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246
246화. 파사현정 (1)
“크윽…….”
백요진이 입에서 피를 게워내며 겨우겨우 몸을 일으켰다.
“부맹주님, 괜찮으십니까?”
제마대(制魔隊)의 대주 선풍대도(旋風大刀) 맹성혼이 백요진을 부축하며 물었다.
“큭……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을 듯하네. 그보다 맹주님이, 맹주님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던 백요진이 다시 한번 입에서 피를 토하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의원! 의원은 뭣 하는가!”
맹성혼이 다급하게 의원을 찾았지만 급하게 유신을 추격하기 위해 달려온 무사들 속에 의원이 있을 리가 만무하였다.
“나는, 나는 괜찮네. 어서 맹주님을, 맹주님을 구하러 가게!”
“하지만 부맹주님의 상처가…….”
“이는 명령일세. 나는 죽지 않아! 서두르게, 서둘러 맹주님께 가보게.”
백요진이 억지를 혈도를 뒤틀어 피를 게워내면서 걱정과 분노를 가득 담아 소리쳤다.
“알겠습니다 부맹주님. 보중하십시오.”
제마대의 뒤를 이어 정천무위대(正天武威隊)와 멸사대(滅邪隊)등의 무림맹의 무력부대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었고, 저 멀리서 제갈첨을 위시한 오대세가와 구파일방의 장로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제마대는 나와 함께 전진한다.”
“존명.”
백요진이 가리킨 방향에는 조그마한 언덕 위에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유신의 모습이 보였다.
“맹주님은……?”
한 손에 의천검을 축 늘어뜨리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유신에게서 허무함과 슬픔이 느껴졌다. 제마대의 대주 맹성혼은 손을 들어 제마진을 갖추게 하고서는 조심스럽게 유신에게 접근하였다.
“무룡,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
차분하게 유신을 설득하여 투항시키려는 생각으로 말을 꺼내던 맹성혼이 석상처럼 굳으며 말을 잃었다.
“매, 맹주니이임~!”
한 손에는 의천검을 다른 한 손으로는 무림맹주였던 불패신승 공정대사의 수급을 조심스럽게 들고 있던 유신이 맹성혼의 찢어지는 절규에 그제야 몸을 돌렸다.
“…….”
유신이 지척까지 다가왔음에도 너무도 충격이 컸었는지, 맹성혼은 눈을 부릅뜬 채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무량수불.”
유신이 의천검을 검집에 수납하며 침중하게 도호를 읊어 인사를 대신하였다.
“빈도가 무슨 말씀을 드려도 믿지 않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하니, 변명 또한 하지 않겠습니다.”
유신이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공정대사의 수급을 맹성혼에게 건네며 말했다.
“반드시 일주일 안에 돌아오겠습니다. 그때까지만, 그때까지만 기다려주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유신은 몸을 돌렸고, 순식간에 점이 되어 사라져 버렸다. 넋이 나간 사람처럼 굳어있는 맹성혼과 제마대의 뒤를 이어 현장에 도착한 무림맹의 무사들도 충격에 말을 잃었고, 곧 무림맹의 장로들이 도착하였다.
“이, 이럴 수가?!”
군사 제갈첨이 눈을 감지도 못하고 목이 잘린 공정대사의 수급을 보고서는 피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공정대사의 수급을 품에 안고서 나직하게 명을 내렸다.
“부맹주님을 의약당으로 모시고, 맹주님의…… 크흐흑…….”
명을 내리는 중에도 유신에 대한 분노와 서문세가주에 이어 공정대사까지 잃은 슬픔이 복받쳐 올랐는지, 제갈첨이 오열하며 말했다.
“크흐흐흑. 맹주님을 맹으로 모시거라. 만약 돌아가신 맹주님께 머리카락만 한 생채기라도 생긴다면 죽음으로 죄를 물을 것이다.”
“으흐흐흑, 군사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무림맹의 무사들이 제갈첨의 감정에 동조하며 피눈물을 흘렸고, 쓸쓸히 발걸음을 돌렸다.
“제갈군사.”
발걸음을 돌리는 무림맹의 무사들의 뒤를 따르면서 팽진호가 조심스럽게 제갈첨을 불렀다.
“예, 팽 가주님. 제가 못난 꼴을 보였군요. 말씀하십시오.”
“흠흠, 아니오. 친우인 서문세가주를 잃고 모시던 맹주님마저 돌아가셨으니 제갈군사의 슬픔이 오죽하겠소.”
