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256
256화. 파사현정 (11)
“히야아아압!”
요백진의 기합과 함께 그의 장검에서 강맹한 강기가 줄기줄기 뻗어 나왔고, 수십 개의 단검의 환영과 함께 유신의 심장을 노리며 검을 찔러넣었다.
청의신공(靑衣神功) 대라청의검(大拏靑衣劍).
청천일섬(靑天一閃).
빠르게 다가오는 요백진의 공격에도 유신의 눈은 차분하기 그지없었다.
태극혜검(太極慧劍) 제8초.
태극무상(太極無狀).
과녁을 노리고 쏘아진 화살처럼 푸른빛의 검강이 유신을 노렸지만 심검의 경지에 이르러야 시전할 수 있는 유신의 태극혜검이 신묘한 위력을 발휘했다.
“빌어먹을. 이것도 받아보아라!”
요백진의 검력(劍力)이 유신의 태극혜검에 지워졌으나, 요백진은 결코 포기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더 살기를 드러낸 요백진은 유신에게 접근하며 치명적인 살초를 펼쳤다.
청의신공(靑衣神功).
대라청의검(大拏靑衣劍).
극의(極意) 단명암천(斷命暗天).
요백진이 끌어올린 청의신공의 기에 흑빛의 불길한 기가 뒤섞이며 암청색에 가까운 강기가 타올랐다.
‘이번에야말로 죽여주마.’
요백진이 한 손에 장검을 꼬나쥐고 유신의 정수리를 향해 혼신의 일격을 가했다. 그리고 그때, 요백진이 은밀하게 날린 암청색 강기를 머금은 단검이 유신이 볼 수 없는 사각으로 움직였다.
“하아아압!”
요백진이 기합까지 질러가며 혼신의 힘을 다한 절초를 유신은 어렵지 않게 전면에서 막아냈다.
“끝이다 유신!”
유신의 무형심검에 회심의 검격이 막혔음에도 요백진이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그 순간 유신의 목 뒤에서 암청색의 강기에 휩싸인 단검이 모습을 드러내며 유신의 척추를 노렸다. 이것이 바로 요백진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비장의 수법이였다.
“무량수불.”
그러나 요백진의 호언장담과 달리 도호까지 읊은 유신이 왼손을 뒷짐 지듯이 돌려 들고 있던 검집으로 요백진의 단검을 가로막았다.
“이, 이럴 수가?!”
더없이 절묘하고 비열한 한 수였지만 유신은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요백진의 필살절초를 무력화시켰다.
“제게 그런 사술은 통하지 않습니다.”
지금껏 요백진의 공격을 바위처럼 받아내던 유신이 섬광처럼 움직이며 요백진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언뜻 보면 유신은 강점이 없어 보이지. 굳건한 바위처럼 단단해 보이지만 주소천만큼 폭발적인 힘도, 현아진 같은 압도적인 사이오닉 에너지도 없으니까. 그러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요백진과 유신의 결투에 신혁이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주소천과 현아진에게는 없는 부동심과 냉철한 머리.”
요백진이 계속해서 괴이하고 악랄한 초식으로 유신에게 대항하였으나, 유신은 전혀 흔들리지 않고 그의 마음처럼 올곧은 검술을 펼쳤다.
“주술이나 무기와 같은 외부의 힘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힘만으로 상대를 제압한다. 유신에게 비겁한 수법 같은 건 통하지 않아.”
신혁의 말대로였다. 요백진이 청의문의 온갖 괴이한 초식을 펼쳐보았지만 유신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고, 그가 자랑하는 청의신공 또한 심검의 경지에 이른 유신의 기를 전혀 감당해내지 못했다.
“크윽……!”
유신의 의천검이 요백진의 단도를 부숴버리며 요백진의 가슴에 길게 검상을 남겼다. 한치만 깊었어도 심장이 둘로 갈라질 뻔한 치명적인 검상이었다.
‘저놈의 무공이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지만, 심검은 막대한 공력을 소모하는 법. 설령 현경에 이른 태극검제라 할지라도 심검을 일각 이상 유지할 수는 없다. 아주 조금만 더 시간을…….’
스스로 혈도를 짚어 임시방편으로 출혈을 막은 요백진이 다시 한번 공력을 끌어올렸다. 살아온 세월, 끊임없이 쌓아온 내공의 깊이는 유신이 아무리 천재라고 하여도 요백진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그게 강호의 상식이었고, 모두의 생각이었다.
