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257
257화. 파사현정 (12)
“형님, 설마……?”
굳어진 신혁의 얼굴을 본 유신이 힘겹게 검을 뽑아 전방을 겨눴다.
“경계해라, 요백진이 사라졌다.”
“예.”
유신은 날카롭게 주변을 살폈다.
“천라지망을 펼쳐라. 현 시간부로 정도맹의 출입을 금한다. 누구도 들어올 수 없으며 누구도 나갈 수 없다!”
“군사의 명을 받듭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 속에서 제갈첨이 빠르게 상황을 읽고 적절한 명령을 내렸다.
‘오페라, 루시아.’
[탐색 중입니다. 현재까지 요백진의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위성감시 시스템을 가동하여 탐색 중이에요 오라버니.]오페라가 요백진의 사이오닉 파동을 찾기 위해 용신주를 움직여 무너진 맹주부를 이 잡듯이 뒤지고 루시아는 위성시스템을 동원하여 맹주부 전체를 살펴봤지만 아직까지 요백진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유신.”
“예, 형님.”
“분명히 요백진을 쓰러뜨렸겠지?”
“예, 확실하게 촉감이 있었습니다. 소제의 생각으로는 요백진이 죽었거나 운신이 불가할 정도의 큰 상처를 입었을 거라 여겨집니다.”
“요백진의 기척은?”
유신이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신혁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전투 컴퓨터인 오페라가 인간의 열에너지나 사이오닉 파동을 놓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또한 공령의 경지에 이른 유신조차 요백진의 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곳에 없거나, 아주 특수한 방법으로 숨었거나 둘 중 하나뿐이야.”
신혁의 생각은 길었지만, 결단은 빨랐다.
‘오페라.’
[네, 사령관님.]‘용신주 변형. 레이더 시스템 온. 반경 5km 전부를 수색해라.’
[Copy that.]‘루시아.’
[네 오라버니.]‘위성시스템으로 레이더 펄스 반사파를 단 하나도 놓치지 말고 분석하도록.’
[걱정 마세요.]신혁의 CEC에 레이더 화면이 출력되었고, 신혁의 용신주가 반파된 맹주부의 허공에서 천천히 공전하기 시작했다.
[오페라 씨, 저기!] [좌표 37.5256582549389, 126.96319086627835 펄스파 반사 지점, 이상 반응 발견.]오페라의 보고와 함께 신혁의 CEC에 이상 지점이 표시되었다.
“S4 위성 시동. 오페라, 공격하라.”
[Copy that. P202 소형로켓탄 Fire.]신혁의 머리 위에 나타난 S4 위성이 굉음과 함께 불을 뿜었고, 제갈첨과 장로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동쪽으로 약 백 장 정도 거리의 허공을 향해 날아갔다.
“대단하군 괴룡. 과연 지존께서 눈여겨 보실 만하다. 현천포(玄天包)를 찾아내다니.”
마치 귀신이 말을 하듯이 소형로켓탄이 날아가는 방향에서 전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묵빛의 강기가 발사되며 소형로켓탄을 요격하였다.
“모습을 드러내라.”
신혁이 소형로켓탄이 폭발한 지점으로 몸을 날렸고, 그 뒤를 유신과 무림맹의 인사들이 따라붙었다.
“서두를 거 없다 괴룡. 나는 싸우러 온 게 아니니까.”
차갑고 무뚝뚝한 목소리였다. 목소리가 들려온 지점에서 검은색 바탕의 야차가 그려진 기괴한 가면이 불쑥 나타났고, 신혁과 비슷한 체구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헉?!”
“이런 괴사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사람이 나타났으니, 충분히 놀랄만한 일이었지만 무림맹의 장로들이 이토록 당황한 것은 그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까지 그 어떤 기척도 느낄 수 없다는 점이었다.
“싸우러 온 게 아니라면, 네 뒤에 있는 건 내려놓고 떠나도록.”
신혁이 가면을 쓴 남자의 등 뒤에 떠 있는 요백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건 불가능하다.”
“왜지?”
가면을 쓴 남자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지존께서 이 쓸모없는 놈을 데려오라 하셨으니, 나는 명에 따를 뿐이다.”
