알겠네. 이 우형이 어제 했던 말을 기억하는가?’
유신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에 하나, 사제가 위험해진다면 무당의 명예, 사문에 대한 걱정, 이런 것은 모두 집어던지고 몸을 피하게. 이는 충고가 아닌 사형으로서의 명령이네.
유신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고자 어제의 일을 상기시키는 강현도장의 배려였다.
‘지금쯤 장문 사형이 맹으로 달려오고 있을 테니 내 걱정일랑 말고 사제의 뜻대로 하시게.’
“맹주님.”
오대세가의 장로들이 당장이라도 손을 쓸 것 같은 상황에서 유신이 달관한 것 같은 얼굴로 공정대사에게 말했다.
“지금 나온 정황과 증거를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신중하지 못한 제 잘못도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짓지도 않은 죄를 인정하며 사문에까지 누를 끼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부디 빈도가 결백을 증명할 수 있도록 며칠의 말미를 주셨으면 합니다.”
“아미타불.”
공정대사가 불호를 읊으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불가하네, 무룡은 스스로의 죄를 인정하고 맹의 판결을 받아야 할 것이야. 그게 마땅하고 옳은 일일세.”
“죄송합니다 맹주님. 부디 용서하십시오.”
유신의 눈빛이 변했다. 그리고 백요진 역시 유신의 기세가 달라졌음을 느꼈다.
“경거망동하지 말아라 무룡.”
“이 빚은 잊지 않겠습니다, 백요진 부맹주.”
그 말을 끝으로 유신의 몸이 허공에 살짝 떠오르며 놀라운 속도로 움직였고, 어느새 손을 썼는지 맹주부의 문을 박살 내고선 화살처럼 맹주부를 벗어났다.
“쫓아라!”
제갈첨이 공력을 담아 큰소리로 외쳤고,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공정대사와 백요진의 몸이 잔상이 남을 만큼 빠르게 유신의 뒤를 쫓았다.
“우리도 갑시다!”
오대세가의 장로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군사인 제갈첨마저 앞뒤 가리지 않고 유신의 뒤를 쫓기 위해 몸을 날렸고, 강현도장이 다급하게 그 뒤를 쫓았다.
“무당의 제자들은 대 칠성검진을 펼쳐 유신을 보호하라!”
한 손이 열손을 막을 수는 없었다. 강현도장이 최선을 다한다면 어지간한 무림맹의 장로들 한두 명 정도는 잡아둘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무리였기에 사자후의 수법으로 무당의 제자들을 불렀고, 맹주부의 외곽에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고 있던 무당의 칠성검수들이 순식간에 대 칠성검진을 펼쳤다.
“강현 장로님의 명을 받듭니다!”
이미 쏘아진 화살처럼 무림맹을 벗어난 유신과 맹렬한 속도로 그 뒤를 쫓는 공오대사와 백요진은 막을 수 없었지만 다급하게 맹주부를 벗어나는 장로들의 앞을 가로막기에는 충분하였다.
“이, 이런?!”
“강현 장로! 지금 대체 무슨 짓을 벌이는 게요? 무당이 무림맹의 장로들을 상대로 발검하다니?”
구파일방의 장로들이나 오대세가 역시 무당의 칠성검수들만큼은 아닐지라도 각파의 절정고수들과 함께 무림맹에 머무르던 상황이었으나, 안타깝게도 그들의 수하들이 이 사실을 알고 달려오는 데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였다.
“죄송합니다 군사. 그리고 장로님들. 이 죄는 달게 받겠습니다. 하나, 지금은 아니 됩니다. 유신의 뒤를 쫓으실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무림맹의 장로들이 일반적인 절정고수들을 훨씬 상회하는 강자라 하여도 그들만으로는 일흔두명의 절정검수들이 펼치는 무당의 검진을 돌파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오대세가의 장로들과 다르게 구파일방의 장로들, 특히나 곤륜과 점창파의 장로들처럼 친 무당파에 가까운 장로들이 적극적으로 손을 쓸 것 같지도 않았다.
“이이이익, 강현 장로!”
오대세가의 장로들이 이를 갈았으나, 휘하의 고수들이 맹주부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섣불리 손을 쓸 수가 없었다.
반각 정도의 시간이 지났고, 저 멀리서 오대세가와 구파일방에 속한 무사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이자 그제서야 강현도장과 무당의 칠성검수들이 검을 거두었다.
“무량수불, 저항하지 않겠습니다.”
“당장 무당의 무사들을 제압하여 옥에 가두어라!”
분노한 제갈첨과 오대세가의 장로들이 명을 내렸고, 강현도장은 두 손을 축 늘어뜨리고선 눈을 감았다.
‘사제, 부디 무사해야 하네.’
한편, 유신의 뒤를 쫓는 공정대사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다른 무공은 모르겠지만 경공술은 절대 편법이 통하는 무공이 아니었다. 경공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공이었고, 내공이 얼마나 정순하고 높은가에 따라서 경공술의 속도와 지속력이 결정되는 공부였기 때문이었다.
‘아미타불, 거리가 좁혀지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멀어지고 있다니.’
