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249
249화. 파사현정 (4)
[어떻게 생각해요 토리 씨?]홀로그램으로 나타난 루시아가 신혁이 늘상 앉던 소파에 우아하게 앉아 다리를 꼬았다.
[뭘 어떻게 생각해요 생각하긴. 그리고 루시아 씨, 거기 사령관님 자립니다. 당장 일어서세요.] [칫, 쩨쩨하긴.]루시아가 투덜거리면서 소파에서 일어섰다.
[제가 수립한 작전대로 잘 진행될지를 묻는 거잖아요. 걱정도 안 돼요?] [글쎄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번만큼은 오히려 정도무림맹이라는 분들이 걱정되네요.]빅토리노가 홀로그램으로 나타나며 빙긋 웃었다.
[어머나,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오페라가 잘 보좌하겠죠. 게다가 루시아 씨도 보셨잖아요. 약식으로 측정한 유신 도사님의 숨겨진 PEF와 아스트랄 에너지 레벨을요. 그런 유신 도사님과 사령관님이 함께인데, 별일이 있겠어요?] [계산적으로 따져본다면 토리 씨 말이 맞죠. 그런데 저는 좀 걱정이 되네요.]루시아가 살짝 얼굴을 찡그리며 쇼파에 몸을 파묻었다.
[심각한 얼굴로 분위기 잡으면서 은근슬쩍 좀 앉지 마세요. 거기 사령관님 자리라니까요!] [칫, 꼼꼼하긴.]아쉽다는 얼굴로 루시아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저도 솔직히 큰 걱정은 하지 않아요. 다만 유신 도사님이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큰 힘을 손에 넣으면서 사령관님의 든든한 아군이 되었죠. 그게 불안해요.]오라버니라는 단어가 아닌 사령관님이라는 단어를 택한 루시아의 대답에 빅토리노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좋은 일 아닙니까? 그게 왜 불안하죠?]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강한 동맹이 만들어지면 그에 반대되는 거대세력이 반드시 나타났으니까요. 그건 그렇고 사령관님이 떠나자마자 이런 소식을 접할 줄은 몰랐네요.]루시아가 허공에 홀로그램을 출력시키며 한 장의 서찰을 띄웠다.
-특1급 정보.
천마신교에 잠입 중인 월영 7호의 첩보.
마룡 현아진이 보유한 두 개의 기보에 대한 보고.
찬황지존위군의 말씀대로 마령신장과 명옥보의로 확인됨.
두 개의 기보에 내재된 붉은색 보석도 확인.
발신자 : 하오문 청해지부장 구세경.
[그건 사령관님께서 이번에 유신 도사님의 일을 마무리 지을 때 즈음에 통신으로 알려드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유신 도사님의 도움 없이는 어려운 일이니, 일을 마칠 때까지 신혁 오라버니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는 의도겠죠?] [네. 사령관님께 보고가 지연된 것에 대한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일단, 사령관님께서 연락을 주시더라도 이번 건은 함구해주세요.] [그럴게요.]* * *
“여기란 말이지?”
“예, 형님.”
신혁과 유신이 도착한 곳은 무당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유신이 태천문의 잔당으로 알고 있는 청현각주 우기찬을 비롯한 서른 명의 청의문도들과 처음 접전을 벌인 곳이었다.
“일단 루시아의 말대로 확인을 해봐야겠어. 오페라.”
[예, 사령관님.]“시작해.”
[Copy that.]신혁의 명을 받은 오페라가 용신주를 움직였다.
[탐색 포인트 설정 완료. 아스트랄 반응 탐색 개시. 소요 시간 약 9분 7초.]세 개의 용신주가 빛을 뿌리며 유신과 청현각의 접전지를 빠르게 돌아다녔고, 곧 탐색이 완료되었다.
[탐색 완료. 발견된 아스트랄 반응 및 잔재는 없습니다.]“좋아, 수고했다.”
신혁은 테레사함으로 통신을 시도했다.
“루시아.”
[네, 오라버니.]“첫 번째 포인트에서는 없었다.”
[네, 다음 포인트로 이동해 주세요.]“루시아. 널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니?”