평소 성격이 급하고 유신과 신혁의 활약에 무림맹의 장로로서 조급함을 느낀 팽진호가 도를 뽑으며 소리쳤다.
“네놈이 누군지 모르겠으나, 지존이고 뭐건 간에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그따위 오만방자한…… 끄르르륵.”
투욱.
그의 머리만이 앞으로 나서려던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땅에 떨어졌고, 금방이라도 도를 뽑아 달려들 것 같은 그의 몸통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너 따위가 지존을 입에 담아서는 안 되지.”
언제 움직였는지도 모르게 가면을 쓴 남자의 손이 팽진호를 향해있었고, 그의 손에는 검은색 무형검이 형성되어 있었다.
[적성 사이오닉 에너지 반응 체크.]파아아아앗!
위험을 느낀 오페라가 용신주를 시동시키며 신혁을 보호했다.
“이런?!”
불시에 기습이라 할만했지만 팽진호의 목을 날린 가면 쓴 남자가 보여준 쾌검에 유신이 의천검을 손에 쥐고 앞으로 나섰다.
“기다려라 유신.”
“형님?”
“넌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잖아. 서두를 것 없다. 나 역시 저자를 보내줄 생각이 없다. 그러니…….”
신혁이 슬쩍 무림맹의 장로들을 곁눈질하였다.
“알겠습니다.”
신혁의 의도를 알아챈 유신이 검을 거두고 물러섰다. 방금 보여준 한 수만 보아도 무림맹의 장로들을 지키면서 싸우기는 힘들었기에, 그들에 대한 보호를 유신에게 맡긴 것이었다.
“사신혁이다. 너는 누구냐.”
“그래, 너라면 내 이름을 들을 만하지.”
가면을 쓴 남자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감정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감탄과 질투가 뒤섞인 듯한 뒤틀린 감정이 말이다. 무엇 때문에 가면 쓴 남자의 기분이 나빠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기분을 반영하듯이 묵빛의 기가 요동쳤고, 남자가 쓴 가면의 오른쪽 눈부분이 부서져 나가며 그의 얼굴이 살짝 드러났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왠지 모르게 신혁은 가면 쓴 남자의 얼굴이 낯익었다. 비록 가면이 부서지고 드러난 것은 남자의 눈매뿐이었지만 말이다.
“현의령주(玄衣鈴主), 무명이다.”
“무명?”
‘지금까지 겪어온 사신문의 령주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금방이라도 부딪힐 것 같은 무명과 사신혁의 기세에 모두가 숨을 죽이고 둘을 주시하였다.
“훗, 그래. 아쉽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지. 지존께는 네가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무명이 먼저 기세를 풀자 부서졌던 그의 가면이 마치 시간을 거꾸로 돌린 것처럼 복구되었다.
‘무공이 아니야? 사이오닉 파동도 감지되지 않는다니?!’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그저 신기한 사술 정도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신혁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건 사술이나 무공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현의령주가 사용하는 힘의 정체를 알 수가 없다는 뜻이었기에 신혁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사신혁, 내 뒤를 쫓지 마라.”
그 말을 끝으로 무명이 살짝 손을 젓자, 마치 신혁의 허공섭물처럼 피투성이가 된 채로 의식을 잃은 요백진의 몸이 서서히 허공으로 떠올랐다.
“곧 만나게 될 거다.”
퍼어어어엉~!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현의령주 무명의 신형이 순식간에 거리를 벌렸다.
촤아아악~!
신혁과 백 장 정도 거리를 벌린 무명이 품속에서 검은색의 망토 같은 것을 꺼내 펼쳤고, 망토 정도의 크기였던 검은색 천이 순식간에 몇 배로 커지면서 무명과 요백진을 감쌌다.
“사, 사라졌어?!”
“이럴 수가? 기척조차 없어졌다. 대체 무슨……?”
무림맹의 장로들이 어린아이가 귀신을 본 것처럼 당황하며 허둥댔고, 제갈첨이 신음소리처럼 한 마디를 중얼거렸다.
“저, 저것은 설마 십대기보 현천포……?!”
안 그래도 요백진을 구출해 도주하게 둘 생각도 없었지만 제갈첨의 입에서 흘러나온 십대기보란 단어에 신혁의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했다.