“괜찮습니다. 저는 무림맹의 군사입니다. 비록 친우와 주군의 죽음에 잠시 감정이 흔들렸으나, 머리는 더없이 차갑습니다.”
제갈첨의 말에 팽진호가 멋쩍었는지 헛기침을 하고서는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믿기 어렵지만 부맹주님께 부상을 입히고, 맹주님을 살해한 것이 무룡이라면 어쩌면 그의 무공은…….”
유신의 나이를 생각해보면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여겨지면서도, 당장 유신을 쫓던 부맹주가 피를 토하며 쓰러져서 들것에 실려 가고 맹주는 목이 잘린 마당에 모른 척 외면할 수도 없었다.
“그것은 모르는 일입니다. 무룡이 무슨 악독한 수를 썼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지금 중요한 것은 무룡의 무위가 아니지 않습니까.”
제갈첨을 대신하여 삼절독수(三絶毒手) 당지철이 팽진호에게 눈치를 주었다.
“커흠. 그, 그렇군. 미안하오 당 가주. 내 괜한 말을 했구려.”
누가 호승심 강한 하북팽가의 장로 아니랄까 봐 앞뒤 가리지 않고 나섰던 팽진호가 민망함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그런데 말이오 제갈군사.”
팽진호가 조금 전의 부끄러움을 만회하려는 심정으로 다시 한번 제갈첨을 불렀다.
“예, 팽 가주님.”
“어째서 무룡의 뒤를 쫓지 않는 것이오? 무사들의 일부만을 남겨서 부맹주님과 맹주님을 수습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무룡을 쫓아야 하는 것이 아니오?”
제갈첨이 진심으로 머리가 지끈거렸는지 한숨을 내쉬고서는 팽진호에게 역으로 물었다.
“맹주님과 부맹주님 두 분이 유신을 쫓고도 지금 이 사달이 났습니다. 하면, 무림맹 무사들을 이끌고 과연 그를 따라잡을 수 있겠습니까?”
“그, 그건…….”
“만약 운 좋게 유신을 따라잡았다 쳐도, 무림맹의 무사들의 경공이 모두 같은 속도도 아닐 테고 잘해봐야 우리 장로들과 절정고수 십여 명 정도로 무룡과 조우할 텐데 그 정도로 과연 무룡을 잡을 수 있겠습니까?”
“…….”
“어차피 무룡이 몸을 피할 곳은 무당파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자칫 무룡을 쫓다가는 무당파와 정면충돌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만약 무당이 대의를 저버리고 무룡의 편을 들어 무림맹과 적대한다면 태극검제와 무룡을 누가 막겠습니까?”
제갈첨의 말대로 무림맹에 소속된 화경의 경지를 넘어선 초절정고수는 총 다섯이 있었다. 부맹주인 백요진과 맹주인 공정대사 그리고 화산의 명검진인이 있었고, 마지막으로 무당의 태극검제 정진진인과 무룡 유신이 있었다. 그런데 이 중에 백요진은 쓰러졌고, 공정대사는 죽었으며 화산의 명검진인은 괴룡 사신혁과의 결전에서 당한 부상으로 운신이 자유롭지 못했다.
“미, 미안하오 제갈군사. 내 생각이 짧았소.”
팽진호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으로 제갈첨에게 사과하였다. 제갈첨의 말을 듣고 보니 무림맹의 남은 초절정고수 두 명이 모두 무당에 있지 않은가.
“아니오, 이 우매한 사람도 팽 가주와 같은 생각을 했으니 너무 자책하지 마시지요.”
모용추가 적절하게 끼어들며 팽진호의 위신을 살려주며 제갈첨에게 말했다.
“제갈군사, 어찌하실 생각이오?”
“이제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맹 내에 있는 강현도장과 무당의 칠성검수들을 인질 아닌 인질로 잡아놓아야 합니다. 무룡이 일주일 안에 돌아온다고 하였으니, 그동안 그들을 인질로 최소한 태극검제 어르신께는 반드시 이번 사건에 관해 중립을 지키겠다는 약조를 받아야 합니다.”
제갈첨의 시선이 앞쪽으로 향했고, 자연스럽게 장로들의 시선도 옮겨졌다.
“부디 부맹주님의 부상이 가볍기 만을 바랄 뿐입니다. 이제 정도무림의 맹주가 되실만한 분은 부맹주님뿐이니까요.”
무림맹주 공정대사의 피살사건. 그의 무림에서의 배분과 영향력을 생각하면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위인이 아니었다.