[네, 확실하게 유신 오라버니를 함정에 빠뜨린 흉수가 십대기보를 사용했는지가 아주 중요해요. 그것만 확인할 수 있다면 일은 아주 간단하니까요.]“후우~ 알겠다.”
주윤문을 황제로 만들어준 대가로 신혁이 받은 것 중에 찬황지존위군의 벼슬과 영지 이외에도 아주 중요한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무림의 기인인 천기자 암요강이 집필했다는 중원보물요람이라는 책이었다. 책의 내용은 십대기보를 탐색하는 방법과 과거 혼원신교가 보물이라고 자랑했던 특수한 기보들의 능력이 기술되어 있었다.
‘환영미리경이라……. 아주 재미있어. 인간의 감각을 속여 술자가 원하는 모습을 투영할 수 있는 기보라니.’
유신의 이야기를 듣고 신혁이 집중한 부분은 태천문의 문도들이 보여준 놀라운 전투력이었다. 마치 백의령주가 낭인무사들을 짧은 기간에 강하게 만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반대로 루시아가 주의 깊게 살펴본 부분은 유신을 완벽하게 함정에 빠뜨린 흉수의 정체를 추측하는 것이었다. 사신문이 개입했다면 어떻게 이토록 많은 인원을 완벽하게 속일 수 있었을까?
[사신문이 직접 그리고 간접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은 89%에 육박해요. 다만 유신 오라버니를 어떻게 함정에 빠뜨렸는지에 관한 부분은 확인이 필요해요. 그것만 확인된다면 완벽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거예요.]루시아와의 통신을 끝마친 신혁의 옆에 선 유신이 살짝 눈을 감고 고개를 젓고 있는 신혁의 모습에 쓴 웃음을 머금었다.
‘그동안은 뭔가를 깊게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유신아.”
“예, 형님.”
“이제 남은 곳은 네가 주장우와 싸운 곳이랑 서문세가인데 어디가 가깝지?”
신혁의 말에 유신이 잠깐 생각을 정리하고서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가까운 곳은 서문세가입니다만, 아무래도 주장우와 마주쳤던 곳을 먼저 방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왜?”
“서문세가의 가솔들이 빈도를 본다면 아무리 형님께서 옆에 계신다 해도 그냥 넘어갈 리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서문세가는 야음을 틈타 잠입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밤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고, 일단 주장우와 마주쳤던 곳으로 가보자.”
유신의 안내를 받아 사건 현장에 도착한 신혁이 다시 한번 꼼꼼히 아스트랄 반응을 탐색했지만, 아무런 소득을 얻을 수 없었다.
“서문세가주랑 마주한 곳이 서문세가주의 집무실이 맞지?”
용신주를 회수한 신혁이 유신을 돌아보며 물었다.
“예, 맞습니다.”
“좋아, 밤까지 시간 낭비할 필요 없고, 저기 보이는 객잔에서 좀 기다리고 있어. 맛있는 것도 좀 먹고 차 한잔하면서 말이야. 서문세가는 나 혼자 다녀와도 되니까.”
“저로 인해 벌어진 일인데 제가 함께하는 것이…….”
“번거롭고 시간만 낭비될 뿐이야.”
“……알겠습니다.”
* * *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서문세가의 정문을 경비하던 무사가 신혁을 향해 물었다.
“조문 차 왔습니다.”
“조문이요?”
신혁의 말에 경비 무사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렇습니다. 가주님께서 돌아가신 걸로 아는데, 마침 호북을 지나던 길이라 조문 차 들렸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신혁에게 양해를 구한 무사가 자리를 비웠고, 잠시 후에 서문세가의 정문이 열리며 수십 명의 무사들이 몰려나왔다.
“포위해라!”
살아남은 가솔 중 가장 지위가 높은 서문채호가 차갑게 입을 열었고, 그 순간 무사들이 재빨리 움직여 신혁을 둥글게 포위하였다.
“이런, 단순히 조문을 왔을 뿐인데 이게 무슨 짓입니까?”