처음 일각 정도의 시간 동안에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유신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가 무리하게 공력을 운용하여 거리를 벌리고 있다는 방증이었기에 곧 제풀에 지쳐서 나가떨어지는 유신의 모습을 상상했기 때문이었다.
‘어찌 이런 일이. 무룡은 물론이고 부맹주 또한 나보다 내공이 정순하고 깊다는 말인가?’
하지만 놀랍게도 셋 중에서 가장 내공이 정순하고 깊을 거라 생각했던 공정대사가 가장 쳐졌으며, 나이를 생각했을 때 당연히 내공이 가장 얕을 거라 생각했던 유신이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맹주님! 더는 거리가 벌어져서는 안 됩니다. 유신의 발목을 잡아야 합니다.”
“알겠소이다. 아미타불!”
백요진의 말에 정신을 차린 공정대사가 단전의 공력을 끌어올려 양손에 집중시키자 그의 손이 황금빛의 서기로 물들었다.
반야대능력(般若大能力).
반야신장(般若神掌).
공오대사의 반야대능력도 놀라운 위력을 보였었지만 공정대사의 극성에 도달한 반야대능력은 그 궤를 달리할 정도의 위력을 보였다.
쿠오오오오~!
황금빛의 태산과 같은 장력이 엄청난 속도로 유신을 향해 뻗어나갔고, 저만치 앞서가던 유신의 전신을 파도처럼 덮쳤다.
‘이런?!’
등 뒤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공력에 유신이 다급해졌다. 웬만한 공격이라면 호신강기를 믿고 몸으로 때우며 경공에 집중하겠지만, 공정대사가 최선을 다한 소림의 절초는 호신강기로 때울만한 것이 아니었다.
태극현천강기 제2식.
태극망강(太極網剛).
부득이 유신이 몸을 돌려 태극현천강기를 펼쳤고, 그의 손에서 뻗어나간 수십 개의 태극선강이 그물 모양으로 모여들며 거대한 부처님의 손바닥처럼 유신을 눌러오는 반야신장의 강기를 감싸서 상쇄시켜 버렸다.
“무룡 유신, 저항한다면 목숨을 거두겠다.”
유신이 공정대사의 공격을 막아내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백요진이 유신의 앞에 나타나며 길을 막아섰다.
“거절하겠습니다. 백요진 시주.”
앞을 막아선 자가 공정대사라면 모를까,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인 백요진이었기에 유신의 손속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태극현천강기 제1식.
태극선강(太極線剛).
무려 열 개나 되는 강기의 선이 유신의 손에서 동시에 뿜어졌고, 백요진의 전신을 노리며 휘몰아쳤다.
벽사검법(僻邪劍法).
사절참마(邪絶斬魔).
이름 높은 청천대협 백요진의 성명절기가 펼쳐졌다.
“이건?!”
청정하기 그지없는 도문의 무공 중에서도 정점에 있는 것이 유신의 태극현천강기였다. 태극현청강기의 정순함은 오히려 벽사검법을 뛰어넘는 것이었기에 무공 상성상 당연히 벽사검법은 태극현천강기에 밀릴 수밖에 없었지만, 뜻밖의 결과가 도출되었다.
“왜? 의외인가 무룡?”
백요진의 벽사검법의 검강에 교묘하게 섞인 청의신공의 기운이 유신의 태극선강을 그대로 튕겨냈고, 태극선강의 선들이 오히려 유신의 전신을 노렸다.
‘무당의 무공이 아무리 날고 긴다 한들 하찮은 무림인들의 무공, 나의 청의신공에 견줄 수는 없다.’
청천대협, 아니 청의령주 요백진이 비릿한 미소와 함께 되받아친 태극선강의 기운에 이어서, 벽사검법의 검강을 더욱 증폭시켜 유신을 노렸다.
무룡식(武龍式) 태극현천강기(太極現天剛氣) 응용기(應用技).
자전(自塼) 태극벽강(太極霹剛).
유신의 오른손에서 뿜어진 태극의 강기가 순식간에 확장되며 유신의 전신을 감싸며 맹렬하게 회전하였고, 백요진의 검강과 태극선강을 그대로 분쇄해버렸다.
“아미타불!”
유신과 백요진이 한 수씩 주고받은 그 짧은 순간에 공정대사가 유신의 뒤를 점했고 유신은 두 명의 절대고수에게 앞뒤로 포위당한 형국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무룡, 더 이상의 저항은 멈추시게.”
“맹주님의 말씀을 따르는 게 서로 좋지 않겠나. 태극검제 정진진인이라면 모를까 네가 단신으로 나와 맹주님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투항을 권고하는 공정대사와 백요진의 말에 유신이 입을 꾹 다물고서는 태극벽강의 강기를 흩어버렸다.
“공정대사께 부탁드립니다.”
“설마, 천하의 무룡이 제발 못본 척 하고 이대로 보내달라고 빌기라도 하려는 건 아니겠지?”
백요진이 이죽거리며 손에 쥔 검을 빙글빙글 돌리며 서서히 강기를 끌어올렸다. 유신이 조금이라도 움직인다면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도록 만전의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후배라 방심하지 마시고 부디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랍니다. 빈도는 정말 맹주님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유신의 눈빛이 변했다. 이대로는 도주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기에 부득이 검을 사용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