어떻게든 시간을 벌기 위해 유신의 심검을 최대한 피하며 대결을 지속하는 요백진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몸에 자상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조금씩 유신에게 밀리던 요백진은 결국 초식의 운용까지 간파당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의 절초가 하나하나 파해되기 시작했다.
“차앗!”
퍼억!
유신의 깔끔한 발차기를 가까스로 검면을 들어 방어한 요백진이 유신의 발에 실린 침투경의 위력을 완전히 흘려내지 못하고 뒷걸음질 치며 신음을 삼켰다.
“크윽…… 크크크크크.”
요백진이 기혈이 진탕되는 고통을 감내하며 음침한 웃음을 흘렸다.
“이제 시간이 되었다.”
“시간?”
“그렇다 무룡. 일각을 훌쩍 넘어가는 시간 동안 본좌가 치욕을 감수하며 네 공격을 받아준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무엇 때문입니까?”
“애송아, 애써 담담한 척하지 말아라. 너는 더 이상 심검을 유지할 수 없다. 설령 네가 아닌 태극검제라 해도 이 이상 심검을 유지하기에는 공력이 부족할 것이다. 심검만 봉쇄한다면 그 어떤 무공도 청의신공을 뚫을 수 없지.”
“바꿔 말하면 심검의 경지에 이른 절학이라면 청의신공이라는 것도 일격에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말이군요.”
유신이 확신을 가득 담아 요백진에게 검을 겨눴다.
“일격에 승부를 보겠습니다.”
유신의 검에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공력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이, 이럴 수가?! 네, 네놈 설마 공령(空靈: 자연의 기를 마음대로 끌어 다 쓰는 경지.)에 도달했다는 말이냐?”
유신의 주변공기가 일렁이며 대자연의 기가 그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윽고 의천검이 찬란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내가 곧 검이고 검이 곧 나일지니. 검이란 내 마음의 발로를 표현한 도구일 뿐, 진정한 검은 오직 내 마음속에 있으니 내 의지가 검이 되어 태극의 도를 이룬다.”
태극혜검 최후 절초의 구결을 읊으며 유신이 손에 든 의천검을 놓았다.
파아아앗!
현기 가득한 기운이 의천검을 감싸며 의천검이 순식간에 열두 개로 늘어났다. 전설의 무형심검이 재현되는 순간이었다.
태극혜검(太極慧劍) 오의(奧義).
태극조천(太極照天).
열두 개로 늘어난 의천검이 하나하나 상서로운 태극의 문양을 그렸고, 열두 개의 태극 문양이 요백진을 포위했다.
“이, 이럴 수가!”
유신이 검결지를 맺으며 요백진을 가리키자 유신의 앞에 떠 있던 의천검이 서서히 움직이며 요백진을 겨눴다.
“무량수불, 내세에는 부디 좋은 인연으로 만나길 빌겠습니다.”
“아, 안돼에에에에~!”
요백진을 둘러싼 열두 개의 태극문양의 강기가 백열하는 불꽃처럼 타올랐다.
“무량수불!”
유신의 낭랑한 도호와 함께 검결지를 맺은 그의 손이 힘차게 내질러지자 유신의 가슴 부근에 떠 있던 의천검이 살아있는 생물처럼 움직이며 태극혜검의 절초를 그려냈다.
콰아아아아앙~!
태극 문양의 기운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거대한 이기어검강을 내뿜었다.
“피, 피해야 하오!”
“어서, 어서 밖으로!”
천외천이란 이런 것이라고 말하는 듯한 유신의 놀라운 무공에 맹주부가 무너져 내렸고, 반쯤 부서진 맹주부의 구석에서 비무를 관전하던 제갈첨 군사와 장로들이 대경하며 몸을 날렸다.
“정말 대단한데?”
용신주에 베리어 속에서 보호받으며 무너져 내리는 맹주부 건물의 잔해를 튕겨낸 신혁이 감탄하며 유신을 바라보았다.
[코드네임 : 유신에 대한 전투데이터를 갱신해야 합니다. 현시점에서는 조금 부족하지만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른다면 사령관님의 아스트랄 레벨에 필적하는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습니다. 주의를 요합니다.]오페라의 보고에 신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누가 전투 컴퓨터 아니랄까 봐 이 상황에서도 순수한 감탄보다는 새로운 전투데이터에 대한 분석과 혹시 모를 신혁의 안전이 위협될 수 있는 상황을 걱정하는 오페라였다.
“허억, 허억!”