‘유신, 네가 무당으로 몸을 숨긴다고 하여도 무당은 결코 너를 지켜주지 못할 것이다.’
제갈첨은 입술을 짓씹으며 다음 수를 두기 시작했다.
* * *
하오문의 청해지부장 구세경이 알려준 정보에 따르면, 마교의 교주인 마룡 현아진이 십대기보로 의심되는 마령신장(魔靈神杖)과 명옥보의(冥獄寶衣)를 획득한 걸로 의심된다고 하였다.
‘흐음……. 아무리 생각해도 나 혼자 마교로 다시 뛰어드는 것은 무리고, 루시아의 말대로 유신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으려나.’
다만, 현아진이 사용한 것이 십대기보가 아니라면 아무런 소득도 없이 모험을 하는 꼴이 될 수밖에 없었기에 신혁은 하오문에서 현아진이 보유한 십대기보의 진위여부를 확인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십대기보 중에 여섯 개를 차지하여 크리스탈의 아스트랄 에너지를 추출하였다. 나머지 네 개의 십대기보만 더 확보할 수 있다면…….’
신혁의 바람대로 크리스탈과의 재회는 물론 인류의 재건을 위한 테라포밍마저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 무척이나 힘든 여정이었으나 이미 절반 이상을 걸어왔다.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줘 크리스탈.’
크리스탈과의 마지막 대화가 떠오르며 신혁의 눈빛이 아련해졌다.
-걱정 말아요. 다 잘 될 거예요. 그리고…… 아, 아니예요. 우리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해요! 나 찾을 수 있죠? 못 찾기만 해봐라.
삐이익!
한참 상념에 잠겨있던 신혁의 귓가에 테레사함의 경고음이 들렸고, 빅토리노의 안내 음성이 함 내에 울려 퍼졌다.
[경고, 코드네임 : 유신이 금미산의 정상에 도착하였습니다.]“응? 유신이 벌써 왔어?”
함교의 소파에 몸을 깊숙이 파묻고 있던 신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빅토리노.”
[예, 사령관님.]“유신이 온건 알겠는데, 경고는 왜 울린 거야?”
[코드네임 : 유신의 PEF 수치가 측정불가로 바뀌었으니까요.]“지난번에도 그 말을 하다 말았는데, 갑자기 왜?”
[루시아가 분석 중입니다. 아직까지 정확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아마도…….]“아마도?”
빅토리노의 말에 신혁이 살짝 놀라면서도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따지면 주소천과 현아진도 인간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들어있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코드네임 : 현아진은 이계(異界)의 생물이 확인되지 않은 매커니즘의 사이오닉 에너지를 응용하여 인간으로 변신했다고 보는 게 더 맞습니다.]“으음……. 확실히, 그건 인간이 아니었지.”
마법을 쏘아대던 거대한 검은 드래곤을 상상하던 신혁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살다 살다 그런 것과도 싸워볼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 말이다.
[코드네임 : 주소천은 카테고리 상 명백하게 인간이 맞습니다. 그녀의 신체 강도는 이곳을 기준으로 분류하자면 절정고수라는 카테고리 안에 속하니까요. 다만 크리스탈님의 아스트랄 에너지 절반가량이 그녀의 몸에 내재되는 바람에 특수한 주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케이스니까요.]현아진의 강신술을 떠올린 신혁이 쓴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잡담은 이 정도로 하고, 유신이 도착했는데 일단 들어오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테레사함의 함선운영지침에 따라 측정할 수 없는 전투력을 지닌 개체는 함 내의 진입이 불가합니다.]“그럼 내가 나가서 만나?”
[함선운영지침에 따라서 측정할 수 없는 전투력을 지닌 개체와 단독으로 독대하시는 것도 불가합니다.]“무장을 갖추면?”
[무장의 정도에 따라서 가능하긴 합니다만…….]“S4 위성 준비해.”
[그 정도로는 불가합니다. 테레사함의 무장 장비 사용을 허가해주십시오. 그리고 코드네임 : 유신을 록 온하겠습니다.]“……그렇게까지 해야 하냐?”
[어쩔 수 없습니다. 이건 사령관님의 안전에 직결된 절대명령이라 코드네임 : 유신의 전투력이 파악될 때까지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사항입니다.]“후우~ 그래. 어쩔 수 없지.”
신혁이 한숨을 푸욱 내쉬고는 주섬주섬 가드 위성의 무장을 마쳤다.
“게이트 오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