“오페라!”
[S4 위성 시동. 고속기동모드 온.]S4 위성.
공지양용 전술기동 장비 가동.
흑익(黑翼).
“루시아!”
[네, 오라버니. 이미 탐지되었어요. 또한 저 물건은 사용자의 모든 에너지 파동을 차단하고 모습을 감출 수 있다는 전설의 십대기보 현천포로 확인되었어요. 아스트랄 반응 역시 크리스탈 님의 파동과 일치하여요.]루시아의 말대로 현천포는 시전자를 완벽히 숨겨주는 놀라운 기물이었으나, 레이더의 전자펄스파처럼 외부에서 닿는 에너지까지 흡수하지는 못했다.
삐삐삐삐삐.
“좋아, 좌표 확인. 수신 양호.”
신혁의 CEC에 실시간으로 이동 중인 무명과 요백진의 좌표가 표시되었고, 신혁은 망설임 없이 대지를 박찼다.
퍼어어엉~!
신혁의 등 뒤에 검은색의 불꽃 같은 날개가 만들어졌고, 무명의 속도에 못지않게 신혁의 몸이 엄청난 속도로 허공을 갈랐다.
“제갈군사, 어찌하면 좋겠소?”
무림맹의 정보를 책임지는 개방의 장로가 급하게 물었다.
“쫓아야 합니다. 맹의 정보망을 가동하여 주십시오.”
“무량수불, 제갈군사님 빈도가 가겠습니다.”
아직까지 공력이 완벽히 회복되진 않았지만, 불길한 기운이 가득 느껴지는 현의령주 무명을 떠올리며 유신이 몸을 날렸다.
“무, 무룡! 잠깐 기다…….”
무림맹주 공정대사가 죽고 부맹주라 믿었던 백요진은 사신문의 흉수로 밝혀졌다. 지금 상황에 무룡 유신은 그야말로 정파의 미래와도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그런 유신이 앞뒤 가리지 않고 위험해 보이는 인물의 뒤를 쫓아 몸을 날리자 제갈첨이 이마를 짚었다.
“이익, 급히 추격조를 편성해라. 그리고 의원을, 의원을 반드시 추격조에 포함시켜라.”
“제갈첨 군사님의 명을 받듭니다.”
제갈첨의 명령의 군사부의 무사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장로님들께서도 서둘러 주십시오. 혹시라도 무룡에게 변고가 생겨서는 안 됩니다. 그는 이제 정도맹의 희망입니다.”
“걱정 마시오 군사.”
* * *
“오페라.”
[소형이온 캐논 레디. 요격하겠습니다.]삐삐삐삐삐.
청의문도들을 당황시키던 녹색의 섬광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향해 발사되었다. 그 순간 조금 전과 같이 아무것도 없는 하늘에서 갑자기 현의령주 무명이 나타났고, 그의 손에서 묵빛의 강기로 이루어진 검이 생성되어 이온 캐논의 섬광에 부딪혔다.
슈우우우욱.
극한의 고온 고압의 섬광이 무명의 검에 닿는 순간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다. 이건 강기를 이용해 쳐내거나 청의문도들의 청의신공처럼 적의 공격을 반사 혹은 중화시키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온 캐논의 광선을 소멸시켰어?”
아무리 용신주로 소형화시켜서 사용했다지만 지금 신혁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은 신혁도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적성 사이오닉 에너지 반응 체크.]현의령주의 사이오닉 파동을 체크한 오페라의 보고가 신혁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코드네임 : 무명. 적의 사이오닉 파동…….]오페라가 평소답지 않게 다시 한번 조금 전의 무명이 보여준 사이오닉 파동을 확인하고서 힘겹게 말을 이었다.
[에너지 패턴 블랙!]“뭐?! 패턴 블랙은 인간이 다룰 수 있는 사이오닉 파동이 아니야. 루시아!”
오페라의 보고에 신혁이 루시아를 호출하였다. 오페라가 관측한 사이오닉 파동을 정보컴퓨터인 루시아를 통해 정확히 판별하기 위함이었다.
[조심하세요 사령관님.]루시아의 말투가 바뀌었다.
[코드네임 : 무명. 에너지 패턴 블랙, 확인되었습니다.]