공령의 경지에 이른 유신이었지만, 태극혜검의 최후 절초는 막대한 심력과 기력을 소모하는 무공이었다. 유신이 피곤한 모습으로 의천검을 수납하며 신혁에게 다가왔다.
“수고했다.”
“형님 덕분입니다. 후우…….”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유신을 부축한 신혁이 맹주부를 벗어났다.
“이 못난 늙은이들이 부끄러움에 차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사신혁 위군, 그리고 무룡.”
제갈첨이 장로들을 대표하며 신혁과 유신을 맞으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무량수불, 괜찮습니다. 제가 제갈첨 군사님이었어도 같은 판단을 내렸을 겁니다. 사신문의 사악한 간계를 처음부터 간파하지 못한 제 책임도 있으니 그만 고개를 드십시오.”
“쯧쯧, 누가 도사아니랄까봐.”
이야기 속에나 나올법한 정파의 협객과 같은 넓은 아량을 보여주며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제갈첨의 사과를 받아들이는 유신의 모습에 신혁이 혀를 찼다.
‘현대였다면 정말 이용당하기 딱 좋은 성격이야.’
유신과 달리 신혁은 정파에 적을 둔 것도 아니었고, 제갈첨을 비롯한 장로들과도 전혀 친분이 없었기에 살짝 얼굴을 굳히며 제갈첨에게 말했다.
“더 이상 입 아프게 말씀 드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면 유신에 대한 혐의는 모두 풀렸겠지요?”
“사신혁 위군의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부디 이 늙은것들의 죄를 용서해주십시오.”
“뭐, 제가 피해자도 아니었고, 당사자인 유신이 이해한다는데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유신이 여러분의 잘못을 용서해준 건 제가 더 이상 관여치 않겠습니다. 다만…….”
신혁이 말끝을 흐리며 날카로운 눈초리로 제갈첨을 쏘아보며 말을 이었다.
“그에 대한 책임과 유신과 무당파가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은 제대로 하시겠지요?”
“물론입니다. 의당 해야 할 일이지요. 현재 맹주님과 부맹주의 자리가 모두 공석이 되었으니…….”
제갈첨이 씁쓸한 얼굴로 말끝을 흐렸다. 막상 말을 해놓고 보니 새삼 정도맹의 막심한 피해가 피부로 와닿았던 것이다.
“다음 맹주님이 선출될 때까지 임시로 제가 책임지고 무당파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혀, 형님. 딱히 보상을 바라고 한 일은…….”
유신이 당황하며 신혁을 제지하려 하였으나 눈에 힘을 가득 주고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신혁의 표정에 유신이 슬그머니 입을 닫았다. 뭐, 따지고 보면 유신 본인은 몰라도 무당파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사과를 받아야 할 일이고 무엇보다 무림맹의 사과를 받아들일지 말지 판단하는 것은 유신이 아닌 무당의 장문인 청현진인의 몫이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확인은 해봐야겠지.”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요백진 말이다, 요백진. 명심해라 유신아. 적의 최후를 확실히 확인하기 전까지는 전투가 끝난 게 아니야. 적어도 내가 살던 곳에서는 그랬다.”
신혁이 씨익 미소 지으며 손을 살짝 휘저었다.
[반중력 시스템 가동. 건물의 잔해를 이동시키겠습니다.]사이오닉 에너지를 아끼는 차원에서는 깔끔하게 남은 잔해마저 폭파시키는 게 맞았지만, 요백진이라는 거물의 죽음은 눈으로 확인할 가치가 있었다.
“오오……. 저것이 말로만 듣던 괴룡의 허공섭물.”
“정말 놀랍습니다. 저 먼 거리에서 족히 수십 근은 나갈 것 같은 물체를 옮길 수 있다니…….”
“이런걸 허공섭물이나 격공섭물로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군요. 한두 개도 아니고 저 넓은 맹주부의 잔해를 한 번에 들어 올리다니…….”
장로들이 신혁의 한 수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과 지금 눈앞에서 일어나는 현실의 괴리 속에서 머리를 싸맸다. 그들이 알고 있는 무공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아, 그리고 정도맹의 일이 마무리되었으니 말인데.”
오페라가 용신주를 동원하여 맹주부의 잔해를 드러내는 것을 바라보며 신혁이 유신에게 말했다.
“예, 형님.”
“너, 나 좀 도와줘야겠다. 내가 찾는 물건이 있는데 그게 마교에…….”
신혁이 유신에게 현아진이 보유한 십대기보에 대해 말을 꺼내려 할 때, 오페라의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렸다.
삐삐삐삐삐삐.
[코드네임 : 요백진의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