수십의 무사에게 둘러싸였음에도 일말의 동요도 보이지 않는 신혁이었다.
“본가의 가주님께서 돌아가신 것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너는 대체 누구이길래 본가를 방문했는가, 설마 태천문의 잔당인 것이냐?”
“오해하셨군요.”
“오해?”
“직접 확인해보시죠.”
그 순간 신혁의 몸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며 세 개의 용신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주술?! 설마……?”
이글이글 타오르는 듯한 강기를 뿜어내는 용신주, 여유 가득한 태도와 준수한 20대의 미남자. 서문세가 무사들의 머릿속에 한 사람의 별호와 이름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괴룡(怪龍) 사신혁.
서문세가 무사들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신혁이 품속에서 하나의 신분패를 꺼내어 서문채호에게 던졌다.
“사신혁입니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황룡이 수놓아진 신분패에 적힌 찬황지존위군이라는 글자를 확인한 서문채가 다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찬황지존위군을 뵙습니다. 부디 결례를 용서해주십시오.”
“괜찮습니다. 뭐 그럴 수도 있지요.”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서문채호의 안내를 받아 서문세가에 들어선 신혁이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빈소는 어디 있습니까?”
빈소라는 말이 비수가 되어 꽂혔는지, 서문채호가 안색을 딱딱하게 굳히고서 입을 열었다.
“아직 빈소는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서문세가의 가주님을 살해하고, 태천문과 공멸시킨 무룡의 목을 베기 전까지는 결코 제를 올리지 않을 생각입니다. 한데, 위군께서 한낱 강호 무부들의 일을 어찌 알게 되신 겁니까?”
“강호에 존재하는 초절정고수들과 마찬가지로 무룡, 주룡, 마룡 이 세 명은 찬황부에서도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는 주요인물들입니다. 한데, 갑작스럽게 무룡이 태천문을 멸문시켰다 하니, 금의제존위군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더군요.”
“위군께서 저희 서문세가의 일을 살피려 하십니까?”
신혁이 그럴듯한 말을 하며 서문세가에 온 목적을 밝히자 서문채호가 약간의 희망을 품고서 신혁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만약 무룡이 정말 무고한 서문세가주를 살해하고 수많은 무인들을 죽였다면, 한 사람의 무인으로써 그를 단죄하려 합니다. 뭐,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최근 무림의 상황이 심상치 않으니 황궁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사건이기도 하고요.”
“그렇군요……. 하면, 저희의 증언을 들으러 오신 겁니까?”
“예, 확인은 필요하니까요.”
“알겠습니다 대협. 저희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절대사룡 중 최강이며, 찬황지존위군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까지 가진 신혁이 무룡을 의심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라 생각했는지 서문채호의 태도가 한결 공손해졌다.
“무룡과 서문세가주가 독대하였다는 집무실을 좀 살펴보고 싶습니다. 무룡과 여러 번 손을 섞어봤으니 혹시라도 그의 흔적이 발견된다면 더 이상 발품을 팔고 다닐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가주님의 집무실로 모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서문세가주의 집무실에 도착한 신혁이 서문채호를 돌아보며 말했다.
“실례가 아니라면 혼자서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혹시나 다른 분과 같이 들어가면 무룡의 흔적이 지워질 수도 있으니까요.”
“실례가 될 까닭이 있겠습니까 대협. 그렇게 하십시오.”
서문채호는 선선히 신혁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감사합니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예, 대협. 천천히 살펴보십시오.”
서문채호의 허락을 얻은 신혁이 맹주실에 들어서며 문을 닫았다.
‘오페라.’
[예, 사령관님.]‘혹시 모르니 아스트랄 파동을 수색하기 전에 에너지 필드를 설치해서 사이오닉 파동과 음파를 차단하도록.’
[Copy that.]신혁의 품에서 빠져나온 용신주가 그리 넓지 않은 서문세가주의 집무실을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약 5분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삐삐삐삐.
신혁의 귓가에 경고음이 들려왔다.
[아스트랄 에너지의 잔재가 발견되었습니다. 99.79% 확률로 크리스탈 님의 아스트랄 파동과 일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